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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0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0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08화

마계 (5)

 

“…여, 여기가 마계라 이거지?”

“와… 내가 마계를 다 오게 될 줄이야.”

“마계라고 별다를 것도 없네, 뭐.”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부터가 다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기, 우리 괜찮은 거겠지?”

“이거 뭔가 정말 제대로 큰 사고를 치는 것만 같은데…….”

마계에 첫 발을 들인 킬 라시온 멤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계에 대한 첫 감상을 그렇게 내뱉었다.

그저 신기하게 여기거나, 말로는 시큰둥하게 반응하지만 표정은 딱딱하게 굳은 것이 잔뜩- 긴장했다는 걸 드러내거나, 연신 주변을 경계하며 근심과 걱정을 드러내거나.

무혁은 이러한 킬 라시온 멤버들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아무리 헬-라시온에서 온갖 경험을 다하며 진흙탕을 구른 킬 라시온 멤버들이라 하더라도 ‘마계’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찌 보면 갓 헬-라시온에 끌려왔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응력만큼은 달랐다.

“그래, 이제 무혁이 네가 왜 우리 모두를 마계로 데리고 왔는지 그 이유나 들어보자.”

필립이 가장 먼저 마계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낯설음을 뒤로 돌리며 그렇게 물었다.

로드와 송정민 등을 구하겠다며 마르케디악으로 향했던 무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서는 멤버 전원을 마계로 데리고 와버렸으니 그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멤버들 또한 무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언제까지 마수의 대지에서 마족들의 눈치를 보면서 숨어 지낼 순 없잖아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화끈하게 여기 마계에서 대놓고 마족들을 사냥하면서 빠른 속도로 강해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여, 여기서?”

무혁의 말에 일부 멤버들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워했다.

다른 곳도 아닌 마계다.

일반 마족들이 상대라면 크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지만, 불과 이삼일 전만 하더라도 자바하 한 명에게 킬 라시온 멤버 전원이 찍- 소리도 제대로 내보지 못할 정도로 처참하게 박살이 나버렸다.

수 개월에 걸쳐서 겨우겨우 마족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을 떨쳐냈다고 여겼는데, 그러한 감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걸 똑똑히 느낀 무기력하면서도 비참했던 시간이기도 했었다.

덕분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자바하와 같은 아니, 그보다 더욱더 무서운 실력을 가지고 있는 마왕들이 몇이나 되는지도 모르는 마계에서 마족들을 사냥하자고?

일부 멤버들은 무혁이 자신들을 너무 과대평가 하고 있다고 여겼다.

“무혁아, 우리는 너랑 입장이 달라. 너야 뭐…….”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겠지.

하지만, 르케임은 당장 마계에서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서서 과연 밤에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말 그대로 피를 말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이 날카롭게 벼려져서 멤버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리다가 성격 이상한 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만 같았기에 아무리 마족들의 영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마계라 하더라도 다시 헬-라시온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컸다.

혹시라도 자신만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인가 싶어 눈치를 살펴보니, 무혁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잘 따를 것만 같았던 미첼도 불안해하는 눈치였고, 아르케니아와 방적삼 또한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너무 위험한 모험이질 않겠냐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물론, 무혁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계라면 굉장히 빨리 강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전 형님의 계획에 찬성합니다.”

“나도 찬성. 어차피 마수의 대지에서 우리의 움직임은 제한적이라서 솔직히 언제 이번과 같은 꼴을 당할지 누가 알겠어? 난 죽어도 다시는 그런 꼴 당하고 싶지 않아.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방구름과 실비아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나도 찬성. 도박이라 하더라도 마수의 대지보다는 마계가 낫다고 봐.”

레오 역시 무혁의 계획에 힘을 보태었다.

마크와 엘리엇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인 입장이라는 듯, 다수결의 의견에 힘을 보태겠다는 듯,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

“마계에서 마족을 사냥하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방법은 있어? 그리고 마계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마족을 사냥해서 강해지겠다는 생각이라면 난 반대한다.”

필립은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했으며, 마족 사냥 이전에 마계의 지식이 우선이라 여겼다.

“무혁아, 성급함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네가 이러는 이유가 우리 때문이겠지? 우리가 네 발목을 잡는다면 이제부터라도 넌 네 길을 갔으면 싶다.”

송정민은 구태여 부족한 자신들을 이끌고 가면서까지 무리하지 말라며 무혁의 독립을 권유했다.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송정민은 무혁이 이런 무리한 계획을 세운 근본적인 원인을 끄집어냈다.

그렇다 보니 이성적으로 따진다면 확실히 송정민의 의견이 가장 맞다.

누가 봐도 킬 라시온 멤버들을 마계로까지 데려와서 마족들을 사냥하겠다는 무혁의 계획은 너무나도 성급했으며, 무리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킬 라시온의 모든 멤버들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말만 다를 뿐이지, 필립 또한 송정민과 같은 의견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혁의 표정도 살짝- 굳어 있었다.

즉흥적이긴 했지만, 자신의 의견이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줄 몰랐다는 듯.

한참동안 말이 없던 무혁은 이윽고 송정민과 눈을 마주하다 필립, 방구름 등 멤버들과 일일이 눈빛을 나눴다.

혼란스러워하던 표정은 어느새 차분해져 있었다.

“저는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단지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모두와 함께 이곳에서 마족을 상대로 싸우며 강해지길 원했죠. 그런데 내가 너무 제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것 같네요.”

미안하다며 무혁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고 오빠가 사과까지 할 건 없어요.”

갑작스럽게 고개를 숙이는 무혁의 모습에 멤버들 모두 당황스럽다는 듯 그를 바라봤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미첼이 가장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였다.

다른 때와 다르게 무혁의 의견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으니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다른 멤버들보다 클 수밖에 없기도 했다.

르케임과 방적삼 등도 크게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쳤고, 무혁은 괜찮다며 웃어주었다.

무혁의 웃음에 르케임 등이 안도하려는 순간.

“그런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확실해졌네요. 지금의 내가 마수의 대지로 돌아가는 건 의미가 없어요. 결국, 내가 싸워야 하는 상대는 마족인데, 마수의 대지에서 지난 몇 개월 동안 했던 것처럼 똑같은 일은 되풀이 하는 건 바보 같고, 위험하니까요. 결국, 난 이곳 마계에 남아야 해요.”

이건 선언이다.

자신은 더 이상 헬-라시온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

“오, 오빠.”

“무혁아, 너무 그렇게 단정 짓지 말고 우리 다른 방법을…….”

미첼과 르케임이 충격 받은 얼굴로 그렇게 무혁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무혁의 입장에서 그가 마수의 대지로 돌아가는 건 확실히 무의미한 일이었으니까.

“결국, 우리가 선택해야 할 문제가 되었네.”

필립이 정리를 해주었다.

무혁을 따라서 마계에 남을 것인지, 다시 헬-라시온으로 돌아갈 것인지.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킬 라시온 멤버들은 곤란하다는 듯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무혁을 따라서 마계에 남는다면 분명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마계라는 미지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가 엄청나게 힘들어 질지도 모른다. 아무리 무혁이라는 든든한 보호자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그의 품을 벗어나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죽어라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반면, 헬-라시온으로 돌아가면 인간들 사이에서는 최강자로 군림하며 살아갈 수 있다.

예전처럼 마족들의 눈치를 보거나, 그들의 시선을 피해 다녀야 하겠지만, 적어도 마계만큼 위험스러운 삶은 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추억을 하겠지.

한 때는 자신이 마족과 동등하게 싸웠었던 과거 킬 라시온의 멤버였다는 기억을 말이다.

물론, 이 두 가지의 방법 외에도 무혁이 홀로 마계를 오가며 마족과 싸우며 그들의 영혼을 멤버들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킬 라시온 멤버 그 누구도 그런 방법은 원하지 않았다.

한시적으로는 그렇게라도 강해져서 마계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은 무혁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기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때문에 무혁도 이 방법은 처음부터 멤버들에게 제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혁이 가장 바라는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모두가 함께 마계에서 버티길 원하는 것.

그렇다고 강요할 순 없다.

자바하로 인해 킬 라시온 멤버들의 머릿속에 다시 각인된 공포와 두려움은 무혁이라 하더라도 당장 지워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무혁은 이대로 헬-라시온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멤버가 있다면 군소리 없이 그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마음까지 먹었다.

아쉽지만 여기까지인 것이다.

무혁은 그렇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고 묵묵하게 기다렸다.

선택은 멤버 개개인의 몫이었으니까.

무혁은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싶었기에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형님.”

방구름이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려고 하자 무혁이 고개를 저었다.

“구름아, 너도 신중하게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 이건 즉흥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한 번 더 생각을 해보라는 듯 무혁은 홀로 자리를 피했고, 그런 그의 곁에서 나란히 걷는 건 로드뿐이었다.

로드는 킬 라시온 멤버이기 이전에 무혁과 함께 하는 동반자였기에 생각하고 말고 할 것이 없었다.

“아버지, 잘 하셨어요.”

로드가 무혁의 결정을 칭찬해주었다.

헬-라시온과 마계는 확연하게 달랐기에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맞았다.

“고맙다.”

로드의 칭찬에 무혁이 희미하게 웃었다.

몇 명이 남고, 몇 명이 떠나든 무혁은 모두를 웃으며 보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쨌든 이제부터 마계에서 생활을 해야 하니까 우리를 도와 줄 길잡이부터 구하죠.”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곳 마왕성 내부에는 없지만, 외부로 조금만 나가보면 얼마든지 우리의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마족들이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로드는 당연하다며 빙긋- 웃었고, 이윽고 무혁과 로드는 마왕성을 빠져나갔다.

무혁과 로드가 마왕성을 빠져나간 그 시각.

“이, 이거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내가 실수한 거지? 지금이라도 내가 무혁이한테 달려가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될까?”

갑작스런 상황에 르케임은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을 했다.

괜히 무혁의 의견에 반대를 했다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의 갈림길에 내몰렸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물론,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르케임은 무혁의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정말 그의 앞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 자신도 있었다.

“멍청아, 헛소리 하지 마.”

실비아가 르케임을 향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모두가 안다.

이건 르케임 때문이 아니라, 언제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시기가 조금 더 일찍, 아니 어쩌면 가장 시기적절하게 다가왔을 뿐이라고.

무혁의 말대로 지금 무혁이 마수의 대지로 가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막말로 사자가 밀림으로 나가야지, 언제까지 풀밭에서만 머물 것인가?

문제는 그런 사자를 따라서 밀림으로 나아가야 하는 동료들이 아직은 어리기만 한 사자 새끼, 아니 고작 늑대 무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무혁이 말이 맞아. 우리도 이제는 확실하게 선택을 해야 할 때야.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가 될지, 깨끗하게 이제라도 갈 길 편하게 가라고 웃으며 보내줘야 할지. 솔직히 지금까지 무혁이가 잘 참아 준 거지.”

헬-라시온이라면 모를까, 마계가 주무대가 된 이상 무혁으로서도 더 이상은 제 발목만 붙들고 늘어지는 짐 덩어리들을 언제까지나 짊어지고 갈 순 없는 법이다.

“진짜 우리의 문제는 마계에 남는다, 남지 않는다가 아니라 마계에 남는다 하더라도 무혁 동생에게 짐이 될까봐 그게 걱정이라는 것 아닌가?”

방적삼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정답이다.

마계에 남는다 하더라도 과연 무혁의 등을 지켜 줄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느냐다.

“그러니 죽을 각오로 버텨야지.”

송정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마계에 남기로 결정을 한다면, 정말 목숨을 걸고 마족들과 싸워야 한다고.

“전 남습니다.”

레오가 먼저 자신의 결정을 알렸다.

“나도 남아.”

실비아였다.

이어서 미첼도 남는다고 했다.

“어차피 헬-라시온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편하게 살긴 글러먹은 것 아닌가?”

방적삼은 제 가슴을 툭- 치며 웃었다. 제거되어버린 자신의 표식이 헬-라시온에서 반드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마크와 엘리엇도 남겠다고 말을 했다.

송정민과 방구름은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는 일이었기에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필립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아르케니도 자연스럽게 남았다.

남은 사람을 르케임 뿐이었다.

“…뭘 그렇게들 봐요? 설마, 이 상황에서 내가 혼자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요들?”

“어쩌면?”

레오가 장난스럽게 그렇게 대꾸하자, 실비아가 툭- 말을 내뱉었다.

“호랑이 없는 산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고 했으니 난 혹시나 싶었지.”

“토, 토끼? 꼭 말을 해도 저건!”

심각했던 분위기가 실비아와 르케임으로 인해서 다시 부드럽게 풀렸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무혁은 여전히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로 로드와 함께 마족 셋을 생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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