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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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4화
조각 난 신의 힘 (2)
“베울의 힘을 어느 정도까지 사용하도록 한 거지?”
쿠네르카의 물음에 커웨인이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80퍼센트.”
“…뭐라고?”
“쿠네르카, 네게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강제 사냥 자체를 망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
커웨인의 사과에 쿠네르카는 됐다는 듯 대꾸했다.
“사과 따위를 듣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커웨인, 너도 알다시피 안전장치는 해두었던 일이니까. 다만, 내가 놀란 건 어떻게 놈이 베울을 쓰러트렸느냐다. 고작 중소도시 식민 주제에…….”
말을 하던 쿠네르카는 실언을 했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렇지. 놈은 중소도시 식민 수준이 아니었지.”
지난 강제 사냥 때에 확인했던 일이다.
그 건방진 인간 놈에게 중소도시 강제 사냥은 수준 미달의 사냥터라는 사실을.
그래서 베울을 투입했다.
아무리 금제를 가해놓았다 하더라도 마족이라는 격이 다른 존재의 두려움은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니까.
베울이 절반의 힘만 발휘한다 하더라도 충분한 공포심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중 금제, 그것도 모자라서 무려 80퍼센트의 힘을 발휘하게끔 만들었다는 커웨인의 말은 쿠네르카에게 있어 충격 그 자체였다.
“고작 인간 따위가 베울을 쓰러트렸다니…….”
생각할수록 쿠네르카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커웨인, 너는 애초부터 이런 일을 예상했던 건가?”
불현 듯 커웨인이 지금의 상황까지도 예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쿠네르카였다.
“나는…….”
커웨인이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복잡해 보이는 커웨인의 표정만으로도 그 역시 지금의 상황이 놀랍기는 마찬가지라는 걸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나 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건가?”
정확했다.
커웨인은 쿠네르카의 말에 더 이상 숨길 것 없다는 듯,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시인을 했다.
“어떻게 인간 주제에 그럴 수 있는 것이지? 도대체 커웨인, 네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지? 왜! 갑작스럽게 그 인간 놈을 시험하려고 했던 것이지? 이제는 나도 알아야겠다. 커웨인, 네가 숨기고 있는 모든 사실들을!”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은 이러한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듯, 쿠네르카의 살벌한 표정에 커웨인도 무거워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잠시 쿠네르카를 바라보던 커웨인이 입을 열었다.
“쿠네르카, 네게 인간은 어떤 존재이지?”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냐?”
“솔직한 네 생각을 듣고 싶을 뿐이다.”
도대체 무슨 말을 꺼내려고 저렇게까지 뜸을 들이는 것일까?
쿠네르카는 짜증이 났다.
이쯤에서 커웨인의 일에 깔끔하게 손을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러자니 도대체 왜 한낱 벌레만도 못한 인간 따위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인지, 모든 전말을 듣지 않고서야 궁금해서 나중에라도 후회를 할 것만 같았다.
후- 하고 짜증 섞인 한숨을 토해내고 나서야 쿠네르카가 대답을 해주었다.
자신의 대답이 커웨인이 원하는 대답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알려주었다.
쿠네르카의 대답은 어렵거나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저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밟아 죽여도 감정의 변화 하나 없을 정도로 하찮은 존재, 한마디로 인간이란, 길을 가다 밟혀 죽는 개미를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 정도의 그런 존재일 뿐이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
“다행? 그건 당연한 거다.”
쿠네르카의 말에 커웨인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커웨인, 더 이상 길게 말하지 말고 있는 사실 그대로만 말해. 도대체 네가 왜 그 인간을 그토록 신경 쓰는 거지? 도대체 너와 그 인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내가 그 인간을 신경 쓰는 이유는…….”
커웨인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뭐… 라고?”
쿠네르카가 들어선 안 되는 말을 들었다는 듯 미간을 일그러트리며, 온 몸으로 살기를 뿜어냈다.
고작 인간 따위가!
밟아 죽이면 찍- 소리도 내서는 안 되는 인간 따위가 마족에게 덤볐다니!
어리석은 놈들이라면 같은 마족 망신을 시켰다면서 커웨인을 비난할지 모르나, 쿠네르카는 그 정도로 앞뒤 구분을 못할 정도로 생각이 짧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커웨인이 모욕을 당한 일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마족 전체가 모욕을 당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놈을 그 자리에서 찢어 죽일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고?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커웨인이 놈을 죽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쿠네르카를 놀라고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나도 모르겠다.”
커웨인은 당시 무혁에게서 느꼈던 존재감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작’ 인간 따위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이기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다만…….’
한낱 인간을 상대로 고전을 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 커웨인으로 하여금 그때 당시의 싸움을 회피하게끔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놈을 찢어 죽이더라도 평생 동안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 일이었을 것이다.
헬-라시온의 모든 인간들을 찢어 죽인다 하더라도 회복되지 않을 자존심의 상처를 입을 일이었고, 혹시라도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을 때에는 자신을 라이벌로 여기는 다른 마족들에게는 언제나 비웃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치욕스러운 흑역사로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마족이었다면 후회를 한다 하더라도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분명 그 자리에서 놈을 죽였을 거다.
하지만, 커웨인은 행동보다 생각이 더 깊은 마족이었기에 이토록 어렵게 인간 하나를 상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었다.
“베울이 8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고도 패배를 했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군.”
쿠네르카 역시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여겼다.
‘만약, 다른 인간들 또한 놈과 비슷한 힘을 가지게 된다면?’
혼란의 시작이다.
더 이상 마족들은 인간들을 벌레 취급할 수 없게 된다.
언제든 자신들의 목줄을 끊을 수 있는 위험한 존재로 여겨야 한다.
쿠네르카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의지가 깨어난 마정의 힘이 있었다 하더라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가 없는 일이군.”
말을 하는 쿠네르카의 목소리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살의가 느껴졌다.
“어쩔 생각이지?”
“지금이라도 제거해야지. 만약, 놈과 같은 또 다른 인간들이 생겨난다는 건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놈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다음 강제 사냥은 피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강제 사냥을 통해서 놈은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마족까지 투입해서 자신을 죽이려 했으니 피할 수 있는 싸움을 구태여 마주 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그 전에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버린다면 그것이야 말로 문제지.”
이대로 놈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면?
지금의 사실을 또 그쪽 마족에게 알려야 하는데, 그러자면 이런 저런 구차한 일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고작 인간 하나를 어쩌지 못해서 빌빌- 거렸다는 비웃음을 살 수도 있었기에 쿠네르카는 그 점이 가장 신경 쓰였다.
하지만, 커웨인은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주는 내가 허락하지 않을 작정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갖다 붙이면 된다. 물론,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이주를 강제로 막을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은 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어쨌든 나 역시 강제 사냥 따위로 놈을 죽일 생각은 없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러면?”
커웨인의 물음에 쿠네르카가 잔인하게 웃었다.
“로케이카… 녀석이라면 분명 우리가 원하는 바를 들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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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 존재의 힘을 손에 넣은 송정민은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 모든 것들을 부수고, 깨트리며 전진했다.
‘대단하구나!’
순간순간이 희열감에 사로잡힐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3년 만에 기적적인 회복을 하고, 마정을 흡수하면서 모든 고유 능력들이 1등급으로 올랐을 때에도 지금만큼 기분이 좋지는 않았었다.
어째서 마족 앞에서 그토록 강력한 힘을 선보이던 하이 랭커들이 어깨조차 펴지 못하고 주눅이 들었는지 송정민은 너무나도 명확하게 그 힘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동네에서 왕 노릇을 하던 똥개가 산을 지배하고 있는 호랑이 앞에서 벌벌- 떠는 것과 같았다.
“파이어 볼! 라이트닝 볼! 아이스 소드! 윈드 스피어!”
송정민의 곁을 스치고 지나간 각종 마력 스킬들이 활활- 불타오르는 거대한 나무형 몬스터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키에에에에에에엑!
듣기 거북한 쇳소리의 비명을 내지르며 나무형 몬스터들이 불붙은 이파리를 날리거나,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나뭇가지를 거대한 채찍이나, 창처럼 휘두르며 반격을 해왔다.
퍼퍼퍼퍽! 콰가가가각!
나무형 몬스터의 공격은 허공에 생겨난 6개의 블랙홀을 닮은 실드에 막히면서 허무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송정민은 자신의 뒤쪽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스킬을 구사하고 있는 무혁을 힐끔- 바라봤다.
‘대견한 녀석.’
편안하게 자신의 뒤를 따르기만 하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무혁은 스킬 숙련도를 올리겠다면서 한사코 몸을 가만히 두지 않고 있었다.
송정민으로서는 그런 무혁의 행동이 기특하고, 갸륵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무혁아.’
송정민이 다시 움직였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빽빽하게 우거진 숲을 이루고 있는 몬스터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1초라도 허투루 낭비할 수 없다는 듯 송정민이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을 도륙하며 길을 열자,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봐야만 하는 무혁으로서는 속이 쓰라리기만 했다.
“선생님도 적당히 하시지… 너무 힘자랑 하시는 것 아냐?”
불퉁스럽게 무혁이 중얼거렸다.
아끼고 아꼈던 스킬 숙련도 알약 30개를 모조리 실드 스킬에 사용해버린 무혁의 마음은 급했다.
스킬 숙련도 알약을 소지하고 있을 때에는 언제든 원하는 스킬의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든든함과 여유가 있었는데, 더 이상은 그럴 수가 없어지자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었던 조급함이 생겨난 것이었다.
더욱이 앞으로 상대를 해야 하는 적들이 누구인가?
어중간한 스킬 등급으로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편안하게 송정민이라는 특급 버스에 탑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킬들을 사용해가면서 몬스터들을 공격했던 것이다.
물론, 공격용 스킬들의 경우 어느 정도 마족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강력한 스트레이트였던 공격이 마족들에게는 고작 잽에 불과 할 테니 무혁으로서는 그 상실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스킬 등급을 하나도 더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력 스킬의 경우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숙련도를 올릴 수가 있다. 그러나 목표물 없이 허공에다가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뭔가 이상했기에 무혁으로서는 눈에 보이는 족족 몬스터들을 쓰러트리는 송정민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이러한 무혁의 마음을 뒤로하고 송정민은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을 쓰러트리며 나아갔고, 고작 3일도 걸리지 않아서 종착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종착지에는 어김없이 마지막 문지기처럼 한 존재가 기다렸다는 듯 무혁과 송정민, 로드를 바라보며 먼저 입을 뗐다.
“기어이 여기까지 왔구나.”
늙고 힘없어 보이는 작은 체구의 노인이었다.
단순하게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만 본다면 앞서 처치했던 해골왕, 얼음 여왕, 물의 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나약하게만 보였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가장 높은 편이었는데…….”
물론, 송정민이라는 사기적인 존재가 개입을 하는 바람에 무혁으로서는 가장 손쉽게 종착지까지 올 수 있었지만, 어쨌든 수준이 가장 높았던 곳이었던 것에 비해서 뿌리 대지를 수호하고 있는 대지의 왕 혹은, 나무들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체구의 노인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볼품이 없었다.
“저 정도는 제가 충분히 상대를…….”
마지막만큼은 송정민에게 기대지 않겠다는 듯 무혁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작은 체구의 노인은 손에 들고 있던 큼지막한 흙더미를 조용히 땅에 묻기 시작했다.
그 작은 행위가 상황을 변화시켰다.
주변 땅이 들썩거리기 시작했고, 작은 체구의 노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온 몸이 흙에 뒤덮여서 마치 땅과 하나로 연결이 된 듯한 흙더미 인간이 되어 있었다.
- 어느 누구도 나의 땅을 침범하고 살아남지 못했다. 그것이 나 가이레아만이 지금껏 해온 일이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득!
노인, 가이레아만은 살아 있는 흙더미 인간이 되어 그렇게 외쳤고, 곧바로 그의 주변으로 땅을 뚫고 거대한 크기의 살아있는 나무의 뿌리들이 징그럽게 솟구쳐 올라왔다.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았다.
저 어마어마한 나무의 뿌리들을 모두 이겨내고 가이레아만을 쓰러트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난이도가 꽤 높다 싶더니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난공불락이었던 거야?”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송정민의 뒤로 슬쩍- 물러났다.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편하고 빠른 길 두고, 어렵고 더딘 길을 갈 필요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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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에 가까운 절규를 토해내며 가이레아만이 쓰러졌다.
“저런 막강한 몬스터가 후손도 못 남기고 사라지겠네.”
무혁은 그렇게 말하며 온 몸이 가루로 부서지며 사라진 가이레아만의 자리를 바라봤다.
땅에 묻었던 큼지막한 흙더미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이게 뿌리 대지라는 건가?”
가만히 흙더미를 바라보던 무혁은 이윽고 손을 뻗어서 그것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재생의 뿌리가 정화의 물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뭐라고!”
갑작스런 알림음에 무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