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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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9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98화
마르케디악 (16)
마왕들의 싸움.
잔뜩 기대를 했었던 것과 다르게 너무나도 싱겁게 끝이 나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말문을 잇지 못하는 콜로시의 뒷말을 무혁이 나지막하게 이어주었다.
“저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동안 서열 49위에 있을 수 있었지?”
압도적이다.
서열 49위의 마왕, 자바하는 말 그대로 압살하듯이 48위의 마왕, 헤르케트를 쓰러트렸다.
이런저런 잔재주 따위도 없이 그냥 힘으로 찍어 눌러버렸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마왕 도전권을 획득했던 베게로가 마왕에게 도전하기엔 너무 약했던 것이 아니라, 고작 서열 49위의 마왕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자바하가 너무나도 강력했던 것이다.
“앞으로 마왕들 숨통이 턱턱! 막히겠군! 큭큭큭!”
콜로시는 헤르케트를 쓰러트리고 멀쩡하게 서 있는 자바하의 모습을 보며 흥분감을 주체하지 못한 얼굴로 낄낄- 거렸다.
주변에서 떠들썩하게 목소리를 내는 마족들의 이야기를 종합한다면, 자바하는 최소 서열 40위 안으로는 무난하게 들어갈 정도의 실력이라는 것이 마족들의 공통된 추측이었다.
일부 마족들은 30위 안으로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를 냈지만, 그들의 의견은 곧바로 주변 마족들에게 비웃음밖에 사질 못했다.
어쨌든 무혁이 보기에도 48위 마왕인 헤르케트를 너무나도 손쉽게 이겨버렸던 자바하의 실력으로 미루어 짐작해봤을 때, 꽤 많은 윗줄 마왕들이 곡소리 나게 생겼구나 싶었다.
‘이건 뭐 해보기도 전에 끝난 셈이니까, 적어도 앞자리는 바뀌겠지?’
무혁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콜로시가 콧김까지 뿜어내며 들뜬 음성으로 말했다.
“이거 매년부터는 마왕 서열전이 아주 재밌겠어! 덕분에 내년 도전권 쟁탈전 역시도 아주 치열하겠고!”
어째서-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려던 걸 무혁이 가까스로 참아냈다.
“49위 마왕 자리가 공석이 되었으니 마왕 도전권만 획득하면 자동으로 마왕이 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만약에 자바하가 서열전을 먼저 치른다면 자연스럽게 48위 자리까지도 공석이 되니까 한꺼번에 두 명의 마왕이 새롭게 선출될 테니… 큭큭큭! 두 자리를 놓고 달려들 놈들을 생각하면 정말 재밌을 거야!”
저 혼자 흥분해서 떠드는 콜로시로 인해서 무혁은 그렇지 않아도 헤르케트가 죽어버림으로써 공석이 되어버린 49위 마왕 자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궁금했었는데, 그 의문이 말끔하게 풀렸다.
의문을 풀어낸 무혁은 마족들에게서 환호를 받으며 서 있는 자바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자바하는 굉장히 강하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자바하의 모습을 보면서 긴장이 된다거나, 두려움이 치밀지는 않았다.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무혁은 오히려 자바하에 대한 호승심이 더 커지는 것만 같았다.
“하아… 이제 도전권 쟁탈전도 끝났고, 마왕 서열전도 끝났으니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콜로시가 한동안 자신을 즐겁게 해주었던 축제와도 같은 일들이 모두 끝났다는 생각에 한숨까지 푹푹- 내쉬며 아쉬움을 내보였다.
“지크, 자네는 앞으로 뭘 하면서 지낼 생각이야?”
콜로시가 은근하게 무혁을 바라보며 물어왔다.
물어오는 투로 봤을 때, 무혁이 뭘 하든지 그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분간은 여기저기 좀 돌아다녀볼 생각이야.”
“여행? 어딜? 헬-라시온?”
혹시라도 인간들을 구경할 것이냐며 콜로시가 눈을 반짝거렸다.
“목적지는 없어. 발길이 닿는 대로.”
그러니까 엉겨 붙을 생각하지 말라는 듯 무혁은 그렇게 딱! 잘라서 콜로시를 내쳤다.
어차피 더 이상은 콜로시에게 볼일이 없는 무혁이었기에 그와의 동행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더 뽑아낼 정보도 없는 것 같으니까… 네 등에 꼽았던 빨대는 이쯤에서 거둬가마.’
무혁은 콜로시에게서 일별하고는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되새겼다.
서열 49위 마왕이었던 자바하가 마왕 서열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온 것이 무혁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아무리 니니스가 케트라를 믿고 기다린다 하더라도 도전권 쟁탈전과 마왕 서열전이 끝난 시점부터는 주변의 관심 때문에라도 직접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때문에 무혁은 어떻게든 마르케디악에서 자신이 소란을 일으켜 또 다른 관심사를 만들어 볼 작정이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자바하로 인해 한동안은 또다시 마수의 대지의 일이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무혁은 자바하가 만들어 준 시간을 아주 소중하게 써줄 생각이었다.
물론, 그 전에 마왕의 영혼부터 흡수해야겠지만 말이다.
#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 호수.
“…여길 다시 오게 될 줄이야.”
무혁은 코를 찌르는 악취에도 피식- 웃고 있었다.
무혁이 서 있는 곳은 바로 시체의 호수였다.
시체의 호수를 다시 찾아온 목적은 하나밖에 없다.
물 수정을 다시 획득하기 위함이다.
조각 난 신의 힘을 흡수하겠다며 물 수정을 시작으로 자갈 벼락까지 모두 얻었었던 무혁이었지만, 마수의 대지와 마르케디악을 오가느라 빠른 속도로 시간이 흘러버렸고, 덕분에 300일이 지나버려서 조각 난 신의 힘들이 모두 소멸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조금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무혁이었기에 마음만 먹는다면 일주일 이내로 다시 조각 난 신의 힘들을 모두 모을 수 있었으니까.
“자, 그럼 문어 대가리부터 만나러 가볼까.”
풍- 덩!
무혁은 곧바로 악취가 진동하는 시체의 호수에 몸을 내던졌다.
#
“자바하는 어쩔 생각이야?”
“어쩌다니?”
“이대로 두고 보겠다는 거야?”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반문을 하자, 맞은편에 앉아서 느긋하게 붉은 핏기가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큼지막한 스테이크를 잘라내던 남성이 양손에 쥐고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접시 위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었다.
반듯하게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꽤나 호쾌해 보이는 인상의 남성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우아한 얼굴의 여성에게 말을 했다.
“두고 보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한 대 때려주라는 거야?”
피식- 웃으며 말을 하는 남성의 모습에 우아함으로 무장하고 있던 여성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니첼라! 지금 내가 장난하는 걸로 보여?”
서열 36위 마왕, 니첼라는 자신을 향해 이를 드러내는 여성의 모습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픽- 웃었다.
“장난하자고 찾아온 거 아니었어? 난 또 갑자기 찾아와서 하는 소리가 시답잖아서 장난하자는 건 줄 알았지.”
쾅!
“니첼라!”
여성이 테이블을 부숴놓을 것처럼 후려치며 몸을 일으켰다.
“비두시아, 네가 헤르케트와 제법 끈적한 사이였다는 건 나도 알지만. 그렇다고 날 찾아와서 자바하를 어떻게 해달라고 말하는 건 우습지 않아? 헤르케트의 복수를 하고 싶다면 직접 찾아가. 여기 있지 말고. 그리고… 난 식사 중에 누가 방해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해.”
웃으며 말을 하고 있지만, 마기와 살기가 뒤섞여서 뿜어져 나오자 서열 40위 마왕, 비두시아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좋아. 내가 잠깐 어울리지 않게 흥분을 했었어. 그런데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는데, 헤르케트와는 니첼라,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한 사이는 아니었어. 그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아니야?”
유혹적으로 눈웃음을 치는 비두시아의 모습에 니첼라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다시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니첼라가 스테이크를 잘라 입안으로 넣었다.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붉은 핏물이 촥촥- 뿜어져 나와 니첼라의 미각을 아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스테이크 한 조각을 천천히 음미하며 씹어 넘긴 니첼라가 비두시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바하에 대한 문제는 잠시 기다려봐.”
“기다리라니?”
비두시아가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말이 좀 나오고 있다는 뜻이야. 불과 1,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바하의 실력은 헤르케트를 쓰러트릴 정도가 아니었어.”
“그러니까! 그건 도저히 말이 되질 않는다고!”
자신의 말을 도중에 끊어버리는 비두시아의 모습에 니첼라가 눈을 찌푸리자, 미안하다는 듯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라는 듯 우아한 척 한쪽 손을 슬쩍- 들어 올렸다.
“비두시아, 네 말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 헤르케트를 이기더라도 이렇게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보인다는 건 분명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뜻이니까. 정상적인 방법으로 실력이 상승한 것이라면 모를까…….”
“정상적일 리가 없지! 아, 미안. 계속해.”
“…어쨌든 요즘 이상한 소문도 좀 돌고 그래서 자바하가 아무래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그러니까 당분간은 엉뚱한 짓 하려고 하지 말고 사태를 지켜보도록 해.”
“그렇다면야. 그런데 정말 소문이 사실일까?”
“두고 보면 알겠지.”
“그런데 말이야, 정말 소문이 사실이라면 자바하는 어떻게 되는 거야?”
“상위 서열 마왕들이 직접 움직이겠지.”
상위 서열 마왕들이라면 서열 10위 안에 들어가는 최상위 실력자들을 말한다.
49명의 마왕들 중, 상위 서열 10위 안에 들어가는 마왕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존재들로 실력 자체가 다르다. 때문에 자바하가 현 실력에서 또 다른 실력을 아무리 많이 숨기고 있다 하더라도 고양이 앞에 쥐처럼 찍- 소리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헤르케트가 그랬던 것처럼 압사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위 서열 마왕들이라… 재밌겠네.”
입술을 혀로 훑으며 어서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듯 히죽- 웃는 비두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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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수정, 뿌리 대지, 바람 깃털, 자갈 벼락.
네 개의 조각 난 신의 힘을 다시 모았다.
1년 전, 송정민보다도 수십 배는 더욱더 강해진 무혁이었기에 어려움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저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부분에서 지루하게 시간만 보냈을 뿐, 말 그대로 무혁은 하품이나 쩍쩍- 해대면서 조각 난 신의 힘들을 다시 모을 수 있었다.
네 개의 조각 난 신의 힘을 모은 무혁은 곧바로 헬-라시온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향했다.
미개척지, 1등급의 위험지역, 그 어떤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감히 눈길조차 제대로 돌릴 수가 없는 곳.
분화지대.
닿는 것조차 모두 녹여 버릴 정도로 치명적인 산성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고, 밟으면 그 즉시 용암이 솟구쳐 올라서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1등급 위험지역, 분화지대에 도착한 무혁은 7개의 실드와 수룡을 이용해서 온몸을 완벽하게 방어하며 분화지대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끄워어어어어어어어어!
분화지대 곳곳에 거대한 기둥처럼 서 있던 용암골렘이 겁 없이 자신들의 영역으로 침범한 무혁을 향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귀찮게.”
무혁은 멀리서 달려오는 용암골렘들의 모습에 손에 쥔 블랙 본 장검을 휙휙- 휘둘렀고, 놀랍게도 수십 미터가 떨어져 있는 용암골렘들의 신체가 사정없이 쩍쩍- 갈라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용암골렘들의 시체로 길게 꼬리를 만들어가며 무혁은 하루, 이틀 분화지대를 돌았다.
그렇게 삼 일째 되는 날, 무혁의 쉬지 않았던 발걸음이 멈췄다.
폭! 폭! 폭! 폭! 폭!
붉은 용암이 거품마냥 터지며 사방으로 산성액을 뿌려댔다.
무혁은 잠시 용암으로 뒤덮여 있는 분화구 중심지를 바라보다 이윽고 몸을 훌쩍- 날렸다.
가볍게 뛰었음에도 백여 미터를 가뿐하게 이동한 무혁은 곧바로 블링크까지 사용했다.
터덕.
용암이 흐르는 분화구 중심지에 외롭게 떠 있는 거대한 바위 위.
“금속인가?”
무혁은 자신이 딛고 선 바위를 가볍게 발끝으로 톡톡- 쳐보고는 잠시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봤다.
용암골렘들도 쉽사리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외딴 장소였다.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듯, 제법 짙은 산성 안개가 굉장히 자욱하게 깔려 있었으나, 그 또한 무혁에게는 조금의 위협도 될 수가 없었다.
“제격이네.”
두어 달, 아니 어쩌면 서너 달이나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를 시간 동안 외부의 어떠한 훼방도 받지 않고 머물기엔 이보다 좋은 곳을 찾기가 힘들 것 같았다.
“역시 발품을 판 보람이 있어.”
무혁은 제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공간 주머니에서 4개의 조각 난 신의 힘을 꺼냈다.
“자, 이제 흡수해보자.”
조각 난 신의 힘을 흡수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