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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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6화
조각 난 신의 힘 (4)
“이쯤에서 우리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모두 모이라고 했어요.”
필립의 소집령에 모인 멤버들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
“무혁 동생이 없는데 빼놓고 해도 되는 이야기인가?”
방적삼의 물음에 필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무혁이가 듣지 않는 게 말하기 편할 것 같아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무혁이 없어야 편하다는 필립의 말에 멤버들 모두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저러는 건가 싶었다.
필립이라는 인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었기에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믿고 따를 수 있었지만, 무혁에 대한 멤버들의 믿음 또한 결코 작지 않았기에 혹시라도 곤란하거나 혼란스러운 말이 나올까 싶어 괜히 긴장하는 이들마저 보였다.
“며칠 전 강제 사냥에서 무혁이가 마족을 죽였다는 건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압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강제 사냥이라는 폐쇄적인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걸 직접 목격한 증인들이 너무 많았기에 소문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그에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부랴부랴 어떻게 된 일인지 미첼과 르케임, 방구름을 통해서 자세하게 내막을 전해 들은 상태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난리도 아니죠.”
헬-라시온 전체가 들썩일 만한 충격적인 소식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소문을 그대로 믿는 이들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대가 다름 아닌 마족이질 않은가?
지금까지 마족이 강제 사냥에 직접 참가한 일이 있던가?
단 한 번도 없다.
백 번 양보해서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마족이 인간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아무리 믿고 싶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허황되기 짝이 없는 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소문을 들은 대다수의 이들은 마족을 닮은, 혹은 그런 형상을 가진 마수를 착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었으며,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이 사실인양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찌되었든 이번에도 무혁이 큼지막한 사건을 터트림으로써 킬 라시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때문에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만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중이었다.
“무혁이는 아마도 머지않아 마족들과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할 것 같아요.”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었기에 놀라는 이는 없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 궁금할 뿐이었다.
“내 예상으로는 1년 안으로 분명 무혁이가 먼저 싸움을 시작할 거라고 봅니다.”
“1년이라고요?”
“그렇게나 빨리?”
“그건 좀 너무 성급하지 않을까요?”
“무혁이가 먼저 마족을 공격한다고요? 에이… 설마.”
1년을 예상한다는 필립의 말에 멤버들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무혁이 먼저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는 필립의 말은 더욱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필립은 멤버들이 감정을 가라앉힌 다음, 어째서 무혁이 1년 안으로 마족들과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인지에 대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럴 수도 있긴 하겠네.”
가장 먼저 마크가 필립의 이유를 타당하다 여겼다.
하지만, 필립의 이유를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연히 마족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힘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선수를 친다는 건…….”
실비아는 아무리 무혁이라 하더라도 앞뒤 구분도 못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멍청이는 아니라고 여겼다.
상대가 마족인 이상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두지 않겠느냐는 듯 반론을 펼쳤다.
그런 실비아의 의견에 방적삼과 미첼 등도 동의한다는 듯 저마다의 생각을 조금씩 보탰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렇겠지만, 강제 사냥에서 함정까지 파놓은 놈들의 눈이 뒤집혔을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무혁으로서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난 그런 생각을 지금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라고 판단 내렸고.”
강제 사냥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은 신물들을 확보하겠다고 떠난 무혁이다.
필립은 그런 무혁의 성급한 행보야말로 자신의 예상을 충분히 설득할 만한 명확한 증거라고 여기는 듯 싶었다.
“그건…….”
실비아도 무혁이 잠시도 쉴 틈 없이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이유를 댈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무혁의 곁에는 송정민과 로드가 있었다.
그 둘을 떠올리니 필립의 예측이 마냥 허황되거나, 과장되어 보이지 않았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당연히 형님은 무혁이와 함께 마족과 싸우실 테죠? 그럼 저희들에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건 역시 마족과 싸울 의지를 확인하겠다는 뜻이겠죠?”
우스갯소리로 킬 라시온의 참모라고 불리는 르케임이 정확하게 필립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맞아.”
필립은 대답을 하고는 멤버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돌아봤다.
“상대는 마족. 이제까지 상대를 해왔던 몬스터나 다른 인간들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존재죠. 정말 죽을 각오를 해야만… 아니, 살아남을 생각을 아예 버리고 시작해야 할 싸움이라는 걸 모두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만 하죠.”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마족이 상대였으니까.
살 수 있는 확률이 10퍼센트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못할 것이다.
이런 위험한 싸움에 굳이 동참할 필요가 없다는 듯 필립은 그렇게 말했다.
“섭섭하네. 그 말은 꼭 우리더러 빠지라는 것 같잖아?”
마크의 말에 엘리엇 역시 미간을 찌푸린 상태로 필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 길드 이름이 킬 라시온이예요. 빌어먹을 마신 라시온을 죽이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라고요. 이제야 겨우 마족을 상대하게 생겼는데 마신도 아니고 고작 마족이 무서워서 빠지라고요? 형님, 정말 너무하세요.”
“르케임 말 잘 했다! 내가 다른 때에는 우리 리더를 최고라 생각하지만, 이번만큼은 솔직히 리더의 실수인 것 같아. 설마하니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마족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평생을 호의호식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겠어?”
방적삼의 말에 누가 그러겠냐는 듯 멤버들 모두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 보라는 듯, 방적삼은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대장부답게 마족의 면상은 한 번 시원하게 후려갈겨야 하지 않겠냐며, 호탕하게 웃으며 무거워진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 말이 맞다.
어차피 죽을 목숨들이다.
언제가 되었든 마족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당장 10년, 아니 5년도 장담하기 힘든 삶이 바로 헬-라시온에서의 삶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길 수도 있는 싸움이죠.”
르케임의 말에 멤버들은 마족의 영혼을 흡수해서 더욱더 강력해졌다는 송정민을 떠올렸다.
“송 고문님은 도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야?”
실비아의 물음에 르케임이 솔직하게는 자신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게는 나도 몰라. 하지만, 엄청 강해진 건 분명한 사실이야. 무혁이 말했던 초월적 등급이 되어서 마족과 동등한 존재가 된 것만큼은 분명해. 그렇지?”
미첼과 방구름은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어.”
“선생님이 마족과 붙어보고 싶다며 혼잣말을 하는 걸 저도 들었어요. 전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마족과 동등한 힘을 갖게 된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는 듯 멤버들의 얼굴이 들뜨기 시작했다.
마족만 잡으면 로드가 알아서 마족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 아닌가?
물론, 마족을 잡는 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여기 있는 이들이 모두 마족의 영혼을 흡수해서 초월적 존재가 된다면 분명 쉽게 마족들에게 질 전력은 아니었다.
수적인 차이는 애초부터 승패의 우열 여부에 포함하고 있지도 않았다.
어느 누구도 정면으로 마족들과 싸우겠다고 생각하는 이가 없었으니 철저하게 게릴라전으로 마족들과 싸운다면 최소한 헛된 개죽음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막말로 마족들을 한 놈이라도 더 죽이면 그것만으로도 인간들에게는 충분한 승리라고 부를 만한 싸움이기도 했다.
“결국 어느 누구도 피하지 않겠다는 거야?”
필립이 다시 한 번 확인 차 묻자 멤버들이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느냐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이왕이면 다른 사람들도 함께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마족들에 대한 적대감은 우리만 갖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모두 함께 미리 준비를 한다면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방구름의 말에 필립이 그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구름아, 지금으로서는 성급한 생각이야. 나중에 우리가 마족들을 상대로도 잘 버텨낸다면 모를까, 벌써부터 우리의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서 좋을 건 없어.”
“그래, 알게 모르게 마족 앞에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면서 똥구멍까지 긁어대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그런 놈들이 알게 되면 우리는 뭔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족에게 발각 당해서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어. 이런 일은 원래 극소수의 인원만 알고 진행해야 하는 법이지.”
“그래도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요? 상대는 마족이잖아요.”
아무리 반목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같은 인간을 마족에게 팔아먹는 짓을 할까 싶은 방구름이었다.
그 모습에 멤버들 모두 아직은 어리다는 듯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필립은 그럼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이견은 없다는 듯, 회의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할 말이 있어요.”
회의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레오가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었지만, 레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필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무혁이가 리커버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날, 표식을 뜯어낼까 해요.”
“표식을?”
하루, 이틀 생각한 것이 아니라는 듯 레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과 싸우려면 표식을 제거해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하는 레오였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이들에게까지 표식을 제거하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만큼이라도 표식을 제거하고 싶다는 생각을 명확하게 밝혀두고 싶었다.
“표식을 제거하면 불편한 점이 적지 않을 텐데?”
“그까짓 불편함이야 감수해야죠. 그리고 로드의 공간이 넓고 쾌적하다니 뭐 불편할 게 얼마나 많겠어요? 이참에 무혁이 보디가드도 하면서 옆에서 꿀 좀 빨아보려고요.”
그렇게 말을 하며 낄낄- 웃는 레오였다.
그 시각, 원치도 않는 보디가드를 떠맡게 된 무혁은 헬-라시온의 마지막 신물인 ‘자갈 벼락’을 손에 넣고 있었다.
“마지막 신물…….”
무혁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푸른빛의 조약돌을 바라봤다.
이 작은 조약돌이 바로 조각 난 신의 힘 중 하나인 자갈 벼락이다.
“결국은 이렇게 다 모았네.”
무혁은 새삼 묘한 감정에 빠졌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모래 태양을 손에 넣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었다.
“그때 내가 모래성으로 수련을 가지 않았다면 결코 헬-라시온의 모든 신물을 갖게 되지는 않았겠지?”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이다.
조금도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될 줄이야.
“선생님 덕분에 여섯 개의 신물들 중 절반을 힘 한 번 들이지 않고 얻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뿌리 대지부터 바람 깃털, 그리고 자갈 벼락까지.
무혁은 이 세 가지의 신물들을 불과 11일 만에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자신을 도와준 송정민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까짓 일로 고마워 할 것 없다. 말했다시피 앞으로의 내 목숨은 무혁이 널 위해 사용할 것이고, 네가 나에게 힘을 주었으니 그로 인해 파생될 모든 결실들은 마땅히 네가 가져야 할 몫일 뿐이다.”
상당히 과분한 말이었지만, 그런 것을 일일이 따져봐야 송정민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무혁은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무혁이 네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
송정민이 부탁을 하려고 하자 무혁은 당연히 들어주겠다는 듯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세요. 하늘의 별이라도 따 드릴까요?”
“시답잖은 소리.”
무혁의 장난에 송정민 또한 피식- 웃음을 지었다.
“다름 아니라, 시간만 허락한다면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
“찾고 싶은 사람이요?”
“쿠에토는 무혁이 네가 처리했으니 더 이상 미련 없지만, 이서준 그놈은 내가 한 번 봤으면 싶다.”
이서준이라면 쿠에토만큼은 아니더라도 송정민에게는 꽤나 아픈 과거의 흔적이다.
직접적으로 송정민을 쓰러트리고 폐인으로 만든 건 쿠에토지만, 그 과정까지 이르기 위해 이서준이 상당부분 개입을 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찾아야죠.”
무혁 또한 한참 뒤에야 이서준이 송정민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상당히 분개를 했었다.
“괜한 시간 낭비가 된다면 못 들은 것으로 해라. 고작 그런 놈 때문에 허투루 시간을 낭비할 순 없으니까.”
솔직한 말이었다.
몸이 회복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서준에 대한 복수심이 남아 있었는데, 초월적 존재가 되고나니 이상하게도 더 이상 그를 찾아서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이 생기질 않았다.
이제는 눈도 제대로 마주칠 수 없는 실력 차이가 생겼기 때문일까?
송정민은 이서준을 찾더라도 과연 그를 죽일 마음이 들지 그것도 의문스러웠다.
그렇다보니 괜히 무혁이 이서준을 찾겠다며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어차피 선생님 덕분에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놀러 다니는 셈치고 수소문을 해보겠습니다.”
무혁은 이 기회에 오랜만에 보고 싶은 얼굴도 떠올랐다.
‘타이거 마스크가 어디에 있더라…….’
그를 만날 때면 항상 착용했었던 복면을 생각하며 씨익- 웃는 무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