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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0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4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0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05화

마계 (2)

 

“천사로 태어났지만, 마족의 힘을 가진 존재라니.”

자바하에게 로드는 보면 볼수록 참 재밌는 존재였다.

더불어 마계의 그 누구도 로드와 같은 독특한 존재를 손에 쥐고 있는 마족이나, 마왕조차 없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 또한 자바하에게는 은근한 자부심이 되어주었다.

“벨라이온이 찾던 것이 이놈이었던 거겠지?”

서열 3위의 마왕, 벨라이온이 언제부턴가 마정의 의지를 깨운 인간을 찾아다닌다는 소문은 마왕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이야기였다.

마왕, 그것도 서열이 3위나 될 정도로 높은 위치에 앉아 있는 벨라이온이 고작 인간 따위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갈 수 없었기에 그 이유가 무엇일지, 마왕들과 마족들 사이에서는 꽤나 궁금한 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사자인 벨라이온이 직접 입을 열어서 호기심을 해결해주지 않았기에 아직까지도 여러 가지로 의견이 분분했지만, 사실상 어느 것도 명확한 설명이 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자바하만이 그 이유를 어렴풋하게 예상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니, 확실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져만 갔다.

물론, 자신의 이러한 예상이 전혀 틀릴 수도 있다. 아직까지 로드를 통해서 그가 인간의 손에 의해서 의지가 깨어난 마정인지조차 확인을 해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인간들과 어울리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자바하는 자신의 추측이 거의 90퍼센트 이상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래, 이 정도라면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지.”

더불어 벨라이온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존재를 자신의 손에 넣었으니 자바하가 느끼는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월함에 도취될 만했다.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손에 넣기는 했는데, 어떻게 활용을 해야 할지 자바하로서는 쉽게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다.

당장 중요한 것은 벨라이온에게 이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 아니, 그 어떤 마왕들에게도 알려져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이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또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민스럽게 생각하던 자바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언제나 자신의 두뇌 역할을 해주었던 욜리스가 없다는 사실에 짜증이 난 것이다.

“젠장, 욜리스만이라도 데리고 올 걸 그랬군.”

이미 늦은 후회였지만, 한 편으로는 욜리스가 아니면 다른 누구도 쉽게 믿고 맡길 만한 마족이 없었기에 자바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욜리스 같은 놈으로 둘 정도만 더 있어도 좋을 텐데.”

어디든 인재는 부족한 법이다.

마계라고 다르지 않다.

더욱이 욜리스와 같이 나름 유능한 마족은 쉽게 얻을 수가 없었기에 자바하는 앞으로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싶은 마족은 항상 주시했다가 자신의 충실한 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천천히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자고. 큭큭큭!”

죽은 듯 잠을 자고 있는 로드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자바하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리를 떴다.

잠시 후, 죽은 듯 잠을 자던 로드가 천천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자바하는 자신의 힘으로 로드를 수면 상태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로드는 불과 3시간 만에 스스로의 힘으로 깨어나 버린 상태였다.

그것은 마족의 힘과 천사의 힘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로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고작 수면 상태에서 밖에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었기에 일찌감치 수면 상태에서 빠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로드는 꼼짝없이 수면 상태인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여기가 마계인가?”

로드는 익숙했던 헬-라시온과는 전혀 다른 주변의 환경에 곧바로 마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방이 가로 막혀 있는 답답한 실내의 모습에 로드가 미간을 일그러트리며 침음성을 흘렸다.

헬-라시온이라고 하더라도 자바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마계까지 와버렸으니 과연 이곳에서 자신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했다.

더불어 자신의 공간에서 영문도 모른 채 꼼짝없이 갇혀 있을 마크, 엘리엇, 송정민을 생각하면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우선은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보자.”

당장 세 사람에게 말을 해서 혼란을 주기보다는 자신이 차분하게 상황을 살펴보기로 판단한 로드였다.

그렇게 로드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작은 방안에 꼬박 하루를 갇혀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자바하가 다시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꼼짝도 없이 두 눈을 감고 수면 상태에 빠져 있는 로드의 모습에 비릿하게 웃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깨어나라!”

자바하의 외침에 로드가 천천히 눈을 떴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는 로드의 모습에 자바하가 웃으며 말했다.

“마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곳은 내가 지배하고 있는…….”

“자바하 님!”

자바하의 말을 끊으며 방문이 열리고는 한 마족이 들이닥쳤다.

“뭐냐!”

자신의 말을 끊은 마족의 모습에 자바하가 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 모습에 마족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듯 허겁지겁 바닥에 몸을 바짝- 엎드렸다.

“요, 욜리스가 죽었다는… 컥!”

말을 하던 마족은 자신의 목덜미를 우악스럽게 조이는 거친 힘에 숨이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욜리스가 죽어?”

자바하의 서늘한 음성에 마족이 컥컥- 거리다가 목을 조이는 힘이 느슨해지자 황급히 말을 했다.

“그, 그렇습니다. 현재 욜리스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콘트라가 자바하 님을 찾아왔습니다.”

마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바하가 방을 뛰쳐나갔고, 그 뒤를 마족이 헐레벌떡- 쫓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것은 로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동시에 욜리스의 죽음이 어쩌면 자신과 관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아버지께서?”

무혁의 얼굴이 떠오르자 로드의 마음도 덩달아서 급해졌다.

아직까지 무혁은 자바하와 만나서는 안 된다.

자바하의 힘을 직접적으로 겪어본 로드였기에 무혁이 제 아무리 남아 있던 조각 난 신의 힘들을 모두 흡수했다 하더라도 이전의 성장폭으로 봤을 때, 현재로서는 여전히 자바하의 힘에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아니어야 할 텐데…….”

로드는 제발 무혁과 욜리스의 죽음이 아무런 관계가 없기만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로드의 바람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

 

욜리스의 죽음을 알리는 생존자.

무혁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힘으로 마계에서 그것도 마왕의 탑을 뚫고 들어가는 건 최악의 방법이다.

자칫 혼자서 전쟁을 벌이겠다고 달려는 꼴이 될 수도 있었기에 무혁으로서는 그런 무식하고도 위험천만한 방식으로 자바하를 만날 생각은 깨끗하게 지워버렸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가장 조용한 해결책이 바로 자바하를 따르는 수많은 마족들 중 한 명의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최상의 결과물은 단독으로 자바하와 독대를 하는 것이었고, 설령 자바하를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별 문제 없이 자바하가 머물고 있는 마왕의 탑에서 함께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테니 기회를 엿보면 된다고 여겼다.

그렇게 계획을 짜고 욜리스의 죽음을 알리면서 자바하를 찾았다.

그런데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고 있었다.

우선 자바하는 마왕의 탑에 머물고 있지 않았다.

“자바하 님은 48지역으로 가셨다.”

“48지역?”

마왕의 탑을 경계하고 있던 마족의 대답에 무혁은 미간부터 일그러졌다.

48지역이 어디인지도 몰랐고, 모른다고 그걸 물으면 그 즉시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으니까.

“욜리스가 죽었다니… 믿을 수가 없군. 어쨌든 굉장히 중요한 문제니까 당장 48지역으로 가라!”

그러니까 48지역이 어디냐고!

무혁은 자신에게 소리를 치는 마족의 멱살이라도 쥐고 흔들고 싶었지만, 이미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수많은 마족들의 눈초리에 아무런 말도,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어야만 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마족이 눈을 찌푸리며 무혁을 빤히 바라봤다.

왜 가만히 있냐는 듯 의심스러운 시선에 무혁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던 위기의 순간!

“부상이라도 당한 것 아냐? 그래서 혼자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건가?”

누군가의 말에 무혁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아줄을 발견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마냥 덥석- 움켜잡았다.

“큭!”

가슴을 부여잡으며 무혁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젠장! 발연기도 이런 발연기가 없겠지?’

누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갑작스런 전개! 그리고 너무나도 당황스러울 정도의 발연기였지만, 마족들에게는 통했다.

“역시! 부상을 당한 거였어!”

“이봐, 움직일 수 없는 거야?”

“저 모습을 봐! 여기까지도 겨우 온 것 같잖아!”

“흐음… 어쩌지? 자바하 님께서는 분명 직접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실 텐데?”

“어쩌긴! 도와줘야지!”

마계에서 이렇게까지 친절한 마족을 만나게 될 줄이야!

무혁은 자신을 부축하는 마족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자바하 님을 따르는 사이에 고맙기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그나저나 욜리스는 누구에게 당한 거야? 어지간해서는 쉽게 당할 놈이 아닌데!”

무혁은 자신을 부축하며 마왕의 탑 내부로 걸어가는 마족의 질문에 최대한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마족의 궁금증을 풀어주며 마왕의 탑 내부로 들어서자 역시나 내부 경계를 서는 마족들도 곳곳에서 눈에 힘을 주며 서 있었다.

“헬카네? 그건 누구야?”

무혁을 부축하며 마왕의 탑 내부로 들어선 마족, 헬카네는 곧바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역시나 반응은 외부 경계를 서는 마족들과 다르지 않았다.

어서 서두르라며 마족들이 친절하게 길을 터주었고, 헬카네의 부축을 받으며 무혁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당당하게 마왕의 탑 내부를 이동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참아봐. 치료는 자바하 님을 만나 뵙고 나서 해야 하니까.”

헬카네의 말에 무혁은 고개만 끄덕거렸다.

‘뭐가 자꾸만 지하로 내려가? 이거 설마… 내 정체를 눈치 챈 건가?’

그래서 모르는 척, 자신을 지하의 어두컴컴한 감옥 같은 곳에 가두려고?

무혁이 그렇게 의문을 품는 사이 헬카네는 점점 더 마왕의 탑 내부의 지하로 한참이나 내려갔다.

불안감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던 와중에 무혁의 눈앞에 헬-라시온에서 마계로 넘어올 때 보았던 차원의 문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문틀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차원의 문처럼 그저 문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검은 물결이 일렁거리는 면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다 왔어.”

헬카네의 말에 무혁은 그제야 대략적인 상황 파악이 됐다.

‘마왕의 탑에서 48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인가보군.’

무혁의 예측대로 마왕의 탑에서 곧바로 48지역, 서열 48위인 마왕 자바하의 지배지로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이었던 것이다.

“어서 가자.”

헬카네가 곧바로 무혁을 부축하며 포탈에 발을 밀어 넣었다.

무혁으로서는 망설일 틈도 없이 타의에 의해 왕의 구역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48지역으로 강제 이동되어버리고 말았다.

‘…우선은 로드부터 구하고 보자.’

자바하를 잡고, 로드를 구하려면 어쩔 수 없이 48지역으로 향해야만 했기에 무혁도 더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무혁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헬카네와 함께 48지역에 발을 들였다.

“욜리스가 죽었다! 당장 자바하 님께 이 사실을 알려라!”

포탈을 관리하고 있던 마족들에게 헬카네가 그렇게 외쳤다.

“욜리스가 죽었다고?”

갑작스럽게 마왕의 탑에서 포탈을 타고 넘어와서는 욜리스가 죽었다고 대뜸 소리를 쳤으니 그곳을 지키고 있던 마족들이 웅성거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1초가 급한 사안이다! 그러니까 당장… 그런데 네 이름이 뭐지?”

헬카네의 물음에 무혁은 대충 둘러댔다.

“콘트라.”

알겠다는 듯, 헬카네가 다시 목청껏 소리를 내질렀다.

“콘트라가 자바하 님께 직접 이 중요한 문제를 말씀드릴 것이다!”

정말 친절하게도 헬카네는 무혁이 자바하와 만날 수 있도록 주선까지 해주었다.

“고맙다, 헬카네.”

무혁은 그렇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널 죽이게 되더라도 절대 고통을 느낄 수 없도록 해주마.’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마족 한 명이 다급한 뜀박질로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강력한 마기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접근을 하고 있었다.

보나마나 뻔했다.

‘자바하! 왔구나!’

무혁의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갑게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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