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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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66화
제4장 혈신(血神), 검신(劍神)의 부활 (1)
끝없이 펼쳐진 초원. 중원을 지배했던 초원의 전사들이 살아 숨 쉬는 땅이다. 야생마처럼 거친 전사들은 물러섬을 모른다. 질풍노도와 같이 대륙을 휩쓸었다. 땅에 솟아 오른 풀 한 포기조차 쓸려 나갔다.
그러나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전사들도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합일(合一)되지 못한 힘은 각개격파를 당했고, 내부분열로 인해 구심점을 잃었다.
결국 초원의 전사들은 단결된 중원의 저력 앞에 무릎을 꿇고 초원의 나락까지 후퇴하게 되었다.
패배를 한 전사들은 다시 규합하지 못했다. 야생의 들개처럼 초원을 이리저리 방황할 뿐이다. 일치되지 않은 힘은 나약했다.
그러기를 100년이 넘게 흘렀다.
초원의 끝, 어둠만이 자리한 지대가 있다. 호수조차 없는 곳에 운무가 발생하여 지형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죽음의 구름이 갇혀 있다고 해서 사혈운무(死血雲霧)라고 부르는 곳이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 빠져나올 수 없기에 초원에 사는 사람들조차 두려워한다.
검은 구름의 끝에 기이한 지형이 나온다. 좌우 폭이 수백 장에 달하는 바위산 4개가 포개듯이 자리하고 있다. 하늘을 찌르고 올라가는 바위산의 내부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도착한 곳에 신기하게도 거대한 성이 있다. 그 크기가 거의 바위산에 필적했다.
성의 내부를 비추는 불빛조차 음습함이 감돈다. 제단의 주변에는 몇 사람이 조심스럽게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일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초원을 달리는 패도적인 기상이 느껴졌다.
그들은 입을 다문 채 제단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적막함이 감돌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제단의 끝에 악마가 현신한 듯한 문양을 지닌 돌문이 있다. 조각이 아니라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일 듯하다. 문의 내부를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흘러나오는 기운이 너무도 파괴적이었다.
굳게 닫힌 문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다. 지옥의 음부(陰府)에서 마(魔)의 절대종주가 깨어나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드르르륵!
돌을 가는 소리를 내며 돌문이 열렸다. 열려진 돌문 내부는 짙은 어둠이 자리했다. 집중하여 본다 하여도 내부를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다.
제단의 아래서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동요했다. 세상이 무너진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산악 같은 굳건함이 흔들렸다.
“대…법을 성공하셨…단 말인가!”
돌문에서 흘러나오는 압도적인 기운에 세상이 짓눌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그들조차 감히 항거할 수 없는 기운이다.
제단의 주변에 모인 3명은 성을 지배하는 12명의 천왕(天王)에 속한 자들이다. 일신의 무력이 초극(超克)에 달해 있었다. 그들 개개인과 비교할 수 있는 자들은 중원의 16대고수 정도뿐이다. 그런 무력을 지닌 자들이 고개를 들지도 못할 기운이었다.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피를 머금은 듯한 짙은 혈향을 풍기는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뜻밖에도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존재는 조각을 해 놓은 듯한 이목구비를 지닌 절세의 미남자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를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만인을 지배하는 절대자의 위압감을 지니고 있었다.
척!
청년의 등장에 제단의 아래에 있던 3천왕이 그 자리에서 부복했다. 존귀한 존재의 명을 받드는 충직한 신하의 모습이었다. 아니 감히 고개를 드는 것조차 불경처럼 느끼고 있었다.
“제왕을 뵈옵니다!”
제단 위에 서 있는 그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표정조차 없는 무심한 얼굴이지만 눈빛만으로 절대지경의 고수를 제압할 수 있었다.
“50년 만인가.”
“그렇습니다.”
“꽤 길었군.”
50년은 오랜 세월이다. 인고의 세월동안 그는 어둠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무너진 제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50년간 잠들었던 초원의 제왕이 피의 화신이 되어 부활을 했다.
아수라혈천대법(阿修羅血天大法).
대법을 위해 1천 명의 피가 필요하다. 그것도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의 생피와 정기를 뽑아내는 극악한 대법이다. 산 재물을 사용하는 혈천마교(血天魔敎)는 대법으로 혈신(血神)을 부활시킨다고 알려졌다.
천인혈(天人血)의 과정과 반백년의 수련이 필요하다. 혈천마교에서도 대법을 시행한 적은 있어도 성공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이 성공하여 혈신이 된 순간부터는 무적의 존재가 되어 세상을 파괴시킬 수 있다고 전해졌다.
“세상은 어떻게 됐지?”
“놈들의 세상이 됐습니다.”
“아직은 남아 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는 기뻐하는 듯했다. 세월이 흐르면 굳건한 세력도 분열이 되거나 무너질 수 있다. 50년의 세월이 짧다 할 수 없다. 세상이 바뀔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는 다시 태어났다. 과거에도 그는 무적에 가까운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그의 힘만으로는 세상을 지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되는 대법을 완성시켰다. 천인의 피로 완전무결한 존재가 되어야 했다.
초원의 제왕이자 무의 신이라고 불린 존재가 혈천무신(血天武神) 철무성이다. 그가 50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철무성은 무너진 제국의 황족이다. 수십 갈래로 갈라진 황족 중에서도 그는 특별한 존재다. 만약 그가 마지막 제국의 황제였다면 제국은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는 구했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그토록 많이 들이고서도 못 구했다는 것이냐.”
화를 내는 것 같지 않은 음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하는 3천왕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내리누르는 만근압력의 압박이 느껴졌다. 이대로 바닥에 짓이겨 버릴 것 같았다.
철무성의 상태는 완전하다고 할 수 없다. 혈신으로 태어났지만 힘을 유지하고, 세월을 지탱하려면 여인이 필요했다. 보통의 여인으로는 그의 몸을 완전하게 만들 수 없다. 1천 년에 한 번 태어난다는 역천회음지체(逆天回陰之體)의 여인이 필요하다. 그 여인만이 철무성의 육체를 완전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지닌 바 무력은 완전하다. 그러나 그 힘을 유지하지 못하면 후일을 생각하기 힘들다. 어렵게 성공한 대법을 단시간 내에 소멸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반드시 찾아 누대를 지배해야 했다.
“서둘러 찾아라.”
“그동안은 천음지체를 지닌 여인을 대령하겠나이다.”
천음지체(天陰之體)는 혈신의 신체를 1년 동안 유지시켜줄 수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 천음지체의 여인이 또다시 필요하다.
역천회음지체와는 비교할 수 없다 해도 천음지체를 타고난 여인이 많다고 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우우웅!
“크윽!”
‘이미 신의 반열에 오르셨다!’
기운만으로도 3천왕은 몸이 버티지 못했다. 혈신의 능력은 인간의 경지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또한 그의 내부에 숨 쉬고 있는 혈신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가히 마신의 현신이라고 불려도 부족하지 않다. 그가 진정한 마신이라고 할 수 있다.
철무성은 반백년을 참았다. 그의 인내심은 과거와 같지 않다. 또한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한 번은 참아주었다. 오랜 세월을 인내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제왕성의 모든 존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앞의 3천왕도 철무성이 부활하기를 기다렸던 자들이다.
“찾아라.”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철무성은 한동안 그들을 내려다보다가 돌아섰다. 천인혈의 과정을 통해 얻어진 힘을 숙련해야 할 필요가 있기는 했다. 어느 정도의 힘을 지녔는지 확인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잠시간은 기다려주었다. 그러나 그도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내부에 숨죽이고 있는 혈신은 파괴만을 종용하고 있었다.
철무성이 제단에 놓인 문 안으로 들어간 후 남겨진 3천왕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축축이 젖은 옷은 땀이 흥건하게 배어 있었다.
“제왕께서 힘을 얻으신 이상 대륙은 이제 그분의 것이다.”
“성의 모든 정보력을 천하로 돌려야 할 때다.”
그들은 진정으로 철무성의 부활을 반겼다. 철무성은 그들이 따라야 할 절대자이며 존재의 의미였다. 철무성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었다. 대륙의 제왕이 천하에 도래할 때였다.
“얼음귀신이 갔으니 곧 소식이 올 거다.”
“그렇겠지.”
역천회음지체를 찾기 위해서 제왕성은 모든 정보력을 쏟아 부었다. 그 시간이 무려 50년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야 때에 맞물려 역천회음지체의 기운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특이한 기운은 보통 사람은 알 수 없지만 제3의 눈을 지닌 특별한 자들은 확인이 가능했다.
제3의 눈은 심안(心眼)과는 다르다. 역천의 안(眼)이라고 하여 이마의 정중앙에 새겨진 눈이다. 평상시에는 보통 사람과 같지만 역천의 안이 떠지면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 * *
정천맹은 새로운 맹주의 선출로 인해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북리중천을 따르는 중소문파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반목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북리중천의 힘은 오랫동안 정파의 구심축이 되어 왔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보다 위에 있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다. 격세지감마저 느껴졌다.
더군다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혈난(血亂)은 끝이 아니었다. 어느새 하북팽가와 남궁세가마저 무너지는 혈사가 벌어졌다. 혈풍을 당했던 문파는 쉬쉬하는 편이지만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진실을 밝히는 것도 껄끄러웠다. 밝힌다고 해도 해결이 되지 않고 않았다.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북리중천의 뜻을 따르게 되었다.
새로운 정천맹의 맹주로 북리중천이 선출되었다. 무림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일이었다.
맹주가 된 북리중천은 개편을 단행했다. 그동안 명문정파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낡은 관습을 과감하게 개혁했다. 숨죽이고 있던 중소문파의 활로(活路)를 열어준 것이다.
무림 전체에 영향력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반발을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명분과 힘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북리중천은 정천맹의 무력을 점검하고, 새로이 편성을 하는 등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또한 그동안 정파 내부의 분열을 촉진시킨 혈사를 부각시켜 맹의 권력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난 후 북리중천은 맹주로서의 첫 명령을 내렸다.
-정파의 내부 분열을 초래하고, 혈사를 일으킨 세력을 반드시 찾아내겠다! 모든 문파는 하나로 일치단결하여 암중세력을 삭초제근해야 할 것이다.
흑룡성을 치는 일을 후일로 미루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겉으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도 극렬하게 반발하지는 못했다. 암중세력이 노리는 곳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도 더 이상 피해를 입게 되면 큰일이었다. 흑룡성의 경우 이제 막 절강성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세력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혈사를 일으킨 세력은 명문정파를 단숨에 부숴버릴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내부단속을 중점으로 한 북리중천의 명령에 의해서 정보력이 집중이 되었다. 때마침 암중세력은 시기적절하게 혈풍을 멈추었다. 천하에 퍼진 이목을 피한다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흑룡성과의 전쟁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은 평화롭기마저 했다. 근래에 피를 많이 본 무인들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약간의 평화지만 그 시간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절강성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운 흑룡성은 대외적으로 평화를 지향했다. 당장 정천맹의 힘을 넘어선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내실을 다졌다.
흑룡성도 내부 조정이 불가피했다. 일을 시작할 때보다 많아진 수의 무인들을 체계적으로 다스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정천맹이 맹주선출을 비롯한 산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기에 내부를 정리할 시간을 번 셈이었다.
흑룡성주 흑룡천검(黑龍天劍) 담소극과 부성주 혈풍대도 우발산의 지휘아래 성의 체계가 잡혀갔다.
흑룡성은 안탕산에서 나와 항주 부근에 성을 지었다. 성은 예전의 흑룡성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안탕산에서 전투가 벌어지기 훨씬 전부터 성은 지어지고 있었기에 예상보다 빨리 지어졌다.
담소극은 흑룡성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천하를 굽어보는 기상이 절로 느껴졌던 것이다. 담소극은 대륙을 지배할 야심을 품었다.
흑룡성을 짓는 데 들어간 비용은 천무상회에서 비밀리에 지원했다. 담소극은 천무상회의 재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래서 미루고 있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천무상회주를 불렀다.
그동안 만남을 회피했던 천무상회의 회주가 흑룡성에 방문했다. 천하의 이목이 쏠리는 시기라 만남은 극비리에 이루어졌다.
흑룡성의 내부에 사방이 통하지 않은 비밀장소가 있다. 비밀수호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장소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천무상회에서 주도했으니 모를 리 만무했다.
만남은 단둘이 이루어졌다. 내부는 통제되었고, 나갈 수 있는 곳은 들어온 통로뿐이다.
무진과 담소극이 서로를 마주했다.
“만나서 반갑소.”
꿈틀!
반공대를 받은 담소극의 미간이 약간이지만 일그러졌다. 무진의 지닌 바 무력이 천하16대고수에 비견된다고는 하나 담소극이 지닌 배경은 사파무림의 절대자였다.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전대 흑룡성주의 비기라고 할 수 있는 흑룡천강기와 영단을 복용한 후부터는 천하16대고수와 대결한다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또한 무진은 중원인이 아니라고 했다. 변방의 오랑캐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흑룡성의 부활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참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본 성주도 반갑게 생각한다.”
담소극은 자연스럽게 하대를 했다. 무진은 담소극의 하대에 별달리 반응하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말은 차가운 비수와 같았다.
“천무상회는 천하제일상단이오. 그에 반해 흑룡성은 이제 막 세력을 규합하여 힘을 키우는 신흥집단에 불과하오. 이런 식으로 자존심을 건드려봤자 불리한 것은 내가 아니오.”
“흑룡성과 적대하겠다는 말인가!”
“적대를 했다면 애초부터 도와주지도 않았소. 하지만 성주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오?”
“벽력도제를 이겼다고 해서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이곳은 천무상회가 아니라 흑룡성이야. 제아무리 자네의 무력이 강하다고 해도 성을 벗어날 수는 없어.”
“위협하는 것이오?”
“그렇다는 것이지.”
담소극은 담담한 표정의 무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원래 이러려고 만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진을 보는 순간부터 드는 적대감은 주체하기 힘들었다.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담소극의 심령을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무언지는 아직 확실하게 짐작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