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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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7화
알라바바 (3)
“근 1년 만인가?”
무혁은 3층짜리 목조 건물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대략 1년 만에 찾은 곳이었지만, 외부의 모습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오랜만에 쓰니까 좀 답답하네.”
무혁은 공간 주머니 한 곳에 처박아 두었던 타이거 마스크를 손으로 이리저리 만지고 나서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1층 접수대에는 언제나처럼 거래하기 위한 사람들이 제 모습을 감춘 차림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혁 역시 느긋하게 한쪽에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려고 했다.
“…티엠 님?”
굴곡진 멋진 몸매에 매끈하고 뽀얀 허벅지가 언제나처럼 시선을 강탈하는 여자, 빙빙이 1층 접수대를 내려왔다가 무혁을 발견하고는 그렇게 물어왔다.
“오랜만입니다.”
“예,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빙빙이 거래를 하기 위해서 왔느냐 물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곧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무혁으로서는 기다릴 시간을 덜어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빙빙은 1층 접수대로 들어가 무언가를 지시하고 나서 무혁을 안내했다.
1층 접수대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무혁을 바라봤고, 그런 그들의 시선에 그는 더욱더 어깨를 펴며 빙빙을 따라서 계단을 올라갔다.
2층을 지나 3층에 오른 무혁은 예전에 거래를 했던 같은 장소로 안내를 받았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지부장님께서 오실 겁니다.”
차 한 잔을 따라주고 빙빙이 방을 나갔고, 3분도 지나지 않아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겠습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알라바바 록펠 지부장인 섭허룬이 방으로 들어섰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티엠 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무혁은 섭허룬과 대화를 시작했다.
“작년 3월에 뵙고 처음이네요.”
얼음 구슬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찾았던 때가 마지막 거래였다.
그때 자신의 정보를 혹시라도 섭허룬이 연금술회에 팔아넘기지 않을까 싶어서 발길을 끊었었으니까.
“오랜 만에 오신 만큼 지난번처럼 큰 거래일 듯 싶은데… 어떤 거래를 하러 오셨습니까?”
자질구레한 근황 토크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무혁은 의외로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섭허룬의 모습에 시간 절약 되어 좋다며 방문 목적을 밝혔다.
“사람을 한 명 찾고 있습니다.”
“사람 말입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나왔기 때문인지, 섭허룬의 표정이 썩- 밝지가 않았다.
“사람 찾는 건 하지 못하는 겁니까?”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인물이라면 조금은 쉽겠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을 인상착의만으로 찾는다는 건… 솔직히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지지부진한 일입니다.”
한 마디로 원하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이서준입니다.”
“이서준이라면… 혹시 패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습니다.”
패검 이서준이라면 나름 유명한 인물이다.
준 하이 랭커였고, 스스로를 과시하길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어디서든 그 존재감을 돋보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섭허룬 또한 찾는 사람이 생각보다 유명한 사람이었고, 찾기에도 수월한 편이었기에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빠르면 하루 이틀 안으로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 이틀이면 되는 겁니까?”
무혁이 살짝- 놀라서 되묻자 섭허룬이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패검 이서준이 거주 구역 내에 머물고 있다면 정확한 위치까지도 알려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냥을 떠났다면 대략적인 위치와 그의 목적지 정도만 알려드릴 수가 있습니다. 의뢰를 하시겠습니까?”
무혁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의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착수금은 골드 보석 하나입니다.”
더불어 하루가 지날 때마다 마찬가지로 골드 보석 하나가 추가 비용으로 발생한다는 섭허룬의 말에 무혁은 역시 사람 찾는 일이 비싸다 여기면서도 골드 보석 5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틀 안으로 이서준의 위치를 알아내면 이걸 모두 의뢰비용으로 드리겠습니다.”
본래 의뢰비용의 두 배가 넘는 금액에도 섭허룬은 딱히 놀라거나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대답을 할 뿐이었다.
흑룡 길드 등을 무너트리고, 연금술회까지 강제 해체를 시키면서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돈에 대한 아쉬움을 갖지 않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돈을 전리품으로 얻은 것이다.
오죽했으면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1등급 무기와 방어구로 온 몸을 치장했을까?
그만큼 거대 길드 세 곳과 돈이 썩어 넘친다는 연금술회를 집어 삼킨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리고 혹시 최상위 스킬 링과 스킬 숙련도 알약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최상위 스킬 링이라면 골드 보석 20개 이상의 스킬 링을 말한다.
포인트로 환산하면 천만 포인트였지만, 이 정도의 스킬 링이라면 가격보다는 오히려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값어치가 높아 거래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 스킬 숙련도 알약은 그때그때 시세가 변할 정도로 비싼 가격이었지만, 이따금씩 소량으로 거래가 되기도 했기에 무혁으로서는 구입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많은 수량을 구입할 생각이었다.
알라바바와 같은 거대 상단이라면 최상위 스킬 링과 스킬 숙련도 알약을 어느 정도는 보유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섭허룬이 곧바로 고개부터 저었다.
“스킬 숙련도 알약은 현재로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쉽게도 스킬 숙련도 알약은 시세보다도 웃돈을 얹어 준다 하더라도 구할 수가 없을 정도로 물량이 씨가 마른 상태였다.
조만간 포지션 트레이닝이 시작되니, 이후 일정 수량이 시중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 역시 미리 거래를 예약해둔 이들이 있었기에 정 원한다면 내년에나 거래가 가능하다는 섭허룬의 추가 설명에 무혁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됐습니다. 최상위 스킬 링도 없습니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무혁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섭허룬이었다.
“원하는 종류가 있으십니까?”
원하는 종류를 말할 정도면 최상위 스킬이 어느 정도는 있다는 뜻.
무혁은 반색하며 곧바로 대답했다.
“최상위 스킬 링이라면 아무것이라도 다 좋습니다.”
무혁의 말에 섭허룬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다시 방문을 해주신다면 판매 가능한 스킬 링 목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내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무혁은 밖으로 나왔고, 하루를 록펠 마을에서 머물렀다.
다음날, 무혁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섭허룬을 찾아갔다.
“우선 점심 식사부터 준비하겠습니다.”
점심시간에 맞춰서 방문했기 때문인지 빙빙은 이전처럼 산해진미로 가득 채운 식사를 마련해주었다.
양껏 먹으며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고 있을 때, 섭허룬이 모습을 드러냈다.
“식사는 맛있게 잘 하셨습니까?”
“덕분에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섭허룬은 그렇다면 다행이라는 듯 한 장의 서류를 무혁에게 내밀었다.
“저희 알라바바에서 티엠 님께 판매할 수 있는 최상위 스킬 링 목록입니다.”
무혁은 곧바로 서류 목록을 살펴봤다.
‘아차, 1회성 스킬 링은 필요 없다고 했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서류 목록에는 1회성 스킬 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텔레포트 스킬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스킬들이 목록에 적혀 있었지만, 무혁이 원하는 건 단순한 1회성 스킬이 아니었다.
앞으로 마족과의 싸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이 필요했기에 무혁은 목록을 쭈욱- 살펴보다가 눈을 반짝거렸다.
“블링크 스킬 링이 있습니까?”
더군다나 1회성 스킬도 아니었다.
블링크 스킬이라면 최상위 스킬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선호도가 높았다.
그런 블링크 스킬을 구매할 수 있다니 무혁으로서는 무척이나 마음이 들떴다.
“목록에 있다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라는 듯 섭허룬이 무혁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추가 설명을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블링크 스킬의 경우…….”
섭허룬은 블링크 스킬이 얼마나 뛰어난 스킬이며, 찾는 이들이 많은 스킬인지를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블링크 스킬을 최대한 비싸게 팔아먹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가격이 얼마입니까?”
시끄럽게 떠들지만 말고 가격이나 말하라는 듯 무혁이 대뜸 물었다.
섭허룬은 잠시 침묵을 하다가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골드 보석 200개입니다.”
골드 보석 200개라면 자그마치 1억 포인트였다.
무혁으로서는 아무리 블링크 스킬이 구하기 힘든 최상위 스킬이라 하더라도 1억 포인트나 한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어째서 블링크 스킬이 판매 목록에 자리를 잡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무리 최상위 스킬이라 하더라도 1억 포인트나 주고 블링크 스킬을 구매할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7등급부터 올려서 사용해야 하니 정말 1억 포인트의 값어치를 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등급을 올려야 할지 쉽사리 계산조차 나오지 않았다.
‘최하 3등급은 되어야겠지?’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블링크를 사용해가면서 전투에 활용하려면 3등급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3등급 정도만 된다면 블링크 스킬은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어지간한 회피 스킬 보다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고, 어떤 돌진 스킬보다도 뛰어나다.
짧은 거리지만 제 마음껏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스킬이었으니까.
“구매하죠.”
골드 보석 200개는 분명 과한 가격이다.
하지만, 무혁은 1억 포인트를 아껴서 뭔가 다른 무구나, 스킬 링을 구매해야 할 정도로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지금 무혁에게 1억 포인트를 소모해서 블링크와 같은 스킬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정말 구매를 하시겠습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골드 보석 200개입니다.”
섭허룬 역시 설마하니 골드 보석 200개나 지출하면서 블링크 스킬을 구입할 줄은 몰랐기에 살짝- 당황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당장이라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무혁이 공간 주머니에서 골드 보석 200개를 꺼내려고 하자 섭허룬이 황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직접 본점으로 가서 스킬 링을 가져와야 합니다. 30분 안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섭허룬이 직접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무혁은 식어버린 차를 들이켰고, 그 사이 노크 소리와 함께 빙빙이 안으로 들어왔다.
“기다리시는 동안 티엠 님께 안마라도 해드릴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안마?”
타이거 마스크 안쪽에 가려진 무혁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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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빙의 솜씨가 어떠셨습니까?”
섭허룬의 말에 무혁은 말도 말라는 듯 혀를 내둘렀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황홀한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어찌나 대단했던지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을 정도였다.
“생각이 나신다면 언제든 오십시오. 티엠 님께서 방문을 해주신다면 언제라도 빙빙으로 하여금 오늘과 같은 경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생각만으로도 온 몸이 녹아버릴 것 같습니다. 하하하!”
무혁은 진심으로 빙빙의 손맛을 잊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굴곡진 몸매에 허벅지를 다 드러내고 있는 요염한 빙빙이 안마를 해주겠다고 했을 때에만 하더라도 무혁은 뜬금없이 무슨 안마인가 싶었다.
하지만, 막상 빙빙의 손끝에 맡겨지니 상상을 초월하는 안마가 시작되었다.
손가락, 손등, 팔꿈치 등으로 머리부터 목, 어깨, 등, 허리, 종아리, 발바닥까지 전신을 주무르고, 누르고, 두드리고, 비트는 등 빙빙의 안마 솜씨는 어지간한 전문가라 하더라도 명함조차 내밀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의 피로를 말끔하게 풀어주었다.
땀으로 젖은 몸을 샤워까지 깔끔하게 끝낸 무혁은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자는 듯 눈빛을 진중하게 바꾸었다.
섭허룬 역시도 공간 주머니에서 스킬 링 하나를 꺼내놓았다.
“확인을 해보십시오.”
무혁은 손을 뻗어서 스킬 링을 확인해봤다.
[‘블링크’가 감정되었습니다.]
감정을 통해서 확인한 스킬 링은 분명 블링크였다.
무혁은 곧장 골드 보석 200개를 섭허룬에게 건네고, 블링크 스킬 링을 손가락에 끼웠다.
“블링크!”
스킬 링이 깨지면서 곧바로 머릿속으로 알림이 울렸다.
[블링크(일반), 스킬을 익혔습니다.]
[블랙 본의 영향으로 스킬, 블링크(일반)가 변형됩니다.]
|블링크 – 고유 : 7등급(00.00%)|
· 10미터 이내로 순간 이동한다.
· 등급이 올라갈수록 이동 거리가 늘어난다.
내용만 봐서는 정말 별 것 없는 스킬이었지만, 블링크 스킬의 위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기에 무혁은 골드 보석 200개가 결코 아깝지 않았다.
뜻하지도 않게 블링크 스킬을 익히게 된 무혁이 싱글벙글- 웃는 사이, 섭허룬이 기다리던 소식을 전해주었다.
“패검 이서준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