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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8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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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8화

마르케디악 (6)

 

두 번째 방문.

무혁은 두 번째로 마르케디악에 들어섰다.

첫 번째와 다른 점이라면, 자신을 당당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후드로 얼굴을 깊숙이 눌러서 보이지 않도록 가리고 있었지만, 이전처럼 은신 스킬을 이용해서 은밀하게는 다니지는 않았다.

“은신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몸은 한결 가볍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혁은 여유로운 얼굴로 마르케디악을 둘러봤다.

은신 스킬의 등급을 1등급까지 올리긴 했으나, 완벽한 건 아니다.

스킬 설명에도 분명 높은 등급의 탐색 마법에는 아주 희박한 확률로 저항한다고 되어 있다.

이 말을 반대로 말하면 혹시라도 마족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탐색 마법을 펼쳤는데, 그 등급이 높다면 발각될 확률이 굉장히 클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때문에 지난 번 잠입을 했을 때에도 무혁은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에 잔뜩- 긴장한 상태로 최대한 짧은 시간만을 잠입했었다.

만약에라도 정체가 발각되면 그 즉시 싸움이 벌어지거나,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그건 솔직히 무혁으로서는 두렵지 않았다.

마왕이나 그에 준하는 마족을 만난다면 모를까, 보통의 마족들이 상대라면 적당하게 전투를 벌이다가 언제든 텔레포트 스킬로 도망을 가버리면 되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정작 문제는 다음부터는 마르케디악에 잠입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마족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성역이나 다름없는 마르케디악에 인간이 몰래 들어왔으니 엄청나게 분개를 할 것이고, 다시는 잠입조차 할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알람을 설치하거나, 경계를 설 것이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무혁은 자신의 정체가 들키는 순간 다시는 마르케디악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어렵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걱정을 털어낸 것이다. 물론, 고작 후드 하나에 마음을 완전히 놓을 정도로 무혁은 어리석지도 않았다.

다만, 마족들 중에서는 무혁처럼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마족이라는 종족 자체가 같은 동족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개인 취향을 관여하지 않는 성격 탓에 몸싸움이 벌어질 정도의 시비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누군가 무혁의 얼굴을 보겠다고 후드를 뒤집어 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여간 구름이가 보물이라니까.”

후드 속 무혁의 얼굴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무혁의 마르케디악 방문 이틀 전.

“형님, 이거요.”

무혁은 방구름이 건네는 검은 색의 알약을 멀뚱히 바라봤다.

“이게 뭐냐?”

“마족이 인간을 탐색할 수 없게 만드는 알약이요.”

“뭐?”

무혁은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냐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족들이 인간들의 기척을 너무 잘 느끼잖아요. 이번에 케트라 일만 하더라도 그렇고요.”

“그거야 놈이 워낙 강한 놈이었으니까.”

실력이 강한 상대일수록 기감이 뛰어날 수밖에 없으니 어쩌겠냐는 듯 무혁이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니까요. 앞으로 형님이 상대해야 할 마족들은 보통 다 그 이상의 힘을 가졌을 텐데, 그때마다 먼저 발각을 당할 순 없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그럼 이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야?”

무혁은 손에 들린 검은 색의 알약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어느 정도는요. 솔직히 이 문제는 마수의 대지에 오면서부터 꾸준히 고민을 해봤던 일이었어요.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이제야 완성이 되었지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미안하다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무슨 소리냐는 듯 어깨를 툭- 쳤다.

“임마, 넌 대단한 놈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감 없는 모습 보이지 마. 그런데 이게 뭘 어떻게 도와주는 건데?”

방구름이 곧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저번에 연금술회의 자료 중에 인간의 체취를 지우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 그게 도움이 되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마족들이 인간을 느끼는 첫 번째는 바로 체취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여러 가지 실험도 해봤죠.”

“그럼 이게 그 체취를 바꾼다는 거야?”

“예.”

무혁은 방구름이 종종 홀로 마수를 사냥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연금술이라는 특별한 분야에 관심이 크고, 재능도 뛰어났기에 잠자코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이런 놀라운 결과물을 손에 들고 나타난 것이었다.

“마수도 그렇고 마족도 그렇고 특유의…….”

“난 설명을 듣는 것 보다는 직접 겪는 게 빨라.”

방구름은 자신의 이론을 비롯해서 그 동안의 실험에 대해서 장황하게 늘어놓으려다가, 무혁이 머리 아프다는 듯 손을 내젓자 맥 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디 한 번 먹어볼까.”

무혁은 곧바로 검은 색의 알약을 입안에 넣고 까득- 깨물어 삼켰다.

 

[특수 포션 ‘마족마족’을 섭취했습니다.]

[24시간 동안 마족에게 동족의 향기를 발산합니다.]

 

무혁은 포션 이름이 ‘마족마족’이라는 사실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제 먹었으니까 직접 시험을 해봐야겠지?”

“마족에게 가시려고요?”

“당연하지. 얼굴을 가리고 슬쩍- 한 번 가보자고.”

그 결과 방구름이 만든 ‘마족마족’ 포션은 놀라울 정도의 효과를 자랑했다.

마수의 대지를 뒤지고 다니는 마족들이 조금도 무혁을 인간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저 갑작스럽게 나타난 무혁에게 그렇지 않아도 날이 바짝- 서 있던 마족들이 어디 소속이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바람에 한 바탕 싸움이 벌어졌을 뿐.

중요한 건 마족이 무혁을 인간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무혁은 방구름에게서 ‘마족마족’ 포션을 수십 알이나 받아들고 마르케디악에 두 번째 잠입을 아주 당당하게 하게 된 것이다.

우선 첫 번째로 알아볼 것은 마왕 리리스에 대한 부분.

자신의 충직한 종이었던 케트라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과연 알고 있다면 리리스가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할 것인지 무혁으로서는 반드시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마왕 서열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모아보는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도전권 쟁탈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들의 실력과 최후의 도전자가 마왕에게 도전하는 것까지 볼 수 있다면 좋겠지.’

마왕의 실력을 확실하게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

엄청난 실력을 자랑했던 케트라를 쓰러트린 무혁이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정정당당한 방법은 아니었기에 아직까지도 마왕은 당연하고, 그에 준하는 마족들과의 싸움조차도 그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케트라의 영혼을 흡수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한 스킬, ‘마족 패시브’로 인해서 초월적 등급도 19단계까지 치솟았기에 더욱더 강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혁은 섣부르게 마왕 급 마족들과의 싸움을 되도록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 감이 맞다면 분명 초월적 등급이 20단계에 들어서야 마왕과 동등한 입장이 될 거야.’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이런 예상은 케트라를 대상으로 측정한 것이었으니까.

때문에 무혁은 직접 도전권 쟁탈전과 최후의 도전자가 마왕과 싸우는 모습을 꼭 보고 그들의 힘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싶었다.

다른 마족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아주 평범하게 걸음을 걸으며 무혁이 찾은 곳은 역시나 술집이었다.

‘자고로 술집만큼 정보가 빠르게 도는 곳은 없지!’

무혁은 이전과는 다르게 술집 문을 당당하게 밀고 들어갔다.

“뭘 줄까?”

대충 비어 있는 탁자에 앉으니 우락부락한 외모의 마족이 다가와 그렇게 물었다.

“술.”

무혁은 되도록 짧게 말했다.

“무슨 술?”

“아무거나.”

무혁의 대답에 주문을 받았던 마족은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허공에서 커다란 술 한 병과 큼지막한 유리잔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100마르크.”

마르크는 마족들이 사용하는 돈이다.

마수의 대지에서 마족들을 사냥하고 그들의 물품을 뒤지면서 그들도 돈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문제는 돈의 가치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혁은 간단하게 해결해버렸다.

투두두두둑.

크고 작은 검은 동전이 담긴 가죽 주머니를 무혁은 대충 탁자 위에 쏟아버린 것이다.

알아서 가져가라는 의미였고, 이 역시도 일상이 되어버린 것인지 마족은 곧바로 중간 크기의 검은 동전 하나만 집어갔다.

무혁은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번에 왔을 때, 마족들의 돈에 대해서도 좀 알아뒀을 텐데.’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무혁은 설마하니 자신이 마족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버젓이 술을 사먹게 될 일이 있었겠냐는 듯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마족의 술이라…….’

무혁은 잠시 커다란 술병에 들어가 있는 검푸른 빛깔의 액체를 바라보다 이내 병뚜껑을 열었다.

술집에서 마족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로서 그 맛은 전형적인 양주 느낌이었다.

양주와는 별로 친하지 않는 무혁이었지만, 나름 깔끔한 뒷맛이 괜찮았기에 유리잔에 술을 담아 홀짝홀짝- 들이키며 본격적으로 술집에서 떠들어대는 마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세 시간이 지나서야 무혁은 술집을 나왔다.

술집에서 얻은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로 아직까지 마르케디악에 케트라가 죽었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마수의 대지를 뒤지고 다니던 마족들이 다른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기에 이상하다 여겼는데, 그 이유가 그들조차도 케트라가 죽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의외라면 마왕 니니스조차도 케트라의 죽음을 모르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서 마왕이라 하더라도 모든 걸 한 눈에 꿰고 있을 정도로 전능한 존재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점이 또 다른 수확이었다.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어.’

마왕 니니스의 성격이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케트라가 돌아오기만을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다면 그만큼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생각보다도 훨씬 긴 시간을 벌 수가 있게 된 셈이다.

‘상황이 잘 맞물렸으니까 이것도 운이 좋은 편이지.’

마왕 서열전과 도전권 쟁탈전이 시작되는 시기라는 점도 상당한 득이 되었다.

마족들에게 있어서 지금의 시기는 축제나 다름없었다.

물론, 마수의 대지에서 마족들이 죽었다는 건 굉장히 중차대한 사건이다.

하지만, 마왕 니니스가 그 일을 해결하겠다며 나선 상황이었기에 일반 마족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마수의 대지에서의 일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마왕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도전권 쟁탈전과 같은 축제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기도 했다.

두 번째로 얻은 정보는 마왕들의 서열이 생각보다 그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었다.

마왕 서열전은 십 년이 훨씬 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서열 간의 실력 차이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마왕 서열전은 매년 딱! 한 번만 그것도 자신보다 바로 위 서열의 마왕에게 한 차례만 도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그걸 십 년이 넘도록 하지 않고 있다는 건 고작 한 계단 높은 서열일지라도 자신보다 강하다는 걸 간접적으로 인정한다는 사실밖에 되질 않았다.

“49명이라…….”

마신 라시온을 추종하는 마왕은 정확하게 49명.

그 말인 즉, 무혁이 마신 라시온에게까지 가기 위해서는 49명의 마왕을 차근차근- 깨부수며 올라가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마왕이라 하더라도 모두 같지 않고 그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은 무혁으로 하여금 더욱더 큰 힘을 가지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초월적 등급이 20단계만 올라가도 마왕과 동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는 초월적 등급 20단계는 고작 시작점에 불과했던 것이다.

서열 48위와 49위만 하더라도 십 년 동안 덤벼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으니 서열 1위의 마왕은 도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것인가?

무혁으로서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쨌든 삼일 후부터 도전권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하니까 그때 조금 더 확실하게 보이겠지.”

앞으로 삼일 후, 마왕 서열 49위인 자바하에게 도전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쟁탈하기 위한 마족들의 치열한 대결이 시작된다.

다행스럽게도 도전권 쟁탈전은 나름 공정성을 두기 위해서 모든 마족들이 지켜볼 수 있는 거대한 경기장에서 벌어지기에 무혁 역시도 그 틈에 끼어서 관람을 할 수가 있었다.

당연히 무혁은 그 경기를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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