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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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3화
마족 사냥 (3)
“토빗, 찾을 수 있겠어?”
아르케니아의 물음에 토빗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다른 놈은 필요 없으니까 재생의 마석을 가지고 있는 다크 슬리비만 찾으면 돼. 알지?”
끼륵!
대답이라도 하듯 토빗이 그렇게 한 차례 소리를 지르고는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토끼 마냥 큰 귀를 한껏 치켜세운 토빗의 뒷모습을 쫓기 시작하는 킬 라시온 멤버들과 함께 무혁 역시 로드와 나란히 움직이고 있었다.
“몇 개나 더 필요한 것 같아?”
무혁의 물음에 로드가 고개를 저었다.
“정확하게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대략적으로 말해봐. 감이라는 게 있을 것 아냐.”
“음… 열 개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열 개?”
무혁은 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대략적으로 느낌이 그렇다는 거예요. 어차피 한꺼번에 열 개를 다 흡수할 것도 아니고 하나씩 흡수하다 보면 알겠죠.”
“알겠다.”
본의 아니게 로드가 흡수해버린 재생의 마석은 아쉽게도 그 효과가 굉장히 미미했다.
겨우 피부 조직만 조금 재생하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물론,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몸의 일부가 날아가고도 멀쩡하게 재생했던 다크 슬리비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현재 로드의 재생 능력은 너무나 하찮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킬 라시온 멤버들과 의논 끝에 재생의 마석을 토해냈던 다크 슬리비만을 우선적으로 집중 사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한도 끝도 없어 보이는 광활한 마수의 대지에서 어떻게 다크 슬리비를 찾느냐였다.
다행스럽게도 그 문제는 토빗의 존재로 인해 쉽게 해결이 되었다.
토빗은 수 킬로미터 밖의 생명체를 감지하는 능력도 뛰어났지만, 한 번 인지한 생명체를 찾아내는 능력도 갖고 있었다.
물론,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는 거리 안으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그것만으로도 제 자리에서 수 킬로미터를 탐색할 수 있다는 건 무척이나 유용한 능력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다크 슬리비 찾기였는데…….
“생각해보면 지난 두 달 동안 겨우 한 마리 발견한 마수잖아? 그 말은 굉장히 희귀하다는 뜻 아냐? 아무리 토빗이 미리 감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거 괜한 짓이나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네.”
르케임의 말에 방구름 또한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다른 몇몇 멤버들 또한 재생의 마석을 가지고 있는 다크 슬리비를 과연 또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허투루 시간 낭비만 하는 거 아닐까?”
“차라리 다른 마수들을 잡아서 마정을 확보해서 마기 등급을 올리는 편이 나을지도…….”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지난 두 달 동안 겨우 한 마리 발견했던 다크 슬리비를 찾는 건 무의미한 시간 낭비였다.
“이틀 정도 찾아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생각해봐야죠.”
무혁의 말에 멤버들 또한 마음 편안하게 이틀 정도는 쉬는 겸 다크 슬리비를 찾아보기로 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다크 슬리비를 찾는 일은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끼륵!
토빗이 한 곳을 쳐다보며 흥분한 듯 뛰었다.
“찾았어?”
끼륵! 끼륵! 끼륵!
“…생각보다 너무 쉽게 찾은 거 아냐?”
허탈하다는 듯, 르케임이 그렇게 말하자 방구름 또한 괜히 머리를 긁적거렸다.
“혹시 알아요? 이 부근이 다크 슬리비 밭일지.”
무혁이 그렇게 말하며 토빗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다크 슬리비 밭?”
킬 라시온 멤버들은 무혁의 말에 엉뚱한 상상을 하고는 웃기다는 듯 킥킥- 거리며 무혁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달리기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끔찍한 외형의 다크 슬리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십 개의 촉수를 허공에서 흐느적거리며 여섯 개의 게 눈으로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는 모양새가 마치 먹잇감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킬 라시온 멤버들을 발견한 다크 슬리비가 무서운 속도로 얼음 바닥을 미끄러지듯이 달려들었다.
“볼케이노!”
아르케니아의 외침이 끝나자 다크 슬리비가 미끄러져오던 방향에서 갑작스럽게 불기둥이 치솟았다.
스킬 조합을 통해서 획득한 아르케니아의 볼케이노는 이름 그대로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열기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어지간한 마수들은 불기둥에 휩싸이는 순간 신체 일부 혹은 전부가 그대로 녹아버렸었다.
하지만, 다크 슬리비는 달랐다.
볼케이노에 정통으로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불기둥을 뚫고 나왔는데, 촉수 몇 가닥이 녹아 끊어졌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빠른 속도로 다시 새로운 촉수가 몸통에서 뻗어져 나옴으로써 아르케니아의 자존심을 완전히 구겨버렸다.
“샤이닝 소드 어택!”
두 번째로 다크 슬리비를 공격한 건 마크였다.
역시 조합 스킬을 통해 새롭게 얻은 샤이닝 소드 어택 스킬은 말 그대로 빛의 검이 허공에서 뚝! 떨어져 내리는 강력한 물리 타격 공격으로, 마크 또한 이 공격으로 마수의 대지에서 수많은 마수들의 생명을 단숨에 끊어 놓았었다.
콰아앙!
빛의 검에 관통 당한 다크 슬리비가 고통스럽다는 듯 촉수를 사방으로 휘저으며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곧바로 빠르게 몸이 재생되며 더욱더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오며, 수십 가닥의 촉수에 달린 입을 쩍- 벌렸다.
“신의 방패!”
방구름이 양손을 활짝- 펼치며 그렇게 외치자 곧바로 허공에 불투명한 거대한 사각형의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조금은 유치한 이름이지만 효과만큼은 굉장히 뛰어났기에 다크 슬리비의 촉수에 달린 입에서 뿜어져 나온 부식 액체들을 모두 막아냈다.
이후로도 킬 라시온 멤버들은 저마다 강력한 스킬을 사용해서 다크 슬리비를 공격했다.
하지만, 다크 슬리비는 촉수를 이용한 막강한 방어력과 강력한 재생 능력을 앞세워 어지간한 타격은 몸으로 받아내면서까지 킬 라시온 멤버들과의 거리를 원하는 수준으로까지 좁혀냈다.
이제는 자신이 반격을 할 차례라는 듯, 다크 슬리비가 촉수를 휘둘러왔지만.
“투왕기! 거인의 발걸음! 회전 베기!”
온 몸이 묵빛으로 휩싸인 송정민이 검을 휘둘러 다크 슬리비의 촉수를 빠르게 잘라냈다.
“근접전이라면 나도 빠지지 않는다고! 창왕창신!”
창을 휘두를 때마다 촉수가 쩍쩍- 갈라지는 위력적인 공격을 선보이는 방적삼과 실비아, 필립까지 무혁이 나서기도 전에 다크 슬리비가 주춤거리며 수세에 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 슬리비는 좀처럼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빌어먹을 재생!”
르케임 또한 정신없이 창을 휘두르며 촉수를 베어내고 있었지만, 베어내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새로운 촉수를 만들어내는 다크 슬리비의 재생 능력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나서야 하나 싶은 순간, 더 이상 다크 슬리비와의 싸움에 얻을 것이 없다 여긴 송정민이 강력한 일격으로 전투를 끝내버렸다.
“역시 초월적 존재는 다르네.”
헉헉- 거리며, 숨을 몰아쉬며 방적삼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진즉에 끝을 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던 송정민의 실력에 부러운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다크 슬리비가 다시는 재생하지 못할 정도의 타격을 받자 어김없이 재생의 마석만을 남기고 온 몸이 땅으로 쓰며들어 사라져버렸다.
“로드.”
무혁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로드가 재생의 마석을 흡수했다.
“확실히 재생 능력이 향상되었어요.”
눈으로 확인을 시켜주지 않더라도 로드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몸으로 느껴지는 변화가 뚜렷했다.
“좋아, 그럼 또 잡으러 가보자. 토빗!”
르케임의 외침에 토빗이 발랄하게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더 일찍 다크 슬리비를 찾아냈다.
“정말 무혁 동생 말대로 이 일대가 다크 슬리비 밭인가 본데? 핫핫핫!”
방적삼만큼이나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시원스럽게 웃음을 터트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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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석은 몰라도 재생의 마석만큼은 지금 이 시기에만 다크 슬리비를 통해서 얻을 수 있으니까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해.”
“알았으니까 그만 좀 하지?”
페레이라는 몇 번이나 강조를 하는 보르칸의 잔소리가 더 이상은 듣기 싫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다크 슬리비가 아무리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라 하더라도 이미 마르케디악 인근 지역은 다른 놈들이 선점을 했기에 베르크 같은 놈만 믿고 있었다면 재생의 마석을 구경도 못했을 거야. 하지만 난 달라. 마수의 대지에 대해서라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거든!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지역은 나 외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다크 슬리비 출몰지라서 우리는 손쉽게 재생의 마석을 구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페레이라, 너는 나만 믿으면 돼.”
보란 듯이 생색을 내는 보르칸의 모습에 페레이라는 더 이상 말을 해봐야 귀찮아지기만 한다는 듯,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렇게 페레이라는 꼬박 5일을 쉬지 않고 이동하고 나서야, 보르칸이 그토록 자랑했던 그만이 알고 있다는 다크 슬리비 출몰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다크 슬리비가 어디에 있다는 거야?”
페레이라가 눈을 찌푸리며 보르칸을 노려봤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명색이 다크 슬리비 출몰지라면서, 게 눈 하나, 촉수 한 가닥 볼 수가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당황한 얼굴로 보르칸이 페레이라의 눈치를 살폈다.
다크 슬리비는 활동 시기가 무척 짧고, 그 개체수도 그리 풍족한 편이 아니었기에 마족들이 가장 사냥하고 싶어 하는 마수 중 하나였다.
특히, 재생의 마석은 많은 수량을 흡수할수록 재생 능력이 높아졌기에 마족들은 항상 다크 슬리비 활동 시기에는 경쟁적으로 사냥을 해야만 했다.
작년 우연찮게 이곳을 발견한 보르칸은 올해 본격적으로 다크 슬리비를 사냥해서 재생 능력을 굉장히 높은 수준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때문에 사냥 시기가 며칠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페레이라를 설득하며 다른 마족들보다 여유를 부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목적지에서 다크 슬리비를 한 마리도 볼 수가 없게 되자 당혹스럽기만 했다.
‘혹시 벌써 누가 여길 발견하고 다크 슬리비를 모조리 사냥한 건가?’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다.
페레이라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보르칸은 등줄기로 식은땀까지 흘러내렸다.
“내, 내가 착각을 했나봐. 여기가 아니라 저쪽으로 조금 더 가야 할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보르칸은 주변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다크 슬리비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안일했어! 하긴! 다크 슬리비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다닐 마족이 한둘도 아닌데 여기라고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지! 빌어먹을!’
작년에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라 여기니 보르칸은 자꾸만 자신을 쏘아보는 페레이라의 시선이 점점 더 부담스러워졌다.
한 시간을 뒤지고, 다시 두 시간이 넘도록 여기저기 뒤지고 다녔지만 다크 슬리비는 커녕, 다른 마수들조차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었다.
“날 바보로 만들겠다는 건 아니겠지, 보르칸.”
페레이라의 음성에 살기가 실리자 보르칸은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그, 그럴 리가 있겠어! 분명 여긴 다크 슬리비가 출몰했던 곳이라고! 믿어줘! 정말이야!”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보르칸만 믿고 있다가 재생의 마석을 하나도 구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페레이라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4개월 째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는 베르크도 그렇고 자신만 믿으라며 큰 소리를 친 보르칸까지, 도대체 자신의 주변에는 왜 이렇게 변변찮은 놈들만 꼬이는 것인지 페레이라는 신경질이 났다.
마음만 같아서는 멍청한 얼굴로 주변만 둘러보는 보르칸의 심장을 뜯어내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큰 싸움이 될 수도 있었기에 페레이라는 더 이상 저 멍청한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수 없다는 듯 몸을 돌려버렸다.
“페, 페레이라.”
“닥쳐! 그리고 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나지마!”
서늘하게 소리를 내지르고 페레이라가 다시 마르케디악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이게 무슨 냄새지?”
코끝으로 미미하게 풍기는 냄새에 페레이라가 미간을 좁혔다.
“냄새? 무슨 냄새?”
보르칸이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으려고 했지만, 무슨 냄새가 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만 갸웃거렸다.
“이 멍청아! 잘 맡아봐! 아니, 느껴봐!”
“느끼라고?”
보르칸은 그제야 신경을 은근하게 자극하는 특정한 기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건…….”
보르칸의 말을 페레이라가 끊어놓았다.
“인간이다. 그것도 한두 놈이 아니야!”
페레이라의 눈동자가 사납게 번들거렸고, 보르칸 역시 무섭게 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인간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다니…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