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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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0화
해가 뜨지 않는 숲 (5)
“베울의 금제는 어느 정도 수준이지?”
커웨인은 그게 뭐가 궁금하냐는 듯 쿠네르카를 바라봤다.
“적당히 알아서 해놨으니까 걱정할 것 없다.”
“그러니까 그 적당히가 어느 정도냐고. 다시 한 번 말해줘? 강제 사냥에 따른 모든 결과는 온전히 내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일이다. 커웨인, 만에 하나라도 나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쿠네르카가 살기를 드러내자 커웨인이 눈을 찌푸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베울에게는 이중 금제를 걸어두었다.”
“뭐라고 이중 금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말이었는지, 쿠네르카가 인상부터 찌푸렸다.
반면, 커웨인은 뭘 그렇게 놀라냐는 듯 태연스럽게 대꾸를 했다.
“벌써 지난번 강제 사냥의 결과를 잊은 건가? 놈은 보통 인간이 아니야. 쿠네르카, 네가 신경을 써서 준비했던 몬스터 왕을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끝내버린 놈이다. 실질적으로 놈은 이미 대도시 식민들 중에서도 수위에 꼽힐 정도의 실력을 갖춘 놈이지. 인간이지만, 쉽게 봐서는 안 돼.”
“실력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 따위가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베울에게 이중 금제를 걸어뒀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커웨인, 네가 직접 말하지 않았냐? 그 인간 놈이 죽는 것보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얻어서 돌아와야 한다고. 그런데 이중 금제라니!”
이중 금제.
두 단계에 걸쳐 금제를 걸어두었다는 것을 뜻한다.
베울의 전체적인 힘을 10이라고 했을 때, 이중 금제가 걸려있는 상태는 5의 힘만을 사용할 수 있고, 이중 금제가 깨지게 된다면 8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쉽게 설명을 하기 위한 것일 뿐.
실제로 이중 금제를 걸어둔 커웨인이 어느 정도까지 베울의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었는지 쿠네르카는 알 수 없었다.
즉, 이중 금제가 깨지면 베울은 더욱더 강력해진다는 의미였고, 이런 이중 금제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의 조건만 충족시키면 된다.
바로 생명의 위협이다.
베울이 감당하기 힘든 상대를 만나 생명에 위협을 느낄 때에만 저절로 이중 금제가 해제된다.
“베울의 이중 금제가 깨어진다 하더라도 어차피 쿠네르카, 네가 곤란해질 일은 없을 텐데?”
커웨인의 말에 쿠네르카가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전체 참가자의 50퍼센트가 죽는다면 자동적으로 강제 사냥은 종료된다.
이건 마족인 베울의 힘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막을 수가 없었다.
이런 점 때문에 강제 사냥의 결과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베울의 힘이 너무 강해지면 인간들에게 사냥을 당하다가 죽는 일이 없을 텐데…….’
바로 베울의 죽음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다음에 다시 베울을 강제 사냥에 투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쿠네르카로서는 이런 절호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릴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분했다.
‘젠장! 결국은 커웨인 저놈만 원하는 바를 다 얻는 것 아닌가!’
커웨인이 베울의 힘을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두었는지 쿠네르카로서는 궁금했지만, 이제와서 그런 걸 따져 물어봐야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속으로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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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아아-!”
쇄골을 파고 들어온 두 자리의 검에 베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댈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고통스러워하는 베울의 앞에서 송정민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분명 마족인데…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송정민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송정민이 생각하는 마족은 결코 이렇게 약하지 않았다.
자신의 고유 능력들이 제 아무리 1등급에 올랐다 하더라도 이렇게 손쉽게 마족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송정민이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다.
최상위 하이 랭커들조차 마족 앞에서는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3년도 훌쩍 지난 일이며, 그 당시의 최상위 하이 랭커보다 지금 자신의 실력이 더 높다고 평가를 하더라도 냉정하게 판단해서 눈앞의 마족은 너무나도 약했다.
결국, 답은 하나다.
“제대로 된 마족이 아니군. 하긴, 제대로 된 마족을 강제 사냥에 집어넣을 리가 없지.”
대도시 식민들도 감당할 수 없는 마족을 고작 중소도시 식민들만으로 상대하라는 건 그냥 모조리 죽으라는 뜻과도 같았다.
앞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결론을 내린 송정민은 그 형태만 마족인 눈앞의 존재, 베울에 대해서 더 이상 고민할 것 없다며 양손에 쥔 두 자루의 검자루를 힘껏 내리그었다.
꽈드드드드득!
“크아아아아아아!”
소름끼치도록 섬뜩한 뼈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양쪽 가슴을 뚫고 송정민의 쌍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쿵-!
베울의 거대했던 몸이 힘없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여전히 살아있다는 듯 온 몸이 꿈틀거리는 베울의 모습에 송정민은 한 자루의 검만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저 그런 몬스터나 마수가 아닌 마족이었으니, 끝을 보더라도 확실하게 봐야 한다는 듯 송정민은 깔끔하게 머리부터 잘라버릴 생각이었다.
‘이 기회의 마족의 신체 구조를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송정민이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며 머리 위로 들어 올렸던 검을 힘껏 내리그었다.
터- 엉!
“……!”
시커먼 연기가 아주 단단한 방패마냥 송정민의 검을 막아버렸다.
뒤이어 시커먼 연기들이 빠른 속도로 베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둥-! 둥-! 둥-! 둥-!
베울의 몸에서 거대한 울림이 느껴졌다.
그건 마치 힘차게 뛰는 심장 박동 소리와도 같았다.
다 죽어가던 베울이 알 수 없는 현상을 보이자 송정민이 눈을 찌푸리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터- 엉!
이번에도 시커먼 연기가 송정민이 휘두른 검을 막아버렸다.
무언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기에 송정민이 온 몸의 힘을 끌어올렸다.
한 자루의 검만 양손으로 단단하게 부여잡고 크게 휘둘렀다.
방패마냥 베울을 보호하고 있는 시커먼 연기를 단숨에 깨부숴버리겠다는 의지였다.
카- 앙!
강력한 일격에 시커먼 연기가 크게 흔들렸지만, 아쉽게도 깨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번 정도만 더 때리면 깨진다!’
위력이 약해졌다는 걸 눈으로, 몸으로 확인했기에 송정민은 빠르게 다시 검을 휘둘렀다.
카아앙!
당장이라도 시커먼 연기가 흩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마지막!’
송정민은 앞의 두 번보다도 더욱더 강력한 힘을 담은 채, 검을 내리 그었다.
콰창-!
유리가 깨지듯 시커먼 연기가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송정민의 검은 엎드린 상태로 꼼짝도 못하는 베울의 목을 정확하게 노리고 떨어져 내렸다.
‘끝이다.’
제 아무리 마족이라 하더라도 목이 잘리면 살지 못할 터, 그렇게 송정민의 검이 베울의 목을 막 가르려고 하는 순간.
화아아아악!
“…큭!”
새카만 연기가 베울의 몸에서 불길처럼 솟구쳐 나오더니, 송정민의 검과 그를 뒤로 날려버렸다.
턱.
“선생님, 괜찮으세요?”
송정민은 뒤로 날아가던 자신을 막아준 무혁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돕겠습니다.”
무혁 역시 다 죽어가던 베울이 이상 현상을 보이자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는 그렇게 제안을 했다.
송정민이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저었다.
불길마냥 치솟은 검은 연기에 휩싸인 베울의 모습이 조금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걸 알면서도 송정민은 무혁의 도움을 거절했다.
“우선은 내 힘으로 상대해보마.”
그렇게 말하고 송정민은 공간 점프 스킬을 이용해서 베울과 적당한 거리에 섰다.
어느새 양손에는 두 자루의 쌍검이 들려 있었고, 투왕기 또한 온 몸에 둘러서 언제든 베울을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 송정민의 준비에 맞춰서 베울 또한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 다시 일어났다!”
“치명상을 입었던 부위도 다시 멀쩡해졌어!”
“정말 괴물이다! 죽지 않는 괴물!”
“저, 저거… 뿔 아니야?”
베울의 몸을 휘감고 있는 새카만 연기만이, 달라진 점이 아니었다.
분명히 뿌리만 남아 있던 뿔의 흔적이 이제는 확연하게 눈에 보일 정도로 뾰족하게 솟아나 있었다.
“서, 설마… 마, 마, 마족이라고?”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말이 제발 거짓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지만, 눈앞의 베울은 누가 봐도 마족이라는 걸 명확하게 증명하며 서 있었다.
번쩍!
베울이 감았던 눈을 뜨자 무시무시한 마기가 사방으로 폭사되어 나왔다.
활활- 타오르듯 넘실거리던 검은 연기들도 뾰족한 가시마냥 날을 바짝- 세운 모습이 무척이나 위협적으로 보였다.
“인간… 모조리 생으로 씹어 먹어주…….”
베울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인간들을 훑어보며 그렇게 말을 하다가 왼쪽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살기에 팔을 들어 올렸다.
캉!
송정민의 공격을 팔로 막아낸 베울이 새빨간 눈동자로 그를 바라봤다.
“그렇지, 네놈. 네놈부터 씹어 먹어주마!”
새카만 연기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쫙- 퍼져나가더니 순식간에 송정민 한 사람을 노리고 날카로운 창 마냥 모여들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베울의 공격에 무혁이 놀라서 움찔- 거렸지만, 다행스럽게도 송정민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는다는 듯 쌍검을 휘두르며 반원 형태의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까가가가가가가강-!
요란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간 주제에 제법이다만!”
베울이 벼락처럼 주먹을 내질렀다.
새카만 연기를 막느라 정신이 없던 송정민으로서는 베울의 주먹을 막을 여력이 없었기에 그대로 가슴을 얻어맞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어두운 숲 안까지 튕겨져 나간 송정민의 모습에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베울을 상대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던 송정민이 주먹 한 방에 날아가 버렸으니, 힘의 차이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젠장, 중소도시 사냥에서 마족이 왜 나와?”
르케임이 창을 꼬나 쥐며 그렇게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송정민이 주먹질 한 번에 나가 떨어졌으니,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인지한 것이다.
미첼 또한 해머를 단단하게 움켜쥐었고, 방구름 역시도 칼을 꺼내 들었다.
“그래도 무혁이가 있으니까 우리가 이기겠지?”
상대가 마족이니 장담할 순 없겠지만, 르케임은 무혁이 가진 사기적인 능력들을 믿었다.
“그런데 무혁이는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르케임이 한쪽 허공에 떠 있는 무혁을 올려다봤다.
스승인 송정민이 마족에게 당했는데도 여전히 가만히 있는 모습이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그러한 의구심은 곧 해소되었다.
쇄애애애- 액! 퍼- 억!
공기를 가르는 바람 소리와 함께 날아온 한 자루의 검이 베울의 이마 앞에서 가로 막히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저벅. 저벅. 저벅.
새카만 어둠을 헤치며 송정민이 숲에서 걸어 나왔다.
“멀쩡하네?”
르케임의 말처럼 어디 한 군데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던 송정민이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들어 올렸던 창을 슬그머니 내렸다.
“그래, 마족이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송정민은 손을 뻗어 미리 내던졌던 검을 회수했다.
다시 양 손에 각각 검을 쥔 송정민이 땅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인간 따위가 감히!”
감히 자신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송정민의 모습에, 베울이 크게 분노한 듯 고함을 내지르며 마주 달렸다.
콰- 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송정민과 베울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던 무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로드.”
“예, 아버지.”
“준비 단단히 해.”
송정민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분명히 힘의 차이가 느껴졌다.
베울은 아까와 다르다.
지금의 송정민이 혼자서는 결코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나를 엿 먹이겠다고? 실수 한 거다.”
무혁이 차갑게 웃었다.
갑작스럽게 마족인 베울이 강제 사냥에 투입된 이유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 때문이라는 걸 모를 무혁이 아니었다.
커웨인, 바로 그놈의 짓이다.
강제 사냥을 담당하는 건 쿠네르카지만, 커웨인이 뒤에서 손을 썼다는 건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무혁으로서는 이런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 커웨인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잘 됐어. 마족의 힘을 내가 얻을 수 있을지를 확인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주다니 말이야. 커웨인, 이 병신아. 넌 제대로 실수한 거야.’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무혁의 눈동자가 사납게 번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