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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4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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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8화

해가 뜨지 않는 숲 (3)

 

“아까 그 소리… 괜찮을까요?”

그림자마냥 무혁의 뒤를 조용히 따르고 있던 방구름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는지 그렇게 말을 꺼냈다.

“무슨 소리? 그 이상한 괴성?”

미첼의 물음에 방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가 발광하는 소리잖아. 뭘 신경 쓰고 그래.”

르케임은 몬스터의 포효를 처음 들어보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건 그렇지만…….”

아무래도 주변 환경이 주는 긴장감 때문인지 방구름은 르케임이나 미첼처럼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넘길 수가 없는 듯 보였다.

“한 번 가볼까?”

무혁이 방구름을 돌아보며 그렇게 물었다.

어차피 넓은 숲을 무작위로 헤집고 다니는 중이다.

그러니 괴성을 내질렀던 몬스터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러 가는 것도 무혁으로선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느낌이 좋지 않아.’

거리가 너무 멀었기에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익숙하면서도 불쾌한 기분이었다.

“무혁이 너까지 왜 그래? 괴성을 계속 내지르는 것도 아니고 어딘지도 정확하게 모르는데 가긴 어딜 가?”

르케임은 왜 성가신 일을 하려고 하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미첼 역시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무혁을 설득했고, 방구름 역시 괜히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귀찮아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기에 괜찮다고 대답했다.

결국, 무혁도 멤버들의 말에 내딛던 걸음을 다시 이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보다도 무혁아, 주변에 볼 사람도 없는데 송 고문님 나오시라고 하는 게 어때?”

“그럴까요?”

무혁도 강제 사냥에 참가하기 전에 로드의 공간으로 들어간 송정민이 답답해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기에 말이 나온 김에 재빨리 로드를 불렀다.

무혁의 부름에 로드가 공간을 찢으며 모습을 드러냈고, 곧바로 송정민의 모습도 보였다.

“여기는?”

“해가 뜨지 않는 숲이라고 합니다.”

무혁의 설명에 송정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해가 뜨지 않는 숲이라면… 어둠 늑대의 숲이군.”

정식 명칭은 따로 있었지만, 온 몸이 검은 털로 뒤덮인 늑대를 닮았다고 해서 어둠 늑대라고 불렸다.

“어둠 늑대라면 쉽지 않겠네.”

르케임이 가볍게 혀를 찼다.

몬스터 분류 등급은 3등급에다가 이렇게 어두운 공간에서는 그 힘이 훨씬 더 강력해지기에 제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있다 여기는 중소도시 식민이라 하더라도 사망자가 속출 할 수밖에 환경이었다.

은신과 기습은 기본이고, 대여섯 마리씩 무리를 지어 행동하며 사냥감을 동시에 공격하는 습성이 강했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무엇보다도 해가 뜨지 않는 숲에서의 어둠 늑대가 무서운 점은 따로 있었다.

“자아를 가진, 무리의 대장이 있단 말입니까?”

송정민은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해가 뜨지 않는 숲의 강제 사냥에서는 분명히 자아를 지니고 있던 어둠 늑대의 무리의 대장을 만났었다고 대답을 했다.

“자아를 가진 몬스터라니.”

“그런 놈을 여기서 볼 수 있다는 거지?”

미첼과 르케임은 물론, 방구름도 말은 들어봤지만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었다.

그만큼 희귀했으며, 보통 자아를 가진 몬스터를 만날 경우 생존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에 보편적으로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재밌겠네요.”

무혁은 자아를 가졌던 고블린, 케라크라를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당시에는 정말 죽을 고비를 넘겼을 정도로 위험천만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케라크라를 만남으로 인해서 성장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으며, 놈의 사체에서 유용한 전리품을 얻음으로써 무혁에게 있어서는 성장의 발판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었다.

지금이야 고작 3등급에 불과한 어둠 늑대였기에 자아를 가지고 있다 한들 크게 도움이 될 일도 없었지만, 케라크라 이후 두 번째로 자아를 가진 몬스터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묘하게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어둠 늑대 자체만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죽을 텐데, 자아를 가진 무리의 대장까지 있다고 하니… 무혁이 네가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참가자 절반이 죽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겠는데?”

르케임의 말대로였다.

송정민 또한 해가 뜨지 않는 숲에서 강제 사냥을 했을 당시, 하루마다 많게는 수십 명씩 참가자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었다.

그만큼 이번 강제 사냥은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다.

“로드, 너는 왜 아무런 말도 없이 그러고 있는 거야?”

미첼은 자신들의 대화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한 곳만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로드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듯 그렇게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혁 역시 로드의 모습이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왜? 신경이 쓰이는 거라도 있어?”

무혁의 물음에 로드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마기가 느껴져서요.”

“마기?”

뜬금없이 마기가 느껴진다는 로드의 말에 다른 일행들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반면, 무혁만큼은 달랐다.

‘마기였구나!’

그제야 무혁도 자신의 기분을 찝찝하게 만들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쿠네르카가 나타난 것 아닐까요?”

마기는 아주 특별한 존재들만이 갖는 고유의 기운이다.

때문에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건 당연히 강제 사냥 담당자인 쿠네르카였다.

방구름은 혹시라도 쿠네르카가 공터에 등장한 것이 아닐까 유추했다.

“아니면 설마 마수?”

쿠네르카가 말했던 특별한 존재를 떠올린 미첼이었다.

“그럼 아까 포효했던 놈이 마수라고? 참가자들이 협동을 해야만 사냥할 수 있는 놈이라고 했으니까 진짜로 마수일 수도 있겠네.”

르케임은 그저 등급이 높은 몬스터일 것이라고만 여겼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로드가 분명하게 마기를 느끼고 있었으니 미첼의 말처럼 쿠네르카가 마수를 이 숲에 던져 놓은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수라니 오랜만에 만나보고 싶군.”

송정민이 강한 호기심을 내보였다.

헬-라시온에서 명성 높은 강자였던 만큼 송정민 또한 마수를 몇 차례나 사냥을 한 적은 있었다.

그리고 마수는 확실히 몬스터와는 그 힘의 차이가 달랐기에 싸울 때마다 상당한 긴장감과 흥분감을 갖게 만들었었다.

3년의 공백을 최대한 빨리 털어내기 위해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빡빡한 긴장감 속에서 전투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송정민이었기에 그는 당장이라도 로드를 앞세워서 마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송정민의 그러한 기분을 알아차리고 무혁이 로드를 향해 물었다.

“로드, 위치를 찾아갈 수 있겠지?”

아쉽게도 무혁으로서는 희미하게 느껴지는 마기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무혁의 물음에 로드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자. 앞장 서.”

로드가 곧바로 마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움직였고, 그 뒤를 무혁과 일행들이 따랐다.

 

#

 

“빌어먹을…….”

무차별적으로 퍼부어진 마력 스킬 공격에도 놈은 멀쩡했다.

뒤이어 각자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던 사람들의 공격에도 놈은 멀쩡했다.

어떠한 공격이든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음에도 상처 하나 입질 않았다. 아니, 자세히 바라보면 공격을 받을 때마다 상처가 생겼지만, 놀랍게도 회복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기에 멀쩡해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콰작! 콰드득!

이렇다 할 기술도, 이렇다 할 마력 스킬도 없이 놈은 두 팔과 두 다리만으로 사람들을 학살해 나갔다.

가까이서 검을 휘두르던 사람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쳐서 깨부쉈으며, 달려들던 사람의 가슴을 발로 걷어차서 쉽게 갈비뼈를 부러트렸다.

“으아아아아악!”

“죽여!”

“공격해! 쉬지 말고 공격해!”

“마력 스킬을 퍼부어!”

“놈은 혼자야! 잡을 수 있어!”

여전히 놈을 잡을 수 있다며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자신의 눈앞에서 함께 공격을 하던 사람의 머리통이 터지고, 가슴이 짓밟혀 죽는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압도적인 수적 우세 상황만을 믿고 있는 듯 보였다.

“미, 미쳤어…….”

그나마 멀찍이 떨어져서 마력 스킬을 날리던 사람들은 하나, 둘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저, 저런 괴물은 이길 수가 없어!”

“말도 안 되는 상대야! 우리의 공격이 전혀 통하질 않아!”

“그, 그들이 있어야 해! 당장 그들을 찾아와야해!”

자신의 공격이 무의미하다 여겨진 몇몇 사람들은 뒷걸음질을 쳤다.

3미터의 괴물이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양떼 무리 속에 뛰어든 사자마냥 일방적으로 사람들을 학살하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검에 베여도, 도끼에 찍혀도, 창에 찔려도 괴물은 멀쩡했다.

오히려 자신에게 겁 없이 공격을 가한 인간들을 우선적으로 짓이기고, 터트리고, 찍어 눌러서 죽이길 반복했다.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그들뿐이다.

킬 라시온 멤버들!

그들이 없어도 충분히 눈앞의 괴물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던 사람들이 뒤늦게 현실을 깨닫고는 뒤를 돌아봤다.

새카만 어둠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선 괴물마냥 보였다.

눈앞의 괴물도 무섭지만, 저 어둠과 동화되어 있을 또 다른 괴물들을 생각하니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우, 우리 같이 갑시다!”

누군가 용기를 내서 그렇게 말했다.

도망가자는 말 대신, 같이 가서 킬 라시온 멤버들을 찾아오자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럽시다!”

“당장 가죠!”

특히,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이들일수록 서둘러 떠나자며 주변인들을 재촉했다.

“어차피 여기서 저 괴물을 상대하다가 죽으나, 저 안에서 죽으나 무슨 차이가 있어! 그럴 바에야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곳으로 가자고!”

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숲으로 뛰어들었다.

“어, 어?”

“저 새끼들!”

“이 병신들아! 돌아와! 같이 싸워야 할 것 아냐!”

하나로 똘똘- 뭉쳤다고 여겼던 이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으로 도망가 버리자, 남은 이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에도 괴물은 계속해서 자신의 주변의 인간들을 거침없이 죽여 나가고 있었기에 점점 더 사람들의 동요는 커져만 갔다.

무엇보다도 괴물의 압도적인 힘 앞에, 남은 사람들의 용기와 자신감이 빠르게 하락했고, 절대적 수적 우위로 인한 안도감 또한 더 이상은 쓸모없는 객기에 지나지 않다는 걸 깨닫자, 공포와 두려움이 그들의 마음속으로 확- 몰려들었다.

“이,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정신 똑바로 차려! 충분히 우리가 이길 수 있어!”

일부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전의를 상실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어떻게든 돌려놓고자 격려를 해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눈앞의 괴물은 점점 더 포악해지고 있었으며, 어느새 그의 주변으로 처참하게 죽어버린 수많은 이들의 시체들이 현실이 무엇인지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듯 누군가가 비명을 내지르며 등을 돌려 달아났다.

그것을 시작으로 수십 명이 또 다시 숲으로 뛰어들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공터에서 빠져나가자 남은 이들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일그러졌다.

“멍청한 새끼들!”

위험하기는 숲도 마찬가지다.

저렇게 겁에 질려 도망을 간 놈들이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까?

저런 약해빠진 놈들과 함께 협동을 하려고 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고, 그제야 고작 넷이서 숲으로 들어간 킬 라시온 멤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긴, 우리나 저놈들이나 그들에게는 똑같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순 없었기에 남은 이들은 이를 악물고 다시 힘을 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니, 눈앞의 괴물이 딱 그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괴물의 몸놀림도 지쳐가고 있었으며, 드문드문 상처도 회복이 되지 않는 부위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괴물은 여전히 강력했기에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죽어야 이 처참한 싸움이 끝날지 알 수가 없었다.

“으아아압!”

고함을 내지르며 또 한 명이 괴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괴물은 너 따위가 휘두르는 검은 날 죽일 수 없다는 듯 피하지도, 막지도 않았다.

“큭!”

베어버려야 할 검이 오히려 괴물의 허리에 걸려버리자 강렬한 통증이 손목을 통해 온 몸으로 전해졌다.

괴물은 붉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수많은 이들의 피와 뇌수 등이 엉겨 붙은 손을 휘둘러왔다.

다른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 또한 저 우악스러운 손에 걸려 맥없이 머리가 터져버리겠지.

기껏 중소도시 식민이 되었는데 이런 허무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젠, 젠장…….”

마지막 욕설을 내뱉으며 괴물의 손을 바라보던 찰나.

쾅!

거대한 암석마냥 단단하게 느껴졌던 괴물이 갑작스럽게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이거… 마수가 아니군.”

한 남자가 넓은 등을 자랑하듯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누구?”

죽음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자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누구인지를 기억해보려고 했지만.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빠른 속도로 주변을 환하게 비추던 마력탄들이 깨져나가며 순식간에 공터를 어둠으로 물들였다.

“딱 좋군.”

괴물을 발길질 한 번에 날려 보낸 남자, 송정민이 어둠 속에서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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