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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22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2화

하이 랭커 (11)

 

백인 남자, 웨이들은 쿠에토가 죽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아주 은밀하게 몸을 뒤로 뺐다.

‘쿠에토 저 괴물이 죽는 날이 올 줄이야!’

누구보다 쿠에토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웨이들이다.

쿠에토가 가지고 있는 포식자의 성장 스킬과 광 그림자 스킬은 헬-라시온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최강의 스킬이라 부를 만했다.

거기에 레드 문이라는 최강의 살인 병기까지 손에 쥐고 있으니 쿠에토를 죽일 수 있는 인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쿠에토가 이름 한 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자에게 죽임을 당했다.

‘괴물 잡는 괴물이라니…….’

웨이들은 혹시라도 자신에게까지 화가 미칠 것을 걱정해서 1초라도 빨리 탈출하는 것이 현명하다 판단했다.

어차피 자신과 쿠에토의 관계는 일방적인 상하 관계였기에 복수 따위는 머릿속에 담아두지도 않았다.

설령, 쿠에토와의 관계가 끈끈하다 하더라도 무혁과 같은 괴물에게 복수심을 갖는다?

‘죽여 달라는 소리지!’

쿠에토에게조차 짓눌려서 살았던 웨이들로서는 깨끗하게 이 모든 것들을 잊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을 뿐이었다.

‘최대한 멀리!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야!’

웨이들은 최대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딜 가?”

은밀하게 아무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던 웨이들의 앞을 한 사내가 막아섰다.

“나는 이번 싸움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봐, 쥐새끼. 우리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여? 어딜 도망가려는 거야?”

웨이들은 어느새 자신의 어깨에 얹혀진 날카로운 칼날에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정말 나는…….”

“변명 따위는 됐고. 당분간은 나랑 좀 같이 있자고. 네가 해야 할 일이 꽤 많을 것 같거든.”

사내, 레오가 웨이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아무래도 빠져나가긴 힘들겠다는 생각에 웨이들은 힘없이 고개를 푹- 떨구고 말았다.

그 사이 무혁은 쿠에토의 표식을 뜯어냈고, 그가 사용하던 레드 문을 손에 들었다.

 

|레드 문 - 2등급|

· 오랜 세월 피를 흡수해온 저주 받은 검이다.

· 주기적으로 피를 흡수시켜야만 위력이 저하되지 않는다.

· 작은 상처에도 강력한 ‘피의 저주’가 깃든다.

· 사용자의 피를 항상 주입해야만 ‘피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

· 강력한 내구력을 자랑하며,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

· 피의 저주.

- 상처 부위 1시간 동안 출혈 증가, 부식 확산.

- 상처 부위 1시간 동안 회복 스킬, 물약 효과.

 

레드 문의 정보를 확인한 무혁은 아쉽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레드 문은 ‘피의 저주’라는 독특한 옵션이 걸려 있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을 순 없었다.

‘내구력이 강하다니 그것도 장점이기는 하지만…….’

다른 일반적인 2등급 이상의 대검들에게서 볼 수 있는 스킬 위력 증가라든지, 파괴력 증가 등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부과 효과가 하나도 없다는 건 오로지 피의 저주에만 기대를 하란 뜻이었으니까.

물론, 피의 저주 옵션 하나만으로도 레드 문은 확실히 다른 무기들보다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건 사실이다.

‘하긴. 무기라는 게 어차피 상대를 죽이기 위한 살상용 도구니까 그 부분에 최적화 되어 있으면 그만이지 뭐.’

무혁은 어쨌든 레드 문이라는 막강한 살인 병기를 손에 넣었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일대일의 대결은 물론이고, 일대다수의 대결에서도 레드 문으로 슥슥- 상처만 입혀놓으면 알아서들 피를 질질- 흘리면서 쓰러지게 생겼으니 이보다 더 좋은 살인 병기를 또 얻을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봐도 좋았다.

무혁은 레드 문을 가볍게 허공에다 휙휙- 휘둘러봤다.

레드 문이 커다란 대검이었기에, 줄곧 사용을 해왔던 블랙 본 장검과는 그 느낌이 확연하게 달랐다.

하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금방 적응을 할 문제였기에 무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몇 차례 레드 문을 휘둘러보던 무혁은 이윽고 남아 있는 흑룡 길드, 무사시 가문, 천인회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꿀꺽!”

무혁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향하자 그들 모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켜가며 그를 바라봤다.

“여기서 그냥 다 모조리 죽여 버릴까?”

무혁의 말에 그들은 두 눈을 부릅뜨며 한 차례 몸을 움찔- 떨었다.

몇몇 이들은 정말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숫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승산이라고는 단 1퍼센트도 없는 싸움이었다.

거기에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두 눈에 살기를 가득 담고 서 있었기에 도망갈 구석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무혁과 킬 라시온에는 정당한 명분까지 있었다.

정정당당한 대결을 원한다면서 뒤로는 쿠에토라는 괴물을 끌어들여 필립을 죽이려고 했으니 이건 변명의 여지도 없는 일이었다.

“레드 문도 얻었으니까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시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어차피 전쟁이 벌어지면 결국은 우리를 향해 칼을 들이댈 놈들이니까 미리 제거하는 것도 귀찮거나 번거롭지 않고.”

마크의 말에 엘리엇 또한 말을 덧붙였다.

이어서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한 마디씩 살기 가득한 어조로 한 마디씩 했다.

그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오늘 일이 저들의 계획대로 이뤄졌다면 킬 라시온이 받았을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한 말들이 아닌 진심으로 눈앞에 있는 흑룡 길드와 무사시 가문, 천인회의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고 싶다는 살의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하면 변명이나 항변이라도 해보겠지만, 그들로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가만히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빤히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무혁이 의외의 말을 꺼냈다.

“그냥 보내죠.”

무혁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이 눈을 찌푸렸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세 집단의 사람들은 희망의 빛을 본 것 마냥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무혁을 바라봤다.

“내 말을 못 들었어? 어차피 저들은 결국 우리에게 칼을 겨누게 될 거라니까.”

엘리엇의 말에 무혁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누님 말이 맞아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저들을 다 죽여 버리면 결국은 더 상황이 악화될 뿐이죠. 막말로 우리가 흑룡 길드, 무사시 가문, 천인회를 모조리 몰살 시키겠다는 공포만 확산시키는 것 아니겠어요? 어차피 저들도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행동한 것뿐이잖아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니까 더 죽여야지! 저 빡대가리 새끼들을 여기서 살려둬 봐야 또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멍청하게 은혜도 모르고 우리한테 덤벼들 것 아냐?”

실비아의 말에 무혁은 그녀가 아닌 세 집단의 사람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때는 더 철저하게 죽이면 그만이야. 얼마든지 덤비라고 해. 모조리 죽여 버릴 테니까. 최소한 생각이라는 게 있다면 저들도 알 거야. 이 싸움은 자신들이 아닌 멍청한 수뇌부들이 만들어 낸 그들만의 싸움이라는 걸.”

무혁은 경고를 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끼어들 싸움이 아니라고.

물론, 한 집단에 소속된 이상 상부의 지시에 불복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된 다는 건 무혁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말을 일부러 꺼내는 이유는 저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무의미한 살인을 더 이상은 하고 싶지가 않았다.

어차피 세 집단의 대가리만 잡으면 끝날 싸움이었다.

저들도 그렇기 때문에 필립을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킬 라시온과 세 집단의 성향이 다른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무혁으로서는 수뇌부만 깨끗하게 정리하면 세 집단은 알아서 와해될 것이라고 믿었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저들을 살려두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더 이득이기도 했다.

무작정 저들을 죽여 공포심과 반발심을 심어 주는 것보다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 낫다고 여기는 무혁이었다.

무혁 나름대로 큰 그림을 그려가며 이런 결정을 내렸고, 다행스럽게도 마크가 그 점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듯 동조를 해주었다.

“젠장! 이건 아니라니까! 저것들 다 죽여야 한다니까!”

“이번에는 나도 실비아의 의견에 찬성이야. 자고로 후환은 남겨두지 않는다고 했어.”

방적삼이 실비아와 함께 가장 격렬하게 반대를 했지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아르케니아, 미첼, 엘리엇 등으로 인해 결국 세 집단의 하수인들은 극적으로 살아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뒤늦게 이 모든 사실을 전해들은 필립이 무혁의 결정을 칭찬해주었다.

“무혁아. 네가 잘 판단한 거야. 거기서 그들을 죽였다면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었을 거다. 어쨌든 고생했다. 네 덕분에 이 싸움에서 흘릴 피가 조금은 더 줄어들었으니까.”

필립의 말에 무혁이 물었다.

“놈들을 잡아야죠?”

“당연하지.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잡아야지. 이제부터 흑룡 길드, 무사시 가문, 천인회는 헬-라시온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게 만들어야지. 그 만한 각오도 없이 나를 잡으려고 하진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발뺌을 하면 어떻게 하죠? 죽은 놈들을 방패막이로 삼아서 독단적으로 한 일이라면서 한 발 물러날 수도 있잖아요?”

무혁의 물음에 필립이 무슨 걱정이냐는 듯 대답했다.

“이번에 죽은 놈들 모두 고위 간부들이야. 그런 놈들이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 하더라도 그 책임은 확실하게 져야지. 그게 싫으면 스스로 조직을 와해하던가.”

개인과 집단의 차이, 그리고 한 단체를 이끄는 이들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말하는 필립이었다.

“아예 자신들은 쿠에토를 고용한 적도 없다고 하면요?”

무혁의 물음에 그건 더욱더 걱정할 것 없다는 듯 레오가 끼어들었다.

“쿠에토를 고용했다는 걸 증명해줄 사람이 있으니까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레오는 웨이들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좋아, 그럼 놈들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전에 선전포고부터 제대로 해보자.”

필립은 먼저 움직이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걸 알기에 곧장 움직였다.

 

#

 

킬 라시온의 선전포고는 헬-라시온을 들썩이게 만들 정도의 파장을 일으켰다.

더욱이 상대가 한 곳도 아닌 무려 세 곳이었으니 사람들의 놀람은 더욱더 클 수밖에 없었다.

선전포고의 대상은 누구나 예상이 가능했다.

이미 몇 차례나 언급이 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세 집단, 흑룡 길드, 무사시 가문, 천인회였으니까.

이들 세 집단은 규모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거대 길드와 가문이라고 평가를 받을 만했기에, 킬 라시온이 한 곳도 아닌 세 곳을 상대로 동시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건 누가 생각하더라도 만용이요, 객기에 불과했다.

“필립이 미친 거지!”

“그 새끼 언제고 한 번 사고 칠 줄 알았다니까! 제 잘난 맛에 사는 놈이니 이번에 제대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흑룡 길드도 그렇고 무사시 가문하고 천인회까지… 허허!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예전에 필립이 그들에게 경고를 했을 때에도 참았잖아? 이번에는 절대 안 참겠지?”

“당연하지! 여기서 더 참으면 그땐 길드 자체가 엉망이 되어버릴 걸? 어쩌면 필립이 그 점을 노렸을 수도 있겠네.”

“뭐가 됐든, 이번 기회에 킬 라시온 그 싸가지 없는 것들이 완전히 망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그리고 필립과 킬 라시온에 대한 앙금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들은 하나 같이 그들을 비난하고 욕하며 망하길 바랐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누가 봐도 필립이 미친 짓을 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아는 이들은 생각이 달랐다.

“들었어? 킬 라시온에 새로운 신입 중에 필립과 동등한 실력자가 있다던데?”

“쉬쉬하는 소문에 의하면 그 신입이 쿠에토를 잡았다던데?”

“맙소사! 쿠에토라니!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그 미치광이를 잡았다는 거야?”

“필립 하나만 하더라도 골치가 아플 텐데, 비슷한 실력자가 하나 더 있다니… 어쩌면 흑룡 길드 등이 무너지는 거 아냐?”

“필립은 어디서 하이 랭커를 데리고 온 걸까? 이번에 킬 라시온이 흑룡 길드 등을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하면… 거대 길드가 되고 도시 길드가 되는 건 시간문제 아니겠어?”

무혁이 쿠에토를 죽였다는 소문은 생각보다 많이 퍼져나가지 않았다.

목격자가 한정적인데다가 흑룡 길드 등에서 철저하게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야 간단했다.

조금이라도 킬 라시온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었으니까.

필립은 그렇지 않아도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나름 도움을 주고받는 이들도 많다.

선전포고 소식이 퍼지자마자 필립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몰려갈 것이 뻔한데, 쿠에토를 잡은 새로운 하이 랭커에 대한 소식까지 퍼지면 승산이 높다 여겨 더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겠다고 달려들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흑룡 길드 등에서 막으려고 해도 소문이라는 건 언제나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연기처럼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쿠에토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하이 랭커의 등장은 순식간에 헬-라시온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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