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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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70화
제5장 이간계(離間計) (2)
제갈수혁이 공오대사에게 전음을 사용했다.
[시간을 끌어 주십시오!]
[무슨 말인가?]
[시간을 끌면 제가 방법을 찾겠습니다.]
[알겠네!]
제갈수혁은 시간을 끄는 동안 진법을 설치했다. 간단한 진법이라 그리 오랜 시간 막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설혹 무력으로 제압을 한다고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여기서 정천맹의 무력부대를 다 죽이면 무진의 계획대로 되어 버린다. 그렇게 놔둘 수만은 없었다.
‘지금입니다!’
제갈수혁은 진법을 설치하자 전음으로 신호를 주었다. 공오대사를 비롯한 이들은 그 즉시 진법 속으로 들어간 후 외부로 빠져나갔다.
태산 전체를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이들의 무력은 개개인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 전투에 참여한 무인들도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몇 수의 공방을 치렀을 뿐인데 희생자가 2백에 달했다.
도주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북리중천의 눈빛은 차가웠다.
‘도망친다 한들 복수할 수 있다 보는 건가.’
북리중천이 사실을 밝힌 것도 무진의 뜻이었다. 도망치는 자들을 궁지에 몰기 위한 계략이었던 것이다. 무진은 놈들이 잡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혼란이 가중될수록 음모는 빛을 발한다.
중원무림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일이 발생했다. 정도무림천하를 흔들고, 중원무림을 혼란으로 빠뜨리려는 세력이 밝혀졌다.
정천맹은 혈풍(血風)의 난(亂)이라고 하여 주범으로 지목된 자들을 강호공적으로 명했다. 그와 동시에 공적의 신상내력과 죄목을 낱낱이 밝혔다.
-대력혈광마(大力血狂魔)-공오대사.
-벽력혈도마(霹靂血刀魔)-팽관혁.
-매화혈검마(梅花血劍魔)-육진풍.
-독인혈편마(毒人血鞭魔)-당사혁.
-흑천혈검마(黑天血劍魔)-남궁훈.
-귀계혈수사(鬼計血秀士)-제갈수혁.
천하무림의 절대자들이 변절한 사건이다. 그 여파는 굉장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더 이상은 그들을 감싸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분개했다.
정천맹주 북리중천은 무슨 수를 쓰던 육혈마(六血魔)를 반드시 추적, 추살할 것을 천명했다. 천하무림이 육혈마를 찾는데 전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천하가 혼란한 상황과는 무관하게 고급객잔에 앉아 식사를 즐기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무진은 강호의 소문을 들으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망치는 게 좋을 거야.”
무진의 어린 시절은 가혹했다. 정천맹에 의해서 운부촌이 사라졌다. 정천맹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날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돌려주는 무진이었다. 물론 복수는 복수고, 정벌은 정벌이다.
“주군, 그들이 움직였습니다.”
“때가 됐군.”
초원에서 거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무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통천심을 통해 본 천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무진의 능력에 버금가는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뜻이었다.
세력을 키우고 천하를 집어삼키려는 것도 놈들을 대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절대자는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한다. 그것이 비겁하든 정당하든 상관없다. 이겨야만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너는 밀영대를 이끌고 장사로 가서 대기해라.”
“충!”
밀영1호 차중천은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속하게 사라졌다.
극에 이른 절대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도 무진은 두렵기는커녕 두근거렸다. 오히려 이제까지보다 더욱더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호적수라고 불릴 존재들의 등장은 무료한 삶에 원동력이 되어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숨죽이고 있다면 끌어내 주지.”
적이 나올 때를 기다리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숨어 있는 존재를 나오게 만드는 방법은 이미 실행되고 있었다. 기다리면 걸려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 *
다그닥! 다그닥!
마차가 산길을 달리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평범하지 않은 마차였다. 5명의 검을 찬 무인이 마차 주변을 호위했다.
마차에는 면사를 쓴 여인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한동안 갇혀 지낸 사람처럼 답답한 마음을 토로해 내는 듯한 모습이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면사 사이로 보이는 뽀얀 피부와 앵두 같은 입술만으로도 사내의 방심을 흔들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고귀한 기품마저 느껴져서 신비함이 감돈다.
“오랜만에 나오니 기분이 좋네.”
“아가씨께서 기쁘시다니 다행입니다.”
“안 기쁘면?”
“예? 그…것이!”
“농담이야.”
마차를 호위하는 청우진은 말을 더듬었다. 그는 여인의 성격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감당할 자신이 없다. 괜히 꼬투리 잡히면 살아갈 날이 피곤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 무언가 따끔하게 훈계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그랬다가는 그는 물론 그의 집안까지 풍비박살 날 수도 있다. 물론 그녀가 그 정도로 독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요즘 들어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의 오빠라는 작자가 하는 행태가 무지하게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오빠의 형이었다면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리는 한이 있어도 정신 차리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오빠의 주변에서 아부 떠는 것들은 모조리 다 수거해서 폐기 처분해야 했다.
‘병신 같은 놈! 하는 꼬라지들하고는!’
오빠를 이런 식으로 욕하는 동생도 드물 것이다. 그녀는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구석이 많다. 그래서 그녀의 집안에서조차 그녀를 건드릴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아름다운 얼굴에 비해 사내조차 한 수 물러서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얼마나 걸려?”
“반나절 정도를 더 가면 됩니다.”
“더럽게 오래 걸리네.”
“죄…송합니다.”
사실 무한에서 배를 타고 가면 이보다 빨리 갈 수 있었다. 그녀가 마차를 타고 여행하고 싶다고 고집을 피워서 시간이 늦은 것이다. 원인을 따지면 그녀에게 있지만 청우진은 고개를 숙일 뿐이다.
‘신분만 아니면…아! 아니구나!’
사실 그녀는 신분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강했다.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갔다. 날이 어둡기 전에 산길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속력을 조금 더 높였다.
슈리리릭!
푸욱! 푸욱!
‘컥!’하는 단말마와 함께 마차를 지키고 있던 호위 2명이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파공성을 뚫고 날아온 비도는 굉장히 빨랐다. 절정고수도 피하기 어려운 상승의 비도술이었다. 그들은 기습을 한 후 정면을 막아섰다.
청우진이 검을 뽑아 들고 놈들에게 소리쳤다.
“웬 놈들이냐?”
가로막은 이들은 10명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세로 보아 수가 더 되었다. 청우진의 귀밑머리 사이로 땀이 흘러내렸다. 좀 전의 비도술도 대단했지만 이들이 지닌 기운 자체가 일반적인 무인의 수준을 넘어섰다.
“계집을 넘겨라. 그럼 편안한 죽음을 내려주지.”
“감히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그따위는 알 것 없다. 내놓을 것인지 아닌지 대답이나 해라.”
“네놈들이 진정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돈을 원한다면 줄 수 있다. 하지만 마차에 탄 존귀한 여인은 넘겨줄 수 없다.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허락할 수 없는 일이다.
마차에 타고 있던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
“아가씨, 들어가 계십시오!”
“됐어!”
그녀는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을 노리고 온 놈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은 그녀가 가장 잘 느꼈다. 청우진이 느끼는 것보다 그녀는 훨씬 더 많이 느꼈다.
‘도대체 누구지?’
그녀에게 원한을 진 인물들은 꽤 되지만 이처럼 노골적인 수법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그녀는 정치적으로 관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거지?”
복면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자 공격을 감행해 왔다. 청우진과 호위 2명이 여인의 주변을 감쌌다. 덤벼드는 자들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파파팟! 타타타탕!
검력과 검력이 충돌을 일으켰다. 일시에 10여 합을 겨루었다. 청우진은 검신을 타고 흐르는 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서 이런 자들이!’
범상치 않은 자들일 것이라 보았지만 진정한 실력은 훨씬 더 강력했다. 청우진은 젊은 층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였다. 알려진 실력은 초일류에 달했고, 숨겨진 실력은 절정에 달했다. 나이 서른에 절정에 달한 무력은 결코 쉽다 할 수 있다. 그런 청우진이 2명의 합격을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복면인들 전원이 절정에 달해 있었다.
서걱! 서걱!
호위 2명이 목이 잘린 채 죽었다.
“이…놈들!”
호위들은 청우진과 동고동락한 동료다. 그들도 이토록 허무하게 죽을 자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복면인은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적을 죽이기 위한 살인병기와 같았다.
청우진이 풍뢰검법(風雷劍法)의 최후절초인 풍뢰천격(風雷天擊)을 뿌렸다. 복면인은 청우진을 간과하지 않았다. 2명이 연환하여 공격을 막아내었다. 검력이 분산되고 궤도를 이탈했다. 그 순간 옆구리가 적의 검격에 노출이 되었다.
사아악!
“크윽!”
청우진의 옆구리가 갈라지면서 피를 분출했다. 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청우진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
포위공격을 당하던 여인이 청우진의 위험을 감지했다. 그러나 그녀는 포위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녀의 무위는 생각보다 강했다. 사실 청우진보다 위였다. 그런 그녀조차 절정고수 5명의 합공을 막아내는 것은 어려웠다.
“비켜랏!”
복면인들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살심을 지니고 공격을 했다면 절정 이상의 실력을 지닌 그녀라고 해도 죽었을 것이다.
‘나를 사로잡으려고 하는 건가! 젠장!’
그녀가 가로막혀 있는 순간 청우진의 심장이 꿰뚫렸다.
“커억!”
심장이 뚫린 청우진은 바닥에 쓰러졌다. 더 이상 그녀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청우진이 죽자 그녀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죽어랏!”
그녀의 진실된 검법의 총화, 대붕진천검법(大鵬震天劍法)의 붕천지멸(鵬天之滅)을 펼쳤다. 모든 내력은 검력에 쏟아 부었다. 전력을 다해 죽이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보였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여인 같지 않은 대단한 담력이었다.
복면인들은 감히 경시하지 않고 망혼귀음진(亡魂鬼陰陣)을 펼쳤다. 살검진(殺劍陣)을 펼치다가는 그녀가 다칠 수도 있기에 혼을 제압하는 진을 구성했다.
푸아아앙!
검력이 분산되고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복면인은 정면대결을 벌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여인을 상대로 이처럼 비열한 전투를 펼치는 놈들은 처음이었다. 도무지 뚫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제기랄! 윽!’
그녀는 정신이 어지러웠다. 망혼귀음진에 걸리고 말았다. 그녀의 시야를 가리는 검은 기운이 귀신의 형상을 띠었다. 귀곡성과 같은 기괴한 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대붕진력(大鵬眞力)을 일으켜 대항을 했다. 그러나 10명이서 공조하는 격체진력을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개 같은 놈들이 감히!”
당최 어울리지 않는 말을 쏟아내는 여인이었다. 톡하면 터질 것 같은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심히 의심이 되었다.
비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속이 메스껍기까지 했다. 밀천(密天)의 절세신공인 대붕신공(大鵬神功)이 아니었다면 이미 제압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녀가 뿜어낼 수 있는 힘도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려울 것 같았다.
“빌…어 먹을!”
복면을 쓴 이들이 득의의 표정을 지었다.
“이제 끝이다.”
아무리 강해도 여인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능력은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복면인들도 슬슬 제압하기 위해 진을 조여 왔다.
“조심해서 제압해라. 상처가 나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복면인들은 최대한 조심했다. 상처 하나 남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복면인들에게도 무척이나 소중한 여인이었다. 만약 생채기 하나 남는 날에는 그들의 목숨은 그날로 사라진다. 제압하는데 오래 걸린 것도 조심스럽게 제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만 제압해서 벗어나면 끝이었다.
그때였다.
쿠아아아아앙!
갑작스럽게 숲 속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산을 울리는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귀를 찢는 듯한 폭음과 동시에 산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복면인들 10명이 튕겨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