신을 죽이러 갑니다. 2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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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3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30화
하이 랭커 (19)
“무혁이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중앙탑을 바라보는 르케임의 얼굴엔 초조함이 가득했다.
“이 빡대가리 새끼, 설마 엉뚱한 곳으로 간 건 아니겠지?”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말이 헛소리로 치부되길 진심으로 바랐다.
지금 상황에서 무혁의 존재야 말로 가장 중요했기에 그가 자신의 말대로 엉뚱한 곳으로 포털을 타고 이동했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오빠가 바보도 아니고 그럴 리가 있겠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미첼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짓씹고 있었다.
“저기 온다!”
필립이 위험하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걱정스러워하던 아르케니아가, 기다리던 무혁의 모습이 중앙탑을 빠져나오자 크게 소리쳤다.
“무혁아!”
“형님!”
레오와 방구름이 손을 번쩍- 들고는 좌우로 마구 흔들며 무혁이 자신들을 한 눈에 찾을 수 있도록 소리쳤다.
한달음에 달려온 무혁을 향해 일행들은 왜 이렇게 늦었냐는 타박조차 하지 않았다.
그만큼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서두르죠.”
늦었다고 해봐야 5분 정도였지만, 지금 상황이 그리 여유롭지 않았기에 무혁은 멤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실비아, 미첼, 르케임!”
레오가 세 사람을 호명하자 그들은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재빨리 각자 목표로 둔 대상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위치 추적 스킬을 사용했다.
필립, 엘리엇, 마크의 위치가 라코스텐에서는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잡혔다.
“가자!”
실비아와 미첼, 르케임이 선두에 서서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고, 이어서 남은 멤버들이 그 뒤를 빠르게 쫓았다.
그렇게 라코스텐을 빠져나온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얼마 이동하지도 못하고 발걸음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여섯 명의 사람들이 길을 막고 서 있었는데, 모두 흑룡 길드와 천인회, 무사시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저, 저놈들은?”
“킬 라시온 놈들이다!”
“당장 앞쪽으로 알려!”
누군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남자가 품에서 폭죽을 꺼내 터트렸다.
피유우우- 퍼어엉!
잿빛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가 화려하게 터지는 붉은 색의 불꽃을 바라보며 레오가 공간 주머니에서 단검 두 자루를 꺼내들었다.
“저 새끼들은 내가 맡을 테니까 너희 먼저 가!”
레오가 곧바로 여섯 명의 앞을 가로 막으며 그렇게 말했다.
다른 멤버들은 혼자서 괜찮겠냐는 말도 건네지 않고 곧장 앞으로 달려 나갔다.
혼자서 자신들을 가로 막고 선 레오의 모습에 여섯 명의 남자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여섯 명의 남자 모두 각자 길드와 가문에서 나름 존중 받는 정예들이었기에 그런 자신들을 고작 레오 혼자서 상대하겠다는 모습이 황당하고 우습기만 할 뿐이었다.
“건방진! 네놈이 무혁이라는 하이 랭커도 아니고 혼자서 우리를 상대… 컥!”
말을 하다말고 목을 부여잡으며 한 남자가 비틀거렸다.
목을 부여잡은 손가락 사이사이로 붉은 핏물이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도, 도대체 언제… 칵!”
또 한 명이 비명과 함께 목을 부여잡았다.
그제야 남자들은 자신들 앞을 자신 있게 가로 막은 레오가 얼마나 무서운 상대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점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벌써 두 명이 목숨을 잃었고, 남은 네 명 또한 오래 버틸만한 실력이 한참이나 부족했다.
“모조리 죽여주마. 너희 길드와 가문 또한 오늘부터 깨끗하게 지워버린다.”
살기가 뚝뚝- 흘러내리는 목소리로 레오가 네 명의 남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이스 스피어!”
“일점폭발!”
“일도양단!”
“벼락의 철퇴!”
네 명의 남자가 각자 마력 스킬과 무기를 들고 스킬을 펼쳤지만, 레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스킬들을 빠른 속도로 피하고, 막고, 흘려보내는 환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들어가 손에 쥔 두 자루의 단검을 정확하게 딱! 네 번만 휘저었다.
쉭! 쉭! 쉭! 쉭!
놀랍게도 네 명 남자 모두 똑같이 목을 부여잡으며 쓰러져버렸다.
커스틸 강제 사냥에 들어가기 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레오의 실력이었다.
퍼어엉!
멀지 않은 곳에서 또 한 번의 폭죽이 터지자 레오는 승리의 기쁨 따위를 느낄 여유도 없다는 듯 곧장 폭죽이 터진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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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대머리가 반들거리는 거구의 백인 남자가 조금 전부터 요란하게 터져대는 폭죽들을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유명하신 필립을 다 잡아가니 기뻐서 폭죽놀이라도 하는 건가? 큭큭!”
대머리 남자와는 판이하게 다른 풍성한 레게머리의 흑인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낄낄- 웃었다.
“무슨 개소리야? 저건 침입자가 나타났을 때 보내는 신호잖아.”
깡마른 체형의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그랬던가?”
흑인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낄낄- 거렸다.
“침입자라… 필립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 친구 놈들이라도 달려오는 중인가?”
대머리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제 머리를 슥슥- 문질렀다.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킬 라시온 놈들이 강제 사냥을 끝내고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지.”
“킬 라시온 놈들? 흐음… 그러면 쿠에토를 보내버린 무혁이라는 놈도 있겠네?”
낄낄- 거리던 흑인 남자가 웃음기를 싹- 지우며 굉장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때 또 한 발의 폭죽이 요란하게 터졌다.
“어쨌든 여기에 있어봐야 할 일도 없는데 저쪽으로 가볼까?”
대머리 남자의 말에 흑인 남자는 당장 가자며 재촉했고, 깡마른 남자는 잠시 기다려보라는 듯 누군가를 향해 걸어갔다.
깡마른 남자는 케일테자만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을 했고, 이어서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이윽고 대머리 남자와 흑인 남자에게 돌아왔다.
“가고 싶으면 가라더군.”
그렇지 않아도 폭죽이 계속해서 터지고 있었기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던 것인지, 케일테자만은 세 남자가 알아서 움직여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디 그럼 어떤 놈들이 죽으려고 달려드는지 얼굴이나 보러 가볼까?”
흑인 남자가 짓궂게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는데, 그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그 앞을 가로막고 있던 수십 명의 흑룡 길드와 천인회, 무사시 가문의 사람들이 빠르게 좌우로 물러나며 길을 만들어주었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염태수가 곁에 서 있던 도혜미에게 말을 건넸다.
“혜미야, 너도 가서 무슨 일이지 알아봐.”
외부 방해자가 나타났을 때에만 사용하도록 해뒀던 붉은 폭죽이 벌써 4차례나 터지고 있었기에 염태수 역시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방금 움직인 세 명이라면 어떤 외부의 방해자들이라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그런 믿음과는 별개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었기에 염태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도혜미를 직접 보내는 것이 마음 편했다.
“예.”
염태수의 명령에 도혜미는 조금도 싫은 티를 내지 않고 곧바로 세 명의 뒤를 따라 움직였고, 동시에 천인회와 무사시 가문의 추치엔과 무사시 쿤 역시도 각자 믿을만한 사람을 조용히 움직였다.
“새끼들, 이제 공동의 적이 없어졌으니 개인플레이를 하겠다 이거지?”
킬 라시온이라는 공동의 적이 없어지면, 흑룡 길드와 천인회, 무사시 가문은 그 동안의 일들을 정리해야만 한다.
가장 크게는 연금술회의 도움에 대한 빚 청산이 있었으며, 킬 라시온을 쓰러트림으로써 얻게 될 이익 역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임이 분명했다.
염태수 역시 지금 자신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가득했으니, 추치엔과 무사시 쿤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손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염태수는 그렇게 말하다, 끈질기게 두 명의 하이 랭커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필립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 새끼 지독할 정도로 질기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필립의 모습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필립의 모습은 당연했다.
상대하고 있는 두 명 역시 같은 하이 랭커였으며, 수적으로도 불리했고, 지난 이틀 동안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면서 추격전을 벌였으니 오히려 그를 쓰러트리기 위해 싸우고 있는 두 명의 하이 랭커들이 민망할 상황이었다.
“역시 소문은 믿을게 못 된다니까.”
염태수는 만약 소문으로만 알려진 필립의 실력을 믿고 자신이 덤볐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니 내심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봐야 네놈도 이제는 끝이다.”
비열한 웃음을 짓고 있는 염태수의 말처럼 필립은 점점 극한의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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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레오, 그리고 두 번째는 아르케니아, 세 번째는 방적삼, 네 번째는 방구름.
여섯 명, 일곱 명씩 이루어진 적들을 만날 때마다 킬 라시온 멤버들이 한 명씩 빠져나갔다.
실비아와 미첼, 르케임은 위치 추적 스킬을 따라가야 해서 싸움에 나설 수 없었기에 이제는 무혁만이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다들 괜찮겠지?”
르케임의 말에 무혁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대답해주었다.
“위협적인 상대는 한 명도 없었으니까 괜찮아요.”
수만 많았을 뿐이지, 이렇다 할 정도로 강자는 없었기에 무혁은 멤버들 중 어느 누구도 다치는 사람 하나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멍청한 걱정 따위 하지 마! 우리가 얼마나 강해졌는데!”
실비아의 말에 르케임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만이나, 오만이 아니라 정말로 이번 커스틸 강제 사냥을 통해서 킬 라시온 멤버들은 전원 엄청나게 강해졌으니 흑룡 길드 등이 오히려 바짝- 긴장을 해야만 했다.
“징글징글한 새끼들!”
멀지 않은 곳에 또 여러 명의 적들이 모여 있었다.
“그대로 달려!”
이제는 무혁이 나서야 할 때였다.
그리고 무혁은 이전까지 홀로 남았던 다른 멤버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자였다.
무혁은 곧바로 공간 주머니에서 하나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새빨간 색상이 섬뜩함을 자아내는 거대한 대검, 바로 레드 문이었다.
커스틸 강제 사냥에서도 레드 문을 마음껏 사용했었던 무혁이었기에 더 이상 레드 문은 낯설지가 않았다.
‘피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자신의 피를 먹어야만 했던 무혁은 덕분에 자해 아닌 자해를 하며 부식과 출혈 내성의 숙련도를 빠르게 올리면서도 멤버들에게 이상한 눈초리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레드 문을 꺼내든 무혁은 말 그대로 일곱 명의 적들을 순식간에 도륙해버렸다.
피의 저주에 고통을 받을 겨를도 없이 모두 깨끗하게 목이 잘리거나, 상체와 하체가 따로 분리되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후로도 무혁은 앞을 막아서는 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길을 뚫어버렸다.
“이럴 거면 그냥 무혁이 네가 처음부터 다 쓸어버리지.”
르케임의 말에 무혁은 그럴 걸 그랬나봐요- 라며 웃고 말았다.
그렇게 두 번 정도 적들을 쓰러트리고 났을 때였다.
“모두 피해요!”
무혁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비아, 미첼, 르케임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 나갔다.
콰아아앙!
그들이 달려오던 자리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며, 땅거죽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이야- 반사 속도 죽이는데? 그걸 피했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 명의 남자가 길목을 막아서며 나타났다.
숫자는 절반으로 뚝- 줄어들었지만, 그들 세 명이 내보이는 기세는 이전의 적들과는 비교 자체가 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무혁을 중심으로 다시 모인 실비아, 미첼, 르케임을 바라보는 세 명의 남자들의 얼굴에 여유와 기대가 가득했다.
“알렝, 모로타, 다니엘.”
르케임이 가장 먼저 세 남자를 알아봤다.
“아는 놈들이에요?”
무혁의 물음에 르케임을 대신해서 미첼이 대답을 해주었다.
“대머리가 알렝, 레게 머리가 모로타, 남은 한 놈이 다니엘로 세 명 모두 유명한 용병들로 하이 랭커들이죠.”
미첼의 말을 들은 알렝이 제 머리를 슥슥- 매만지며 징그럽게 웃었다.
“우리를 알고 있다니 긴 말 필요하지 않겠네.”
이어서 모로타가 무혁을 빤히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쿠에토의 레드 문을 들고 있는 걸 보니 네놈이 무혁이구나. 어떤 놈일까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보이는 건 별거 없네? 어쨌든 쿠에토를 죽인 건 사실이니 나랑 한 번 붙어보자.”
대놓고 호승심을 내보이는 모로타였다.
“너 같은 놈은 무혁이가 상대할 필요도 없어. 내가 상대해 주지.”
레오였다.
뒤이어 아르케니아, 방구름, 방적삼까지 모두 무혁의 곁으로 도착했다.
“난 다니엘.”
아르케니아가 다니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남은 하이 랭커가 둘이라고 했으니까… 내가 저쪽을 맡아야겠네.”
마지막으로 알렝을 향해 한 발 앞으로 나선 건 미첼이었다.
상대는 하이 랭커들이었지만, 레오, 아르케니아, 미첼까지 모두 얼굴에 걱정이나 두려움 따윈 없었다.
“그냥 내가 빨리 정리하면…….”
무혁의 말을 방적삼이 막았다.
“무혁 동생은 우리 리더를 구해야지. 여긴 우리에게 맡겨. 나와 구름이 동생이 남아서 혹시 모를 일은 막아볼 테니까.”
“하지만…….”
“무혁아, 우리한테도 자존심이 있어. 네가 없었을 때부터 우리는 항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살아왔어. 네가 모든 걸 다 해결하려는 그 버릇 솔직히 좋은 버릇 아니야. 네 덕분에 우리도 충분히 강해졌잖아? 이제부터라도 우리를 믿어봐. 우리 모두 킬 라시온이잖아?”
레오의 말에 미첼과 아르케니아 역시 걱정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믿으라면 믿어. 하이 랭커라고 별거냐? 우리도 이제 하이 랭커나 마찬가지야.”
“그래, 지금 중요한 건 필립 형님부터 구하는 거잖아.”
실비아와 르케임까지도 그렇게 말하자 무혁도 더 이상은 그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무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실비아와 르케임이 다른 멤버들에게 조심하라며 앞장서서 달렸다.
뒤이어 무혁이 움직이려고 하자.
“넌 나랑 싸워야 한다니까!”
모로타가 무혁을 막아서려고 했고, 그때 레오가 재빨리 중간에 끼어들었다.
“나부터 이기라니까.”
레오가 양손에 든 단검을 손바닥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서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