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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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9화
마족 사냥 (9)
안소영.
무혁에게 있어서 굉장히 특별한 여자였다.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비록, 사랑이라는 감정을 공유한 이성은 아니었지만, 무혁에게는 꽤나 큰 감정의 조각 중의 하나로 평생을 자리할 여자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차마 지나칠 수가 없었다.
“모르고 지나갔다면 모를까, 알면서도 그냥 갈 순 없지. 죽은 안소영도 내가 그냥 모른 척 지나갔다면 분명 저승에서 날 싸가지 없는 새끼라고 쌍욕하고 있을 수도 있고.”
말을 하던 무혁이 피식- 거리며 웃었다. 충분히 자신을 그렇게 욕하고도 남을 그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이다.
“어디 그럼 발정난 개새끼가 어떻게 생겼는지 면상이나 좀 볼까?”
무혁은 곧바로 육가문을 향해 거침없이 걸었다.
마우티 부락은 작다.
지금 생각해보면 규모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거주자들이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곳으로서 화려하고 거대했던 커스틸 중소도시에 비하면, 빈민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였다.
하긴, 매년 새로운 인간들로 물갈이 되면서 길어야 고작 1년 머물다 떠나는 곳이니 마족들 입장에서도 구태여 공을 들일 필요가 없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에도 제법 그럴싸한 저택들도 여러 채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육가문의 마우티 지부였다.
“하암-!”
저택의 정문을 지키고 있던 남자, 김창영은 삐딱하게 서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가 한 사내가 저택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자 재빨리 자세부터 바로 잡았다.
마우티 부락에서 육가문은 하늘이다.
경쟁자였던 흑룡 길드, 천인회, 무사시 가문이 킬 라시온에서 의해서 한 방에 해체가 된 이후로 육가문은 마우티 부락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 마우티 부락의 지부를 찾아오는 이들은 둘 중 하나였다.
육가문 소속 고위 간부거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놈이거나.
“간부는 아니고.”
김창영은 육가문 소속이라면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육(六)’자가 새겨진 마크가 의복 어디에도 없다는 것부터 확인했다.
그러고 보면 차림새부터가 수상쩍었다.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으니까.
“무슨 일입니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김창영은 사내를 향해 나름 정중하게 물었다.
명색이 마우티 부락을 지배하고 있는 육가문이니 최소한의 체면은 차릴 필요가 있었다.
“여기 지부장이 이정환 맞지?”
다짜고짜 반말이 튀어나오자 김창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상대가 지부장과 친한 관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창영은 최대한 예의를 차리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지부장님과는 어떤 관계십니까?”
친구라도 되는 걸까?
김창영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른 대답이 나왔다.
“본 적도 없어. 그런데 볼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불러줄래? 아니면 내가 직접 찾아갈까?”
후드에 가려진 얼굴로 상대가 비웃고 있는 걸 느낀 김창영은 그제야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미친 또라이 새끼!’
아주 가끔이지만, 부락만을 돌면서 개수작을 부리려고 오는 놈들이 있다.
나름 실력에 자신감을 가진 놈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결국 부락만을 돌면서 저보다 약한 놈들에게 힘자랑하는 부류일 뿐이었다.
이런 놈들의 목적은 하나다.
돈 좀 뜯어보겠다고 오는 것이다.
괜한 드잡이질을 하기 싫은 곳에서는 몇 푼 쥐어서 보내지만, 아쉽게도 이정환 지부장은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개싸움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이런 양아치 같은 놈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을 정도로 쓸 때 없는 자존심에 목숨을 거는 인간이었다.
더불어 대형 길드는 아니더라도 육가문은 제법 끈끈하게 엮인 유대관계로 인해서 어지간한 길드에서 충돌을 피할 정도였으니, 김창영은 상대가 잘못 찾아와도 한참 잘못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번지수 잘못 찾았어. 여긴 육가문 지부야. 들어는 봤지? 그리고 우리 지부장님은 귀찮은 일을 마다하지 않아. 그러니까 괜히 신세 망치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다른 곳으로 가. 다른 부락 많잖아.”
김창영이 손을 휘휘- 저으며 귀찮다는 듯 무혁을 내쫓았다.
“부르기 싫다면 내가 찾아가는 수밖에.”
김창영을 상대가 자신을 지나쳐서 저택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인상을 구기며 손을 뻗었다.
하필이면 왜 자신이 경비를 서는 날 이런 미친놈이 온 것인지 짜증이 났지만, 어찌되었든 놈이 함부로 저택으로 들어가도록 내버려 둘 순 없었기에 힘으로라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소란 일으키면 너만 손… 크억!”
손을 뻗어 상대의 어깨를 잡으려던 김창영은 갑자기 몸이 빙글- 돌았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히며 비명과 함께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다 끝나 있을 거다.”
무혁은 정신을 잃은 김창영을 뒤로 하고 저택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워?”
육가문 마우티 부락 지부장인 이정환은 모처럼 기분 좋게 낮잠을 자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비대한 몸뚱아리는 그가 헬-라시온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이정환은 속옷부터 느긋하게 입으면서 침대 한 켠에 웅크려 자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실실- 웃었다.
아주 오랜만에 마우티 부락에 최상급의 미모를 지닌 여자가 끌려왔다.
연예인, 그것도 걸그룹이었다는 그녀의 외모에 눈이 뒤집힌 이정환은 비싼 돈을 들여서 은밀하게 그녀의 표식까지 제거해가면서 자신의 곁에 두고 있었다.
“볼 때마다 아주 그냥……!”
“불끈불끈해?”
갑작스런 음성에 이정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쿠당탕!
“누, 누구야!”
어느새 자신의 방까지 들어온 후드를 뒤집어 쓴 낯선 남자의 모습에 이정환은 마른침을 삼키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소리친다고 달려올 놈 하나 없어.”
무혁은 슬쩍- 몸을 틀어서 열린 방문 밖 상황을 보여주었다.
육가문 소속 마우티 지부원들이 모조리 쓰러져 있었다.
“모, 목적이 뭐냐? 여, 여기는 육가문 지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결코 무사할 수가… 컥!”
시끄럽다는 듯, 무혁은 사정없이 이정환의 턱주가리를 걷어차 버렸다.
“니들이 도시 길드도 아니고 무서울 게 뭔데?”
턱을 부여잡고 눈물을 질질- 흘려대는 이정환의 모습에 무혁은 이런 한심한 놈이 왕 노릇을 한다니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러다 어느새 잠이 깨서 비명조차 못 지르고 오들오들- 떨고만 있는 여자를 확인한 무혁이 눈을 가느다랗게 좁혔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여자의 가슴에 표식이 제거되어 있음을 확인한 무혁의 음성은 더욱더 사나웠다.
무혁은 이정환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안소영 기억해?”
“…누, 누구?”
턱이 깨쳐버린 이정환이 부정확한 발음으로 그렇게 물었다.
“3년 전에 네가 권력을 이용해서 찝쩍거렸다가 고자가 될 뻔했다고 하던데?”
무혁의 친절한 설명에 이정환의 표정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일 덕분에 이정환은 무조건 여자를 품을 때, 절대 반항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아주 더럽고도 못된 버릇까지 생겨났을 정도였으니까.
“그녀를 대신해서 내가 네 버릇 좀 고쳐줄려고 왔다. 그러니까…….”
무혁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놈의 사타구니를 걷어차 버렸다.
뽀- 각!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이정환이 돼지 멱따듯 비명을 내질렀다.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바닥을 나뒹구는 이정환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어차피 고칠 수 있는데 뭘 그렇게 난리치는 거야?”
중앙탑만 가면 만사오케이다.
막말로 그 부위를 자르거나, 뽑아 버린다 하더라도 멀쩡하게 치료가 가능했다.
“생각해보니 세 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더라. 그러니까 버릇을 고칠 방법은 네가 죽는 것뿐인 것 같다.”
무혁은 시끄럽게 꽥꽥- 거리는 이정환의 머리통을 가볍게 날려버렸다.
안소영의 복수를 시원하게 끝마친 무혁은 몸을 돌리고 서서 말했다.
“옷이라도 입어요.”
무혁의 말에도 여자는 멍하니 이정환의 시체만 바라보고 있었다.
몇 차례나 무혁이 말을 하고 나서야 여자가 옷을 입었다.
“여기 있어봐야 좋은 꼴 못 볼 테니까 내가 살 만한 곳으로 보내줄게요.”
무혁의 말에 여자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는 듯 무혁은 다그치지 않고 최대한 부드럽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해됐죠?”
여자는 주저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이 손을 내밀자 여자가 아주 조심스럽게 그 손을 잡았다.
“그럼 갑…….”
“자, 잠깐만요.”
텔레포트를 하려던 무혁은 여자의 다급한 말에 왜 그러냐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손을 놓은 여자가 이정환의 시체로 다가가더니 침을 뱉으며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온갖 쌍욕을 내뱉으며 그의 머리통을 짓밟아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섬뜩하던지 무혁은 괜히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을 정도였다.
“…역시 여자를 함부로 대하면 천벌 받아.”
무혁은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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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이온 님의 방문을 호르케탄 님께 말해야 하나?”
크레우스타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찾아왔었던 벨라이온을 떠올리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신 라시온을 추종하는 49명의 마왕 중에서도 서열 3위의 높은 권위와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벨라이온은 크레우스타로서는 감히 눈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두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벨라이온이 뜬금없이 찾아와서는 물었다.
마정의 의지를 깨어나게 만든 인간에 대해서.
“3년 전의 일을 왜 이제야 궁금해 하는 걸까?”
크레우스타로서는 그 점이 가장 의문스러웠다.
마정의 의지를 깨운 인간, 차무혁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한참이나 지난 일이다.
그 일을 뒤늦게 찾아와서 이것저것 묻고 떠났으니 크레우스타로서는 벨라이온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크레우스타는 한참동안이나 벨라이온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지만, 워낙 자신과는 다른 존재였기에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의 행동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유추할 수가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그 인간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어떻게 변했을지 한 번 보고 싶기는 하네.”
벨라이온으로 인해 잠시 잊고 지냈던 무혁을 떠올려본 크레우스타는 진심으로 그가 어떻게 변했을지 만나보고 싶었다.
“커웨인에게 연락이나 해보자.”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크레우스타는 생각이 난 김에 커웨인에게 연락을 하려다가 갑작스럽게 중앙탑 외부가 알 수 없는 공격으로 인해 흔들리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중앙탑이 공격을 당한다?
지금껏 없었던 일이었기에 크레우스타는 자신이 착각을 한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곧바로 콰아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중앙탑 외부가 부서지자, 결코 착각이 아님을 깨닫고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인간일 리가 없다.
범인은 분명 마족일 것이라고 확신한 크레우스타는 중앙탑 밖으로 나가봤다.
반면, 중앙탑 밖에서는 무혁이 다크 문 스킬로 중앙탑을 연신 공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안소영의 복수를 하고, 이정환에게 잡혀 있었던 여자를 섭허룬에게 보내고 나서야 다시 돌아온 무혁은 서두르고 있었다.
“빨리 나와라.”
무혁이 주문마냥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이, 기다리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놈이야!”
크레우스타가 허공에서 그렇게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도 벨라이온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인해서 바짝- 긴장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크레우스타는 자신이 관리하는 중앙탑을 누군가 공격하자 그 화가 잔뜩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범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크레우스타는 자신을 향해 손을 휘휘- 흔들고 있는 낯선 남자, 그것도 인간의 존재를 발견하고는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너냐? 감히 겁도 없이 중앙탑을 공격한 게.”
크레우스타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왔다.
후드를 뒤집어 쓴 무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건방지게 대답도 없이 고갯짓만 하는 무혁의 모습에 크레우스타가 그의 앞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그래, 이유나 들어보자. 물론, 그런다고 널 용서해줄 생각은 없으니까 괜한 기대는 하지 말고.”
크레우스타는 미소년의 얼굴로 잔인하게 웃고 있었다.
“이유가 뭐 있겠어? 다 네 얼굴 보자고 한 거지. 오랜만이지?”
무혁이 크레우스타를 향해 후드로 가려졌던 얼굴을 들어 올리며 그렇게 대꾸했다.
“너! 네가 여긴 왜 왔지? 그리고 왜 중앙탑을 공격한 거야?”
혼란스럽다는 듯 크레우스타가 멍한 얼굴을 하고선 그렇게 물었다.
“왜 오긴. 너 죽이러 왔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는 무혁의 모습에 크레우스타는 진심으로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을 정도의 공포감을 느끼고 말았다.
‘인간에게 내가 공포를 느낀다고? 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