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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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5화
마족 사냥 (5)
거대한 체구를 앞세워 맹렬하게 돌진을 해오는 보르칸의 모습을 보며 무혁 역시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내는 것과 동시에 수룡을 다시 한 번 사용했다.
“인간답게 같잖은 기술!”
보르칸은 그렇게 외치며 오른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주먹 끝에서 주변 공간을 사정없이 찢어발길 정도의 엄청난 돌풍이 생성되더니 그대로 수룡을 강타했다.
콰가가강!
수룡을 이루고 있는 물줄기 절반이 허무할 정도로 박살이 나며 사방으로 빗방울마냥 비산했다.
“…핵펀치냐?”
무혁은 수룡을 주먹으로 뭉개버리는 보르칸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남은 수룡 절반이 어떻게든 보르칸을 막아보겠다고 몸통 박치기까지 해봤으나, 소용없었다.
“…썩을 재생.”
살갗이 찢어지고, 피부가 뜯겨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보르칸은 개의치 않고 무혁과의 거리를 좁히고 들어왔다.
정말 무식할 정도로 터프한 돌진이었지만, 어느새 재생을 시작하고 있는 상처들을 보고 있자니 무혁으로서는 저건 정말 반칙이 아닌가 싶었다.
“반칙이라면 나도 한 반칙하는데…….”
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다 어느새 얼굴로 밀려들어오는 거대한 압박감에 재빨리 블링크 스킬로 보르칸의 머리 위로 이동했다.
“파멸!”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낸 무혁은 보르칸의 머리 위에서 강력한 일검을 휘둘렀다.
보르칸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새카만 검기를 바라보며 눈매를 찡그리고는 양손을 교차하며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쩍-!
무혁의 검기를 그대로 팔로 받아내자 팔뚝에 큼지막한 상처가 생겨났다.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였지만, 보르칸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무혁을 향해 짐승의 울음과도 같은 기합을 터트렸다.
“트하아앗-!”
“…큭!”
단순한 기합이 아니었다.
어떠한 특별한 효과가 있는 보르칸만의 스킬인 듯, 순간적으로나마 무혁은 몸의 균형이 흔들리고, 순간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의 충격과 함께 주변 공간 전체가 불안하게 출렁거린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보르칸의 강력한 핵펀치!
콰아앙!
폭음과 함께 무혁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가며 사정없이 바닥에 내리꽂혀버렸다.
“무혁아!”
“오빠!”
“젠장! 우리가 도와야 하는 것 아냐?”
설마하니 무혁이 형편없이 보르칸에게 얻어맞을 줄은 몰랐기에 킬 라시온 멤버들의 놀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잠시 기다려봐. 무혁이 일어난다.”
필립의 말처럼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던 무혁이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X발, 블링크를 못 쓰게 만들 줄이야.”
무혁은 보르칸이 왜 뜬금없이 기합성을 터트렸는지 뒤늦게 알아차렸다.
바로 블링크로 자신이 공간 이동을 하는 것을 막은 것이었다.
무식하게만 생긴 저돌적인 마족인 줄 알았더니 전투에 있어서는 영 딴판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순간적으로 공간의 균열을 일으켜서 블링크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공격이 있을 줄은 몰랐기에 처음으로 당해본 무혁으로서는 이 부분을 항상 유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 주제에 내 공격을 받고도 멀쩡할 줄이야.”
보르칸은 자신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았음에 불구하고 멀쩡하게 일어나는 무혁의 모습에 분노하기보다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깟 솜주먹 좀 맞았다고 죽기라도 할까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빈정대는 무혁이었지만,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무식한 새끼! 일곱 겹의 실드를 깨부술 줄이야…….’
블링크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무혁은 황급히 실드 스킬을 사용해야만 했다.
찰나의 순간 실드 스킬조차 사용하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이 얼음의 방어 스킬까지 사용할 수도 있었을 정도로 무혁은 다급했었다.
다행스럽게도 공간의 균열과는 상관없이 실드 스킬은 구현이 되었고, 일곱 개의 스킬을 하나로 겹쳐서 방어를 했지만, 보르칸의 주먹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수룡이 주먹질 한 방에 몸통 절반이 날아간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접근전에 있어서는 파괴력이 나보다 훨씬 높은 놈이다.’
적어도 힘 하나만큼은 진짜인 놈이었다. 뿐만 아니라, 방어를 무시할 정도로 뛰어난 재생 능력까지도 갖추고 있다.
여러모로 근접 전투를 벌이기에는 굉장히 까다롭고 불리한 상대였다.
하지만.
‘그걸 역으로 이용하면 된다!’
방금의 공격으로 보르칸을 모두 재단할 순 없지만, 그는 아주 단순한 직선적인 공격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화려한 기교나 기술적인 전투 스타일이 아닌, 단순 무식하지만 착실하게 상대를 힘으로 찍어 누르는 스타일이었기에 무혁으로서는 대처법이 쉽게 떠올랐다.
생각을 마친 무혁은 곧바로 보르칸과의 거리를 벌리며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도망가면서 기회를 노려보겠다는 건가?”
보르칸이 이를 드러내며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지금까지 무혁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상대했던 이들이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결과는 당연히 모두 자신의 손에 짓뭉개져서 고깃덩어리로 변해버렸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파- 앙!
공간을 뚫고 이동할 수 있는 남다른 속도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무혁은 순식간에 보르칸의 몸이 크게 확대되어 나타나자 두 눈을 부릅뜨며 황급히 블링크 스킬로 이동을 해버렸다.
동시에 보르칸이 또 한 번 기합을 터트렸다.
무혁으로서는 조금만 늦었다면 꼼짝없이 발이 묶여서 보르칸의 무식한 주먹질을 받아내야만 했을 상황이었다.
“끝까지 쫓아가주지.”
또 다시 보르칸이 공간을 뚫어버리는 속도로 무혁을 따라 잡았다.
그럴 때마다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휘둘러서 보르칸을 공격하며 블링크로 거리를 벌이길 멈추지 않았다.
쫓고, 쫓기는 무혁의 전투를 바라보며 킬 라시온 멤버들은 저마다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킬 라시온 멤버들이 봐왔던 무혁은 단 한 번도 상대에게 끌려간 적이 없었을 정도로 항상 강인한 모습만을 보여주었었으니까.
“우리가 저런 괴물들하고 싸우겠다고 한 거 맞는 거죠?”
르케임이 무거운 음성으로 그렇게 말을 했다.
“무혁 동생도 저렇게 고전을 하는데 우리는…….”
말을 하던 방적삼이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역시 마족의 진짜 힘은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무혁이 마족을 둘이나 잡았을 때만 하더라도 그가 정말 마족을 가지고 놀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들 또한 무혁처럼 충분히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무혁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걸 보고 있으니 과연 자신들이 마족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앞날이 깜깜하게 느껴진 것이다.
“왜? 이제 와서 후회돼?”
실비아가 르케임과 방적삼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눈꼬리가 한껏 치켜 올라간 모습이 폭발하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후회는 누가 후회를 한다는 거야? 그냥 저런 괴물들하고 싸우려니까 긴장이 돼서 그런 거지.”
“그럼! 그럼!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야.”
두 사람이 재빨리 태세전환을 하자 실비아는 한심하다는 듯 진하게 둘을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뭘 하고 있는 거야? 빨리 끝내버려야지!’
실비아 또한 무혁이 도망가는 듯한 싸움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불안했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믿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또 한 번 믿고 기다렸다. 무혁이 멋지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이거 완전 꼴이 말이 아니네.’
무혁은 하필이면 킬 라시온 멤버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보르칸과 같이 까다로운 마족을 만났다는 점이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지금이라도 시도를 해봐? 아니지, 아직은 시기상조야.’
조금 더 뜸을 들여야 한다.
설익은 밥을 먹기보다는 확실하게 뜸을 들여서 만족스러운 밥을 먹어야만 하는 법.
무혁은 보르칸을 상대로 조금 더 약을 올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망만 간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보르칸은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여전히 처음 모습 그대로 무혁을 향해 돌진하고, 기합을 터트리며,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패턴 자체는 굉장히 단순했지만, 그걸 정면으로 받아내기엔 아직까지 자신의 방어력이 조금 미흡했기에 무혁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아아아악!”
정신없이 무혁을 쫓던 보르칸은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페레이라의 비명소리에 재빨리 시선을 그곳으로 돌렸다.
로드와 송정민의 합공에 제법 큰 상처를 입은 듯 입가로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페레이라!”
보르칸이 그녀를 돕기 위해 움직이려고 하자, 무혁이 다시 다크 문을 사용했다.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다크 문을 바라보는 보르칸의 눈동자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이 녹색의 빛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어진 양 주먹질에 다크 문이 허공에서 산산조각이 나며 사라져버렸다.
“네놈을 시작으로 헬-라시온의 모든 인간들의 죽여 버리겠다!”
감정이 폭발하며 이성의 끈이 끊어져버린 보르칸의 모습에 무혁은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미소를 만들어냈다.
‘뜸이 들었다!’
파- 앙!
보르칸이 더욱더 빨라진 속도로 무혁과의 거리를 좁히며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
무혁은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며 검기를 날렸다.
날아오는 검기를 몸으로 받아내며 보르칸은 한 발 앞서서 기합을 터트렸다.
“트하아앗-!”
“젠장!”
블링크를 사용하지 못한 무혁이 크게 당황한 얼굴로 욕설을 내뱉자 보르칸이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한다는 듯 있는 힘을 다해서 오른손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주변 공간이 갈기갈기 찢어질 정도의 돌풍을 일으키며 보르칸의 주먹이 날아오자 무혁은 숨까지 참아가며 그의 주먹을 바라보다 벼락처럼 움직였다.
“반격!”
상대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고스란히 그 힘을 되돌려 보내는 스킬!
스킬 등급을 올려 이제는 1등급에 도달한 반격 스킬은 상대의 공격에 받을 피해의 300퍼센트를 추가로 되돌려 보낸다.
쿠콰가가가가강!
그렇지 않아도 무식하게 강력한 보르칸의 공격이 300퍼센트나 뻥튀기가 되어서 되돌아왔으니 제 아무리 막강한 방어력과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버텨낼 수가 없었다.
단 한 번의 반격에 보르칸은 그대로 상체가 폭발하듯이 터져 나가버렸다.
강력한 폭발과 함께 보르칸의 상체가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리자 그 누구보다 놀란 것은 역시 같은 마족인 페레이라였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고, 고작 인간 따위에게…….”
페레이라는 얼마나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거리고 있었다.
“고작? 아직도 그따위 말이 나와?”
무혁이 페레이라에게 다가가며 그렇게 말했다.
어느새 좌우가 로드와 송정민에게 막혀버린 페레이라는 본능적으로 여기서 더 이상 자신이 살아나갈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밟아 죽이면 찍- 소리도 못하는, 벌레 같은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페레이라는 마족으로서의 긍지와 자존심을 지켜야했다.
더불어 자신을 죽이고 기뻐할 인간들에게 두려움과 초조함을 선물해줄 생각이었다.
“여기서 나를 죽인다고 너희가 무사할 것 같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족들이 마수의 대지에서 사냥에 집중하는 시기다.”
“사냥 집중 시기라고?”
페레이라의 말에 무혁은 물론,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인간들의 반응에 만족한다는 듯 페레이라가 비웃음을 지어보였다.
“하루? 이틀? 얼마나 너희가 더 살 수 있을 것 같아? 당장 마수의 대지에서 도망가고 싶겠지만, 결계가 있는 곳까지는 너무 멀어서 머지않아 마수의 대지 곳곳에서 사냥하고 있을 다른 마족들에게 잡혀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말 거다!”
두려움과 공포에 떨어라!
페레이라는 당장이라도 마수의 대지를 빠져나가고자 발버둥을 칠 인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도망을 가긴 누가 도망을 간다는 거야?”
“뭐?”
“난 참 운도 좋아. 이렇게 대놓고 마족을 사냥하라고 시간까지 딱! 맞췄으니 말이야.”
서늘하게 웃는 무혁의 모습에 페레이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눈앞의 인간은 마족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 따위가 티끌만큼도 없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