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61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6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61화
반격의 서막 (4)
포지션 트레이닝 [사냥꾼 랭킹]
1. 혁 K [208]
2. 르케임 K [171]
3. 실비아 K [164]
4. 미첼 K [160]
5. 마르윈 K [76]
6. 아델리오 K [72]
“이 정도면 안정권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르케임의 물음에 실비아와 미첼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포지션 트레이닝이 끝나려면 5일이나 더 남았지만, 사실상 계획했던 것처럼 1위부터 4위까지의 랭킹을 마크하는 것은 8부 능선 정도를 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마르윈과 아델리오가 아무리 쿠페오라 사냥에 능숙해졌다고 하더라도 남은 5일 동안 100마리 가까이 사냥하기는 불가능 하겠죠.”
무혁의 말에 르케임 또한 같은 생각이라는 듯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하면, 현재 4위인 미첼이 여유 있게 20마리 정도만 사냥하면 거의 확정적이라고 봐야겠네. 딱 180킬만 만들면 되겠어.”
“그럼 20마리만 잡고 놀자고?”
실비아의 말에 르케임이 뭘 또 그렇게 받아 들이냐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말이 그렇다는 거야. 말이.”
“여유고 뭐고 그냥 지금처럼 남은 5일도 사냥하면 되는 거지 뭘 그렇게 재고 따지는 거야? 하여간, 사내새끼가 쪼잔하다니까.”
실비아의 타박에 르케임이 욱- 해서 또 다시 투덕거렸다.
그 동안 무혁은 한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요? 뭐라도 있어요?”
곁에 붙어 앉은 미첼은 무혁이 한곳만 너무 오래 쳐다보고 있자, 의문스러운 눈으로 그렇게 물었다.
“자꾸만 따라다니는 놈이 있어서.”
“따라다닌다고요?”
“뭐?”
“누가 우릴 따라다녔다고?”
미첼은 물론, 투덕거리던 실비아와 르케임까지도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며 무혁의 눈동자가 향하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것도 없는데…….”
르케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실비아가 검을 뽑아들었다.
“이 빡대가리 새끼야. 그게 보였으면 우리가 몰랐겠어? 생각 좀 하고 말을 해라! 그리고 너 이 쥐새끼! 뒈지고 싶은 거지?”
그렇게 말을 마친 실비아가 대뜸 검을 휘둘렀다.
검 끝에서 노릿한 검기가 마구잡이로 날아갔다.
퍽퍽퍽퍽퍽퍽퍽퍽!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 검기가 사정없이 박혀들면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나왔구나! 쥐새끼!”
실비아의 눈매가 매섭게 좁혀졌고, 미첼과 르케임 또한 어느새 좌우로 움직여서, 먼지 구름 속에서 대형 사각 방패 뒤에 몸을 가리고 있는 자를 완벽하게 포위해버렸다.
“소문대로 성격 한 번 화끈한 아가씨일세.”
대형 사각 방패 뒤에 몸을 가리고 있던 남자가 웅크렸던 몸을 펴며, 늦었지만 나름 당당한 자세로 제 모습을 드러냈다.
단정한 금발 머리에 상당히 신사적으로 생긴 외모의 남자는 중세시대의 영화에서나 볼법한 순백색의 기사단의 복장을 그대로 착용하고 있었다.
“아델리오?”
르케임이 가장 먼저 남자의 정체, 아니 그의 소속을 알아봤다.
헬-라시온에서 티끌하나 묻지 않은 순백색의 기사단 복장을 고수하는 길드는 아델리오 길드가 유일했기에 몰라볼 수가 없었다.
남자는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었음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렇게 처음 만남을 갖게 되어서 유감이지만, 어쨌든 정식으로 인사를 하지. 아델리오 길드의 헨리라고 하네.”
“헨리 아르망?”
미첼의 되물음에 헨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내가 헨리 아르망이네.”
아델리오 길드의 핵심 간부 중 한 명으로 서열로 따지자면 대략 5위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었다.
하이 랭커까지는 아니지만, 준 하이 랭커의 실력자로 실제로도 지구에서 귀족이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 품행과 매너가 좋은 인물로 유명했다.
그래서인지 미행을 하다 들켰다는 점이 헨리로 하여금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2시간 정도 되었나?”
무혁의 물음에 헨리의 눈가가 아주 찰나의 순간 가볍게 좁혔다가 되돌아왔다.
“처음부터 내가 뒤를 따라다녔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건가? 흐음… 이거 참.”
부끄러움 때문인지, 무혁의 실력에 대한 감탄인지 헨리가 허탈하게 웃었다.
“왜 우리를 미행했죠?”
“그것보다도 포위는 좀 풀어주지 않겠나? 내 정체도 밝혔는데…….”
설마하니 자신이 도망을 가거나 하겠냐는 듯 헨리가 그렇게 말끝을 흐리자 실비아 등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포위를 풀었다.
“고맙네.”
헨리 역시 결코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대형 사각 방패는 물론,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까지도 공간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준 하이 랭커인 헨리가 제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하더라도 어느 누구 한 명 털끝하나 건드릴 수가 없었으니, 먼저 무장을 해제함으로써 오로지 대화만으로 지금의 오해를 풀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우선 미행을 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겠네. 미안하네.”
헨리가 무혁뿐만 아니라 킬 라시온 멤버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비굴하지도 않은 그의 행동에 무혁은 저런 점은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왜 우리를 미행한 겁니까?”
헨리의 정식 사과에 감정이 살짝- 풀린 무혁이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그렇게 물었다.
“우리 마스터께서 궁금해 하시더군. 도대체 킬 라시온이 어떤 식으로 쿠페오라를 사냥하는지 말일세.”
“단순히 그게 궁금해서?”
“그것도 그렇고 가능하다면 목적이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라더군.”
“목적?”
“스킬 숙련도 알약을 대량으로 확보하려는 진짜 목적 말일세.”
헨리의 말에 무혁이 피식- 웃었다.
“혹시라도 우리가 헬-라시온을 장악이라도 할까봐 걱정 하는 겁니까?”
무혁의 물음에 헨리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 부분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나? 솔직히 현재 헬-라시온에서 킬 라시온만큼 위험한 곳도 없으니 말이야. 우리 아델리오 길드가 헬-라시온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니 미연의 사태에 대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네.”
헨리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실비아가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툭- 내뱉었다.
“그렇게 말하니까 우리가 악당이라도 된 것 같네.”
“킬 라시온을 악당들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연코 없었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폭군 정도는 될 수 있다고 판단할 뿐이지만.”
폭군이라는 말에 실비아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헨리를 쳐다봤고, 미첼과 르케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헨리의 말을 마냥 부정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킬 라시온이 폭군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폭군이 될 것 같습니까?”
무혁의 물음에 헨리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고작 2시간 미행을 하고 어떻게 알겠나? 하지만, 필립이라는 인물을 오래 봐온 만큼 허튼 야망 따위를 꿈꿀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네. 다만…….”
헨리가 말을 잇지 않고 무혁을 빤히 바라봤다.
“내가 변수라는 겁니까?”
“솔직하게 말해서 자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어서 말일세.”
따지고 보면 무혁으로 인해서 킬 라시온이 급변한 건 사실이었다.
필립이 제 아무리 이리저리 뛰어도 킬 라시온의 한계는 명확했다. 그러던 킬 라시온에 무혁이 합류하면서 비상식적인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으니 헨리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 길드들 역시도 무혁을 주요인물로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무혁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파격적이고도 과격했던 행보들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골칫덩어리로 여길 만했다.
“여기서 내가 진심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믿어줄 겁니까?”
“진심을 다해서 경청을 하도록 하겠네.”
믿어 줄 테니 한 번 말해보라는 식으로, 제 솔직한 심정을 숨겨가며 자신을 기만하지는 않았기에 무혁은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헬-라시온에서 권력 따위에 욕심을 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기존의 도시 길드 그 어느 곳의 본거지를 빼앗을 생각도 없으며, 그들의 세력을 약화시킬 생각도 없죠. 이게 내 진심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자네가 가지고 있는 힘만 하더라도 충분한 것 아닌가?”
최강자라는 타이틀에 가장 근접해있는 만큼 무혁이 더 큰 힘을 얻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헨리였다.
이는 가진 것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기득권들이라면 누구나가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무혁이 더욱더 강해지는 것을 곱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바로 현재의 기득권들이었기에 무혁 역시 차차 자신들처럼 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무혁은 일전에 필립에게서 충분히 들었었다.
지금이야 킬 라시온이 욕심이 없다는 듯 가만히 있지만, 언제고 돌변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항상 껴안고 있는 자들이 바로 기존의 기득세력들이기에, 그들의 지나친 관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했었다.
무혁은 헨리가 그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자 설핏 웃음이 나왔다.
“왜 웃는 건가?”
“그럼 내가 그쪽들을 위해서 더 이상 힘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겁니까? 아니면, 그쪽들이 나보다 더 강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뒤에 힘을 다시 가지라는 겁니까?”
“그건…….”
헨리가 곧바로 말을 하지 못하며 입을 다물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으니까.
누군가 자신에게 넌 충분히 강하니까 더 이상 강해지지 말라고 한다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신이 생각을 해봐도 말도 안 되는 억지였기에 헨리로서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붉어진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는 헨리의 모습에 무혁은 최소한 그는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는 아는 사람 같다고 여겼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기존의 기득 세력들의 권력에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뭐, 무조건 우리를 믿고 안심을 하라고 한다면 미친 소리로 들리겠죠. 그러니 우리를 밀착 감시하든 뭘 하든 그것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 싶으면 그때는 가차 없이 케일테자만과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당사자는 죽이고, 그가 속해 있던 곳은 와해시켜버린다.
무혁의 경고이자 협박이었다.
헨리는 무시무시한 무혁의 경고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분노나 두려움 따위의 감정은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도 차분하고 냉정했다.
자신의 말에 발끈할 것이라고 여겼던 헨리가 의외의 모습을 보이자 무혁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겼다.
여기서 발끈해서 돌아간다면 제 감정까지 섞은 말을 멋대로 내뱉을 것이고, 그렇다면 무혁이 본래 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식으로 전달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어쨌든 나는 할 말을 다 했으니 판단은 돌아가서 그쪽 마스터와…….”
“혹시 자네는 마족에게 대항을 할 생각인가?”
헨리가 한층 무거워진 음성으로 그렇게 물어왔다.
내심 놀랐지만, 무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꾸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런 식으로 날 엮어서 마족들에게 날 밀고라도 할 생각입니까?”
자력으로는 안 되니 마족의 힘을 빌려서 자신을 제거하려는 것이냐는 무혁의 비웃음 가득한 말과 표정에 헨리가 오해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네. 물론, 내가 알기로 자네를 그런 식으로 마족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주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고 알고 있네.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나와 우리 마스터 그리고 아델리오 길드는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마족들과는 손을 잡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네.”
헨리의 말에 무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일전에 필립이 혹시라도 마족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물론, 확실하지 않은 일이었고, 단순한 가정일 뿐이라고 필립이 재차 강조하기는 했었고, 무혁 또한 설마하니 같은 인간들끼리 아무리 반목을 하더라도 마족에게 동족을 팔아넘길까 싶었었다.
그런데 헨리의 말을 통해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하자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하여간 어딜 가나 친일파 같은 쓰레기들이 있다는 거군!’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인간이 아닌 마족에게 빌붙어서 동족을 팔아넘긴다?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마족들과의 싸움을 위해서라도 용서해선 안 되는 족속들이었다.
‘트레이닝이 끝나면 그 쓰레기들부터 확실하게 처리해야겠어.’
자신을 미친 살인마라 부르건, 피에 굶주린 괴물이라 부르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무혁은 마족과 손을 잡으려고 했던 놈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놈들만큼은 모조리 찾아내서 깨끗하게 처리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혹시 내 말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자신의 말이 끝나고 무혁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도 싸늘하게 변하며 살기까지 뿌려대자 헨리가 살짝- 움츠러든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무혁은 대답대신 고개만 저었다.
마음 같아서는 마족의 손을 잡으려고 했던 놈들이 누구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간단한 질문만으로도 자신의 계획이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꾹꾹- 참아야만 했다.
“그런데 내가 왜 마족에게 대항할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소문을 믿으니까 그렇네.”
“소문?”
“자네가 지난 강제 사냥에서 마족을 죽였다는 소문을 나와 우리 마스터는 믿고 있네. 그래서 확인하고 싶었네.”
“뭘 확인한다는 겁니까?”
“자네가 우리의 구세주가 될 수 있는지를.”
“…구세주?”
무혁은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싶어서 헨리를 멍하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