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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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6화
하이 랭커 (15)
커스틸 중소도시에서의 첫 번째 강제 사냥.
“역시 우리 무혁 동생이야. 긴장하는 얼굴이 조금도 안 보이잖아. 역시 남자란 말이야! 핫핫핫!”
방적삼의 말에 무혁은 보이기만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는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다고 대꾸했다.
“무혁이 네가 긴장을 한다고?”
레오가 근래 들은 농담 중 가장 재밌었다며 배를 잡는 시늉까지 보였다.
“사람 말을 안 믿네.”
무혁이 그렇게 툴툴- 거리자 르케임이 당연하지 않겠냐는 듯 말했다.
“혼자서 흑룡 길드부터 천인회, 무사시 가문까지 당당하게 쳐들어가서 제대로 무력시위를 했는데, 무혁이 네가 이깟 중소도시 강제 사냥에 긴장을 한다면 그걸 믿을 것 같아? 대도시 강제 사냥이라면 모를까. 무혁이 네가 이 정도에 긴장할 레벨은 아니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르케임의 물음에 실비아, 미첼, 아르케니아, 방구름까지 모두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커스틸 중소도시 강제 사냥이었지만, 킬 라시온 멤버들 중 필립과 마크, 엘리엇을 제외한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강제 사냥에서 뿔뿔이 흩어지면 위험할 수 있다는 필립의 말대로 커스틸 중소도시로 모조리 이주를 한 결과였다.
“남은 분들은 괜찮겠죠?”
방구름의 조심스러운 말에 미첼이 걱정할 것 없다며 대답했다.
“필립 오빠가 누구한테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니까 걱정할 것 없어. 거기에 마크 오빠랑 엘리엇 언니도 함께 움직일 테니까 우리는 우리 일만 잘 마치고 돌아가면 돼.”
미첼의 말에 다른 멤버들 또한 방구름을 안심시켜주었다.
“이제 시작하려나 보네.”
방적삼이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고, 그의 말처럼 공간이 찢어지며 강제 사냥을 담당하는 마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깔끔한 수트 차림의 모델과도 같은 남성형 마족이었다.
“처음 보는 인간들이 제법 많군.”
그는 높은 하늘 위에서 수백 명의 커스틸 거주자들을 오만한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이름은 쿠네르카다. 이번 강제 사냥에서 살아남으면 다음 해에 다시 볼 수 있을 거다. 자, 그럼 본론으로 바로 들어간다. 너희에게 주어진 이번 강제 사냥은…….”
쿠네르카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강제 사냥에 참석한 커스틸 거주자들의 표정이 전체적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럼, 최선을 다해서 살아남아라.”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쿠네르카는 나왔던 것처럼 공간을 찢고 모습을 감춰버렸다.
이어서 거대한 검은 빛의 기둥이 하늘에서부터 땅으로 내려오더니 수백 명의 인간들을 집어 삼켰고, 3초 정도가 흐르자 더 이상 땅 위에 남아 있는 인간은 단 한명도 없었다.
#
몬스터 왕국 섬멸전.
이것이 바로 이번에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해야만 하는 강제 사냥의 목적이었다.
인간마냥 몬스터들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있는 설정의 사냥터였다.
물론, 인간들처럼 체계적으로 나라의 기본을 갖췄다고는 볼 수 없다.
그저 상위 몬스터가 하위 몬스터들을 지배하고 일정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도시가 몇 개라고?”
실비아의 물음에 르케임이 곧바로 대답했다.
“왕성으로 향하는 길은 9곳이고, 그 길마다 서른여섯 개의 도시가 있어.”
“그럼 전체는… 324개라는 소리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나라보다도 더 많은 것 아냐?”
미첼은 질려버렸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몬스터들의 도시는 총 324개다.
물론, 이 많은 도시들을 모조리 깨부숴야 할 필요는 없다.
앞서 르케임이 말했던 것처럼 아홉 갈래로 나누어진 길들은 각기 일직선 형태로 왕성까지 이어져 있었기에, 실질적으로 36개의 도시만 격파하면 최종 목표인 몬스터 왕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차례차례 뚫고 가면 되니까.”
레오가 그렇지 않냐면서, 무혁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맞아요. 어느 쪽이든 한 방향에서만 파고 들어가면 되니까 324라는 숫자는 의미 없죠.”
딱 36곳만 뚫으면 된다.
정말 간단하게 생각하면 되는 일이다.
다만 문제라면.
“각 도시마다 몬스터의 수가 얼마나 된다고 했었지?”
실비아의 물음에 르케임이 얼굴을 찌푸렸다.
“다 같이 동시에 들었으면서 기억하는 인간이 정말 한 명도 없어?”
“르케임 네가 그나마 가장 잘하는 게 머리 쓰는 건데 다른 사람이 그걸 해버리면 넌 정말 할 게 하나도 없잖아? 안 그래?”
미첼의 말에 르케임이 아주 고맙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왕성과 가까워질수록 도시에 주둔하고 있는 몬스터의 수가 증가한다.
“가장 외곽의 첫 번째 도시가 이백 마리 정도라고 했고, 왕성하고 가장 가까운 서른여섯 번째 도시는 그 열 배라고 했으니까 이천 마리 정도일 거야.”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각 도시마다 어떤 몬스터가 있느냐가 관건이지.”
무혁의 말 대로였다.
7등급 몬스터인 고블린 따위 이천 마리가 아니라 이만 마리,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숫자가 있더라도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는 조금도 위협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고위 등급인 2등급 몬스터가 이천 마리라면?
‘호수 위의 사막에서의 전투랑 비슷하겠는데?’
무혁은 자신이 겪었던 가장 치열했던 전투를 떠올리다 곧바로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
대도시도 아니고, 중소도시의 강제 사냥에 2등급 몬스터가 떼거지로 나타난다?
그럴 확률은 지극히 희박하다.
‘몬스터 왕 정도라면 모를까.’
중소도시 식민들의 평균적인 고유 능력 등급은 4등급에서 3등급이다.
그러니 강제 사냥에 참가한 거주자들의 실력에 맞춘다면 3등급 몬스터가 최종관문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무혁은 생각했다.
“이번 강제 사냥 참 마음에 든단 말이야.”
레오의 말에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라는 듯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킬 라시온 멤버들끼리 뭉쳐서 마음껏 행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 당연히 우리가 1등 해야죠?”
미첼이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무혁을 바라봤다.
차마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야지 1등.”
이번 강제 사냥의 특징이라면 시간제한이 없다는 것과, 몬스터 왕을 쓰러트림으로써 강제 사냥을 종료시켜버리는 무리가 막대한 보상을 모조리 독식한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가장 많은 몬스터들을 사냥한 탑 랭커 열 명에게도 따로 특별 보상이 주어지기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무혁이 있는 이상 자신들이 가장 먼저 몬스터 왕을 쓰러트릴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우리가 딱 여덟 명이니까 랭킹 1위부터 8위까지 싹 가져가면 되겠네! 훗훗!”
레오의 말에 멤버들 모두 생각만으로도 즐겁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왕성까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강제 사냥을 통해 우리가 더욱더 강해져야 흑룡 길드 등과의 전쟁에서도 더 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걸 모두 명심해요.”
무혁의 말에 멤버들 모두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 그럼 첫 번째 도시부터 박살내러 가죠.”
무혁이 앞장서자, 뒤이어 멤버들 또한 당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몬스터 왕이 기다리고 있는 왕성까지 갈 수 있는 길은 9곳이지만, 커스틸 거주자들의 선택을 받은 곳은 고작 4곳뿐이었다.
36개나 되는 도시들을 격파해야 한다는 점과, 몬스터의 등급과 수가 점점 증가한다는 것은 분명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었다.
때문에 커스틸 거주자들은 사냥터에 도착하면서부터 가장 먼저 무리를 형성하기에 바빴다.
그 중에서도 킬 라시온 멤버들은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특히, 이곳에서의 유일한 하이 랭커인 무혁을 알아본 이들은 어떻게든 그와 함께 하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무리에 끼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도 동료가 될 수 없었다.
보란 듯이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외부의 도움 없이 온전히 자신들끼리만 뭉친 것이다.
그 모습에 그들과의 경쟁을 의식한 다른 인간들은 어떻게든 머릿수를 늘리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고작 세 무리로 나뉜 것이었다.
“건방진 새끼들! 고작 8명이서 왕성까지 가겠다고?”
“제깟 놈이 아무리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고작 일곱 명만 데리고 36개나 되는 도시의 몬스터들을 모두 잡을 순 없을 거다!”
“설령 모든 도시의 몬스터들을 사냥한다 하더라도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가장 먼저 왕성에 도착해서 몬스터 왕을 잡으면 끝이다!”
“소문이 맞았어! 무혁이라는 놈도 그렇고 킬 라시온 놈들도 그렇고 모두 오만해!”
“흑룡 길드 등이 왜 킬 라시온 놈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는지 알만해!”
최소 백 명 이상으로 이루어진 세 무리의 인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을 욕하고 비난하며 조롱했다.
특히, 그들과 함께 하고자 앞에서 웃는 얼굴로 손바닥을 비벼대며 아부를 하거나, 굽실거렸던 이들일수록 더욱 큰 적개심을 드러냈으며, 그들이 실패하길 원했다.
하지만 킬 라시온 멤버들과 무혁에게는 주변의 말 따위는 들리지도 않았고, 들었다 하더라도 도시를 격파하느라 신경조차 쓰지 않을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강하게 무장되어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다른 무리들보다 무척이나 신이 난 상태였다.
“3등급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아직 4등급 마정이면 충분한 도움이 되니까 한 마리도 놓치면 안 돼!”
“인피니티 소드!”
실비아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노릿한 검기가 몬스터들을 사정없이 베어갔다.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이 쓰러지는 모습에 자극을 받은 레오가 양손에 쥔 두 자루의 단검을 하늘 높이 내던졌다.
“질 수 없지! 플라잉 소드!”
하늘로 내던졌던 두 자루의 단검이 레오의 손끝을 따라서 제 마음대로 허공에서 비행을 하며 몬스터들의 살갗을 찢고, 베며, 뚫어버렸다.
“나도 간다! 사십오연격!”
방적삼은 쾅-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진각을 밟으며 앞으로 몸을 쭉- 내밀고는 손에 쥔 창을 무서운 속도로 내질렀다.
스킬 이름 그대로 쉬지 않고 45차례나 창을 내질러 상대를 찌르는 스킬로, 방적삼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필살의 공격이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한 마리의 몬스터가 벌집이 되어 쓰러지자, 그 옆에 있던 몬스터 역시 십여 차례나 창에 찔리고 쓰러졌다.
그 외에도 미첼은 해머로 몬스터를 때려잡았고, 르케임 또한 귀신 같이 창을 휘둘러 몬스터를 사냥했으며, 아르케니아는 짤막한 지팡이를 손에 쥐고 꽤나 강력한 위력의 마력 스킬을 구사했다.
“구름이도 이제는 제 몫을 하네.”
방구름 역시도 앞장서서 몬스터들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고유 능력이 워낙 높아져서 힘과 속도로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중간 중간에 마력 스킬을 구사하며 제법 그럴싸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기에 무혁은 확실히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내가 나설 필요도 없네.”
수백의 몬스터들을 상대로도 킬 라시온 멤버들이 워낙 잘 싸워주고 있었기에 무혁은 뒤에서 마력 스킬을 사용해 도움을 주기만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킬 라시온의 멤버나 다름없는 통통이는 죽어버린 몬스터들의 몸에서 마정 찌꺼기와 스킬 링을 빠르게 수거하고 있었다.
첫 번째 도시,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까지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빠르게 돌파했다.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마정 찌꺼기를 추출해 낼 수 있는 몬스터가 많을수록 킬 라시온 멤버들의 힘이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길을 선택하고 왕성으로 향하고 있는 무리들은 고작 여덟 명 밖에 되지 않는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활약을 해봐야 얼마나 하겠냐고 무시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들은 세 무리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도시를 격파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강제 사냥이 시작되고 5일 밖에 되지 않았을 때,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아홉 번째 도시에서 몬스터를 사냥했고, 다시 5일이 흘렀을 때에는 열일곱 번째 도시를 격파하며 오히려 더욱더 빨라진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열흘이 흘렀다.
“휘유-! 이제 마지막이네?”
레오가 눈앞에 보이는 36번째 도시를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무려 20일 만에 몬스터 왕이 머물고 있는 왕성과 가장 가까운 36번째 도시 앞에 도착한 것이다.
“정말 여기에는 3등급 몬스터만 나와야 할 텐데…….”
말을 하며 실비아가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3등급이겠지. 설마 여기에서도 4등급 몬스터가 오겠어?”
미첼 또한 조금은 초조한 얼굴로 그렇게 대꾸했다.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모두 같은 생각이라는 듯, 제발 36번째 도시에서는 3등급 몬스터만 나오길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라는 중이었다.
그 말인 즉, 더 이상 그들에게 4등급 마정은 불필요하다는 소리였고, 35개의 도시를 돌파하면서 모두 고유 능력 등급이 3등급으로 올라섰다는 의미였다.
“가보면 알겠지!”
르케임이 가장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그리고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가 한 마음이라도 된 듯 두 팔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3등급 몬스터다!”
“그것도 핵이 있는 놈이야! 그렇지, 무혁아?”
무혁이 그렇다고 대답해주자, 킬 라시온 멤버들이 두 눈을 흉흉하게 번뜩이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천 단위가 훌쩍- 넘어가는 몬스터들을 향해 겁 없이 달려들었다.
“여기서 사냥 끝나고 돌아가면… 오줌 좀 지리겠는데?”
무혁은 벌써부터 강제 사냥이 끝나고 돌아갔을 때, 킬 라시온 멤버들을 상대해야 하는 흑룡 길드와 천인회, 무사시 가문을 떠올리니 낄낄-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