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8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5화
마르케디악 (3)
“마왕이 직접?”
필립은 무혁이 전해준 소식에 저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무혁은 우선 사실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추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우리 손에 죽은 마족들의 수가 적지는 않으니까 일부 마왕들이 모여서 의논을 거쳐 한 명이 책임지고 해결을 보기로 한 것 같아요.”
자신이 들었던 말을 토대로 무혁은 그렇게 설명을 해주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헬-라시온에서 마족은 최상위 생명체다.
동족들이 아니라면 결코 죽지 않을 존재들인데, 벌써 수백 명이 정체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존재에게 맥없이 죽어나가고 있었으니 마왕들로서도 당연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위험하지 않을까? 정말로 마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아무리 우리가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계란으로 바위 치는 꼴이잖아?”
르케임의 말에 다른 멤버들 또한 비슷한 의견인 듯 무거워진 얼굴로 무혁을 바라봤다.
현재 가장 강한 사람은 단연 무혁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무혁이 강하다 해도 상대가 마왕이라면?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필패였다.
굳이 싸워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제였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혁도 인정하고 있었다.
“상황을 해결하기로 한 건 마왕이지만, 그가 직접 마수의 대지에 온 건 아니니까 아직은 시간이 있어요.”
“시간? 무슨 시간?”
실비아의 반문에 무혁이 간단하게 답했다.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는 시간.”
맞는 말이다.
시간만 넉넉하게 주어진다면 분명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마왕까지 개입이 된 상황에서 그럴 시간적 여유가 충분할까?
실비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헛된 희망이라고 여겨졌다.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무혁이가 모든 마족들의 영혼을 흡수하는 건 어떨까요?”
레오가 의견을 제시했다.
킬 라시온 멤버들이 지금처럼 공평하게 마족의 영혼을 흡수해서 강해져봐야 마왕의 눈엔 어중이떠중이로 보일 테니, 그럴 바에야 어느 한 사람을 전폭적으로 밀어줘서 마왕을 견제할 수 있게끔 성장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나도 레오 의견에 찬성. 최소한 마왕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해.”
엘리엇이 가장 먼저 레오의 의견에 동의를 했고, 뒤이어 다른 멤버들 또한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었다.
“오빠가 마왕을 상대할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해요?”
미첼의 물음에 멤버들 또한 모두 궁금하다는 듯 무혁을 바라봤다.
“글쎄.”
솔직히 무혁으로서도 그 부분은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혼자서도 어지간한 마족 10명과 맞붙는다 하더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마왕은 전혀 다른 존재이질 않은가?
결국, 해답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건 로드였기에 무혁 또한 그를 쳐다봤다.
“그렇게 본다고 해서 내가 답을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나도 마왕이 일반적인 마족들보다 월등하게 강하다는 것만 유추하고 있을 뿐이지, 그들의 진짜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본 적이 없으니까요.”
“대략적으로라도 짐작되는 거 없어?”
르케임은 정확하지 않더라도 좋다며 그렇게 물었고, 로드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받았다는 듯 얼굴을 구기면서도 고심하다가 답을 내놓았다.
“최소한 아버지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은 강해져야 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도 내 짐작일 뿐이고, 두 배라는 수치도 최소한 마왕을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을 뿐. 실제로 마왕이 어느 정도의 힘인지는 나도 몰라요. 그런데 서열까지 따진다면…….”
너무 복잡하다는 듯, 더 이상은 단순한 짐작만으로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듯 로드가 고개를 흔들었다.
“최소한 두 배라…….”
로드가 제시한 기준에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난감하다는 표정만 드러냈다.
지금까지도 무혁은 쉬지 않고 강해져왔다.
그런데 단시일 내에 그만큼의 성장을 해야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모두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을 때였다.
“무혁이 네가 가진 신물들의 힘을 흡수하는 건?”
송정민의 말에 그제야 킬 라시온 멤버들이 저마다 손뼉을 치며 희망을 찾았다는 듯 얼굴 가득 화색을 보였다.
하지만, 무혁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신물들의 힘을 흡수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고작 두 개를 흡수하는 데에도 거의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었다.
동일한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남은 네 개의 신물을 흡수하는데 두 달이 걸린다.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무엇보다도 신물을 흡수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무혁으로서는 무턱대고 신물을 흡수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이쯤에서 빠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르케임은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서 차라리 안전하게 잠시 후퇴하는 것이 어떤가 싶었다.
“지금 빠지면 나중에 또 이런 기회가 올까? 지금이야 마족들을 정신없이 몰아붙였지만, 다음에도 그게 가능할지 누가 장담해? 최악의 경우 마족들이 우리가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그 분을 이기지 못해서 다른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면?”
실비아의 말에 르케임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들로 인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마족들에게 죽임을 당할 인간들을 생각하니 차라리 여기서 죽으면 죽었지, 제 한 목숨 보존하겠다고 등을 돌리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킬 라시온 멤버들은 마왕이라는 존재 하나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상대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다고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우선은 놈부터 만나보죠.”
“놈이라니?”
“케트라요.”
마왕 니니스의 명령을 받고 마수의 대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마족.
“내가 들은 바로는 케트라라는 마족은 도전권 쟁탈전에서도 충분히 도전권을 얻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대충 놈을 만나보면 막연하기만 했던 마왕의 실체에 대해서도 조금은 파악이 되지 않겠어요?”
처음부터 무혁은 케트라부터 상대를 해볼 생각이었다.
“그래! 설마하니 마왕이라는 놈들도 자존심이 있는데 이런 일로 쉽게 움직이려고 하겠어? 어쩌면 우리가 너무 앞서서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잖아.”
마크가 축축- 쳐져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그렇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
“어제부터 잠잠해졌습니다. 혹시 이대로 도망간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도망?”
부하의 말에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마족, 케트라가 굵직한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니니스 님께서 내게 반드시 범인을 잡으라고 명령을 내리신 일이다. 도망을 갔다 하더라도 끝까지 쫓아서 무조건 잡아야 한다. 철저하게 수색해서 놈들의 꼬리를 잡아라.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케트라는 말 대신 지독할 정도로 강력한 마기를 뿜어냈다.
놀랍게도 케트라의 마기는 살아있는 생명체마냥 그의 앞에 서 있던 마족의 온 몸을 칭칭- 감싸기 시작했고, 그렇게 마기에 감싸인 마족은 온 몸이 으스러질 것만 같은 극심한 압박감에 덜덜- 떨어야만 했다.
“바, 반드시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 할 거다. 내 손에 죽기 싫다면.”
케트라가 마기를 거둬들이자 그제야 압박감에서 벗어난 마족이 허겁지겁- 몸을 돌려 어디론가 빠르게 뛰어갔다.
마왕 서열 28위, 니니스가 가장 신뢰하는 마족 케트라는 지금까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주군인 니니스의 명령을 완수하지 못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니니스가 다른 마왕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마수의 대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해결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오로지 케트라의 능력을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런 니니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반드시 이번 일의 범인을 찾아내야만 했다.
“롸메우!”
케트라의 외침에 거대한 크기의 마수가 땅속에서 솟아올랐다.
전갈과 매우 흡사하게 생긴 마수의 딱딱한 등껍질 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마냥 굳건하게 선 케트라의 모습은 수백의 마족을 진두지휘하는 장수마냥 위풍당당했다.
그런 케트라를 먼 곳에서 은신한 상태로 지켜보던 무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릴 뿐이었다.
“확실히 다르네.”
다른 마족들과 케트라는 확연하게 달랐다.
비유를 하자면, 지금까지 무혁이 만나서 싸웠던 마족들이 늑대나 이리였다면, 케트라는 산중 제왕인 호랑이처럼 느껴졌다.
“지금으로서는… 무조건 피해야겠네.”
케트라와 직접 싸우지 않더라도 그 결과가 뻔히 짐작이 갔다.
무혁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전력을 총동원 한다 하더라도 열 번 싸워서 열 번 모두 패배가 확실할 정도로 케트라가 풍기는 분위기와 아우라는 상상을 초월했다.
본능적으로 아! 저 놈에게는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무혁으로서도 괜한 오기와 고집을 부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저런 놈도 마왕이 되지 못했으니…….”
도대체 마왕은 얼마나 강하다는 것인가?
무혁으로서는 고작 인간들을 상대로 최강자라는 말을 들으며 내심 우쭐했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기만 했다.
케트라의 모습을 보고 나니 확실해졌다.
마족이라는 이름만 뒤집어쓰고 있는 하수들을 잡았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하지만, 조만간 너도 내 손에 잡힌다.”
상대가 강하다지만, 무혁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의욕이 활활- 타오르며 무혁의 승부욕만 거세졌다.
“히포, 이제부터 신나게 휘젓고 다녀보자.”
무혁은 히포의 부드러운 갈기를 쓸어내리며 어느새 하나의 점으로 변해버린 케트라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케트라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이후부터 무혁은 본격적으로 마족들을 사냥하고 다녔다.
히포를 타고 이동하면서 무혁은 케트라가 구축해놓은 마족들 간의 간격을 정확하게 끊어놓는 역할을 자처했다.
그렇게 무혁이 간격을 끊으며 일부 마족들을 떨어트려 놓으면, 그 이후에는 킬 라시온 멤버들이 속전속결로 마족들을 처리했다.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마족들을 죽이고 사라지느냐가 관건인 싸움이었다.
무혁이 홀로 마르케디악으로 향했을 때에도 필립과 송정민이 비슷한 방식으로 마족들을 사냥했었지만, 확실히 히포의 이동 능력과 무혁의 무력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기에 훨씬 더 사냥 속도가 빨랐으며, 마족들에게 뒤를 잡힐 염려도 적었다.
반면, 마족들을 사냥하는 수는 시간 대비 두 배 이상은 증가했고, 그렇게 사냥한 마족들의 영혼은 킬 라시온 멤버들의 배려로 인해서 무혁이 독식을 해나가고 있었기에 하루, 하루가 다를 정도로 강해져만 갔다.
하지만 케트라도 마냥 바보처럼 대비를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처음 3-4일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이 무혁과 킬 라시온에게 당했지만, 5일째가 되는 날부터는 간격을 넓히는 대신 마족들의 수를 두 배 이상 늘려버림으로써, 짧은 시간 내에 마족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작전을 변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만큼은 통하질 않았다.
오히려 많은 수의 마족들을 더욱더 빠르게 사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또 다시 3일이 지나고 나서야 케트라가 또 한 번 작전을 바꾸었다.
“뭐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네?”
“그래봐야 소용없지!”
다시 간격을 좁히고, 마족들의 수를 줄인 케트라의 작전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저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듯 낄낄- 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자! 오늘도 한바탕 신나게 휘저어 보자고!”
방적삼이 언제나처럼 자신의 창을 붕붕- 돌리며 사기를 드높였고, 다른 멤버들 또한 저마다의 방식으로 의욕을 드러냈다.
그러는 사이 무혁은 히포의 등에 앉아서 마족들의 간격을 어떻게 끊을까 고민을 마쳤다.
“그럼 먼저 갑니다.”
목표를 정하고 나자 무혁은 거침없이 내달렸다.
히포가 자연스럽게 은신 능력을 발휘하자 무혁은 마족들이 눈치도 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걸음을 내딛는 마족의 모습에 무혁은 피식- 웃음마저 나왔다.
헬-라시온의 다른 인간들은 이러한 마족의 모습만 봐도 공포에 질리고, 두려움에 벌벌- 떤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괜히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기분은 좋네!’
인간에게는 한없는 공포를 선사했던 마족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이토록 겁을 먹고 있었으니까.
‘이놈을 잡고 다음에 저쪽으로 이동하면 되겠네.’
무혁은 자신이 움직여야 할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 넣고는 히포의 등에서 튕겨지듯 발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
은신이 풀리면서 무혁의 모습과 인간 특유의 기운이 풍겨져 나오자 마족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고, 자신의 머리 위로 덮쳐오는 무혁의 시커먼 그림자를 입만 벌린 상태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콰- 작!
무혁의 손에 들려 있던 블랙 본 장검이 마족의 머리통 절반을 그대로 날려버리면서 사방으로 검붉은 핏물이 튀어나갔다.
“저, 적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동료의 죽음에 다른 마족이 허겁지겁- 고성을 내질렀다.
“늦었어!”
무혁이 그렇게 외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는 마족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후아아아아앙-!
뒷머리가 빳빳하게 설 정도의 섬뜩함이 무혁의 온 몸을 뒤덮었고, 동시에 고막을 찢어발길 정도의 파공음과 함께 좌측에서부터 무엇인가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접근을 해왔다.
무혁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본능적으로 몸을 바닥에 바짝- 붙였고, 그러기가 무섭게 머리 위로 한 자루의 대검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갑작스런 기습 공격에 무혁이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잡았다. 쥐새끼.”
평범하게만 보이는 마족이 무혁을 바라보며 마기와 살기를 동시에 풀풀- 풍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