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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42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2화

변화의 시작 (7)

 

“송 고문님 말입니다…….”

식사 후, 가볍게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르케임이 송정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듯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송 고문님? 왜?”

레오의 물음처럼 함께 차를 마시던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분위기를 잡느냐는 듯 르케임을 바라봤다.

“정말로 회복될 수 있을까요?”

“신체적인 회복만 놓고 본다면 우리 리더의 경우도 그렇고 회복이야 되겠지. 문제는 과연 과거의 힘을 되찾을 수 있느냐인데… 솔직히 이런 말은 그렇지만 확률 상 희박하지 않을까 싶군.”

방적삼의 말에 다른 멤버들 또한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현재 송정민의 상태만 놓고 본다면 냉정하게 말해서 신체적인 회복만 된다 하더라도 엄청나게 기뻐할 일이었다.

혼자서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까?

더욱이 송정민의 경우 과거 헬-라시온의 하이 랭커로서 맹위를 떨쳤던 인물이니 단순하게 신체의 회복에만 만족할 것 같지 않았다.

그건 송정민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를 추억으로만 남기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만, 사람의 욕심은 결코 추억에서만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에 과거의 힘을 되찾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르케임은 이 말이 하고 싶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과거의 힘을 되찾는다?

킬 라시온 멤버들도 한 번씩은 생각해 봤던 일이었기에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가장 먼저 마크가 대답했다.

“우선 우리 킬 라시온으로서는 엄청난 전력을 또 얻게 되는 것이지. 1등급 마정도 충분히 있으니 단숨에 모든 고유 능력이 1등급이 될 것이고, 솔직하게 말해서 전투 경험으로나 헬-라시온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역시도 우리보다 월등하게 높으신 분이니 대단한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마크의 말에 몇몇 멤버들 역시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엘리엇은 조금 생각이 다르다는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크 오빠의 말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의 일이고, 나는 솔직히 조금은 부정적으로도 생각을 해봤어. 송 고문님, 그러니까 인간 송정민이 어땠는지는 모두 잘 알거야.”

투왕 송정민.

불굴의 싸움꾼이자 독불장군으로도 유명했던 인간이다.

한편에서는 제 잘난 맛에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평가가 있었을 정도로 송정민은 남의 눈치, 남의 도움 따위 절대 받지도 않았다.

그런 성격적인 문제들로 인해 송정민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싫어하고, 거북해 하는 이들이 더욱더 많았다.

물론, 송정민의 성격이 워낙 독선적이었을 뿐, 악행을 저지르고 다닐 정도로 품행이 나쁘다거나, 악의가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의 비위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어떠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송정민은 마이웨이가 강한 인물이었다.

또 송정민의 경우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의외로 큰 편이었기에 그 부분에서의 평가는 어지간한 하이 랭커들보다도 우수한 편이었다.

한 마디로 약자보다는 강자 혹은 자신과 동등하다 여겨지는 이들을 상대로 더욱더 강하게 나갔던 인물이 바로 송정민이었다.

엘리엇은 그런 송정민이 과연 과거의 힘을 되찾았을 때에도 킬 라시온에 남아 있을까를 걱정했던 것이다.

“그래도 설마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했던 시간이 있는데? 그리고 송 고문은 은원이 확실해서 어지간해서는 우리를 떠날 일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무혁 동생이랑 구름 동생이 있는데 혼자서 킬 라시온을 나가려고 할까?”

방적삼의 말에 다른 멤버들도 송정민이 킬 라시온을 떠날 것 같지는 않다고 여겼다.

“가능성이 낮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엘리엇이라고 방적삼과 같은 생각을 못해봤을까?

다만, 그녀로서는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든, 허탈감과 상실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염두 해 둬야 한다는 뜻이었다.

막말로 무조건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설마… 송 고문님이 킬 라시온을 나간다고 무혁이까지 나가지는 않겠지?”

르케임의 말에 멤버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솔직하게 말해서 최악의 상황이다.

절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기도 했기에 실비아는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는 듯 르케임을 타박했다.

“솔직히 그건 모르는 일이잖아. 무혁이가 우리를 진심으로 동료라 여기고 있는 건 알지만, 그래도 송 고문님은 스승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일 텐데…….”

킬 라시온과 송정민을 각각 다른 저울추에 놓고 비교를 했을 때, 과연 무혁의 마음이 더욱더 쏠리는 곳은 어디일지 멤버들 모두 충분히 짐작이 갔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빠가 그렇게 쉽게 우릴 떠날 리가 없잖아? 그랬다면 날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을 테고!”

미첼은 무혁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거부했는지 레오와 실비아 등에게 들은 이후, 더욱더 그에 대한 사랑이 커진 상태였다.

비록, 그날 밤 미첼은 자신이 원했던 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무혁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한 상처만 입은 날은 아니었기에, 앞으로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니 무혁이 송정민과 함께 떠난다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송 고문님을 자주 찾아가야겠어!’

무혁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송정민의 마음에도 들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미첼이었다.

“그래, 무혁이가 쉽게 우리를 떠날 것 같았으면 자신의 비밀을 털어놨겠어? 아마 송 고문님이 킬 라시온을 떠난다 하면 그 누구보다 먼저 회유하려고 할 거라고 난 믿어.”

레오의 말에 미첼은 당연하다며 맞장구를 쳤고, 방적삼 또한 강호의 의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무혁이라면 마땅히 그럴 것이라고 확신에 찬 주장을 펼쳤다.

“솔직히 난 송 고문님이 떠나고, 안 떠나고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막말로 함께 하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와 적대적인 관계가 될 것도 아니잖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이 있으니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그걸 억지로 맞춰달라고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서로 좋은 관계로 남는다 하더라도 문제 될 건 없으니까.”

“왜 말을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야!”

미첼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레오를 노려봤다.

“말이 그렇다는 거야. 어쨌든 정말로 우리가 고민을 해야 하는 건 따로 있어.”

레오의 말에 멤버들 모두 그를 바라봤다.

“송 고문님이 예전의 힘을 되찾았을 때는 우리도 선택해야 할 거야.”

“선택이라니? 뭘?”

엘리엇의 물음에 레오가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

“우리의 표식을 뜯어내느냐, 마느냐.”

“……!”

레오의 말에 멤버들이 두 눈을 부릅뜨며 놀라워했다.

“표, 표식을 뜯어낸다니?”

방적삼이 말까지 더듬거리며 이유를 물었다.

“표식을 뜯어내고서도 지금의 힘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마족의 통제를 따를 필요가 없잖아요? 물론, 그에 따른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후폭풍?”

“표식으로 인해 마족에게 통제를 받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보호막 역할을 해주기도 하잖아요. 표식이 없는 인간, 즉 헬-라시온의 불법체류자가 마족에게 더욱더 쉽게 살해를 당한다는 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리고 마족의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난 인간이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다면 과연 가만히 두고만 볼까요? 더군다나 자신들에게 적대적이기까지 한데?”

절대 가만히 둘 리가 없다.

마족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마신 라시온의 분노를 살까봐 인간들을 함부로 죽이지 못하는 것이 가장 짜증나는 일이라고.

그런 라시온도 마족들의 통제를 벗어난 인간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 점을 악용해서 마족들은 시시때때로 표식이 없는 인간들을 사냥하기까지 했다.

때문에 비밀리에 노예를 거느리고 있는 길드와 가문들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마족이 들이닥쳐서 노예들을 벌레 죽이듯 죽일까봐 항상 전전긍긍해 하기도 했다.

오죽 걱정이 컸으면 노예들의 은신처를 일정 기간마다 바꿔가며 관리할까.

그만큼 마족들에게 표식이 없는 인간들은 그저 유흥을 돋을 수 있는 일개 사냥감일 뿐이었다.

그러니 표식이 없으면 중앙탑을 이용할 수가 없다.

사냥감이기도 하지만, 설령 마족의 관심을 벗어났다 하더라도 표식이 있어야만 중앙탑에서의 여러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부터가 가장 큰 문제가 되겠군.”

마크의 말에 레오도 그 부분이 솔직히 가장 큰 골칫거리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헬-라시온이었기에 도시의 중앙탑에서 포탈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건 이동력에 굉장히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에 비해 표식을 뜯어냈을 때의 장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강제 사냥이나 포지션 트레이닝에 참가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최상위 실력자들이 되었기에 예전만큼 위험도가 사라진 상황이다.

거기에 강제 사냥 등에 참가를 해서 높은 성과를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 등을 생각하면 과연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굳이 표식을 뜯어내야 하는 걸까?”

방적삼이 회의적으로 물었다.

장점이라고는 마족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 외엔 없었으니까.

그 하나를 위해서 많은 손해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솔직히 신중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일이었다.

더욱이 이제야 어디서나 어깨를 펴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는데 마족이라는 더욱더 위험천만한 적을 둘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방적삼은 부정적인 입장이 컸다.

“그러니까 신중하게 고민을 해볼 문제죠.”

레오로서도 당장은 표식을 뜯어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 씁쓸하게 웃었다.

마족이라는 빌어먹을 존재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데, 그걸 과감하게 실행할 용기가, 그리고 후폭풍을 견뎌낼 힘이 없었으니 억울하고 분한 마음뿐이었다.

레오가 던진 커다란 화두가 킬 라시온 멤버들의 가슴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표식을 다 뜯어낸다면 무혁이는?”

르케임의 말에 레오 역시 그 부분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대답했다.

자신들이야 무혁이 리커버리 스킬로 회복을 시켜주면 된다.

하지만, 당사자인 무혁은 표식을 뜯어내는 순간 코어가 손상되어 어떠한 스킬도 사용할 수가 없어지니 그를 치유시켜 줄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우리 오빠만 혼자 내버려 둬야 한다면 난 그냥 이대로 살 거야.”

미첼의 말에 다른 멤버들 또한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혁이가 떠난 지 얼마나 됐지?”

“오늘로 딱 30일이 됐으니까 돌아올 때가 됐는데…….”

“조각 난 신의 조각인가 뭔가는 얻었으려나?”

“무혁이라면 분명히 성공했겠지. 이미 두 개나 성공한 전력이 있으니까. 이번에도 무사히 얻었을 거야.”

 

#

 

“X발… 뒈질 뻔 했네.”

무혁은 한 순간의 방심이 아니, 방심이라기보다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던 오라크레노도 2세의 자폭 공격에 놀랐던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한참 동안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무혁은 폐허가 되어버린 주변을 돌아봤다.

오라크레노도 2세의 자폭으로 인한 폭발력은 어마어마했다.

방 전체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시체의 호수 전체가 들썩이며 흔들릴 정도로 그 충격의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제 아무리 고유 능력이 1등급의 끝에 도달한 무혁이라 하더라도 목숨을 보존하지 못할 정도로 위력 하나는 끝내줬다.

“얼음의 방어 스킬이 없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무혁은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았는데 고작 썩어 곪아 터진 문어 따위와 인생을 끝낼 뻔했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부아도 치밀어 올랐다.

“앞으로도 조심해야겠어. 다른 놈들도 자폭을 할 수도 있으니까.”

과거 얼음 여왕이 함께 동상이 되자며 모든 것을 얼린 적은 있었다.

그런데 문어 대가리는 한 술 더 떠서 자폭을 감행했다.

무혁으로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상황이라 앞으로 남아 있는, 조각 난 신의 힘을 수호하고 있는 몬스터를 상대할 때마다 최후의 순간 전까지는 최소한의 안전을 확실하게 챙겨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 엄청난 폭발 속에서도 물 수정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네.”

무혁은 손에 쥔 물 수정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물 수정은 별거 없어 보이네?”

물 수정은 뜨거웠던 모래 태양이나 차가웠던 얼음 구슬처럼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무혁은 곧바로 물 수정을 감정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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