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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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6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63화
반격의 서막 (6)
“불청객인 저희까지 이렇게 기꺼이 자리에 참석하게끔 해주셔서 감사해요.”
로페시 아델리오의 음색은 기본적으로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하면서도 또렷하게 들렸다.
무혁은 이런 음색이야 말로 고혹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오늘의 초대에 대한 보답을 제대로 하고 싶어요.”
좋다고 한다면 트레이닝이 끝나고 나서 곧바로 초대장을 보낼 것만 같았기에 무혁은 그저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응하겠다고만 대답했다.
“꼭 한 번 시간을 내주셨으면 좋겠네요.”
로페시 아델리오 역시 무혁이 정중하게 사양한 것을 알고는 치근덕거리지 않고 그렇게만 대꾸했다.
무혁은 설마하니 도시 길드 중 한 곳인 아델리오 길드의 수장이 여자일 줄은 몰랐다.
뒤늦게 르케임에게 살짝- 들은 사실이지만, 로페시 아델리오는 헬-라시온 최강의 여성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이야 킬 라시온의 여성 멤버들 덕분에 그 순위가 밑으로 하락하고 말았겠지만.
어쨌든 여자의 몸으로 최강의 반열에 오르고, 길드를 헬-라시온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도시 길드로 이끌었다는 점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로페시 아델리오를 바라보는 무혁의 시선이 다른 때와는 조금 달랐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세계적으로 굉장히 성공한 여성을 보는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도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남자도 힘든 일을 여자의 몸으로 해냈으니 무혁으로서는 감히 그 과정들이 어떠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대충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로페시 아델리오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 자신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그 목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마족은 정말 저희 인간들이 죽일 수 있는 존재인가요?”
무혁이 마족을 죽였다는 소문을 불신하거나, 그의 실력을 의심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근본적인 문제, 과연 인간이 마족을 상대할 수 있느냐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초월적인 존재가 된다면 대등하게 싸워볼 수 있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아무리 로페시 아델리오의 첫 이미지가 좋다 하더라도 헬-라시온에 결코 공개되지 않은 초특급 비밀을 함부로 알려줄 수는 없었다.
“쉽지는 않다… 결국, 인간이라도 마족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 거군요.”
로페시 아델리오 역시 보통은 아니었다.
이미 자신이 어떠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걸 상대가 눈치 챘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술잔만 기울였다.
“킬 라시온의 길드 설립 목적은 필립 님께 여러 차례 들어서 잘 알고 있어요. 저 역시 상당부분 지지하고 응원하는 입장이고요. 그래서 언제고 킬 라시온이 제대로 사고 한 번 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그 시기가 좋지 않다고 여길 뿐이죠.”
마족을 죽인 일, 그것을 로페시 아델리오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다.
무혁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킬 라시온은 안팎으로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게 제가 아쉬워하는 부분이죠.”
“마족들에게 빌붙는 놈들을 말하는 겁니까?”
무혁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로페시 아델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로서는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일이라고 여길 거예요. 그리고 킬 라시온으로 인해서 자신들의 목숨마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원망하고 있을 것이고요.”
“원망이라…….”
무혁이 보란 듯이 비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깟 원망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다만, 화가 날 뿐이었다.
“그들이 누구입니까?”
무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들을 죽이려고요?”
“힘을 모아달라고는 하지 않더라도 깽판을 치지 말아야 할 것 아닙니까? 뒤에서 내분을 조장하고 제 동족을 팔아먹는 그런 놈들이라면 죽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과격하시군요.”
“물러 터진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반발이 커질 거예요. 그리고 킬 라시온이 본격적으로 헬-라시온을 지배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겠죠. 그들의 입장에서는, 마족이나 킬 라시온이나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의 위에 앉아서 제 멋대로 주무르려고 하는 똑같은 존재로 인식할 테니까요.”
“그게 어떻게 똑같다는 겁니까!”
무혁이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마족과 킬 라시온을 똑같이 본다는 건 결코 듣고 있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럼 모든 이들을 품에 안고 가실 수 있나요? 마족들로부터 그들 모두를 보호하실 수 있나요?”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합니까? 아니, 내게 보호를 바라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것 아닙니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로페시 아델리오가 쓰게 웃었다.
“모든 역사를 통틀어 본다 하더라도 전쟁이 나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전쟁에 휘말린 국민들이죠. 킬 라시온이 마족들과 싸움을 벌인다면, 마족들은 그 분풀이를 어디에 할 거라고 생각하죠?”
“그럼 그 피해를 피하고자 이대로 계속해서 마족들의 통제 아래,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겁니까?”
“아뇨. 힘을 합쳐야죠.”
“결국, 마족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겁니까?”
“맞아요. 킬 라시온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마족을 상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니까요. 이왕 시작할 거라면 더 많은 동료와 함께 대항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말만 들어보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초월적 존재가 되기 위한 방법은 하나 밖에 없었다.
마족의 영혼을 흡수해야 하는데 그걸 일일이 무혁이 담당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 싸움은 머릿수로 밀어 붙여서 될 싸움이 아니야.’
지금 로페시 아델리오는 일반적인 전쟁을 예로 들어서 무혁을 설득하려고 했을 뿐이다.
틀렸다.
마족과의 싸움은 정말 강한 존재 몇 명만으로도 쉽게 그 끝을 볼 수 있었다.
간단하게 고블린 수천, 수만 마리가 힘을 합친다고 무혁을 이길 수 있던가?
절대 아니다.
무혁이 생각하는 마족과의 싸움이 바로 그러했다.
로페시 아델리오가 말한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가며 마족들과 싸우기엔 시간도 부족했고, 능력도 없었다.
막말로 그런 피해를 생각하면서까지 마족들과 싸울 생각이었다면 아주 오랜 시간 천천히 준비를 했어야만 했다.
문제는 과연 그렇게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피해는 여전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피해가 발생하는 건 마찬가지인 상황이었기에 무혁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마족들을 잡는 것뿐이었다.
‘마족 놈들도 정신 못 차리게 몰아붙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겠지.’
그리고 마족들이 과연 자신들을 잡겠다고 아무 관계없는 인간들마저 죽이려고 할까?
인간 사회에서나 보이던 전쟁의 모습이 재현될지도 미지수였다.
‘어쩌면 자존심 강한 마족들이니 그런 치졸한 수를 쓰지 않을 수도 있고.’
가장 바라는 바다.
자신들에게 타격을 가한 존재만을 눈이 벌게져서 찾아다니는 것.
무혁과 킬 라시온이 가장 원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무혁은 로페시 아델리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료 좋습니다. 하지만, 킬 라시온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마족과의 싸움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해서 좋을 건 없다고 봅니다.”
딱! 잘라서 무혁은 동료가 되어 주겠다는 로페시 아델리오의 제안을 거절했다.
무혁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냉정한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로페시 아델리오가 잠시 침묵하다가 폭탄선언과도 같은 말을 내뱉었다.
“내가 아델리오 길드를 해산하고 당신에게 간다면 동료로 받아줄 수 있나요?”
“…예?”
무혁은 물론, 값비싼 와인을 음미하던 헨리마저 얼마나 놀랐는지 와인 잔을 그대로 떨어트리고 말았다.
#
모든 포지션 트레이닝이 끝이 났다.
사냥꾼 포지션 트레이닝에서는 자축 파티를 했던 것처럼 1위부터 4위까지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순위를 집어 삼켰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다.
그 보상이 얼마나 컸던지, 스킬 숙련도 알약이 아닌 스킬 등급 상승 알약 102개와 20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 2개를 건네주는 헬락시스가 말까지 더듬거렸을 정도였다.
무혁 외에도 르케임, 실비아, 미첼 역시도 도합 3,448퍼센트의 스킬 숙련도 알약을 보상으로 받았다.
“약탈자 포지션 중에서 지금까지 나만큼 많은 보상을 받은 인간은 아마 없을 거야? 핫핫핫!”
“대신 마크 형님이 랭킹을 포기해야 했다면서요?”
“그, 그거야 대, 대의를 위한 거룩한 희생이었고.”
방적삼은 약탈자 포지션 트레이닝에서 랭킹 1위를 손에 넣음으로써 25개의 스킬 등급 상승 알약과 6개의 10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을 보상으로 받아냈다.
레오 역시 랭킹 2위를 마크하며 604퍼센트의 스킬 숙련도 알약을 얻었다.
아쉽게도 마크는 방적삼을 돕느라 랭킹에서 완전히 제외되고 말았다.
탐험가 포지션 트레이닝에서는 엘리엇과 필립이 각각 랭킹 1, 2위를 차지했지만, 애초부터 높은 구역에서 트레이닝을 해야만 했기에 보상이라고 해봐야 두 사람이 합쳐서 고작 358퍼센트의 스킬 숙련도 알약을 확보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디언 포지션 트레이닝의 결과는…….
“죄송합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방구름이 멤버들 모두에게 사과를 했다.
“아니야, 괜찮아. 들어보니까 쉽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아르케니아가 1위를 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니까 구름에 네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야.”
필립이 방구름의 어깨를 다독이며 그렇게 위로했다.
“처음부터 구름이와 함께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다면 나도 랭킹 1위를 하진 못했을 거예요.”
아르케니아 역시 자신이 랭킹 1위를 하는데 방구름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는 걸 멤버들에게 확실하게 알려뒀다.
그렇게 가디언 포지션 트레이닝에서는 아르케니아만이 겨우 근소한 차이로 랭킹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랭킹 2위를 노렸던 방구름은 랭킹 밖으로 아예 밀려나버림으로써 목표했던 결과치의 반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아르케니아가 얻은 2,560퍼센트에 달하는 스킬 숙련도 알약까지 더해서 이번 포지션 트레이닝을 통해 킬 라시온 전체가 획득한 결과물은 다음과 같았다.
스킬 등급 상승 알약 130개.
50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 20개.
30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 50개.
20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 100개.
10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 224개.
8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 3개.
4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 1개.
2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 1개.
이 외에도 랭킹에 들지 못했지만, 마크와 방구름이 각각 포지션 트레이닝 성공 보수로 스킬 숙련도 알약을 받았으나 그것들은 따로 포함하지 않았다.
“자, 그럼 모두 필요한 수량을 말해봐.”
비록, 계획했던 것만큼 100퍼센트의 결과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포지션 트레이닝을 통해서 확보한 스킬 숙련도 알약의 수량은 킬 라시온 멤버들의 모든 스킬을 1등급으로 올리기에 충분했다.
“아저씨! 무슨 이따위 쓰레기 같은 스킬까지 1등급으로 올리려는 거야? 주력 스킬 위주로! 그리고 양심적으로 정말 필요하다 싶은 스킬만 올려야 할 것 아냐? 그런 쓰레기 같은 스킬까지 1등급으로 올리려면 부족하다고!”
“그, 그래도 내가 이번에 랭킹 1위를 하면서 받은 보상이 얼만데…….”
“그럼 무혁이는? 지금 억울하다는 말이 나와? 하! 열 받네! 지금까지 아저씨가 우리 길드에 제대로 보탬이 된 게 뭐가 있어? 이제 조금 보탬이 되려고 하니까 그게 아까워?”
“아, 아니 난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실비아에게 융단폭격 급의 핀잔을 들으며 쩔쩔- 매는 방적삼이었다.
그 사이 무혁은 자신의 스킬들이 등급이 올라가는 알림을 연속적으로 듣고 있었다.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의 등급이 1등급으로 상승합니다.]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의 등급이 1등급으로 상승합니다.]
[파멸, 스킬의 등급이 1등급으로 상승합니다.]
[호신, 스킬의 등급이 1등급으로 상승합니다.]
[회피, 스킬의 등급이 1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반격, 스킬의 등급이 1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은신, 스킬의 등급이 1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1등급으로 상승하는 스킬들을 바라보며 무혁은 또 한 번 자신이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렇게 강해지고 있는 무혁을 향해 새로운 위험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