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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0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0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07화

마계 (4)

 

불꽃이 활활- 타오른다.

세상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뜨거움과 찬란하다는 생각이 같이 들 정도로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하지만, 그 불꽃이 태우고 있는 것은 하나의 생명이었다. 그러니 생명을 재물로 자신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불꽃의 모습은 잔인하다고 부를 수도 있었다.

“…어, 어떻게…….”

자신의 몸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바하는 의문만을 품고 있었다.

“…어떻게 인간 따위가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거냐?”

자신의 몸이 한 줌의 재가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의문만큼은 풀어야 한다는 듯 자바하의 눈빛은 간절해보였다.

“그러기에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강제로 끌고 왔어? 너희가 다 자초한 일이야.”

“그런 것 말고! 네놈이 가진 힘! 그 힘의 정체가 뭐냔 말이다!”

“그렇게 궁금하다 소리쳐도 아무짝에도 소용없어. 나도 아직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힘이니까. 그리고…….”

무혁은 어느새 온 몸의 반이나 타들어가는 자바하의 모습에 더 이상은 이런 대화 따윌 나누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듯 손에 쥐고 있던 블랙 본 장검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무혁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 사이.

서- 걱!

블랙 본 장검이 자바하의 목을 잘라버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뻥끗- 거리던 모습 그대로 자바하는 길었던 마계의 삶을 끝마치고 말았다.

“…안 꺼지네.”

비참하게 잘려버린 자바하의 머리통이 한쪽 구석으로 데굴데굴- 굴러갔음에도 불구하고 몸통과 머리통은 여전히 불꽃에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시체가 훼손이 되면 자바하의 영혼을 흡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무혁으로서는 그 점이 가장 걱정스러웠다.

다른 일반 마족도 아닌 자그마치 마왕의 영혼이다.

이런 대박 영혼을 허무하게 날려버릴 순 없었기에 무혁은 조심스럽게 수룡을 이용해서 자바하의 시체를 태우고 있는 불꽃을 꺼버리려고 했다.

“…무슨 불이 꺼질 생각을…….”

다급한 마음에 신경질을 내던 무혁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바하의 시체, 정확하게는 불꽃을 향해 손을 뻗었다.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무혁의 손에 닿은 불꽃이 거센 바람을 맞이한 것처럼 이러 저리 휘날리더니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왕이었던 자바하의 생명마저 잡아 먹는 불꽃이었지만, 무혁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십여 초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자바하의 시체를 잿더미로 만들려던 불꽃이 꺼져버렸다.

“까딱했으면 눈앞에서 마왕 시체가 아니라 잿더미만 볼 뻔했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하다는 듯 무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절반 이상 타버린 자바하의 시체를 보고 있자니 괜히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상당 기간 부패해버린 마족의 시체에서는 영혼을 흡수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지금처럼 절반 이상 타버린 시체에서 영혼을 추출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무혁이었기에 살짝-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래, 마왕의 시체인데 안 되면 진짜…….”

자신이 알고 있는 욕이란 욕은 다 나올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어쨌든 자바하의 시체를 공간 주머니에 넣어두고 무혁은 다른 마족의 시체들도 모두 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자신의 위기를 해결해주었던 헬카네의 시신 앞에서는 잠시 주저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마족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기에 무혁은 그의 시체까지도 공간 주머니에 담아버렸다.

자바하를 잡았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로드를 찾으면 될 일이었다.

초감각을 통해서 아주 미세하게 로드의 기운이 느껴졌기에 무혁은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엇! 누구… 컥!”

“침입… 크악!”

“…인간? 켁!”

무혁을 발견한 마족들은 저마다 제대로 된 말도 끝맺지 못하고 무혁의 손에 목숨을 잃어갔다.

“완전 노다지네.”

마족의 영혼을 흡수할 수 있는 무혁에게 있어서 자바하의 마왕성은 말 그대로 사방에 금덩어리가 널려 있는 금광이나 다름없었다.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도 값어치가 높은 보물인, 마족의 영혼이었기에 로드를 찾아가는 무혁의 발걸음은 경쾌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수십 명의 마족들을 일일이 죽여 가며 무혁은 로드가 갇혀 있는 방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자바하가 로드를 잡아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눈앞이 캄캄했었는데, 생각보다 손쉽게 그를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 무혁으로서는 내심 머리 한 쪽에 품고 있었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이제야 모두 털어낼 수 있었다.

“로드야!”

무혁이 방문을 걷어차며 들어가자 방 안을 서성거리던 로드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버지?”

“그래, 어디 다친 곳은 없고?”

무혁이 그렇게 물으며 혹시나 싶어서 로드의 몸을 이곳저곳 살펴봤다.

“어, 어떻게 여길 오셨어요? 아니, 자바하는요?”

“자바하?”

무혁은 기다려보라는 듯 씨익- 웃어주고는 공간 주머니에서 절반 이상 타버린 자바하의 시체를 꺼내놓았다.

“…어, 어…….”

로드가 말문이 막힌다는 듯, 자바하의 시체와 무혁을 번갈아봤다.

도저히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가 가질 않는 일이었기에 로드의 혼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지금까지 어지간한 일에는 그리 크게 놀라지도 않았으며, 태생적 이유만으로 이성적 사고를 척척- 해냈었던 로드의 모습만 봐왔었던 무혁으로서는 그 모습이 더욱더 신선하게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되신 거예요?”

한참 만에 정신을 수습한 로드가 그렇게 물었다.

무혁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남아 있던 조각난 신의 힘을 모두 흡수하고 나니까 이렇게 강해졌다고.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난 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아마도 신이 되기 직전인 듯 싶습니다.”

“뭐? 신? 임마, 그건 오바지. 아무리 그래도 내가 무슨…….”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손사래를 치려던 무혁은 너무나도 진지한 로드의 얼굴에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무혁 스스로도 자신이 신이 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아주 잠깐은 해보질 않았던가?

곧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워버렸지만, 로드 역시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합리적으로 충분히 의심을 해볼 만한 일인 것은 분명한 듯 싶었다.

더욱이 유일한 종, 가장 독립된 종이라고 하질 않았던가?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신’이라는 개체만큼 유일하면서도 가장 독립된 종이 또 있을까?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신이라고? 내가?’

무혁은 황당함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신이 된다?

인류 역사에 그런 존재는 단연코 없다.

신이라는 존재는 신으로 태어나서 신으로 죽는…….

‘신이 태어나고 죽기나 하나? 신은 그냥 신 그 자체 아닌가?’

무혁은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부정확한 자신의 개념 때문에 머릿속이 무척이나 복잡해지자, 더 이상 생각을 말자며 고개를 좌우로 세게 흔들었다.

“제 생각에는 분명 아버지가 신으로…….”

“됐어.”

무혁은 로드의 말을 끊어버렸다.

로드가 의문 섞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무혁이 말을 이었다.

“신이고 나발이고 난 어차피 인간으로 태어났어. 로드 네 말대로 내가 지금 신이 된다는 뭐, 정말 황당하고 기가 막히는 일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당장 내가 뭐 신이라도 된다면 뭐가 달라져? 아! 하나는 달라지겠네.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마신 라시온과 동등한 입장이 될 테니까 그 새끼 대갈통을 뽀갤 순 있겠네.”

말을 하며 낄낄- 웃는 무혁이었다. 그런 무혁의 모습에 로드가 어떻게 그런 단순 무식한 사고만을 할 수 있냐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요. 아버지가 신이 된다는 건…….”

“됐다니까.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내가 신이 된다면 그만한 힘이 생긴다는 뜻이잖아. 그럼 된 거야.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하니까. 우선은 그것만 생각하자.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직 난 불완전한 상태라는 사실이야.”

무혁의 말에 로드는 그건 걱정할 것 없다는 듯 대답해주었다.

“영혼의 크기가 작다는 건 더 많은 영혼을 흡수해서 그 크기를 키우면 되요.”

단언하듯이 로드가 그렇게 말을 했다.

“얼마나?”

하지만, 이어진 무혁의 물음에는 로드가 입을 다물었다.

그건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놈 영혼부터 흡수하자. 그래도 명색이 마왕이니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질 않겠어?”

무혁이 자바하의 시체를 가리키자 로드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영혼 흡수를 할 순 있는 거지?”

무혁은 절반 이상 불에 타버린 자바하의 시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고, 다행스럽게도 로드는 괜찮을 거라는 답을 해주었다.

마왕의 영혼.

무혁은 내심 기대를 가졌지만, 한 편으로는 로드의 말처럼 정말 자신이 신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들어갔다면, 제 아무리 마왕이라 하더라도 자바하의 영혼 하나로 간에 기별이나 갈까 싶은 불안감도 들었다.

‘그래도 명색이 마왕의 영혼인데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

자꾸만 커지는 불안감을 지우려는 듯 무혁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왜 머피의 법칙처럼 꼭 부정적인 예감은 틀리질 않는 것일까?

 

[영혼의 크기가 성장합니다.]

[불완전한 상태가 소폭으로 안정화됩니다.]

 

무려 마왕의 영혼을 흡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상태는 고작 ‘소폭’으로 밖에 안정화되질 않았다.

“그래, 이 시점에 샐리의 법칙이 적용될 리가 없지.”

지금까지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들이 대부분 샐리의 법칙이었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하면서도 꼭 중요한 시기에는 어긋나버리는 이 얄궂은 운명이 무혁으로서는 아쉽기만 할 뿐이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공간 주머니에 담아 놓은 모든 마족들의 영혼을 자신이 모조리 흡수하고 싶은 욕심도 들었다.

‘아니지, 언제까지 로드와 멤버들의 보호자 노릇만 할 순 없지.’

무혁은 생각난 김에 우선 공간 주머니에 넣었던 마족의 시체를 몽땅 꺼내놓았다.

족히 백 단위가 넘어가는 마족의 시체였다.

“선생님하고 마크 형, 엘리엇 누나와 함께 나눠서 흡수해.”

무혁은 통 크게 마족의 시체를 전부 넘겨주었다.

“예?”

당장 마족의 영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은 무혁이라는 걸 알기에 로드가 눈을 찌푸렸다.

“아버지께서 이렇게 하지 않으셔도…….”

딱.

무혁이 가볍게 로드의 머리에 꿀밤을 때리며 말을 끊어버렸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우선 너부터 강해져. 더 이상 이런 수모는 겪지 않아야 할 것 아냐? 그리고 여기라면 널리고 널린 게 마족의 영혼인데 무슨 상관이야? 그러니까 내 걱정일랑 생각하지 마.”

무혁의 말에 로드가 이를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자신이 강해지지 않으면 무혁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었기에 로드는 악착같이 강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은 상태였다.

“우선 여기서 영혼을 흡수하고 있어. 나는 여기 좀 정리하고 올 테니까.”

자신의 말에 로드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무혁은 곧장 방을 빠져나왔다.

영문도 모른 채, 마계까지 끌려온 송정민과 마크, 엘리엇을 생각하면 그들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필요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마족들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분주해지기 시작했기에 그곳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괜히 다른 마왕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골치가 아프니까 여기부터 정리해놔야지.”

무혁은 이제 더 이상 주인이 없게 된 마왕성을 휩쓸고 다니기 시작했다.

적게는 서너 명, 많게는 수십 명의 마족들이 몰려 다녔지만, 그래봐야 무혁에게는 식후 간식거리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손쉬운 상대들일 뿐이었다.

그렇게 무혁의 공간 주머니는 자바하를 따르던 마족들의 시체로 빠르게 채워졌다.

최하 수천 명의 마족들을 거느리는 마왕답게 마왕성의 규모 또한 어마어마했다.

물론, 그 많은 수의 마족들이 모두 마왕성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실제로 무혁의 손에 죽어나가는 마족들의 수는 십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대충 마왕성에 존재하는 마족들을 다 죽이는 데에는 3시간이 넘게 걸렸다.

“무혁아!”

다시 로드가 있는 방으로 돌아가자 송정민이 무혁을 향해 가장 먼저 다가왔다.

“선생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꼼짝없이 로드의 공간에만 갇혀 있어야 했던 송정민이었기에 그가 느꼈을 걱정과 불안감들을 생각하면 무혁으로서는 그를 위로해야 하는 것이 옳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우선 다른 멤버들부터 모두 데리고 와서 설명을 해드리면 안되겠습니까?”

킬 라시온 멤버들을 데리고 온다니?

당장 마계를 떠나도 부족할 판국에 헬-라시온에 남아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을 마계로 데리고 온다는 무혁의 말에 송정민은 물론, 마크와 엘리엇 그리고 로드마저도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생각해보니까 여기만큼 더 좋은 사냥터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마왕성을 정리하면서 무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마계에서 마족을 사냥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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