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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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6화
마르케디악 (4)
끼륵! 끼륵! 끼륵! 끼륵!
“왜 그래, 토빗?”
아르케니아는 자신의 품에 얌전하게 안겨 있던 토빗이 갑작스럽게 울어대며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게 몸부림을 쳐댔다.
그 모습에 아르케니아가 당황한 얼굴로 진정을 시키기 위해 두 팔에 힘을 줘서 꼭- 끌어안으며 안심하라는 듯 말을 건넸다.
“괜찮아, 괜찮아! 아무런 일도 없으니까 놀라지 마.”
아무리 진정을 시키려고 해도 토빗의 몸부림은 그치질 않았다.
발광하며 아르케니아의 품을 벗어나려는 토빗의 과격한 모습에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당황스러운 얼굴들이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가만히 좀 있어!”
실비아가 눈을 찌푸리며 토빗에게 진정하라고 말했지만, 주인인 아르케니아의 말도 제대로 듣지 않는 상황에서 통할 리가 없었다.
“이거 꼭 처음에 마족의 존재를 인식했을 때의 모습 같지 않아?”
토빗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미첼의 말에 방구름이 약간 더 심하기는 했지만, 분명 그때와 비슷하다고 대답했다.
“설마 여기 어디에 토빗이 그때 느꼈던 정도의 공포스러운 존재가 있다는 건가?”
필립이 혹시나 싶어서 주변을 돌아보다 이내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토빗의 탐색 거리는 킬 라시온 멤버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기에 자신이 아무리 눈을 치켜뜨고 둘러본다 하더라도 발견할 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분명 뭔가 있기는 있다는 뜻인데, 설마 마왕이라도 근처에 온 거 아닌지 모…….”
방적삼은 그렇게 말하다 멤버들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급히 입을 다물었다.
입이 방정이라고 괜한 소리를 내뱉었다가 정말 문제가 생기면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무혁아!”
마족 한 명을 죽이고, 또 한 명의 마족을 죽이기 직전 무혁을 향해 날아가는 한 자루 대검의 모습을 발견한 마크가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내지른 것이다.
거리가 너무 멀었기에 마크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으나, 다행스럽게도 무혁은 몸을 바짝- 바닥에 붙이면서 갑작스런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내고 있었다.
“저, 저거 뭐야?”
킬 라시온 멤버들이 대검을 날린 마족을 바라봤다.
평범했다.
주변의 다른 마족들과 생김새부터 몸에서 풍기는 기운까지 어느 것 하나 다르지 않았다.
그런 평범한 마족이 무혁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기습 공격을 했다?
의아함이 들 때, 평범했던 마족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마기가 유형화되며 그의 몸 주변으로 넘실거렸다.
끼륵! 끼륵! 끼륵! 끼륵! 끼륵!
토빗이 또 다시 아르케니아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쳐댔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저 놈이었어? 그런데 왜 이제야…….”
뒤늦게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인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얌전하게 아르케니아 품에 안겨서 주스를 먹던 토빗이었다.
그런데 무혁이 히포를 타고 마족들에게 달려가고 나서부터 갑작스럽게 이런 반응을 보였다.
“설마 저 마족이 무혁의 존재를 느끼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거야?”
엘리엇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었으니까.
아니,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저, 저기!”
르케임이 두 눈을 크게 치켜뜨며 손가락질을 했다.
마족이 변하고 있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던 외모가 서서히 뒤틀어지더니 이윽고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냈는데…….
“케트라…….”
무혁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마족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모습을 바꾸고, 자신의 기운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을 줄이야!
무혁으로서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케트라의 능력에 헛웃음 밖에 나오질 않았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숨기고 함정을 파놓았다니.
‘운도 참.’
무혁은 하필이면 그 많은 마족들의 대열 중 콕! 집어서 케트라의 대열을 공격한 자신의 운빨에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금은 비벼 볼 수 있겠는데?’
처음 케트라를 봤을 때의 막연한 패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그때와 비슷하다.’
무혁을 향해서 강한 살의를 뿌려대고 있는 케트라의 모습은 탐색 차 먼 곳에서 그를 봤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케트라와 싸울 만한 투지가 생겨났다.
‘내가 널 잡기 위해서 멤버들이 양보한 마족의 영혼까지 얼마나 많이 흡수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무혁으로서는 아쉬웠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싸워보기도 전에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고작 며칠 만에 열 번 싸우면 열 번을 질 것 같았던 케트라와 동등한 입장이 되었으니까.
이런 상황조차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거야 말로 도둑놈 심보다.
“너… 인간이구나.”
케트라는 진심으로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마수의 대지에서 마족들을 살해하고 다니는 존재가 인간일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으니까.
겉으로만 인간을 내세웠을 뿐, 그 실체는 따로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케트라였기에 자신의 눈앞에서 마족을 순식간에 죽였던 무혁의 모습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라서 좀 놀랐나? 인간이라고 너무 깔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랬다가는 네놈의 머리통도 저렇게 박살이 날 테니까.”
무혁은 말을 하며 일부러 자신의 검에 머리 절반이 날아간 마족의 시체를 가리켰다.
“인간이라 놀란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어떤 상대든 내 적이라면 결코 방심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서 내 눈앞에 서 있는 적의 숨통을 끊어 놓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적을 앞에 두고 참는 성격이 아니지!”
케트라가 거대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무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땅을 뒤로 힘껏- 밀며 달려오는 케트라의 손에는 어느새 또 한 자루의 대검이 단단하게 쥐어져 있었다.
“대화가 짧은 마족이라… 나쁠 건 없지!”
무혁 역시 케트라를 향해서 마주 달려 나갔다.
힘의 차이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해서 한 번이라도 충돌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대검과 블랙 본 장검이 케트라와 무혁의 중간 지점에서 정확하게 이를 맞대었다.
꽝-!
“…큽!”
무혁은 자신의 온 몸을 부숴놓을 것만 같은 강력한 충격파에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강하게 짓씹었다.
‘엄청나다!’
온 몸의 뼈가 동시에 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혁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강력한 힘 앞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동시에 이 무식한 힘을 자랑하는 케트라에게는 힘으로 상대하는 것이 굉장히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 또한 단박에 깨닫고 황급히 뒤로 물러나서 거리를 벌이기로 했다.
“블링크!”
블링크를 써서 거리를 벌이려고 했던 무혁이었지만, 당황스럽게 블링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블링크!”
다시 한 번 블링크를 사용해봤으나,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블링크였군. 네놈에 대해서는 이미 파악이 끝나 있다. 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이 아니라면 그렇게 짧은 시간 사이에 이동을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여겼다. 네놈의 무덤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무슨 말인가 싶어서 주변을 돌아보니 케트라를 중심으로 무혁의 주변까지 돔 형태로 얇은 검은 막이 씌워져 있었다.
블링크가 먹통이 되어버린 원인이었다.
그 범위도 굉장히 넓었다.
이만한 공간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인위적으로 막아놓았다는 사실에 무혁은 그 능력이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자, 어디 한 번 쥐새끼처럼 도망을 가보든지.”
케트라가 대놓고 비릿한 미소와 함께 무혁을 도발했다.
“아까부터 거슬렸는데 말이야… 누가 쥐새끼라는 거야!”
예전에도 그랬지만, 무혁은 누군가 자신을 두고 쥐새끼라 부르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그 X같은 인간이 생각나잖아!’
무혁은 저절로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인간, 얼굴만 봐도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꾼의 모습을 애써 지워버리며 어느새 코앞까지 따라 붙은 케트라를 향해서 블랙 본 장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쾅!
“이런 나약한 공격으로 날 상대하겠다는 건가?”
무혁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며 케트라가 비아냥거렸다.
“그 나약한 공격에 너희 마족들이 몇이나 죽었는지 알아?”
무혁 역시 지지 않고 케트라를 향해 그렇게 맞받아쳤다.
상대를 도발하면서도 둘은 연신 서로의 무기를 휘둘러 댔다.
쾅! 쾅! 꽝! 쾅!
검과 검이 충돌하는데 굉음이 터져 나왔다.
케트라는 강력한 힘뿐만 아니라 속도와 정교함까지 갖추고 있었기에 무혁으로서는 한 번씩 충돌을 할 때마다 머릿속까지 징징- 울리는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정면으로 싸우는 건 미련한 짓이야!’
케트라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무혁은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을 모두 사용했고, 방구름의 능력 상승 알약까지 모조리 씹어 먹은 후였음에도 정면으로 싸우는 건 자신에게 극도로 불리하다는 걸 온 몸으로 절감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싸움을 지속하는 건 스스로 패배의 구렁텅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무혁이 유리한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케트라와의 거리를 벌여놔야만 했다.
하지만, 틈이 없다.
케트라는 근접 전투에서 무혁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듯 아주 교묘하게 전투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쥐새끼가 도망갈 방법만 찾고 있는 건가?”
또 다시 듣기 싫은 말을 들은 무혁이 이를 까득- 깨물었다.
“수룡!”
수룡이 무혁의 몸을 중심으로 빠르게 나타났다.
사방으로 막강한 냉기를 퍼트리는 수룡이었지만, 케트라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대검만 휘둘렀다.
‘멍청한 놈! 그렇게 무식하게 대검을 휘둘러봐야 수룡이……!’
콰작! 콰작! 콰작! 콰작!
물로 이루어졌으나, 냉기가 공존하는 수룡이었기에 케트라가 휘두르는 대검에 몸통 곳곳이 박살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수룡으로도 케트라를 어쩌지 못하자 무혁은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강한 적이라 긴장감이 바짝-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디 전력으로 붙어보자!’
무혁은 자신이 가진 모든 전력을 끌어내기로 했다.
“블랙 본의 광기!”
우선 블랙 본의 광기부터.
곧바로 무혁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세가 한층 더 강렬해지자, 이 순간만큼은 케트라 역시 놀랍다는 반응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 정도로 놀라면 재미없지. 내가 진짜 놀라게 해줄게.”
무혁은 태양의 증폭 스킬과 얼음의 방어 스킬까지 동시에 사용해버렸다.
이제부터는 속전속결이다.
특히, 얼음의 갑옷이 케트라의 그 어떠한 공격도 1분 동안은 절대적으로 막아줄 수 있었기에 이 시간이 가장 중요했다.
지금까지 이 전력을 가동하고도 쓰러트리지 못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케트라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동등해진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자신이 훨씬 더 유리해진 싸움이라고 무혁은 확신했다.
무혁의 온 몸을 뒤덮고 있는 얇은 얼음 갑옷의 모습에도 케트라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모습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부숴버리면 끝이다.
그 어떠한 방어도 케트라는 자신의 힘으로 모조리 부숴버릴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콰- 아앙!
“……!”
하지만, 케트라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부술 수 없는 방어도 존재했다.
자신의 대검을 팔만 들어 막아버린 무혁의 모습에 케트라의 얼굴이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내가 말했잖아. 진짜 놀라게 해주겠다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는 무혁의 모습에 케트라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굳히고 말았다.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케트라가 오기라도 부리려는 듯 대검을 재차 휘둘렀다.
“그건 반칙이야. 공평하게 우리 한 대씩 주고받아야…….”
쾅!
무혁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케트라의 대검이 허리를 가격했다.
그러나 여전히 멀쩡하기만 한 무혁의 모습에 케트라의 표정이 더욱더 구겨졌다.
“규칙을 무시하고…….”
무혁의 말까지 무시하고 케트라는 대검을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쾅! 쾅! 쾅! 쾅! 쾅! 쾅!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케트라의 대검은 빠르고, 강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의 얼음 갑옷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 이게…….”
그제야 케트라도 깨달았다.
저 비열한 인간 놈이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공격을 모두 무효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서른일곱 번. 이번에는 내 차례지?”
얼음 갑옷을 믿고 무혁은 오로지 공격에만 모든 힘을 집중하며 케트라를 향해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