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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5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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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5화

조각 난 신의 힘 (3)

 

태양의 씨앗과 얼음의 결정이 서로 상반되는 힘을 가지고 균형을 이룬다면, 정화의 물과 재생의 뿌리는 서로를 보완하며 그 힘을 극대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재생의 뿌리가 정화의 물을 흡수한다는 갑작스러운 알림에 무혁은 놀랐으나,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오히려 반가운 현상이었다.

“순식간에 아주 깨끗하게 사라져버렸네.”

고작 몇 초가 흘렀을 뿐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놀랍게도 손등을 징그럽게 뒤덮고 있었던 수포들이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혹시나 싶어서 다른 부위, 팔과 상체 그리고 목까지도 확인을 해봤더니 역시나 피부가 정상적으로 깨끗하게 돌아와 있었다.

정상으로 돌아온 피부를 매만지며 무혁이 중얼거렸다.

“설마 이대로 두 힘이 흡수되는 거 아냐?”

정화의 물, 그리고 재생의 뿌리.

모두 조각 난 신의 힘이었기에 무혁의 입장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두 힘을 흡수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마족의 영혼을 통해서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초월적 존재로의 신분 상승에 대한 걱정은 더 이상 없었다.

이왕이면 초월적 존재가 된 이후에 조각 난 신의 힘을 흡수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힘을 흡수할 수 있다면 조금은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그 또한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여겼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태양의 씨앗과 얼음의 결정의 힘을 흡수했을 때를 생각하며 무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 경험을 떠올린다면, 우선적으로 정화의 물과 재생의 뿌리의 적응력이 최대치로 상승해야만 한다.

그 이후에 힘을 흡수해야 하는데, 무혁으로서는 과연 이런 상태로 적응력이 최대치로 상승할 것인지 부터가 솔직히 의심스러웠다.

“손에 들고 다녀야 하려나?”

적응력을 최대치로 올리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접촉이나, 힘의 영향력을 받아야만 한다.

무혁은 공간 주머니에서 물 수정을 꺼내들었다.

지난번에 느꼈던 것처럼 손에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느낌도 없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화의 물이 몸 안으로 스며드는 것조차 몰랐다.

“이것도 느낌이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다른 한 손에 들린 뿌리 대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냥 흙더미를 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세히 바라보면 흙더미 속에 나무의 뿌리들이 아주 단단하게 얽히고설켜 있었다.

“꼭 화분갈이 하려고 뿌리를 빼낸 것 같네.”

힘을 줘서 털어보면 흙들이 떨어져서 정체 모를 뿌리만 남을 것 같기도 했다.

 

|뿌리 대지 - 고유 : 無등급|

· 헬-라시온 6대 신물(神物).

· 끝없는 숲 중심처, 대지의 왕을 죽여야 얻을 수 있다.

· 재생의 뿌리를 품고 있어 함부로 만질 수 없다.

· 소유자 인식 후, 완전 소유권을 보장한다.

· 소유자 인식 후, 300일 내에 재생의 뿌리를 흡수하지 못하면 자연 소멸한다.

 

감정을 해보니 역시 정보 자체는 굉장히 제한적이었으며, 모래 태양 등과 마찬가지로 그 내용 또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물건들이 고작 글자 몇 개만 바뀌어 있다는 것이 무혁으로서는 참 성의 없이 보일 뿐이었다.

무혁이 가만히 서서 뿌리 대지와 물 수정을 바라보고 있자, 곁으로 다가온 송정민과 로드가 각자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냐?”

“아버지, 수포가 사라졌네요?”

무혁은 자신이 뿌리 대지를 집는 순간 벌어졌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아버지의 몸에 깃들어 있던 정화의 물 중 일부만이 뿌리 대지로 흡수된 것 아닐까요?”

“여기로?”

무혁이 자신의 손에 들린 뿌리 대지를 가리키며 그렇게 되물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가 그러니까요.”

“그런가?”

로드의 말이 그나마 가장 그럴싸했다.

“그럼 부작용은? 뿌리 대지도 함부로 만질 수 없는 신물이잖아?”

“그거야 물 수정 때문에 저절로 보완이 됐을 수도 있죠.”

뭘 어렵게 생각하느냐는 듯 로드는 그렇게 말했고, 송정민 또한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어차피 당장 신물들의 힘을 흡수할 생각이 아니라면 예정대로 남은 신물들부터 모두 확보하도록 하자.”

송정민은 조각 난 신의 힘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현재 송정민의 최대 관심사는 자신의 힘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냥터를 찾아가는 것뿐이었으니까.

무혁 역시 되도록이면 3월이 되기 전에 나머지 신물들을 모두 확보하고 싶은 생각이었기에 공간 주머니에 뿌리 대지와 물 수정을 집어넣어버렸다.

넉넉하게 300일이라는 시간 여유가 있는 이상 당장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께 너무 폐를 끼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신경 쓸 것 없다. 남은 두 가지의 신물도 내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무혁이 네 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힘써주마.”

“아… 네.”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신물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무혁은 불편한 마음이 더 컸다.

‘그 동안 내가 너무 개고생을 했나? 편해지니까 적응이 안 되네.’

입맛을 다시는 무혁에게 송정민이 재촉하듯이 말했다.

“그럼 나는 로드와 함께 들어가 있으마.”

송정민의 말에 로드가 곧바로 자신만의 공간을 열었고, 그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졸지에 홀로 남은 무혁은 텔레포트 스킬을 이용해서 가까운 도시로 이동했고, 이어서 중앙 탑에 방문해 포탈을 탔다.

뿌리 대지에 이은 다섯 번째 조각 난 신의 힘인 ‘바람 깃털’을 확보하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는 무혁이었다.

 

#

 

바람 깃털은 홀데이라는 중소도시에서 동남쪽으로 2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칼날 산맥’이라는 곳에 보관되어 있었다.

칼날 산맥은 말 그대로 칼날을 닮은 산맥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 곳이다.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은 그 자체가 날카로운 예기를 지니고 있었기에 어지간한 사람들은 쉽사리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혁과 송정민, 그리고 로드에게는 조금의 위협이나, 장애가 되지 않았다.

무혁의 온 몸을 완전히 가리듯 에워싸고 있는 6개의 실드는 바람의 접근을 대부분 차단했으며, 송정민 역시 온 몸에 투왕기를 두름으로써 완벽하게 예기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로드는.

“제가 할 일은 없는 것 같으니까 그냥 들어가 있을 게요.”

예전에 물 수정이 있었던 시체의 호수에서도 몸을 뺐던 로드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귀찮고 성가신 일에는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냉큼- 공간을 찢고 그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럼 가도록 하자.”

송정민이 첫 번째 산맥을 향해 당당하게 걸음을 내딛었다.

끝없는 숲에서 그랬던 것처럼 무혁은 멀찍이 떨어져서 송정민이 완파시켜놓은 길만 따라 편안하게 걸었다.

스킬 숙련도를 올려보겠다며 애꿎은 허공에다가 마력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무혁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게 첫 번째 산맥을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돌파했고, 이어진 두 번째, 세 번째 산맥에서도 송정민은 뒤에서 누군가 쫓아오기라도 한다는 듯 숨 돌릴 틈도 없이 정복해나갔다.

“이거 맛들이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겠는데?”

불편했던 마음도 잠시였을 뿐, 무혁은 어느새 송정민이라는 고속버스에 큰 만족감을 보이고 있었다.

빈둥거리는 한량마냥 송정민의 뒤만 느긋하게 따르면서 무혁은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우선 3월에 시작될 가능성이 큰 포지션 트레이닝에서 1구역으로 들어가서 랭킹 1위를 찍어서 사상 최대의 보상을 얻어야하고…….”

송정민의 힘을 빌려가며 조각 난 신의 힘을 3월까지 모두 확보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날짜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매년 3월이 되면 포지션 트레이닝이 시작되기에 무혁은 그 전까지 남은 신물들을 모두 확보할 계획이었다.

당연히 혼자였다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막강한 힘을 지닌 송정민이 있었기에 계획은 이미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선생님 덕분에 계획이 훨씬 앞당겨져 버렸어. 그러니 이번 기회에 스킬 숙련도 알약을 왕창 얻어내서 대부분의 스킬들을 1등급으로 올려버려야만 해.”

결코 허무맹랑한 계획이 아니었다. 현재 무혁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무혁은 이번 포지션 트레이닝을 사실상 자신의 마지막 포지션 트레이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계획상으로는 앞으로 다가올 두 번째 강제 사냥 때 마족들에게 반기를 들 작정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포지션 트레이닝이 스킬 숙련도 알약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본래 계획은 이렇게까지 빠듯하지 않았었다.

마족들과의 본격적인 싸움도 1년 정도는 더 뒤에 있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송정민이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버리고, 커웨인과 쿠네르카가 같은 마족까지 끌어들여가면서 자신을 노렸다는 사실에 무혁으로서도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 로드의 말대로 내가 먼저 선수를 치는 거야.”

이미 무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커웨인은 물론, 이번 강제 사냥으로 인해서 자신에게 된통 물을 먹어버린 쿠네르카였기에 그들과는 더 이상 공존할 수 없게 되었다.

로드는 물론, 송정민까지도 무혁에게 더 이상 당하기보다는 먼저 역으로 두 마족을 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래서 무혁은 지난 이틀 동안 곰곰이 생각을 했고, 결국 그러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두 마족이 어떤 짓을 계획하고 있을지 모르는데 그걸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는 건 확실히 여러 가지로 위험성이 높았다.

어차피 결국은 마족 전체와 대립을 해야 하는 무혁으로서는, 다른 마족들이 더 개입되어 상황이 점점 복잡하고 어려워지기 전에 커웨인과 쿠네르카를 먼저 제거하고 조금이라도 더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중앙 탑에서 커웨인을 잡고 그대로 튀어버리면 누가 알겠어?”

무혁이 생각하기에도 송정민과 로드의 도움을 받는다면 커웨인을 잡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문제는 커웨인보다는 쿠네르카를 먼저 잡는 게 순서겠지?”

커웨인은 중앙 탑에 가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쿠네르카는 강제 사냥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었다.

때문에 무혁으로서는 커웨인을 먼저 잡았다가 혹시라도 쿠네르카가 눈치를 채기 전에 역으로 그를 먼저 잡고 곧바로 커웨인을 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계획이라 여겼다.

“쿠네르카하고 커웨인의 힘을 얻으면 확실히 쉽게 당할 일은 없겠지.”

거기에 현재 확보하려고 하는 조각 난 신의 힘들까지 보태진다면 확실히 마족들과의 싸움에서 쉽사리 밀릴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수적 열세를 극복해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부분은 송정민과 로드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고, 상황에 따라서는 킬 라시온 멤버들의 도움까지도 얻을 수 있었기에 마냥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것저것 다 따지면 죽도 밥도 될 건 없으니까… 정말 중요한 건 얼마나 은밀하게 마족들을 잡느냐겠지.”

무혁의 입장에서는 마족을 잡을 때마다 힘이 증가한다.

그렇지 않아도 마족들 입장에서는 동족이 죽을 때마다 힘이 줄어드는데, 상대는 더욱더 강해지니 초반 싸움만 완벽하게 우위를 점한다면 무혁으로서도 충분히 마족들을 상대로 승산을 가져 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신물부터 모두 확보하고, 포지션 트레이닝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전까지만 조심하자.”

딱 거기까지만 몸을 사리면 된다.

이후부터는 상황에 따라서 조각 난 신의 힘을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최악의 상황만큼은 충분히 모면해 나갈 수 있을 최소한의 힘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무혁아!”

어느덧 네 번째 산맥까지도 완파시켜버린 송정민이 얼른 따라오라며 손짓을 한다.

무혁은 자신이 너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느라 송정민과의 거리가 크게 벌어졌다는 걸 알고는 서둘러 달려 나갔다.

“초월적 존재가 막강하긴 막강하네.”

무혁은 네 번째 산맥을 완전히 초토화시켜 놓은 송정민의 활약상들을 두 눈으로 확인하며 혀를 내둘렀다.

자신 또한 일시적으로나마 비슷한 힘을 뽐낼 수 있었으나, 평소에도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초월적 존재인 마족들을 상대하려면 앞으로의 계획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3일 후.

무혁은 다섯 번째 조각 난 신의 힘, 검푸른 색깔의 깃털인 ‘바람 깃털’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자갈 벼락뿐이네요. 시간도 널널한데 하루 정도만 푹 쉴까요?”

송정민은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자신은 여전히 쌩쌩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왕 내친 걸음이니 끝을 보고 쉬도록 하자.”

“예, 알겠습니다.”

무혁 역시 더 이상은 휴식을 권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혁은 마지막 남은 신물, 자갈 벼락을 손에 넣기 위해서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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