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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68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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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68화

제4장 혈신(血神), 검신(劍神)의 부활 (3)

 

목적을 이룬 무진은 일어났다. 담소극도 일어나서 최대한 예를 갖추었다. 조금이라도 무진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이었다. 무진을 만나기 전까지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천득구가 키득거렸다. 마치 너도 별수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비웃는 것 같았다. 천득구의 과한 아부가 절대 이유 없는 행동이 아니라 것을 확인한 순간이다.

“배웅은 필요 없다. 너는 평상시대로 행동해라.”

“알겠습니다.”

무진이 나갔다.

담소극은 한참 동안 얼이 빠진 채로 앉아 있었다. 조금 전에 벌어진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누구에게 말해도 믿지 못할 일일 것이다.

“도대체가!”

떨려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제 그는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망에 걸린 채 발버둥조차 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진은 흑룡성을 나왔다.

뒤를 따라온 천득구의 옆으로 흑영1호 단유성이 자리했다. 단유성은 말없이 무진의 뒤를 수호하는 반면에 천득구는 지속적으로 조잘거렸다. 입을 쉬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놈 같았다.

“자네가 흑영대의 대주인가! 이거 반갑네! 나는 밀영대의 귀염둥이 밀영100호 천득구라고 하네!”

단유성은 입을 열기 귀찮았다. 천득구를 보는 순간 단유성은 꺼림칙한 기분을 느꼈다.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항마불사신력이 천득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었다.

만면에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천득구다. 하지만 단유성은 그 웃음 뒤에 숨은 마귀 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주군의 하늘아래 같은 식구니 친하게 지내보세.”

“……!”

“호오, 입이 무거운 친구군. 과연 고수의 기상이 느껴지네! 아마 우리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 같아.”

“……?”

대답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천득구는 끈질기게 단유성을 물고 늘어졌다. 침착한 단유성조차 조금씩 화가 날 정도였다.

천득구도 단유성의 기운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단유성을 보자마자 천살지기가 반응했다. 무진에게는 천살지기가 꼬리를 말고 웅크렸지만 단유성은 달랐다. 마치 철천지원수를 보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천득구는 살아오면서 이런 적대감은 처음 들었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하라고 했지. 이만하면 친구처럼 느끼겠지.’

아주 가깝게 되었을 때 깔끔하게 비수를 찔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극심한 살인충동을 느낀 천득구였다. 이토록 자제하는 것은 무진의 그늘아래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진이 없다면 천득구는 대륙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가 되었을 것이다.

움찔!

무진이 돌아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을 본 천득구는 움찔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감히 마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그저 바라보았을 뿐인데도 천득구는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몇 번을 보아왔지만 무진이 주는 위압감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너는 그만 돌아가라.”

“아닙니다! 어찌 주군 가시는 길을 배웅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것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도 해서는 안 되는 천고의 대죄입니다! 소인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절대라고.”

“아…니, 뭐! 그렇다는 거지요! 하하하하!”

궁색한 변명을 한 천득구는 자신도 모르게 무진과 멀어지고 있었다. 발은 이미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돌아선 천득구가 크게 절을 한 후 바람처럼 사라져갔다.

“재밌는 녀석이지 않나.”

“그…렇습니다.”

단유성은 천득구를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절대 재밌는 놈이 아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도대체 무진의 그늘아래 존재하는 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주군을 벗어나는 것은 위험하다.’

무진의 산하에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단유성이었다. 만약 무진의 그늘을 벗어났다면 어찌 될지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솔직히 무섭기까지 했다.

무진은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다 걸었다.

‘슬슬 때가 다가오는군.’

천기는 하나만이 아니다. 셀 수 없이 무수히 많은 기운이 복잡하게 뒤섞여 하나의 기운을 이루지만 결과는 시기마다 다를 수 있다. 무진은 수많은 뜻을 읽고 하나로 일치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천기도 무진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만들 계획이다.

* * *

 

호남성의 외곽. 광서성과 귀주성에 맞닿는 통도현(通道顯) 부근의 이름 없는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는 산. 기암괴석과 마른 대지는 사람이 살기도 힘들뿐더러 밤마다 울리는 귀곡성과 짐승들의 포효성에 두려움마저 주었다.

좁은 협곡과 계곡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따라 이동하는 사람이 있었다.

파팟!

나뭇가지를 발판 삼아 날다람쥐처럼 솟구쳐 오르는 신형은 굉장히 빨랐다. 솜털처럼 가벼운 신형에 비호처럼 빠른 속도였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10여 장은 거뜬히 이동했다. 극에 이른 경신공(輕身功)이었다.

그는 지속적으로 바람을 타며 위로 올라갔다. 산의 지형을 되짚어 가는 그는 방향을 재며, 천지의 지리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산속의 깊은 수림(樹林)지대를 뚫었다.

펼쳐진 것은 여전히 수림이었다. 밝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수림에 가려 어둡기까지 했다.

“만상진은 그대로군.”

천검성을 수호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만상진(萬象陣)이다. 만상진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유지시켜주는 진법이다.

이곳 일대의 수림을 보존하고 기운을 유동적으로 하여 적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만상진을 뚫고 들어가려면 천검성의 성주만이 익힐 수 있는 만상진력(萬象眞力)을 운용해야 한다.

그림자 속에 모습을 드러낸 청년은 적무룡으로 환생한 선우학이었다. 적무룡은 내부를 관조하고 기해를 열었다. 만상진력이 자연의 기운과 합일하여 상서롭고, 범접하기 힘든 기운을 뿜어냈다.

만상진력이 만상진의 흐름과 교합하였다. 만상진과 혼연일체가 된 적무룡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만상진의 흐름이 적무룡의 내부로 스며들었다.

방위를 밟을 필요는 없다. 만상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자연스럽게 안으로 인도된다.

‘700년간 사람의 흔적이 없었구나.’

만상진의 흐름을 읽는 순간 역사가 뇌리로 스며들었다. 만상진을 통과한 자가 700년 내에 적무룡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만상진의 내부 끝에 다다르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안은 외부보다 환했다. 그 중심에 천검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천검성은 하늘과 맞닿는 검의 형상을 띠었다. 웅장한 크기는 아닐지라도 위엄이 서려 있었다.

“세월의 흔적은 속일 수가 없군.”

예전의 천검성이 아니었다. 세월의 풍파를 겪은 천검성은 많이 망가져 있었다. 이제는 폐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었다. 곳곳에 바위를 뚫고 솟아 오른 잡풀이 그 증거다. 세월은 바위마저 뚫어버렸다.

적무룡은 군데군데 균열이 보이는 성의 입구로 들어갔다. 일반적인 성보다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이런 산에 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성의 내부로 들어간 적무룡은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걸었다. 700년이나 지난 후에 환생하여 천검성과 재회한 적무룡은 감회가 새로웠다.

그는 천천히 성주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주실로 들어온 적무룡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돌로 된 것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목재나 그림은 낡아서 부서져 있었다.

적무룡은 방의 우측 끝으로 걸어가서 벽을 밀었다. 벽은 화강암을 통째로 잘라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벽의 우측부터 일직선으로 금이 가더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내공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벽을 밀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석문을 열자 계단이 보였다.

적무룡은 계단을 내려가서 선우학 시절에 사용한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은 팔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정면의 중심 끝에 연공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존재했다.

내공수련을 위한 받침대는 은은한 청색이 감도는 만년한옥(萬年寒玉)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만년한옥의 한기는 여전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그 위에 세월의 흔적이 무색한 존재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는 것에 있었다.

중후한 기품에 단호한 기상을 담고 있는 중년인이 눈을 감고 있었다.

“죽어 있는 나를 보는 기분이 조금 그렇군.”

가부좌를 틀고 있는 존재는 천검성의 주인이자 적무룡의 700년 전 본인인 천검신 선우학이었다.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을 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경험이었다. 적무룡은 잠시 동안 말없이 지켜보았다.

“이…럴 수도 있는 건가?”

선우학의 내부에서 상상하기 힘든 기운이 느껴졌다. 몸은 죽어도 만상진력은 지속적으로 몸을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만년한옥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만상진력이 끊임없이 흡수했다. 그 결과 선우학의 내부에는 생전의 선우학이 지니지 못한 천고지경(天高之境)의 공력이 담겨 있었다.

적무룡이 이곳을 찾은 것은 그의 애병인 강천신검(强天神劍)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과거 자신의 몸에 원정지단(元精之丹)이 형성되어 있었다. 하늘의 안배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 기연이었다.

하지만 적무룡은 천고의 기연을 앞에 두고 망설였다.

“내 손으로 꺼내면 내가 무너질 텐데.”

원정지단을 빼내면 신체를 유지하던 기운이 사라져서 무너지게 된다. 선우학의 육체가 먼지로 화해 버릴 것이다.

이런 경우는 당해보지 않아서 기분이 조금 묘했다. 본인이 본인의 육체를 훼손하는 것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 없을 것이다.

“과거의 나도 내가 강해지면 이해해 주겠지. 아니지! 지금 내가 이해하고 있는데 무슨 이해가 필요해!”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는 이상한 상황이다. 과거의 자신을 본 순간부터 적무룡은 혼란스러웠다. 그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마음을 다스린 적무룡은 과감하게 선우학의 몸에서 원정지단을 회수했다. 기운을 빼앗긴 선우학의 육신은 먼지처럼 바스러져 버렸다. 700년 동안 버티고 있었던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원정지단이 적무룡의 얼굴을 비추었다. 응축된 기운은 만상진력의 총체다. 보는 것만으로도 혼이 빨려 들어갈 정도로 대단한 기운을 함축하고 있었다.

“먹기가 조금 그러네.”

자기 몸속에서 나온 것을 다시 먹어야 하는 적무룡이다. 웃긴 일이지만 께름칙하다. 느낌을 표현하면 똥 싸고 다시 먹는 기분?

적무룡은 먼지처럼 부서진 육체를 접인지력을 이용해서 한곳으로 모았다. 나중에 땅을 파고 묘비를 만들어줄 것이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 묘해졌다.

“환골탈태를 대비해서 옷은 벗어야겠구나.”

환골탈태시에 발생하는 기운의 여파로 인해 옷이 부서지는 것은 당연한 조화다. 초심자는 옷을 입고 있다가 옷이 없어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에 비해 적무룡은 2번이나 환골탈태를 경험한 능숙한 절대고수다.

벌거벗은 적무룡은 만년한옥 위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눈을 감고 마음을 관조하고, 내부를 하나로 연결시켰다.

만상진력은 면면이 이어지는 끊임없는 순환을 최우선으로 한다. 몸과 마음을 합일하고 자연만물과 일치시켜 무극(無極)의 원을 그린다. 그리하여 세상 만물의 기운을 흡입하여 새로운 세상을 연다.

차분하게 정신을 가라앉히고, 몸을 지배한 적무룡은 원정지단을 조심스럽게 입에 털어 넣었다. 제법 큰 구슬이라 목에 걸리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내단을 복용하다 기도질식사를 당하면 무슨 개쪽인가!

다행히도 적무룡의 기도는 제법 넓었다. 구슬은 식도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 반응을 일으켰다. 적무룡은 만상진력의 구결을 외웠다. 구결은 단순히 단어의 조합이 아니라 마음을 연결하고 의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파파파팟!

만상진력의 총화인 원정지단이 적무룡의 몸에 녹아들면서 강력한 기파가 연무장 안을 휘몰아쳤다. 만상을 포용하는 기운은 따뜻하지만 굉장한 힘을 발휘했다. 그 거대한 기운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으윽!”

전신의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적무룡은 엄청난 심력을 쏟아 부어야 했다. 잠시라도 정신을 놓게 되면 만상진력 자체에 먹혀 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먼지처럼 사라진 선우학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천검신이다!’

700년 전 천하제일고수였던 천검신 선우학이다. 그가 이 정도에 무너질 존재는 아니다. 천고의 재능과 정신력을 지녔다. 적무룡은 이를 악물며 만상진력과 사투를 벌였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다. 순환은 원을 그리며, 그 끝은 무극에 가깝다. 어느 것이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가 없다. 세상의 흐름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멈추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물심일여(物心一如), 일여체현(一如體玄), 물아일체(物我一體).’

마지막을 내달리는 원정지단의 용트림은 가공한 힘을 내뿜었다. 그 여파로 인해 연무장주변이 힘없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흔들리는 연무장이었다.

쩌저저적!

부풀어 오른 적무룡의 몸이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적무룡이 나타났다. 무려 3번이나 뱀이 변태를 하듯이 탈피를 했다. 모든 것이 새로이 탄생하는 기적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탈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700년간 흡수한 만상진력의 원정지단은 힘의 크기를 측정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원정지단 스스로 합일이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멈추지 않았다.

원정지단은 주인을 찾은 것처럼 적무룡의 내부를 휘저었다. 적무룡과 선우학은 한 사람이다. 육체가 다르다고 해도 정신은 같다. 원정지단은 선우학의 사념이 들어가 있다. 적무룡과 혼연일체가 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휘이이이잉!

마침내 마지막 고비가 다가왔다. 적무룡의 몸이 거친 풍랑을 맞이한 것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해일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바다사나이가 된 적무룡이다. 적무룡은 노련하게 노를 저어 풍랑에 몸을 맡겼다. 흐름을 파악하고, 흐름에 적응하며, 흐름에 동조했다.

“후우우우우!”

만상진력의 원정지단이 적무룡의 내부에 자리했다. 힘겨운 듯한 호흡을 내쉰 적무룡은 눈을 뜰 수 있었다.

적무룡은 몸을 관조한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측정하기 힘든 공력을 손에 넣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섰다. 그조차도 살아생전 이루지 못한 천검경의 최고 경지인 천검극(天劍極)에 발을 들인 것 같았다.

“나조차도 믿을 수가 없구나!”

호흡하는 기운조차 강기에 버금가고 있었다. 생생하게 전달되는 만상의 충만함이 적무룡을 환희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절대지경을 넘어선 초극의 고수가 환희에 감동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적무룡은 일어나서 옷을 챙겨 입었다. 이제까지 느껴지지 않던 기운이 그의 내부로 스며들었다. 만상의 기운은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수호사성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군.”

700년 전 흉마신이 이끄는 혈천마교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희생을 치렀다.

특히 선우학이 이끌었던 천검성은 적을 맞아 선봉에서 싸웠기에 대부분이 전사하였다. 천검성을 수호하는 12신장 중에 7명이나 장렬히 산화했다. 남은 5신장도 부상을 당해 중원대륙으로 흩어졌다.

아직까지 대륙에 살아 있다면 천검성주의 표시를 잊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문파의 흥망성쇠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천재지변이나 인위적인 사고에 의해 사라질 수도 있다.

우선 적무룡은 원정지단의 힘을 갈무리하기로 했다. 그 다음 중원수호사성의 힘을 하나로 규합하고, 다가올 혈난을 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천하대의를 위한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그때였다.

꼬르륵!

“황산도 식후경이라더니!”

중원오악(中原五岳)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황산(黃山)을 구경하는 것보다 밥 먹는 게 먼저였다. 천하대의를 걱정하기 전에 적무룡은 위장을 살펴야 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과 일치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일은 밥심이라는 뜻이다. 내장이 든든해야 하는 일이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짜증이 나지 않는다.

적무룡은 봇짐에 싸온 왕만두를 꺼내서 입에 털어 넣었다. 환골탈태 후에 먹는 왕만두의 맛은 천하일품이었다.

“천하일미가 따로 없구나!”

다 식어 버린 왕만두를 맛있게 먹는 적무룡을 본 사람이 있다면 비웃을지도 모른다. 고작 왕만두에 감동하면 오향장육에는 눈물을 질질 흘릴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적무룡은 말할 수 있었다.

 

-환골탈태 후 왕만두 먹어봤어!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

 

기연은 아무나 찾아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환골탈태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기연을 얻은 대부분의 무인은 식사를 챙길 여유도 없다. 그 시기를 모르기 때문이다. 적무룡의 말처럼 환골탈태 후에 왕만두를 먹을 확률은 일억 중에 하나가 될까 말까 할 정도일 것이다.

식사를 마친 적무룡은 성을 나왔다.

원정지단으로 급상승한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어디 실력 좀 확인해 볼까.”

적무룡은 작은 능선을 보며 기운을 일으켰다. 무형의 기운은 예리한 명검을 능가하였다.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운이었다. 만인을 압도하는 무쌍의 기운을 위에서 아래도 내리그었다.

사아악!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작은 능선이라고 해도 족히 50장은 된다. 검으로 쪼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능선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이 아닌가!

감히 인간으로서 상상하기 힘든 천검극의 위력이었다.

“아직 다 발휘도 못했는데.”

출수한 적무룡조차 그 위력에 놀라고 말았다. 새로운 초강자의 부활이었다. 그의 발길에 따라서 천하가 요동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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