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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06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2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0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06화

마계 (3)

 

“욜리스가 어떻게, 누구에게 죽었다는 거냐!”

자바하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지만, 그 음성만큼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거칠었다.

그런 자바하의 상태에 마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바짝- 엎드렸다.

‘마족들을 얼마나 쥐 잡듯이 잡으면…….’

무혁은 자바하의 음성만으로도 알아서 벌벌- 기는 마족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마왕들 사이에서는 서열 49위로 가장 밑바닥을 기고 있었지만, 마족들 앞에서는 서열 1위 마왕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권위를 내세웠던 모양이다.

모든 마족들이 엎드리는 바람에, 홀로 튈 수는 없었기에 무혁도 우선은 곁에 있던 헬카네를 따라서 바닥에 머리를 맞대었다.

“누구냐! 누가 욜리스의 죽음을 알리러 온 거냐!”

자바하의 외침에 무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욜리스는 인간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무혁의 대답에 자바하가 성큼성큼- 걸어와선 그의 앞에 섰다.

“나를 보고 똑바로! 그리고 자세하게 말을 해라!”

그의 명령에 무혁이 상체를 들어 올렸다.

얼굴을 후드로 가리고 있는 무혁의 모습이 살짝- 거슬리기는 했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욜리스의 죽음이었기에 자바하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바하 님이 먼저 돌아가시고 포로로 잡은 인간들을 끌고 마르케디악으로 돌아가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한 인간이 나타났습니다.”

“인간?”

자바하의 표정이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예! 인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라고 하기엔 절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가진 그는 순식간에 인간 포로들을 모두 구해내고는 다짜고짜 저희들을 공격했습니다.”

무혁은 자신이 한 일을 조금의 거짓도 없이 고스란히 들려주었다.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고작 한 명에게 그 많은 수가 당했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자바하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강했습니다. 얼마나 강했냐면, 그 인간이 말하길…….”

“뭘 꾸물거리는 거냐!”

자바하는 말끝을 흐리며 주저하는 무혁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난 음성으로 다그치며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섰다.

“그 인간은…….”

무혁의 음성이 아주 작게 낮아지자 자바하가 눈썹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가 않았던 것이다.

“뭐라는 거냐!”

자바하가 상체를 기울이며 무혁에게 더욱더 몸을 밀착시켜왔다.

그제서야 무혁이 홀로 중얼거리던 말을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내뱉었다.

“자바하 님을 잡으러 간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푸- 욱!

“…큭!”

화끈한 통증이 아랫배에서 밀려들자 자바하가 본능적으로 무혁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하지만, 그러한 반응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무혁은 날렵하게 몸을 뒤로 움직이며 자바하의 손짓을 피해버렸다.

자바하는 자신의 복부를 관통해버린 한 자루의 새카만 빛을 뿌려대는 검을 비현실적으로 바라봤다.

주변의 마족들 또한 모두 놀라고 경악한 시선으로 자바하와 그의 복부에 검을 찔러 넣은 무혁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무혁의 곁에 엎드려 있던 헬카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콘트라… 도대체 무슨 짓을…….”

“여기까지 안내를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헬카네.”

무혁은 헬카네를 향해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다른 한 손으로 만들어 낸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스악!

헬카네의 머리가 아주 깨끗하게 잘려나갔다.

무혁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였다.

“…네놈이구나.”

복부를 관통당한 상태에서도 자바하는 생각 외로 큰 타격을 받지 않은 얼굴로 무혁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혁 또한 마왕이나 되는 자바하가 고작 복부 좀 관통 당했다고 해서 죽을 리가 없다는 걸 예상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워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기습을 통해 자바하에게 조금이라도 타격을 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아쉽겠지만, 욜리스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거다.”

무혁이 후드를 벗으며 그렇게 대꾸했고, 그제야 상황 파악이 끝난 마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함을 내지르며 무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혁은 곧바로 자바하의 복부에 꽂혀 있는 블랙 본 장검을 대신해서 또 한 자루의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내고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족들을 빠른 속도로 베어 넘겼다.

공간 자체가 그리 넓지 않았기에 마족들의 수는 고작 다섯 명 밖에 되질 않았다.

무혁에게 있어 마족 다섯 명은 5초도 걸리지 않는 상대였고, 깔끔하게 다섯 명의 마족을 모두 죽이고 나서야 자바하를 향해 물었다.

“로드 어딨어?”

무혁의 물음에 자바하는 복부에 꽂혀 있던 블랙 본 장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뽑아내고는 옆으로 내던져버렸다.

“고작 그 정도의 실력으로 날 찾아온 건가?”

가소롭다는 듯한 자바하의 모습에 무혁은 피식- 웃었다.

“그 새끼 허세는. 잘 생각해봐. 욜리스와 그 많은 마족들이 내 손에 죽었어. 그리고 이렇게 네 앞에까지 왔지. 이 정도면 넌 충분히 긴장해야 하는 거야.”

“가소롭군. 네놈이 무슨 수작으로 욜리스를 죽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네놈의 실력이라 하더라도 내가 놀라거나 경계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내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자신 또한 무혁이 해낸 일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정 그렇다면 실력 행사를 해줘야겠지.”

무혁은 곧바로 자바하를 향해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이까짓 공격에 내가 당할……!”

무혁이 휘두른 블랙 본 장검의 끝에서 발출된 검은 색의 굵은 선을 막기 위해 손을 내밀었던 자바하는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어깨를 베어버리고 지나가자 한쪽 눈을 일그러트렸다.

궤도가 변했다.

분명 자신의 손에 막힐 공격이었는데, 순간적으로 궤도가 비틀리더니 손을 피해서 어깨를 베어버린 것이다.

“어쩌라고? 하이파이브라도 하자고?”

낄낄- 웃으며 무혁은 다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한 번을 휘둘렀는데 블랙 본 장검 끝에서 발출된 검은 색의 굵은 선은 무려 일곱 개였다.

자바하는 똑같은 수치를 당할 수 없다는 듯 몸 전체를 방어했다.

감히 마왕인 자신의 어깨를 베어버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을 받을 위력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방심했기에 당한 상처였을 뿐, 진심으로 몸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피부에 흠집조차 낼 수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바하의 예상은 크게 어긋나버렸다.

쾅!

일곱 개였던 검은 색의 굵은 선이 하나로 모이더니 그대로 자바하의 복부를 강타한 것이다.

놀라운 건 위력이었다.

자신의 방어벽을 뚫고 복부에 상처를 입혔기에 겨우 아물어가던 상처가 다시금 크게 벌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봉합을 제대로 했어야지.”

무혁은 자바하의 복부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을 바라보며 그렇게 자바하의 신경을 건드렸다.

“죽여주마!”

자바하는 더 이상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듯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양쪽 손을 펼치자 새카만 불이 자바하의 손바닥 위에서 넘실거렸다.

무혁은 마르케디악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던 자바하의 기술이었다.

마왕 서열전에서 자바하는 저 새카만 불을 이용해서 기존의 서열 48위였던 마왕, 헤르케트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었다.

“네놈과 나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껴주마!”

자바하의 손바닥 위에서 넘실거리던 불이 마치 자아를 가진 살아 있는 생명체마냥 순식간에 채찍처럼 길게 늘어났다.

불의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시켜가며 그것을 이용해서 장거리와 단거리를 모두 공격하고 방어하는 자바하만의 독특한 기술로, 그 위력 또한 어마어마했었다.

무혁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을 향해서 실드를 펼쳤다.

콰가가가가!

다섯 개의 실드가 순차적으로 박살이 났다. 아니, 녹아버렸다는 표현이 더욱더 정확했다.

하지만, 무혁이 만든 실드는 일곱 개.

여섯 번째 실드를 깨트리지 못하고 불길이 주춤거렸다.

자신의 공격을 막았다는 사실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자바하가 오만상을 찌푸리는 사이, 무혁은 수룡을 만들어냈다.

무혁의 몸을 감싸듯 생겨난 수룡은 자바하가 만들어 낸 불의 천적과도 같았다.

‘수룡의 위력도 엄청나게 강해졌다!’

조각 난 신의 힘을 모두 흡수하고 난 이후, 무혁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스킬들은 몇 곱절로 그 위력이 상승해 있었다.

때문에 과거의 수룡도 강했지만, 지금의 수룡과 비교하자면 과거에는 지렁이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정말로 수룡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릴 정도였다.

쾅! 쾅! 쾅! 쾅! 쾅!

자바하의 불과 무혁의 수룡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부딪혔다.

마왕이었던 헤르케트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었던 자바하의 불이었기에 그와 동등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수룡의 모습은 경악스럽다는 표현이 결코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어디 그뿐인가?

틈새를 노리고 날아오는 블랙 본 장검의 장거리 공격은 자바하로 하여금 점점 더 몸을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게 인간의 힘이라고?’

자바하의 표정은 이미 진즉부터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인간 따위가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느냐며 경원시했던 마음은 깨끗하게 지워져버렸다.

욜리스와 마족들을 죽인 것이 인간 특유의 비열함과 요행이 있었을 것이라고만 여겼었다. 하지만, 막상 무혁과 맞붙어보니 결코 그런 것이 아닌 순수한 실력에 의한 결과물이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는 걸까?

일반 마족도 아닌 마왕인 자신과 동등할 정도의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자바하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복잡한 자바하의 머릿속이 깨끗하게 비워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크 문.”

무혁은 수룡에 이어서 자신이 가장 강력하게 펼칠 수 있는 스킬, 다크 문을 사용했다.

다크 문 또한 그 위력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크크큭!”

자바하는 자신의 온 몸을 짓눌러오는 거역할 수 없는 압력에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다.

새카만 검은 구체, 이 세상의 모든 파멸을 몰고 올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응축해 놓은 재앙 덩어리가 머리 위에서부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건 피할 수 없다.

맞서야 하는데… 맞서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내가 두려워한다고? 고작 인간 따위에게!’

자바하가 이를 악물며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총동원했다.

마왕 서열전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힘!

양손의 불이 순식간에 자바하의 온 몸을 휘감았다.

하급 마족으로 태어나서 가까스로 마왕이 되었지만, 서열 가장 밑바닥에 머물러야만 했었던 자바하는 우연한 기회에 ‘영혼의 불’이라는 것을 손에 넣으면서 단기간에 강해졌다.

그것이 자바하가 가진 비밀이었다.

영혼의 불은 영혼을 가진 모든 생명체라면 그 무엇이든 태워버리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전자 또한 영혼의 불이 가진 진정한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기에 자바하는 그 사실을 알고 나선 단 한 번도 영혼의 불을 최대치까지 끌어다 쓴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영혼에 타격을 받아서 짧게는 수십 일, 길게는 수천 일까지 강제 수면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감히 자신에게 덤벼든 건방진 인간의 영혼을 활활- 태워버리겠다고 작정했다.

영혼의 불에 휩싸인 자바하는 머리카락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다크 문을 향해 양손을 힘껏- 내밀었다.

쩌- 엉!

빅뱅.

우주 대폭발이라고 할 만큼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무혁조차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려야 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폭발력이 자바하의 마왕성 자체를 뒤흔들었다.

갑작스런 흔들림에 마왕성 곳곳에서 머물고 있던 마족들이 몸을 움츠리며 잘게 떨었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마족들이 하나, 둘 흔들림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폭발의 여파를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던 무혁은 온 몸을 뒤덮는 강력한 열기에도 표정을 찌푸리기보다는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영혼의 불이 온 몸을 뒤덮습니다.]

[신의 불을 지니고 있기에 영혼의 불에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신의 불이 영혼의 불이 가진 힘의 일부를 흡수합니다.]

[완벽하게 소각되지 않았던 영혼들이 빠른 속도로 소각됩니다.]

[신의 정화력이 소각된 영혼들을 정화시켜 흡수합니다.]

[영혼의 크기가 성장합니다.]

[불완전한 상태가 소폭으로 안정화됩니다.]

 

신의 불?

무혁은 자신이 언제부터 신의 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더불어 ‘신의 정화력’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영혼의 불이라는 건 자바하가 가진 힘이겠지?’

무혁은 어쨌든 자바하 덕분에 영혼의 크기가 성장하고, 불완전했던 상태가 소폭이나마 안정화되었다는 사실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네놈의 영혼을 모조리 태워주마.”

신체 일부가 뜯겨지고, 찢겨진 자바하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그렇게 선언했다.

자신이 가진 영혼의 불이 무혁에게는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무혁은 자신의 영혼을 태워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자바하가 안쓰럽게 보일 지경이었다.

“뭘 하든 열심히 해봐. 아무 소용없겠지만.”

무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바하가 거대한 영혼의 불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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