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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69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6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69화

정의 실현 (2)

 

파비오 마르피스는 스스로 마피아였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아무도 증명해줄 수 없었지만, 마르피스 길드가 하는 짓이 딱 마피아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진짜 마피아들은 법이 존재하더라도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 싶은 짓을 가리지 않았을 텐데, 법도 질서도 없는 헬-라시온에서는 얼마나 더 활개를 쳤겠는가?

“…이거 완전 쓰레기 중에 쓰레기네.”

도저히 분리수거도 못할 인간이란 바로, 파비오 마르피스라고 규정짓는 무혁이었다.

겉으로는 도시 길드의 수장으로서 나름 체면과 명예를 내세우고 있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더럽고 추악해서, 마족과 손을 잡지 않았다 하더라도 죽이고 싶을 정도의 인간이었다.

파비오 마르피스가 해온 수많은 더러운 짓들 가운데 무혁을 가장 분노하게 만든 것은 단연 노예를 거느렸다는 점이다.

특히, 이제 갓 헬-라시온에 끌려온 여자들은 자신의 성노예로 삼아 자신의 더러운 욕망을 채웠으며, 남자들은 과거 로마 제국에서 성행했던 검투사 노예로 만들어 대거 양성, 투기장까지 세워 시합을 주최하며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는 사실이다.

말이 좋아 투기장이지 사실상 검투사 노예들끼리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움을 붙여서 내기를 벌이는 살인 도박장이 따로 없었다.

“완전 로마 황제가 따로 없네.”

적어도 마르피스 길드의 영향력 내에서만큼은 파비오 마르피스가 황제나 다름없었다.

“이러니 가장 먼저 눈이 돌아갔겠지.”

손에 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킬 라시온이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것이다.

언제 킬 라시온이 자신이 가진 것들을 빼앗고 파괴시킬지 알 수 없었을 테니까.

은신 스킬을 이용해서 마르피스 길드의 비밀 은신처 중 한 곳에 잠입한 무혁은 파비오 마르피스를 기다렸다.

‘요즘 한창 빠져 있다는 여자인가?’

은신처의 한 곳,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파비오 마르피스의 방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피부의 금발 미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무기력하게 누워있었다.

‘표식을 저렇게 제거할 수도 있구나.’

금발 미녀의 유일한 흠이라면 한쪽 가슴의 흉터였는데, 피부 가죽을 아주 얇게 벗겨내어 표식을 제거한 것이었다.

표식 제거와 동시에 최소한의 흉터를 남기는 시술능력이 놀라울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거느리고 있는 성노예만 하더라도 백여 명이 넘는다고 했다.

더 치가 떨리는 사실은 그 많은 성노예들 중 90퍼센트가 파비오 마르피스의 가학적인 변태 행위에 목숨을 잃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버림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버림을 받은 성노예들은 아랫놈들의 차지가 되어 또 다시 끔찍한 삶을 살다가 죽는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년 초가 되어 헬-라시온에 여자들이 끌려오면 그녀들이 새로운 성노예가 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파비오 마르피스는 매년마다 자신의 성노예를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무혁은 동공에 삶에 대한 의욕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는 금발 미녀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는 최악도 아니었어.’

낯선 세계에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처참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생각하면, 무혁은 한때마다 힘들고 괴롭다고 투정을 부렸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오히려 더욱더 잔인하게 대하는 파비오 마르피스와 같은 놈들은 단 한 명도 살려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족도 마족이지만, 그 전에 인간이길 포기한 짐승들도 모조리 쓸어버려야해.’

무혁이 그렇게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이는 사이,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놈이군.’

초감각을 통해서 느껴지는 기세가 형편없다.

명색이 하이 랭커로서 헬-라시온 내에서는 어깨에 힘깨나 주고 다녔겠지만, 무혁에게는 한낱 어린 아이의 힘 마냥 우습게만 느껴졌다.

“각자 알아서 쉬도록 해라.”

묵직한 저음의 파비오 마르피스의 말에 그를 호위하듯 따르던 다섯 명의 남자들이 저마다 고개를 숙이고는 각자 어디론가 바삐 걸어갔다.

무혁은 남자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뻔히 예상이 갔다.

이곳 마르피스 길드의 비밀 은신처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성노예들이 붙잡혀 있었으니까.

“레트비아나!”

금발 미녀의 이름을 부르며, 파비오 마르피스는 꽤나 급했던지 상기 된 표정으로 웃옷을 벗어 젖혔다.

하이 랭커답게 탄탄하게 균형이 잡혀 있는 파비오 마르피스의 상체는 결코 40대 남자처럼 보이질 않았다.

파비오 마르피스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금발 미녀가 본능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혁은 더 이상 그 모습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기에 곧바로 은신을 풀어버렸다.

“파비오 마르피스.”

갑작스레 들려온 섬뜩한 음성에 바지를 내리던 파비오 마르피스가 크게 놀라며, 황급히 풀어헤치던 벨트를 다시 조였다.

두 눈에 살기를 담고 상대를 바라봤지만,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무혁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누, 누구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침입을 한 거냐!”

“어디긴 어디야, 쓰레기 소굴이지.”

“…뭐?”

무혁은 더 이상 짐승 같은 놈과는 말도 섞고 싶지 않다는 듯 곧장 움직였다.

“블링크.”

무혁은 파비오 마르피스의 뒤로 이동해서 단숨에 그의 목덜미에 블랙 본 단검을 꽂아버렸다.

“…켁!”

마족조차 방심하면 순식간에 죽일 수 있는 무혁이었으니 제 아무리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파비오 마르피스가 막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파비오 마르피스를 죽여 버린 무혁의 모습에 금발 미녀가 놀란 듯 두 눈을 부릅떴다.

무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저 가녀린 여자를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파비오 마르피스라는 짐승에게서 해방을 시켜 줄 수는 있지만, 자신이 끝까지 책임을 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녀 스스로라도 아니면, 누군가의 보살핌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굳이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둔다면 못내 마음이 쓰일 것만 같았다.

무혁은 잠시 고민하다가 파비오 마르피스의 표식을 제거하고는 은신 스킬을 사용해서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단발마 비명 소리와 함께 짙은 피 냄새가 마르피스 비밀 은신처에 진동했다.

무혁은 마르피스 길드원들을 모조리 죽이고 그들의 표식을 하나의 가죽 주머니에 담아서 곧바로 어디론가 텔레포트를 했다.

 

#

 

“저랑 어디 좀 가주셨으면 합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서는, 함께 가자는 타이거 마스크를 뒤집어 쓴 남자, 티엠의 모습에 섭허룬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어디를 말입니까?”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무슨 부탁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가 선약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예? 무슨……!”

섭허룬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무혁의 손에 잡혀서 강제로 텔레포트를 당해버렸다.

“지부장님 선약을 하셨던… 어디 가셨지?”

뒤늦게 섭허룬의 집무실로 들어온 빙빙은 미리 선약을 했던 손님이 왔는데, 그가 자리에 없다는 사실에 고운 이마를 살짝-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섭허룬이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럼 부탁 좀 하겠습니다.”

티엠이 건네는 가죽 주머니를 바라보며 섭허룬은 참았던 질문을 꺼내놓았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티엠 님의 정체가… 제가 생각하는 그분이 맞습니까?”

“지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서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차무혁.”

“맞습니다.”

“역시. 그런데 마족에게 죽은 것 아니었습니까?”

“죽어야 합니다. 소문으로는.”

무혁은 더 이상 설명할 것이 없다는 듯 그렇게 대답을 끝마쳤다.

섭허룬은 뭔가 사정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무혁이 내미는 가죽 주머니를 건네받았다.

“여인들은 제가 살 방도를 찾아보겠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확실하게 일을 처리해주셔야만 제가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부터 마르피스 길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겁니다.”

무혁의 단호한 음성에 섭허룬은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무혁은 마지막으로 고개까지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다시 텔레포트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하하하하.”

무혁이 떠나고 나서야 섭허룬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을 겪은 섭허룬은 반쯤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도대체 지부장님은 어디를… 지부장님?”

집무실에 주저앉아 있는 섭허룬의 모습을 발견한 빙빙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히 안 계셨었는데…….”

“당장 본점에 다녀와야겠다.”

섭허룬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예? 본점 말입니까?”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 남은 약속들은 모두 급한 사정이 생겨서 그러니 양해를 구하도록 하고, 빙빙 너는 내가 본점에 다녀오면 함께 가야 할 곳이 있으니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도록 해라.”

뜬금없는 섭허룬의 지시에 빙빙은 머릿속에 많은 의문들이 떠올랐지만, 지부장의 지시인만큼 곧바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

 

파비오 마르피스의 죽음을 시작으로 마르피스 길드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그 동안 온갖 악행을 자행하고도 버젓이 살아남았던 이유는 그들이 대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도시 길드였기 때문이었지만, 무혁 한 사람을 결국 당해내지 못했다.

무혁은 철저하게 은신을 이용해서 마르피스 길드의 수뇌부만을 암살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인간이길 포기한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자니 한도 끝도 없는 일이라 그것까지는 무혁이 홀로 다 감당할 수 없었기에 우선은 윗대가리들부터 손을 썼다.

그렇다보니 마르피스 길드의 하부 길드원들은 자신들의 길드가 급속도로 망해가고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다.

뒤늦게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대부분의 길드의 수뇌부들이 암살을 당한 후였다.

무혁은 마르피스 길드에 잡혀 있던 성노예들과 검투사 노예들을 해방시켰다.

덕분에 섭허룬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지만, 무혁이 마르피스 길드의 수뇌부들을 죽여서 거둬들인 표식들과 길드의 자금까지 진행비로 건네주었기에 손해는커녕, 오히려 막대한 이익을 보는 중이었다.

그렇게 마르피스 길드가 무너지고 있을 때, 조르지아 가문과 다크 나이트 길드 역시도 킬 라시온의 멤버들의 급습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소수 정예의 킬 라시온 멤버들은 빠르고 강했다.

철저하게 조르지아 가문과 다크 나이트의 수뇌부들만을 노렸기에 싸움 역시 길거나 떠들썩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긴급하게 소문이 돌았다.

조르지아 가문의 누가 죽었다, 다크 나이트의 누가 공격을 받고 있다 등등.

외부 활동을 중단했던 킬 라시온의 기습적인 공격은 충격적이었고, 그만큼 파격적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아무런 명분도 없이 조르지아 가문과 다크 나이트 길드를 공격한다고 비난을 하고, 킬 라시온을 악의 세력으로 몰아 붙였지만 그러한 목소리는 곧바로 힘을 잃고 말았다.

조르지아 가문과 다크 나이트 길드가 해왔던 반인륜적인 악행들이 낱낱이 까발려졌기 때문이다.

몰랐던 사실은 아니었지만, 모두 알면서도 쉬쉬하던 일들이 공개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킬 라시온이 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전면에 나서니 아무리 법과 질서가 없는 헬-라시온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행동을 저지할 명분이 없었다.

“설령,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킬 라시온이 힘으로 제압을 하겠다는 걸 막을 수는 없는 거죠.”

로페시 아델리오의 말에 헨리 또한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킬 라시온의 행동은 분명 정정당당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소수 정예만으로 두 개의 거대 집단을 무너트렸으니, 오히려 그들의 강함에 그리고 그 과감한 행동력에 찬사를 보내야 옳았다.

악행을 저질렀던 이들이 버젓이 어깨를 펴고 다녔던 건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더 큰 힘으로 제압하는 일이니 적어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가장 큰 헬-라시온에서, 킬 라시온의 일에 제동을 걸려면 그들을 똑같이 힘으로 막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럴 만한 곳이 없다는 거였지만.

“마르피스 길드 역시 킬 라시온이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이죠?”

“예. 하지만, 정황상 여러모로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 사람일 가능성도 있겠군요.”

로페시 아델리오의 음성이 오랜만에 밝아졌다.

“단 한 명의 목격자도 없는 일이라서 차무혁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만, 저 역시도 그가 움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로페시 아델리오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한 듯 말했다.

“지금 이 시간부로 아델리오 길드는 킬 라시온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더불어 더 이상 반인륜적인 행위를 일삼는 곳이 있다면 아델리오의 이름으로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헨리 또한 로페시 아델리오의 결정에 적극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법도 질서도 없는 헬-라시온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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