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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4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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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7화

해가 뜨지 않는 숲 (2)

 

“와… 나 이거 진짜 어이없네!”

르케임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그렇게 외쳤다.

“우리도 좋고, 당신들도 좋은 것 아닙니까?”

“솔직하게 말해서 나쁜 제안도 아니지.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어쨌든 대부분의 보상은 당신들이 가져가게 될 것이니 이 정도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거래 아닌가?”

“그걸 말이라고! 중소도시에서의 강제 사냥이고, 더군다나 이번 년도의 첫 번째 강제 사냥이면 그 보상도 가장 클 텐데!”

오히려 양보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의 뻔뻔한 태도에 미첼이 참지 못하고 검푸른 색의 해머를 꺼내들었다.

이번에 고유 능력을 1등급으로 올리고 나서 얻은 1등급짜리 해머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려버릴 것만 같은 미첼의 해머에 뻔뻔하게 서 있던 이들의 표정이 경직되어버렸다.

“듣자듣자 하니까 아주 말들을 참 예쁘게도 하네? 전부다 혓바닥을 뭉개줄까?”

웃는 얼굴로 살기를 뿌려대는 미첼의 모습에 사람들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미첼은 공식 랭킹 91위였던 알렝을 죽인 하이 랭커다.

현재 헬-라시온의 하이 랭커 랭킹은 킬 라시온 멤버들 덕분에 완전히 뒤죽박죽되어 버렸다.

정리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한 건 해머를 들고 웃고 있는 미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하이 랭커라는 사실이다.

헬-라시온의 그 어떤 하이 랭커가 중소도시에서 거주를 하겠는가?

막말로 하이 랭커에게 중소도시는 먹을 것 하나 없는 수준 미달의 거주지일 뿐이다.

때문에 하이 랭커, 혹은 준 하이 랭커들은 모두 대도시를 거주지로 삼는다.

적당하게 제 안위나 살피며 살겠다는 생각으로 중소도시에 머문다?

그따위 말랑말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애초부터 하이 랭커는커녕, 준 하이 랭커 근처도 가보지 못하는 곳이 바로 헬-라시온이라는 생태계다.

그런데 미첼은 하이 랭커이면서도 중소도시인 커스틸에 남았다.

이미 이름이 알려진 킬 라시온의 하이 랭커 멤버들이 몽땅 대도시로 이주를 한 걸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일 수밖에 없었다.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순 없지만, 어쨌든 하이 랭커인 미첼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적어도 커스틸 강제 사냥에 참가한 이들 중 미첼과 당당하게 마주 서서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실력자는 무혁과 르케임을 제외하면 단 한 명도 없었다.

“미첼, 그만해.”

그 한 마디에 살기를 풀풀- 날려대던 미첼이 언제 그랬냐는 듯 해머를 냉큼- 집어넣고는 눈웃음을 치며 무혁의 팔에 엉겨 붙었다.

미첼이 커스틸에 남은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거래를 제안했던 이들도 그제야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케일테자만을 죽인 놈에게 내가 무슨 소리를 지껄였던 거야?’

‘나도 모르게 다른 놈들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서 실수를 해버렸군.’

‘설마, 화가 났다고 죽이는 건 아니겠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제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이 잔뜩- 움츠려든 모습으로 무혁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헬-라시온 최강자 중 한 명.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던 케일테자만을 압도적인 실력으로 죽여 버린 남자.

사소한 시비를 빌미로 흑룡 길드와 천인회, 무사시 가문을 무너트린 파괴자.

무혁에 대한 소문은 무수히도 많았고, 사람마다 그를 평가하는 기준과 방식이 모두 제각각으로 달랐다.

하지만, 분명한 건 무혁이 허튼 소리를 참고 들어줄 정도로 순한 인간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자가 가만히 있으니 그 코털을 뽑아보겠다고 설쳐댔던 사람들이 뒤늦게 주제파악을 하고는 입을 꾹- 다물고 무혁만을 바라봤다.

무혁은 흥분했던 사람들이 진정을 되찾자 입을 열었다.

“나는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이번 강제 사냥을 끝낼 거니까 두 번 다시 내 앞에 와서 헛소리를 하지 말아요. 귀찮게 하지도 말고, 내가 하는 일에 상관도 하지 마요.”

분명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킬 라시온을 생각해서 한 번은 예의를 차렸다.

두 번은 없다는 듯 무혁은 싸늘하게 사람들을 훑어봤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그만 돌아가라는 무혁의 눈초리에 사람들이 쭈뼛쭈뼛- 하나, 둘 몸을 돌렸다.

“어휴! 한심한 인간들!”

르케임은 괜히 본전도 못 찾고 자존심만 상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장담하건데 우리 오빠가 느긋하게 행동했다면 가장 먼저 죽었을 놈들이야.”

미첼 또한 무혁에게 매달리려고 했던 이들을 차갑게 비난했다.

강제 사냥터인 해가 뜨지 않는 숲으로 이동되어 온 커스틸 중소도시 식민들은 모두 세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방금 전처럼 무혁이라는 아주 튼튼하고도 안전한 버스에 무임승차를 하려고 했던 이들.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무임승차가 가능한지를 조용히 눈치만 살피는 이들.

아예 무임승차 따윈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이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숫자상으로는 무임승차에는 관심도 없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저희들끼리 뭉치며 해가 뜨지 않는 숲에서의 생존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해나가고 있었다.

가장 상식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무임승차가 가능한지를 지켜보던 이들은 반쯤은 실망스럽다는 모습이었지만, 절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서둘러 생존에 필요한 행동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무임승차에 실패하고 자존심만 구긴 이들은 또 다시 여기저기 눈치만 살피면서 제 한 몸 끼워 넣을 만한 곳이 없는지를 찾아다니기에 급급했다.

“역시 강제 사냥에서는 다 티가 난다니까.”

강제 사냥에서는 그 인간의 성격과 기질을 숨기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이번처럼 매년 첫 번째 강제 사냥의 경우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곳에서는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숨기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그나저나 여기 분위기 참… 끝내주네.”

르케임이 주변을 돌아보다 마지막으로는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거대한 나무에서 뻗쳐 나온 가지들이 서로 얽히고설켜서 마치 하나의 거대한 돔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틈을 통해서 보이는 하늘은 말 그대로 새카매서 달은커녕, 별빛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여긴 그냥 온통 밤이겠지?”

“이름부터가 해가 뜨지 않는 숲이니까.”

르케임의 말에 미첼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강제 사냥에 참가한 이들 모두 중소도시 식민들이었기에 꽤나 많은 이들이 너도나도 마력탄을 만들어서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우선 내가 먼저 한 바퀴 돌아보고 올게요.”

무혁은 마력탄이 없는 음침한 어둠 속을 향해 거침없이 걸음을 내딛었다.

고작 어둠 따위는 무혁에게 문제가 될 것도 없었고, 두려울 이유도 없었다.

“여기 남아서 뭐하라고? 같이 가자.”

“그래요, 오빠! 여기 있어봐야 기분만 나빠요.”

좌우로 르케임과 미첼이 바짝- 달라붙었다.

무혁으로서도 두 사람의 실력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었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죠.”

그렇게 무혁과 르케임, 미첼이 마력탄 하나 띄우지 않고 어둠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혀를 내둘렀다.

“캬- 거침이 없구나!”

“역시 하이 랭커 정도 되면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라 이건가?”

“부럽군! 부러워!”

“나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될 수 있겠지?”

“헬-라시온이잖아!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만큼은 배신하지 않는 곳이니까 언젠가는 분명히 저들처럼 살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감탄하는 이들과 다르게 무혁 등을 아니꼽게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미친놈들이지! 실력에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그렇지 어떻게 마력탄도 없이 저렇게 움직일 수가 있는 거야?”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자신감이지 뭐.”

“혹시 알아? 괜히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일부러 저렇게 행동하는 건지.”

“하긴!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저 어둠 속에서 빛 한 점 없이 얼마나 다닐 수 있겠어? 보나마나 적당하게 거리가 떨어졌다 싶으면 마력탄부터 만들겠지.”

무임승차를 거부당했기 때문일까?

유독 목소리를 크게 내는 그들이었다.

 

#

 

“…죽… 인… 다.”

어둠 속에서 낮게 중얼거리는 음성이 무척이나 음산했다.

한 음절, 한 음절 뚝뚝- 끊어지는 말투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괴기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터벅… 터벅… 터벅….

발걸음 또한 한 걸음, 한 걸음 겨우 내딛는 것 마냥 느릿했다.

불과 30센티미터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에서도 그는 뚜렷한 목표지가 있는 것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캬크으으으…….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몬스터들이 그의 등장에 낮게 울음을 흘리며 바짝- 몸을 바닥에 붙였다.

부들부들.

포식자 앞에 선 피포식자처럼 몬스터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기까지 했다.

“…죽… 인… 다…….”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그것이 전부라는 듯, 그는 흡사 주문처럼 그렇게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걸었다.

어둠 속 곳곳에 숨어 있던 몬스터들이 그가 지나갈 때마다 두려움과 공포에 떨었다.

자신을 두려워하는 몬스터들을 지나치길 얼마나 지났을까?

멀지 않은 곳, 어둠의 반대편에서 수많은 빛 무리가 보였다.

코를 간질거리는 이질적인 냄새, 귀를 후벼 파는 것만 같은 시끄러운 소음.

“크… 으… 으…….”

참을 수 없다는 듯 그가 나지막이 으르렁거렸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느릿하기만 했던 걸음이 조금씩 빨라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뛰듯이 걷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어둠을 헤치고 빛 무리에 가까워지자, 그의 눈동자에서 강렬한 붉은 빛이 강하게 토해져 나왔다.

그리고 빛 무리들이 가득한 넓은 공터와 어둠이 옅게 깔려 있는 경계 부근에서 그가 멈춰 섰다.

수많은 이들이 넓은 공터에 환한 빛 무리들을 빼곡하게 띄워놓고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그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베울, 인간들을 사냥해. 최대한 많이!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다. 너의 힘을 상당부분 금제시켜놓을 거니까. 어쩌면 네가 가장 증오하는 벌레 같은 인간들 따위에게 역으로 사냥을 당할 수도 있어. 그래도 설마 인간들 따위에게 죽지는 않겠지?

 

자신을 이곳으로 보내버린 놈의 이죽거리던 얼굴을 떠올린 그, 베울이 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깨물었다.

눈동자가 더욱더 빨갛게 변했으며, 축- 늘어져 있던 몸이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올랐다.

꽈득! 꽈드득! 꽈드드드득!

뼈가 굵어지고, 근육은 피부를 뚫고 터질 것처럼 팽창했다.

그 모습은 마치, 분노를 참지 못하면 녹색 괴물이 되는 그것과 비슷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포효를 내지르자 어둠마저 몸을 떨어댔다.

“……!”

갑작스런 포효에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고막을 부여잡으며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저, 저게 뭐야?”

“마, 맙소사……!”

3미터가 넘는 거구의 괴물이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서 있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저, 저게 모, 몬스터라고?”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몬스터였다.

“놈이다!”

누군가 외쳤다.

단지 그 한 마디였지만, 모두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그 세 글자 속에 담겨 있는 축약된 의미를 단숨에 깨달았다.

커스틸 강제 사냥을 담당하고 있는 쿠네르카가 말했던 특별한 존재!

분명했다.

일반적인 몬스터 따위와는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극명하게 달랐으니까.

“왜 하필이면…….”

이번 강제 사냥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무혁과 미첼, 르케임이 없는 상황에서 저런 괴물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자신의 불운을 원망했다.

그러나 원망도 잠시일 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놈의 모습에 누군가 용기 있게 외쳤다.

“놈은 혼자야! 이 많은 인원이 힘을 합친다면 저딴 놈은 얼마든지 처치할 수 있어!”

“그래! 오히려 잘 됐어! 킬 라시온 놈들이 없는 지금 이 자리에서 놈을 우리가 처치하고, 보상도 우리가 모조리 가져가버리는 거야!”

“보상이라…….”

이번 강제 사냥에 참가한 인원만 하더라도 300명이 넘었다.

굉장히 많은 수였고, 그렇다보니 고작 혼자뿐인 몬스터를 쓰러트리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놈을 죽이자!”

“우리가 해치워버리는 거야!”

“모두 한꺼번에 놈을 공격하면 돼!”

순식간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압도적인 수적 우세 상황이 모두에게 큰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과연 그들이 어둠 속에 가려진, 놈의 이마에 뿌리만 남은 뿔의 흔적을 보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용기와 자신감을 낼 수 있었을까?

아마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마족.

자신들의 눈앞에 서 있는 존재가 단순한 몬스터 따위가 아닌, 결코 대립해서는 안 되는, 격이 다른 존재라는 걸 알았다면?

강제 사냥 첫날부터 참혹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극은 언제나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오는 법.

그리고 그 비극을 불러일으킨 것은 욕심과 이기심, 다수라는 안도감이 주는 어리석음을 뿌리치지 못한 인간들이었다.

“놈을 공격해! 아쿠아 소드!”

“파이어 스피어!”

“라이트닝 체인!”

먼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이들이 마력 스킬을 퍼부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각종 무기를 손에 쥔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놈에게 달려들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두 눈이 벌겋게 변해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조금이라도 더 큰 보상을 받겠다는 욕심과 광기를 앞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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