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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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9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95화
마르케디악 (13)
마왕은… 마왕이다.
무혁은 피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져 있는 베게로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윽고 시선을 옮겼다.
티끌하나 묻지 않은 상태로 고고하게 서 있는 자바하의 모습이 너무나도 상대적이라 같은 공간에 서 있는 모습 자체가 이질감이 강하게 들었다.
“…자, 자바하가 저렇게까지 강했었던가?”
얼떨떨하다는 듯 콜로시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작년과는 다르지?”
무혁의 태연스러운 물음에 콜로시가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 곧바로 응수했다.
“다르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작년 마왕 도전권을 획득했었던 헤블락을 상대로 자바하가 저 정도로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었잖아!”
“그랬지.”
아는 것이 없더라도 아는 척, 무혁은 그렇게 대꾸했다.
“지크, 자네도 알다시피 헤블락은 본래 이번 도전권 쟁탈전에 참가했던 탑4와 비슷한 실력이었어. 평가를 높여 탑4보다 헤블락을 더 우위에 놓는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탑4를 이기고 올라온 베게로와는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지! 그런데! 이게 무슨…….”
무혁은 콜로시가 주절주절- 흥분해서 떠들어대는 소리를 종합했을 때, 지금 자바하가 보여준 실력이 작년과는 소위 ‘급’이 달라졌다는 걸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자바하가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건가?’
왜?
무혁은 곧바로 의문부터 들었다.
자바하는 마왕이다. 하지만 마왕이라고 일반 마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하면 더했다. 마왕이라는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건 그만큼 남들보다도 투쟁심이 강하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런 자바하가 마왕 서열 가장 밑바닥에서 십 년이 넘도록 오랜 시간 머물고 있었다.
마족들에게 십 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더라 하더라도 매해 자신의 자리를 넘보며 달려드는 도전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을 터.
‘숨고르기라고 봐야 하는 건가? 아니면, 서열 48위 마왕이 너무 강해서? 그것도 아니면… 고작 1년 사이에 갑자기 강해지기라도 했다는 건가?’
무혁은 복잡하게 돌아가는 머릿속으로 인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골머리를 썪어가며 자바하가 이제야 제 실력을 드러낸 이유를 유추해내던 무혁은 이윽고 고개를 휘휘- 저어버렸다.
‘이유가 뭔들 나랑 무슨 상관이야?’
톡- 까놓고 자바하가 지금 제 실력을 모두 드러낸 부분은 무혁으로서는 격하게 환영해야 할 입장이었다.
베게로를 너무 손쉽게 쓰러트리는 바람에 조금 김이 빠지긴 했지만, 오늘의 싸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왕들간의 싸움인 서열전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왕 서열전은 절대로 피할 수 없다.
자신보다 아래 서열의 마왕이 도전을 해온다면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한다.
만약, 도전자의 실력이 자신의 실력보다 뛰어나다고 생각이 들면 기권을 해버리면 된다.
‘마왕 자존심상 죽는다 하더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죽으면 죽었지, 순순히 기권을 하고 자신의 서열을 넘겨줄 마왕은 없다.
그러니 죽으나 사나 서열 49위인 자바하와 48위인 헤르케트는 무조건 한 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울 것이다.
서열 밑바닥 마왕들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그걸 구경할 수 있게 된 무혁과 마족들에게는 말 그대로 빅 매치였다.
‘생각보다 베게로가 너무 빨리 쓰러지는 바람에 정확하게 자바하의 힘을 측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잘 됐네. 적어도 마왕끼리의 싸움이니 명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겠지.’
무혁은 자신의 상대들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던 베게로가 똑같은 꼴이 되어서 들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웃는 얼굴로 생각했다.
오늘도 포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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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4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중소도시 식민)
· 체력 - 초월적 등급(25단계)
· 근력 - 초월적 등급(25단계)
· 순발력 - 초월적 등급(25단계)
· 지구력 - 초월적 등급(25단계)
· 마력 - 초월적 등급(25단계)
무혁은 베게로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초월적 등급 25단계에 올라섰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껍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정말 마왕끼리 싸운다는 거죠?”
로드의 물음에 무혁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 서열전은 앞으로 5일 후에 벌어진다.
“마왕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보고 싶은데… 역시 어렵겠죠?”
무혁도 로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자신과 다르게 로드는 방구름의 포션이 적용되지 않는 존재였기에 아무리 보고 싶다 하더라도 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좀 참아봐. 어차피 마왕도 결국은 우리 손으로 쓰러트려야 하는 적이니까.”
달래듯이 무혁이 그렇게 말을 했지만, 로드는 여전히 아쉽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무혁아.”
송정민의 부름에 무혁은 재빨리 그에게로 다가갔다.
“예, 선생님.”
“아무래도 여기가 끝인 것 같다.”
송정민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엄청난 마기가 응축되어 있는 전면을 바라봤다.
새하얀 막, 마치 거미줄을 겹겹이 겹쳐놓은 것만 같은 벽면 너머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수십 일이나 헤매고 다녔었던 미로와도 같은 개미굴 전체에 퍼트려 놓았을 정도로 마기의 강도는 상당했다.
“저기는 손도 대기 싫은데…….”
방적삼이 솜털을 곤두서게 만드는 마기의 강도에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듯 그렇게 말끝을 흐렸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그 개고생을 하면서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순 없지!”
실비아의 말에 무혁 또한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개고생을 한 건 자신이 아닌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이었지만 말이다.
“끝은 봐야죠. 그리고… 저 안에 갇혀 있을 존재도 확인을 해봐야 하고요.”
“정말 천사가 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돌아가자는 식으로 말을 했던 방적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천사라는 존재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실비아와 엘리엇 등도 무척이나 궁금해 하는 표정이었다.
‘기대를 했다가는 실망이 너무 클 텐데…….’
무혁은 라미엘과의 만남을 떠올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칫 잘못 되었다면 그때 천사의 손에 죽었을지도 몰랐기에 무혁으로서는 과연 저 안쪽에서 타락하고 있을 천사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될 것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락하고 있을 천사를 만나려고 하는 이유는 라미엘에 대한 약간의 ‘빚’과 로드의 정체성이 너무 일방적으로 마족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우려감 때문이었다.
천사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진짜 무혁의 목적은 바로 이것이었다.
로드로 하여금 천사들의 힘을 흡수하게끔 만들려는 것.
‘어차피 타락하고 있는 중이라면 천사로서의 삶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서로서로 좋은 거지.’
무혁은 조금은 뻔뻔하고 이기적일지 몰라도 그것이 천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일이라고 확신했다.
천사장이던 라미엘도 결국은 타락해가는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는데, 다른 천사들이라고 다르겠는가?
구태여 의미 없이 타락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것에 무의미한 힘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마족들에게 복수를 해줄 수 있는 로드에게 힘을 나눠주는 것이 더 유의미한 일이질 않겠는가?
적어도 무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문제는 저 안에 있는 천사가 어떤 생각인지가 중요하겠지만.’
무혁은 복잡한 생각들을 털어내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다가갈수록 마기의 농도가 강해지고 있었다.
마치 결계에 갇혀 온전하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마기가 미친 듯이 들끓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족 흉내 좀 내고 다녔다고 마기가 이젠 아무렇지도 않네.”
무혁은 피식- 웃으며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냈다.
웅웅웅웅웅웅웅-!
초월적 등급이 20단계를 넘어서면서부터 블랙 본 장검이 이렇게 울어댔다.
방적삼은 검명이니 어쩌니 호들갑을 떨었지만, 무혁이 느끼기엔 강대한 힘이 블랙 본 장검에 응축되면서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파장일 뿐이었다.
검명이든, 파장이든 중요한 건.
“파괴력이 장난이 아니라는 거지.”
무혁의 손에 들린 블랙 본 장검이 그대로 새하얀 막을 갈라버렸다.
촤- 아아아악!
비단천이 찢어지듯이 아주 부드럽고도 매끄럽게 새하얀 막이 쭉- 찢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무혁의 몸을 뒤덮어 오는 강대한 마기!
“윽!”
“후웁!”
“큭!”
무혁보다 몇 발자국이나 훨씬 뒤에 떨어져 있던 킬 라시온 일행들이 저마다 숨을 들이키며 마기에 대항했다.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지속적으로 마족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월등하게 강해졌다지만,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마기가 몰려들자 저절로 온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 것이었다.
슬쩍- 무혁이 고개를 돌려서 일행들이 괜찮나 바라봤다.
숨을 들이키며 온갖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엘리엇, 실비아, 방적삼과 다르게 송정민은 무덤덤하게 서 있었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어금니를 악물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반면, 로드는.
‘…역시 빨리 천사의 힘을 흡수하도록 해야만 해.’
웃고 있었다.
무척이나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는 사람마냥 입가에 호선을 그려가며 기분 좋은 미소를 내걸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무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던 마기가 어느 정도 옅어지자 사선으로 찢어진 새하얀 막 안으로 오른발을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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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래 무덤이 있기는 한 걸까?”
레오의 말에 르케임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없어요. 없어.”
퀭- 한 눈으로 르케임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사막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꾸득! 꾸득!
르케임과 레오를 태우고 있는 히포 또한 괜한 헛수고 그만하고 제발 좀 돌아가자는 듯 연신 불만에 찬 울음을 토해냈다.
“그냥 돌아갈까?”
레오의 말에 르케임이 순간적으로 눈을 반짝- 거렸다. 하지만, 곧바로 쩝쩝- 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무혁이한테 믿고 맡기라고 큰 소리를 쳤는데 이렇게 포기하고 돌아가면 쪽팔리지 않을까요?”
“쪽팔림은 한 순간이지만, 이 지랄 맞을 고생은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잖아.”
레오의 푸념에 르케임도 그건 맞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킬 라시온 멤버들의 비웃음을 듣는다 하더라도 이제는 그만 돌아가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낫지 않을까 싶은 두 사람, 아니 한 마리의 마수까지 포함한 그들 셋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르케임.”
“예, 레오 형.”
“이번 한 번만 네가 더 욕받이를 해라.”
“…….”
“어차피 너는 항상 있는 일이잖아.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더 네가 희생하면 내가 잘 해줄게.”
도대체 뭘 잘해주겠다는 건지- 르케임은 자신을 방패로 삼으려는 레오를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노려봤다.
“어때? 콜?”
히죽- 웃으며 콜을 외치는 레오의 모습에 르케임은 헛소리 말라는 듯, 콧방귀를 끼고 시선을 돌려버렸다.
대충 넘어가줬으면 좋았을 텐데- 라며 레오가 아쉽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좌측에서 갑작스럽게 생성되기 시작한 모래 폭풍에 미간을 찌푸렸다.
흔하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모래 폭풍이 불었고 그때마다 레오와 르케임은 온 몸을 모래로 샤워하다 못해 입안까지 가득가득- 들어찬 모래를 뱉어내느라 생고생을 해야만 했었다.
“준비해! 온다!”
레오의 외침에 르케임은 재빨리 공간 주머니에서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천을 끄집어냈다.
르케임과 레오는 천으로 얼굴을 칭칭- 감싸며 어느새 어마어마한 크기로 변해서 자신들을 집어 삼키려는 모래 폭풍을 온 몸으로 견뎌내기 시작했다.
꾸득! 꾸득! 꾸득! 꾸드드득!
괴롭기는 히포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래 폭풍의 위력이 얼마나 강맹한지, 천 조각들은 물론이고 단단한 금속 재질마저도 우그러지고, 찢겨질 정도였다.
히포 또한 질기디 질긴 가죽이 쩍쩍- 갈라질 정도였다.
“큭!”
“비러머글…….”
꾸득!
그렇게 절대 대항할 수 없는 모래 폭풍을 온 몸으로 힘겹게 견뎌내길 십여 초가 지나서야 레오 일행은 다리에 힘이라도 풀린 것 마냥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퉤! 끔찍하네! 안 되겠다. 퉷! 카악- 퉤! 아무래도 우리 그냥 돌아가서……!”
입안으로 들어찬 모래를 연신 뱉어내며 말을 하던 레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거대한 모래 웅덩이와도 같이 움푹- 파인 대지에 둥그런 돔 형태의 모래 무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저… 저거…….”
“모래 무덤이다.”
“젠장! 모래 무덤이…….”
“모래 바닥 밑에 있었던 거였어? 저러니까 아무리 눈이 빠져라 찾아다녀도 찾을 수가 없지!”
모래 폭풍으로 인해 드러난 모래 바닥 안쪽에 무혁의 말대로 거대한 모래 무덤이 파묻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