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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7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7화

마족 사냥 (7)

 

무혁은 오랜 만에 킬 라시온 멤버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 속에 섞였다.

후드를 깊게 눌러 쓴 무혁은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술집 한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마침 한 테이블에서 킬 라시온에 대한 이야기로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어 저절로 귀를 기울였다.

“헬-라시온에서 최강의 길드는 킬 라시온인데 왜 그들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걸까?”

“왜 안보이겠어? 뻔한 것 아냐?”

“뻔하다니?”

“소문 못 들어봤어?”

“소문? 미개척지를 탐사하고 있다는 그 소문?”

“그 소문은 나도 들었어. 완전히 저희들끼리 미개척지 탐사하면서 온갖 전리품을 싹 쓸고 있다더군.”

“미개척지? 하긴, 킬 라시온의 전력이라면 어지간한 미개척지는 모두 탐사가 가능하겠지.”

“정말 그 소문처럼 미개척지까지 킬 라시온이 모조리 독식을 한다면 앞으로도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길드나 가문은 절대 있을 수가 없겠네. 완전히 킬 라시온 세상이군!”

“솔직히 난 킬 라시온이 지금만 같았으면 영원히 헬-라시온 최강의 길드로 남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아니, 오히려 환영을 해야지.”

이어서 남자는 킬 라시온이 헬-라시온에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이 얼마나 좋은 것들이냐며 연신 칭찬하기에 바빴다.

“그건 그렇지. 더욱이 킬 라시온은 이전의 다른 도시 길드들과는 전혀 다르게 헬-라시온을 제 멋대로 주무르려고 하지도 않잖아? 지금도 봐. 얼마든지 전면에 나서서 모든 것을 저희 입맛대로 이리저리 휘두를 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발 뒤로 빠져 있잖아. 이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들이 칭찬을 하는 중에도 그걸 역으로 꼬아보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과연 그게 언제까지 가능할까? 킬 라시온이라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 아닌 말로 도시 길드 중 처음부터 작정하고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길드를 성장시킨 놈이 몇이나 되겠어?”

“내 말이 그 말이지! 본래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는 법이지! 킬 라시온도 언젠가는 분명히 변질되어서 기존의 도시 길드들과 별 반 다르지 않을 거야. 어쩌면 이전의 도시 길드들이 그나마 나누고 있던 권력을 독식함으로 인해서 더 지독한 독재가 펼쳐질지도 모르지!”

“그러려나?”

“보나마나야! 고인 물은 썩기 반드시 마련이거든!”

어느새 그놈이 그놈이라며, 킬 라시온마저 기존의 도시 길드 취급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무혁은 씁쓸한 미소를 짓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그럴 마음이 없다 하더라도 저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우려를 해볼 만한 일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아델리오 길드는 도대체 뭐야? 완전히 킬 라시온의 아래로 들어간 건가?”

“그렇지 않겠어? 그게 아니라면 지금 아델리오 길드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질 않잖아?”

“킬 라시온이 벌여놓은 일을 전면에 나서서 처리하고 있으니… 그나마 도시 길드들 중에서는 가장 좋게 봤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을 해보면 그저 기회주의자일 뿐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건 몰라도 로페시 아델리오는 그래도 강단이 있는 여장부라고 생각했었는데.”

“여장부는 지랄! 로페시가 차무혁인지 하는 놈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어?”

“뭐? 그게 사실이야?”

“뭐… 사실이라기보다는 소문이 그렇다는 거지. 생각을 해봐! 그렇지 않고서야 왜 엉뚱하게도 아데리오 길드가 킬 라시온을 대신해서 왕 노릇을 하고 있는 거겠어? 알고 보면 로페시 그 년도 함부로 몸뚱이를… 컥!”

쿵!

로페시 아델리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험담을 하려던 남자가 갑작스럽게 입에 게거품을 물며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들이 재빨리 주변을 돌아봤다.

하지만, 그 사이 이미 무혁은 은신 스킬을 이용해서 자신의 모습을 감쪽같이 감춘 뒤였다.

‘하여간 배알이 꼴린 놈들은 어딜 가나 있단 말이지.’

그래도 없는 사실을 진실처럼 꾸미는 짓은 무혁으로서도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똑바로 살아라.’

무혁은 술집을 나오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또 한 번 호두알 크기로 만든 블랙 본을 가볍게 튕겨서 게거품을 물고 있는 남자의 허벅지에 끔찍하리만큼 큼지막한 상처를 만들어 버렸다.

어차피 중앙 탑이 근처에 있으니 치료를 받으면 멀쩡해질 상처였다.

‘포인트는 좀 아깝겠지만.’

무혁은 다 주둥이를 함부로 놀린 대가라는 듯 그렇게 술집을 빠져나왔다.

술집을 나온 무혁은 목적지 없이 가만히 길을 걸었다.

겉으로 보기에 커스틸 중소도시는 너무나도 평화롭기만 했다.

지친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쇼핑을 즐기고, 서로 마음이 맞는 이성들끼리 남들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애정을 표현했으며, 서너 명씩 어울려 다니면서 유흥을 즐기는 등.

아이들의 존재가 없을 뿐, 지구의 여느 도심과 다를 바가 없는 풍경들이었다.

혹독한 생존이라는 과제를 항상 떠안고 살아가야 하기에 더욱더 치열하게 노력하려는 이들과, 반대로 쉬는 순간만큼은 최대한 즐기려는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무혁은 과연 자신이 앞으로 하려는 일이 옳은 것인지 문득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저들의 평화를 깨트리는 건 아닐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헬-라시온의 삶에 만족을 하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당장 경쟁의 대상은 인간들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무혁이 그리고 킬 라시온이 마족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새로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일부는 왜 가만히 있는 마족들을 건드렸느냐며 무혁과 킬 라시온을 욕하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마족의 장난감으로 살아갈 순 없어.’

무혁은 잠시 흔들리려던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이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라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에 무혁은 다수의 비난을 받더라도 반드시 인간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 그리고 이 빌어먹을 짓을 벌이고 있는 마족과 마신에게 똑똑하게 알려줄 참이었다.

인간은 결코 마족들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으로 길을 걷던 무혁의 몸이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

 

“이제 좀 정리가 끝난 건가?”

섭허룬의 말에 그럴 리가 있겠냐는 듯 빙빙이 또 다른 서류들을 책상 위에 수북하게 쌓아놓았다. 그 모습을 보며 섭허룬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이 끝이 없군.”

“그래도 보람되는 일이질 않습니까.”

빙빙의 말에 섭허룬은 그건 그렇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희망도 없던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저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어서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나도 네 생각과 같다.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었지만,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이렇게까지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서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였다.”

섭허룬의 말에 빙빙은 역시 지부장님이라며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어딜 가셨을까요? 정말 소문처럼 미개척지를 탐사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다. 나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말 그대로 한 순간에 사라져버려서 도저히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로페시 아델리오는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한 마디의 말조차 꺼내놓질 않으니…….”

답답하다는 듯 섭허룬이 제 이마를 긁적거렸다.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요?”

“문제? 마족들이 직접적으로 개입을 한다면 모를까 그 사람과 킬 라시온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존재는 절대 없을 것 같다.”

“하긴.”

“자, 그럼 잡담은 이쯤하고 다시 일을 해볼까?”

“예, 지부장님.”

이윽고 섭허룬과 빙빙은 서류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정신없이 업무를 봤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무혁은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혹시라도 나를 욕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네.’

무엇보다도 섭허룬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있었기에 무혁은 더 이상 그를 의심하고, 감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조용히 알라바바의 록펠 지부를 빠져나온 무혁은 아델리오 길드를 찾아가볼까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데 괜히 갈 필요가 없지. 그리고…….’

지금까지 로페시 아델리오와 단둘이 만난 적이 없음에도 이상한 소문이 나돌고 있었는데, 괜히 그녀를 만났다가 정말 입에 담기에도 거북한 추문을 만들 수도 있었기에 무혁은 아예 발걸음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판단했다.

‘추문 때문이 아니라 하더라도 마족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달라붙으면 그것도 귀찮으니까.’

무혁은 결국 남은 시간은 편안하게 온전히 휴식만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루를 푹- 쉬고 나서 무혁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9월 1일.

예상했던 것처럼 커스틸 중소도시의 두 번째 강제 사냥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무혁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중앙탑으로 향했다.

결전의 날이다.

헬-라시온을 뜨겁게 태워버릴 불꽃을 쏘아 올리는 날이기도 했다.

긴장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무혁의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무혁은 중앙탑 앞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다른 커스틸 거주자들이 중앙 탑으로 대거 입장할 때에 슬쩍- 그 무리에 끼어들었다.

강제 사냥이 시작되는 날에는 보통 자연스럽게 중앙 탑을 통해서 강제 사냥 대기 장소로 이동이 된다지만, 혹시라도 커웨인을 만날 것을 걱정해서 무혁은 일부러 많은 이들이 중앙 탑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노린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무혁은 곧장 중앙 탑을 통해서 곧장 강제 사냥 대기 장소로 이동되어졌다.

“역시 킬 라시온 멤버들은 없네?”

“양심이 있다면 거주지를 대도시로 옮겼겠지!”

“당연히 그래야지! 대도시에서도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데 이런 중소도시에 남아서 강제 사냥을 한다는 게 말이 돼? 그건 완전히 반칙이지!”

자신과 킬 라시온 멤버들을 언급하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들으며 무혁은 그저 묵묵하게 서 있기만 했다.

이번 강제 사냥은 무엇일지, 얼마나 생존을 할 것이며, 그 보상은 또 어떤 것인지 참가자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기에 바빴다.

나름 오랜 시간 헬-라시온에서 생존하며 살아왔기 때문인지 강제 사냥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욱더 커 보이기도 했다.

“형씨는 혼자요?”

한 사내가 아무런 말도 없어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서 있는 무혁에게 관심을 보였다.

“신경 쓰지 마요.”

관심 끄라는 듯 그렇게 말을 하는 무혁의 모습에 사내는 그렇게 혼자 잘난 척해봐야 빨리 죽기 밖에 더 하겠냐는 듯 연신 말을 걸며 자신과 함께 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왔다.

“귀찮으니까 그냥…….”

자꾸만 치근대는 사내의 모습에 무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이려는 순간.

“시작된다!”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허공에서 공간이 찢어지며 이전처럼 깔끔한 수트 차림의 쿠네르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네르카는 여전히 오만한 표정으로 인간들의 머리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컥!”

말을 하던 쿠네르카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목덜미를 움켜쥐며 신음을 토해냈다.

“마, 맙소사!”

“미친!”

“마, 마족을 공격했어!”

“저… 저 새끼 누구야?”

쿠네르카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선 한 사내, 그의 손에 들린 검은 색의 단검이 쿠네르카의 목덜미에 깊숙하게 박혀 있는 모습을 확인한 커스틸 거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색이 된 얼굴로 그렇게 외쳐댔다.

“…어, 어…….”

특히, 무혁에게 치근대던 사내의 놀람은 그 누구보다도 컸다.

그렇게 모두가 놀라는 와중에도 무혁은 냉정을 전혀 잃지 않은 얼굴로 고통스러워하는 쿠네르카를 향해서 귓속말을 했다.

“곧 커웨인도 네 뒤를 따라갈 거다. 그리고… 다른 마족들도 모두.”

“너, 너… 차… 차…….”

자신을 알아보는 쿠네르카의 모습에 무혁은 서늘하게 웃음을 던져주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목에 박아 넣은 블랙 본 단검을 힘껏- 그어버렸다.

촤- 악!

목이 잘리며 쿠네르카의 검붉은 피가 허공에서 분수마냥 터져 나왔다.

후두두두두둑!

졸지에 마족의 피를 뒤집어 쓴 인간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넋이 빠진 듯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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