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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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9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96화
마르케디악 (14)
부글부글- 마치 끓어오르는 것만 같은 지독한 마기와 콧잔등을 저절로 일그러트리게 만드는 지독한 악취에 무혁은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욱! 이, 이게 무슨…….”
“크억!”
무혁의 뒤를 따라서 들어오던 엘리엇과 방적삼이 지독한 악취에 진절머리를 치며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생선이 썩어가는 듯한 비릿한 악취와 고약한 발 냄새를 뒤섞어 놓은 것 같은 악취는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1초 이상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구역질을 할 정도였다.
‘피 무지개를 뚫고 올라갔던 곳에서는 피 비릿내가 강했는데… 차라리 그게 낫네.’
무혁은 머리까지 어지럽게 만드는 악취를 가까스로 참으며 앞으로 걸었다.
지금까지 들쑤시고 다녔던 개미굴마냥 어두컴컴한 통로였다.
하지만 이 통로의 끝에 자신이 찾았던 존재가 웅크리고 있다는 걸 무혁은 초감각을 통해 알고 있었다.
어느새 무혁의 뒤로 송정민과 로드가 함께 걷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떨어진 거리에서는 실비아와 엘리엇, 방적삼이 코를 부여잡고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따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진짜 마족 새끼들은 지독하네. 이 정도면 아무리 제 정신의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타락하겠어!”
방적삼의 우스갯소리에 무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렇게 정상적인 사람도 타락을 시켜버릴 마기와 악취로 가득 찬 통로를 3분가량 걸었을까?
무혁은 드디어 통로의 끝자락에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기…….”
“누, 누구…….”
로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로 끝자락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존재가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알몸의 사내였는데, 그런 사내의 등에는 흉물스럽게 뜯겨져서 본래의 모습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날개가 얼마나 오랜 시간 방치가 되었는지, 피딱지가 완전히 굳어서 더욱더 기괴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천사입니까?”
무혁의 물음에 알몸의 사내가 흠칫- 몸을 떨었다.
“마신 라시온에게 잡혀 와서 이 곳에서 타락 중인 천사가 맞습니까?”
무혁의 물음에 그제야 알몸의 사내가 웅크리고 있던 고개를 슬그머니 들었다.
“헉!”
무혁의 뒤에서 천사의 모습이 어떤가 살펴보던 방적삼이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키며 한 발자국 뒤로 주춤- 물러나고 말았다.
눈동자가 강제로 파헤쳐져서 퀭- 하게 뻥 뚫린 눈과 잘려나간 코, 좌우로 길게 찢어진 입과 듬성듬성 부서져 있는 치열은 방적삼뿐만 아니라 그걸 지켜본 모든 이들이 움찔- 떨어야 할 정도로 끔찍했다.
“나를… 우리를 알고 있는 겁니까? 당신은… 아니 그쪽들은…….”
사내, 타락해가고 있는 천사가 혼란스럽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는 인간이죠. 물론, 인간이 아닌 존재가 한 명 있지만.”
“정말 인간이란 말입니까?”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물어 왔다. 아마 그 역시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인간이 이곳까지 올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혼란스러웠을 뿐.
무혁은 맞다고 재차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로드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어, 어떻게…….”
자신에게 다가온 이들의 정체를 알게 된, 타락해가고 있는 천사는 연신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무혁은 어쩌면 일이 쉽게 풀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천사는 최소한 말이 통할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고 속단할 순 없지.’
라미엘도 무혁이 인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죽이려고 했었다.
눈앞의 천사도 그러지 말란 보장이 없었기에 무혁은 돌발 사태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두었다.
“나, 나를 어떻게 찾아온 겁니까?”
“마족들을 통해서 알아냈습니다.”
“마족?”
천사는 마족이라는 소리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득한 살기에 무혁과 로드를 제외한 모두가 흠칫- 거릴 정도로 놀란 모습을 보였다.
무혁이야 라미엘을 통해서 천사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깨버렸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았으니 충분히 보일 수 있는 반응이었다.
“…마족의 하수인…….”
“오해하지 마시죠. 지금 우리는 마족과 전쟁을 벌이는 중이니까요.”
“인간이… 마족과 전쟁을 벌인다는 겁니까?”
말투에서 비웃음이 느껴졌다. 더 정확하게 비웃음이라기보다는 웃기지도 않는 말을 들었을 때의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다.
무혁은 한 마디의 말보다 직접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빠른 설명이며, 어떠한 오해도 만들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알기에 자신의 힘을 개방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효과는 확실했다.
“…어, 어떻게!”
당황하고 놀란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천사였다.
“지금부터 내가 왜 당신을 찾아왔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죠.”
무혁은 자신이 찾아온 목적을 숨김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무혁의 이야기에 천사뿐만 아니라, 엘리엇, 실비아, 방적삼 마저도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혁이가 너무 심하게 말하는 거 아닐까?’
‘아무래도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저 빡대가리 새끼는 융통성이라는 게 없어서… 적당히 구슬릴 줄 알아야지 지금은 너무 막나가잖아.’
세 사람이 그렇게 속닥거렸다.
현재 무혁의 말은 그만큼 거침이 없었다.
“…그쪽.”
“다브엘. 내 이름입니다.”
“예, 다브엘. 내 말 뜻을 충분히 알아들었습니까?”
무혁의 물음에 다브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진 마지막 빛의 힘을 내 형제에게 전해주라는 뜻 아닙니까?”
“맞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어차피 이대로 서서히 영혼이 파괴되느니 차라리 훨씬 더 숭고한 가치를 지닌 일에 내가 가진 마지막 힘을 쏟아 붓는 것이니까요.”
느낌이 좋다고 여겼더니 역시 예상대로 쉽게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다브엘의 모습에 무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러기 이전에 확실하게 확인을 해야만 합니다.”
“확인이요?”
“당신의 말대로라면 나의 형제가 라미엘 님의 힘을 이어 받았다는 건데. 그걸 확인해야만 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지만, 다브엘의 요구가 마냥 무리한 것만은 아니었기에 우선은 그 방법부터 물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다브엘이 로드의 손을 맞잡는 것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라미엘 님의 힘을 이어 받았다면 분명 느낄 수 있습니다.”
무혁이 로드를 바라봤다.
“손만 잡자는 건데 뭐, 못할 것도 없죠.”
그렇지 않아도 마족의 영혼을 한참이나 흡수하지 못하고 있던 로드였다.
혹시라도 과도한 마족의 영혼 흡수가 어떤 식으로든 로드에게 악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무혁의 우려 때문이었기에, 로드로서도 천사의 힘을 전달 받을 수 있다면 발가벗고 동침을 하라면 그조차도 허락할 판이었다.
고작 손만 잡아보자는 건데 고민하고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로드가 곧바로 다브엘에게 다가갔다.
“확실히 내 형제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다브엘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기운이라는 듯 얼굴 표정 전체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이윽고 로드가 다브엘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손을 내밀었다.
다브엘 역시 천천히 손을 들어 상대적으로 작은 로드의 손을 잡았다.
생각보다 까끌까끌하고 거친 다브엘의 손바닥에 로드가 눈을 찌푸렸다.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느낌은 분명…….”
다브엘이 황홀스럽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로드는 다브엘의 말을 들으며 그를 유심히 살펴봤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이 개미굴에서 갇혀 지냈는지 온 몸이 형편없이 상해 있었다.
가까이서 확인을 해보니 피부 전체가 오돌토돌- 작고 거친 돌기들로 잔뜩 뒤덮여 있었고, 그 색도 잿빛을 넘어 탁한 흙빛이었다.
머리카락은 당장이라도 부스스- 흩어져 버릴 것 마냥 푸석푸석하고 힘이 없어 보였으며, 손톱과 발톱 역시도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다브엘의 숨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지척 거리에서 바라보니 이마 한 가운데 작은 돌기가 불툭- 튀어나와 있었다.
‘돌기? 천사도 돌기가 있었던가?’
로드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무혁이 다브엘에게 말했다.
“아직도 느껴지지 않습니까?”
“아아- 느껴집니다! 이건 분명 라미엘… 날 이 더럽고 추악한 곳으로 밀어 넣었던 그 빌어먹을 라미엘의 기운이 확실해! 이 기운을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다브엘이 입꼬리를 쭉- 찢어내며 섬뜩할 정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 섬뜩한 모습에 무혁의 뒷머리가 쭈뼛- 설 정도였다.
뭔가 이상하다며 무혁이 한 발 앞으로 움직이려고 할 때.
화아아아아아악!
다브엘의 온 몸에서 강력한 마기가 쏟아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로드의 몸을 집어 삼켜버렸다.
“로드-!”
갑작스런 상황에 무혁이 로드의 이름을 부르며 다급하게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카- 앙!
둥그렇게 보호막 형태로 마기가 무혁의 블랙 본 장검을 막아냈다.
“큭큭큭! 내가 복수를 해주마! 너희 나약한 인간들을 대신해서 내가! 이 다브엘이 마족들을 모조리 죽여주마! 고맙지? 고맙다고 해! 낄낄낄! 놈들의 살점을 씹어 먹고! 그 피를 마시며! 이 빌어먹을 헬-라시온을 파괴시켜 버려주마! 그리고… 날 이곳에 홀로 남겨둔 내 형제들에게도 복수해야지. 그래야지! 날 버린 내 형제들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여 버려야지!”
광기에 사로잡힌 듯 날카로운 쇳소리마냥 악에 받쳐서 소리를 쳐대는 다브엘의 모습에 무혁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다브엘을 향해 다크 문이라도 한 방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인질처럼 붙잡혀 있는 로드가 눈에 밟혔다.
혹시라도 자신이 경솔하게 공격을 했다가 로드가 피해를 입는다면?
무혁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연신 블랙 본 장검만 휘둘렀지만, 그때마다 마기는 엄청나게 단단한 보호막처럼 모든 외부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뿐이었다.
송정민과 엘리엇 등도 공격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반면, 다브엘에게 손이 잡힌 로드는 온 몸의 힘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무력감에 당황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다브엘은 로드의 힘을 흡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이러다가는…….’
로드로서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렇다고 마냥 이대로 가만히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자신은 모든 힘을 빼앗겨서 아무것도 남지 않고 그대로 소멸을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자 로드!’
로드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는 동안에도 다브엘은 광기에 어린 음성으로 마족, 그리고 천사, 마지막은 인간들에게까지 분노와 살의를 표출해대고 있었다.
“어떻게든 좀 해봐! 저러다 로드가 잘 못 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실비아가 소리를 내질렀고, 방적삼은.
“이 개 같은 새끼야! 당장 우리 로드를 풀어줘!”
방어막처럼 둘러쳐진 마기를 뚫어보겠다며 손바닥이 찢어질 정도로 창을 휘갈겨대고 있었다.
엘리엇 또한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총동원했고, 송정민 역시도 손에 쥔 검을 쉬지 않고 휘둘렀다.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던 무혁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듯 로드가 피해를 입더라도 우선은 다브엘에게서 떨어트리는 것이 우선이라 여겨 다크 문을 사용했다.
“다크 문!”
개미굴의 좁은 통로였기에 무혁은 최대한 다크 문을 응축시켜서 만들어냈다.
콰지지지지직!
쿠쿠쿠쿠쿠쿠쿠쿠쿠!
다크 문과 충돌하기 시작한 마기가 처음으로 크게 일그러졌다.
동시에 그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개미굴 전체가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감히 인간 따위가 내 복수를 방해하겠다고? 그래, 내 정의로운 복수를 위해서는 역시 너희부터 모조리 죽이는 게 낫겠어! 아니지! 너희의 힘도 내가 모두 가져가주마! 킬킬킬! 마족이든, 천사든, 인간이든 모조리 내 양분이 되어서 날 도와라! 그렇게 마계의 신들도 잡아먹고, 천계의 신들도 잡아먹고 마지막으로 태초의 신마저 내 손으로 죽이는 거지! 좋아!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거야! 그래! 아주 멋진 계획이야!”
정신이 완전히 붕괴된 다브엘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연신 쏟아내더니 이윽고 두 번째로 힘을 방출해냈다.
번- 쩍!
마기를 조금씩 갉아먹어 가던 다크 문이 한 순간에 소멸되어 사라졌다.
“…미친.”
자신을 압도하는 다브엘의 힘 앞에 무혁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순간 다브엘의 손에 잡혀 있던 로드의 눈빛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