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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9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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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9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97화

마르케디악 (15)

 

아무리 천사라 하더라도 장시간,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끊임없이 마기에 노출이 되어버리면 아무리 극렬하게 저항을 한다 하더라도 그 마기에 서서히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상까지 입고 제 한 몸도 온전히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끝내 마기에 온 몸이 지배당해 타락해버리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다브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극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로 개미굴에 갇혀서 강도 높은 마기가 몸에 켜켜이 쌓여갔고, 영혼까지도 물들어버렸다.

거기에 단순한 타락뿐만 아니라, 극도의 증오가 지독한 원한이 되어 제 정체성을 잃어가던 중에 무혁 일행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라미엘이라는 이름과 그가 로드에게 남긴 기운은 다브엘의 이성을 비틀리게 만듦과 동시에 기폭제가 되어 이지를 상실한 괴물이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존재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반은 자의에 의해서 스스로 성향을 바꾸었다고 보면 된다.

어쨌든 그런 다브엘에게는 한 가지의 특별한 능력을 천계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다.

바로 주변의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인데, 그것이 현재 로드에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나 흡수라는 것이 마냥 좋은 능력만은 아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것을 흡수한다는 건 결국, 일정부분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더욱이 로드처럼 순수한 마나가 아닌 마기와 마나가 뒤섞여 있는 전혀 다른 형태의 힘은 다브엘에게 있어 위험 요소가 더욱더 클 수밖에 없었다.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새롭게 흡수한 힘을 자신의 것과 융화시키는 것만 하더라도 절대 쉽지 않은 일인데, 반은 이성을 상실한 상태로 그 힘을 제 멋대로 사용하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그렇게 균형이 틀어지고, 기어이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건 억지로 제 힘을 빼앗기고 있는 로드였다.

울툭! 불툭!

아니나 다를까, 제대로 융화시키지 못한 내부의 힘으로 인해서 다브엘의 피부가 징그러울 정도로 표면이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용암이 뚫고 솟구쳐 오를 것만 땅거죽처럼!

다브엘은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이성적인 판단이 완전히 무너져버려서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의 다브엘은 본신의 능력 이상의 힘을 발산하고 있는 폭주 상태였기에 무혁 등이 상대를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고, 무엇보다도 로드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었기에 승산 없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바로 자신뿐이라고 생각하는 로드였다.

‘밀어 넣어 보자!’

다브엘의 내부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로드는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하자고 마음먹었다.

이미 다브엘이 로드의 힘을 억지로 흡수하면서 그 통로를 열어둔 상태였기에 역으로 자신의 힘을 밀어 넣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신이 역으로 더욱더 많은 힘을 밀어 넣는다면?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로드는 자신의 힘을 다브엘에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

“힘이 넘친다! 힘이 넘쳐! 지금이라면 마왕이나 천사장이라 하더라도 이 두 손으로 놈들의 머리통을 뽑아 버릴 수 있겠어! 낄낄낄! 전혀 다른 내가 되는 거다!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막강한 힘을 가진 새로운 다브엘로 다시 태어나는 거지! 이 강대한 힘으로 내게 고통을 줬던 모든 존재를 죽여서 내가 받은 고통의 수백 배를 다시 되돌려주는… 크으윽!”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소리를 내지르던 다브엘이 돌연 신음을 흘리며 몸을 휘청- 거렸다.

“저, 저거 왜 저래?”

방적삼이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싶어 손에 쥔 창대를 으스러져라 움켜쥐며 그렇게 말했다.

잔뜩 굳어버린 얼굴과 딱딱하게 경직된 몸짓이 다브엘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뭐, 뭐야? 저, 저 미친 놈 설마… 자폭이라도 하려는 건가?”

실비아의 말처럼 다브엘은 당장이라도 몸이 부풀어 올랐다가 뻥- 하고 터질 것처럼 빠른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불안감에 당장이라도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다브엘의 손에 단단하게 잡혀 있는 로드와 어떻게든 그를 구하겠다며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무혁의 모습 때문에라도 발걸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반면, 무혁은 실시간으로 변해가는 다브엘의 모습에 주먹만 꽉- 움켜쥐고 있었다.

어떻게든 로드를 구해내야 하는데, 방법이 도저히 보이질 않았다.

이대로 로드를 잃는다면?

끝이다.

더 이상 마족을 잡는다 하더라도 그 영혼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설령, 로드에게 그러한 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그를 잃을 순 없었다.

‘방법을 찾아야만 해! 방법을… 로드?’

머리에서 김이 날 정도로 온갖 생각을 다 떠올려보던 무혁은 이윽고 고통스러워했던 로드의 표정이 변했다는 걸 확인했다.

악다문 입술과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두 눈동자는 다브엘의 변화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설마?’

지금 다브엘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로드 때문이라는 것인가?

무혁의 머릿속에서 그러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정답이라는 걸 알려주듯이 다브엘이 고통스럽게 고함을 내질렀다.

“지, 지금 뭐하는 짓이냐!”

이마가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고, 양쪽 뺨이 터질 듯 팽창했다가 꺼지길 반복하는 다브엘이 자신의 손에 잡힌 로드를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노려봤다.

“네 복수를 도와주려고 하잖아.”

힘이 빨리고 있기에 볼이 움푹- 들어간 모습이었지만, 로드는 분명 웃고 있었다.

“내가 가진 걸 다 가져가서 네가 원하는 만큼 마음껏 복수를 해봐.”

로드가 자신이 가진 힘을 쥐어짜내듯이 다브엘에게 밀어 넣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짐승처럼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다브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광기에 사로잡혔다 하더라도 본능적으로 제 목숨의 위기를 느꼈는지 다브엘이 황급하게 로드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오히려 역전되어 로드가 그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떨어져! 떨어지라고! 크아아아아악!”

다브엘이 악다구니를 치며 그렇게 몸부림을 쳤지만, 로드는 절대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듯 더욱더 강하게 그의 팔을 부여잡았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자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다브엘을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에도 로드와 다브엘의 싸움은 치열하게 벌어졌다.

“멍청한 놈! 이대로라면 너도 죽어!”

“대신 너도 죽겠지.”

“크으으으…….”

다브엘은 도저히 로드를 떨어트릴 수가 없자,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흡수하던 힘을 역으로 로드에게 되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당해보라는 듯!

하지만, 그것이 다브엘의 치명적인 패착이 되어버렸다.

로드는 자신의 힘뿐만 아니라 다브엘의 힘까지 빠른 속도로 되돌아오자 당황하기보다는 이럴 줄 내심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빠른 속도로 그 힘들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낄낄낄! 죽는 건 너 뿐이다!”

다브엘이 그렇게 외치며 이죽거렸다.

그러나 다브엘은 로드의 태생만을 자신과 같다 생각했을 뿐, 그의 성장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로드는 다브엘과는 다르게 마나와 마기를 모두 흡수하며 지금까지 성장해왔다.

마나에만 길들여져 있었던 다브엘과는 애초부터 달랐기에 오히려 자신에게 밀려들어오는 마기와 마나는 로드에게 있어 아주 먹음직스러운 음식일 뿐이었다.

다브엘에게 힘을 빨리던 로드의 모습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갔다.

반대로 자신의 힘을 강제로 주입하기 시작한 다브엘은 점점 더 얼굴이 죽어갔다.

“이, 이게 어떻게…….”

이상하다는 걸 느꼈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콰작!

“크아아아악!”

역으로 로드에게 붙잡혀 있었던 다브엘의 손이 잔인하게 우그러지며 뜯겨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힘이 충만해진 로드에게 다브엘은 더 이상 위험한 상대가 아니었다.

제 힘을 소진하고 힘없이 추락한 천사, 아니 타락해버린 괴물일 뿐.

“로드!”

“걱정 마세요. 전 괜찮아요.”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무혁에게 로드는 안심하라며 그렇게 대꾸하고는 비명을 질러대는 다브엘을 바라봤다.

불쌍한 존재일 뿐이다.

고고하게 천계의 천사로서 살다가 마신 라시온에 의해 이런 지옥으로 떨어져,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락해버렸으니 불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 제가 고통을 덜어줘도 되겠죠?”

로드의 물음에 무혁은 다브엘을 바라봤다.

‘어차피 저런 상태로는 협조를 얻기도 힘들고… 무엇보다도 로드의 상태가 확실하게 변했다는 건 어느 정도 다브엘의 힘을 얻었을 수도 있으니까. 괜한 미련 때문에 위험을 남겨 둘 필요는 없지.’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로드의 뜻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을 한 무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의 동의를 구한 로드가 다브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 고통을 덜어주마.”

로드는 다브엘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목을 잘라버렸다.

이것이 그나마 다브엘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배려라는 듯, 로드의 깔끔한 솜씨에 다브엘은 더 이상의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차가운 시체가 되어 버린 다브엘의 모습에 무혁은 물론이고, 킬 라시온 멤버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빠졌다.

눈앞에서 천사가 죽었으니까.

마족의 죽음과는 분명하게 그 느낌이 달랐다.

“…뭔가 좀… 그렇네.”

엘리엇의 말에 실비아와 방적삼 등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꼬집어서 설명을 할 수 없는 묘한 기분.

“이 따위 결말을 위해서 그 동안 그렇게 개고생을 했었다니…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방적삼의 허탈함이 가득한 말에 무혁 또한 더 이상은 이런 일을 멤버들에게 부탁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쉽사리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로드가 입을 열었다.

“영혼을 흡수 할까요?”

“…뭐?”

무혁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 또한 미간을 찌푸리며 로드를 바라봤다.

천사의 영혼을 흡수한다니?

마족의 영혼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싶으면서도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혁이 슬쩍- 멤버들을 돌아보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천사의 영혼을 흡수하는 건… 난 싫어.”

방적삼을 시작으로 멤버들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송정민 또한 천사의 영혼을 흡수해서 강해지는 것은 꺼림칙하다는 듯 거부했다.

“아버지는요?”

“나도 별로.”

무혁 또한 거부감을 표하자 로드가 알겠다는 듯 다브엘의 시체 앞에 앉아서 그의 영혼을 끄집어냈고, 그대로 흡수해버렸다.

“그래, 차라리 로드가 낫지. 어쨌든 태생이 같은 천사잖아.”

방적삼의 말에 일행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개미굴에서 타락을 해가던 천사, 다브엘은 로드에게 모든 것을 남기고 사라졌다.

개미굴에서의 일을 모두 마친 무혁은 일행들을 데리고 텔레포트 스킬을 이용해서 필립 등에게로 돌아갔다.

“무혁아! 찾았어! 우리가 찾았다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르케임이 무혁을 바라보며 그렇게 외쳤다.

이어서 레오와 함께 르케임은 자신들이 어떻게 모래 무덤을 찾았는지 아주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모두 들은 무혁은 잠시 머뭇거렸다.

모래 무덤에서 타락하고 있을 천사를 찾아갈 예정이었지만, 개미굴에서 있었던 다브엘과의 일이 아직까지도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천사가 있다면서? 당장 가봐야 하질 않을까? 혹시 알아? 지금이라도 빨리 우리가 구해주면 우리의 훌륭한 동료가 될지!”

천사를 본 적이 없는 르케임과 레오 등은 빨리 움직이자는 듯 엉덩이까지 들썩- 거렸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더욱더 큰 것처럼 어쩌면 천사를 동료로 얻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괜한 희망인데. 그리고 천사라고 본다고 좋은 거 없는데…….”

방적삼의 말에 엘리엇과 실비아가 어지간하면 관심 끊으라며 충고를 했다.

하지만, 천사에 대한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는 일행들은 좀처럼 그들의 충고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무혁을 닦달하기 바빴다.

“제가 다녀올게요.”

껄끄러워하는 무혁을 대신해서 로드가 그렇게 앞으로 나섰다.

“괜찮겠어?”

“어차피 제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흡수하지 않을 힘이니까 제가 가야죠. 그렇다고 타락해버리는 걸 두고만 볼 수도 없잖아요?”

로드의 말에 무혁은 그건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천사들이 타락하는 걸 방관해봐야 마족들에게 좋은 일만 시킬 뿐이니 로드를 보내서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내리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브엘의 능력을 얻었으니까 쉽게 해결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다브엘의 능력?”

로드는 이미 알지 않느냐며 희미하게 웃었다.

결국, 무혁은 빠지고 로드가 모래 무덤으로 향했다.

천사를 만나보고 싶다는 멤버들 또한 모조리 몰려갔다.

“쯧! 모두 새파랗게 질려서 오겠군.”

방적삼의 예언처럼 며칠 후, 모래 무덤으로 향했었던 멤버들은 모두 반쯤 정신이 빠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사이 무혁은 마르케디악에서 두 마왕의 싸움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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