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53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53화
제1장 암계(暗計) (3)
복면인의 손에서 청색의 기류가 발생했다. 항거할 수 없는 기운이지만 대자대비한 부처의 자비가 느껴졌다. 복면인의 패도적인 기세와는 완연히 다른 것이었다. 그 기운을 느낀 일연이 뒤로 물러섰다. 항거할 수 없는 거력이 느껴졌다.
“관…음청강수!”
완연한 형태의 수강(手剛)이었다. 사대금강조차 완벽하게 시전할 수 없는 절대의 경지가 펼쳐진 것이다. 감히 막아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미륵삼천해(彌勒三天解)의 수법으로 방어해 보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는 짓이 되었다.
푸욱!
극성의 관음청강수는 기운만으로 청강석을 두부처럼 뚫어버릴 수 있었다. 쇠처럼 단련된 일연의 몸이 꼬챙이에 꿰뚫린 생선처럼 뻥 뚫렸다.
명치가 뚫려 버린 일연은 더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복면인은 죽어버린 일연은 쓰레기 치우듯이 내던져 버렸다.
“이…놈!”
“죽…인다!”
동료의 죽음은 사대금강의 마음에 분노를 퍼붓고 말았다. 침착하게 상대한다 해도 어려운 존재를 향해 이성을 잃은 공격은 위험했다.
복면인은 비릿한 표정을 지으며 덤벼드는 사대금강을 향해 대력금강장을 연속적으로 퍼부었다.
퍼퍼퍼퍼펑!
피륙이 부서지고, 사지가 떨어져 나갔다. 사대금강의 어이없는 최후였다. 애초부터 사대금강은 복면인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한당의 무승들을 처리하고 난 후 나머지 무승들의 가슴에 검을 박은 흑영대의 대주 흑영1호 단유성은 무진의 일수 일수에 전율했다. 그가 보여주는 무공은 패도의 극에 달해 있었다.
‘저…럴 수가 있는 건가!’
사대금강의 합공은 단유성이라고 할지라도 쉽지 않은 공격이었다. 그에 비해 떨어진다 할 수 없는 자들의 합공을 단 몇 수 만에 피떡으로 만들어 버렸다. 인간의 강함을 초월했다 해도 무방했다.
감탄은 짧았다. 단유성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진이 소림의 중심으로 전진했기 때문이다.
흑영대는 무진의 뜻대로 움직이는 어둠의 전투병기였다. 병기는 주인의 의중을 따르는 것이 먼저였다. 생각은 그 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유성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소림에 대해서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들어봤다. 무림의 태산북두이며 천하무림의 중심. 그것이 소림이다.
그런데 무진 앞에서는 중원무림의 중심도 일반 무력단체와 다를 것이 없었다. 파리 때려잡듯이 죽여 나가고 있었다.
소림의 안마당에 혈향(血香)이 짙게 배였다.
지금까지 죽어간 소림의 무승들만 해도 족히 4백은 되었다. 그러나 피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진이 멈추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멈출 수가 없다. 무진은 목적을 이루기까지 절대 멈추지 않는다.
흑영대를 이끌고 소림을 쳐들어온 무진은 아직도 만족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끝을 낼 것이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진은 단순히 소림을 치는 것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소림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면 무진 혼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계략은 한 가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계략이 맞물려서 돌아갔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무진은 본각을 향해 빛살처럼 쏘아져갔다. 그 뒤를 따라 흑영대도 빠르게 쫓았다. 무진과 마찬가지로 흑영대도 본래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호흡조차 거칠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소림의 본각에 방장 굉운대사를 비롯한 소림의 고수들이 모였다. 그들은 내각으로 출동한 나한당과 무승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집결해 있었다. 하지만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적은 내각의 무승들을 처리하고 본각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굉운대사의 얼굴에 분노가 그려져 있었다.
“감히 대 소림을 넘본단 말인가!”
소림의 무력 중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적이 쳐들어왔다. 너무나 교묘하고 공교로운 시간이었다.
그렇다 해도 소림의 저력은 결코 작지 않다. 고작 100명밖에 안 되는 침입자에 의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굉운이 방장의 권한으로 소림의 고수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600명이 넘는 소림의 무승이 본각에 진을 형성하며 적의 침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수백 년간 무너지지 않은 소림의 무서움을 보여주어야 했다.
휘이이이잉!
바람을 타고 기세가 번져왔다. 본각을 지키는 소림의 무승들은 전부가 고수다. 적의 기세를 느낄 수가 있었다. 기류를 타고 흘러온 기세는 만만치가 않았다. 소림의 고수들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쿠아아아앙!
본각의 담벼락이 부서졌다. 포탄에 맞은 것처럼 흉물스럽게 박살이 난 담벼락을 뚫고 검은 인형이 빛살처럼 뻗어 나왔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교한 움직임이다. 활처럼 뻗어 나온 검은 인형이 순식간에 진형을 갖추었다.
그 중심에 무진이 섰다. 그리고 가리켰다. 뜻하는 바는 한 가지였다.
흑영대는 망설이지 않고 소림의 고수들을 향해 돌진했다. 웅대한 기운을 형성한 소림의 고수들도 방심하지 않고 진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파파파팡! 퍼퍼퍼펑!
삽시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수적인 차이가 극명하게 나고 있는 상황임에도 흑영대는 밀리지 않았다. 모두가 초절정으로 이루어진 데다가 소림의 무공에 대한 극상성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밀리는 것은 소림의 무승들이었다.
600명이나 되는 소림의 무승이 밀리자 굉운대사는 믿기 어려운 듯한 침음성을 터트렸다. 굉운대사는 밀리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흑영대는 소림의 무리(武理)를 꿰뚫고 있었다. 어째선지 놈들은 소림의 무공을 알고, 파해식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분노한 굉운대사가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움직일 때 검은 바람이 막아섰다.
“비켜랏!”
굉운대사는 지체하지 않고 수미불면장(須彌佛面掌)을 펼쳤다. 불타의 어진 손바닥이라고 불리는 수미불면장의 위력은 결코 어질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닌 압축된 기운이 용트림을 하듯이 뻗어 나왔다.
분노한 굉운대사는 반야대능력(般若大能力)을 9성 이상 끌어올린 상태였다. 금강석이라고 해도 박살 낼 수 있는 진력(眞力)을 실었다.
푸아아아앙!
무진도 권을 뻗었다. 권에 실린 거력이 수미불면장과 정통으로 부딪쳤다. 장력과 권풍의 부딪침으로 인해 그 주변이 풍비박살이 나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상체가 크게 젖혀지며 10보 이상 밀려나간 굉운대사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권풍에 실린 거력이 굉운대사의 공력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진력을 실은 권풍에 있었다. 내가기공과 권풍의 조화가 극에 이른 무공은 세상에 몇 없다. 그 중에서도 쌍용(雙龍)의 나선을 그리는 권풍은 소림사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백…보신권!”
“한눈팔 때가 아닐 텐데.”
“그…목소리…는 설마?”
“눈치 채면 곤란하지.”
“당…신이 왜?”
굉운대사는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복면인의 목소리는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스승의 변심이 밝혀지고 난 후 굉운대사는 소림과의 관계가 없음을 공표했다. 냉정하지만 소림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물론 마음 한편으로는 공지대사가 누명을 썼다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소림 역사상 가장 뛰어난 무인이 소림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네…놈의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존장을 예우할 줄 모르는구나.”
“소림과 중원을 배신한 네놈에게 그따위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럼 죽어야지.”
목소리를 바꾸고, 체형을 바꾸는 것 정도는 무진에게 일도 아니다. 또한 그리 뛰어난 연기를 할 필요도 없었다. 소림의 절기와 파해식을 펼치는 상황에서 다른 것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천인공노할 놈!”
“와라.”
굉운대사는 흥분했지만 사태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소림최고의 무승이다. 승산이 없음을 안다.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도 없다. 그는 소림을 책임자는 방장이다.
파파파팟!
권과 권이 교차하고, 지법과 조법이 서로의 요혈을 노리며 들어왔다.
무진은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권각술을 펼치는 반면 굉운대사는 있는 힘을 다해야 했다. 역량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권을 부딪칠수록 무진의 강함을 뼈저리게 체감하는 굉운대사였다.
‘역시!’
이길 수가 없다. 보통의 수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림의 절기보법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강부동신보조차 무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굉운대사는 마지막 비장의 수를 사용하기 위해 반야대능력을 10성까지 끌어올려 대력금강조(大力金剛爪)를 펼쳤다. 소림의 조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대력금강조다. 적의 강기를 부수고, 뼈를 부서뜨릴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쇄골을 잡고 끊어 버리기 위해 뻗은 굉운대사의 우수가 무진의 왼쪽 팔꿈치에 막혔다.
타아앗!
‘이…런!’
백호의 발톱을 능가하는 대력금강조가 펼쳐지기도 전에 궤도를 잃고 방향이 틀어졌다.
굉운대사는 회심의 절초가 막히자 틈이 벌어졌다. 무진은 굉운대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맥을 끊어 버린 후 치명적인 일격을 날렸다.
퍼어억!
우드드득!
왼쪽 어깨를 허용한 굉운대사의 신형이 가랑잎처럼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어깨뼈가 부서진 것이 아닌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몸을 비틀지 않았다면 심장이 박살났을 것이다.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무진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바닥을 찍었다.
쿠우우우웅! 우지지지직!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무진의 발 주변으로 지진이 난 것처럼 균열이 발생했다. 엄청난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본각의 8대 전각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소림의 고수들 전체가 무진이 발산한 기운에 놀라서 물러서야 했다.
굉운대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무진의 각법을 피하기 위해서 무인으로서 수치스럽게 여기는 뇌려타곤의 수법까지 써야 했다. 교전을 한 지 반각도 되지 않았는데 굉운대사는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벌써부터 숨이 차서야… 내가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았을 텐데.”
“닥…쳐랏!”
“버릇없기는.”
상대는 스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소림을 저버린 배은망덕한 존재다. 말을 섞는 것 자체가 더러웠다.
무진은 때가 무르익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시선이 굉운대사의 좌측 전각 뒤로 향해 있었다.
휘리리릭!
무진의 신형이 9개로 분사되었다. 굉운대사는 그 놀라운 광경에 기겁하고 말았다. 연대구품이 절정에 달했을 때 형성되는 분신구형(分身九形)이었다.
굉운대사가 수비자세를 취해보았지만 권은 이미 그의 단전을 박살내 버리고 말았다.
퍼퍽!
“크아아앗!”
실 끊어진 바늘처럼 날아간 굉운대사는 전각에 부딪쳐 쓰러지고 말았다. 아직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간간이 꿈틀거리기는 것이 전부였다. 무진은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를 내려다보았다.
“방…장님!”
“방장님을 보호해라!”
굉운대사를 보호하기 위해 무승들이 무진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무진이다. 소림의 무승 따위가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권을 뻗었다. 쌍룡의 회오리가 무승들을 겨냥했다. 광포한 용의 아가리가 입을 벌렸다.
막아선 무승들은 무진의 일권을 버티지 못하고 피륙으로 산화되어 버렸다.
퍼퍼퍼펑!
“크아아앗!”
처참한 비명성이 소림사를 울렸다.
무진의 잔혹한 살행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권풍에 맞는 족족 무승들은 저세상과 직결되었다.
무승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흑영대도 문제지만 무진의 무력이 천외천(天外天)의 경지였다. 소림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무승들조차 점점 두려움과 공포에 젖고 있었다.
“멈춰랏!”
어디선가 무진을 향해 장력이 뻗어왔다. 웅장한 기파(氣波)였다. 덤벼든 무승들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퍼퍼퍼퍼펑!
무진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지자 장력에 부딪친 바닥이 폭발했다. 솟구쳐 오르는 돌가루가 대기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시야를 가린 돌가루가 좌우로 벌어지더니 그 안에서 빛살 같은 신형이 쏘아져 나갔다. 빛을 뚫어 버리는 가공할 속도였다. 장력을 출수하며 나타난 이들도 감히 태만하지 못했다.
퍼어어엉!
무진이 대력금강장을 뻗었다. 삼노승도 여래신장(如來神掌)으로 응수했다. 기류가 회전하면서 지축을 흔드는 파공성이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반경 10장 안이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다.
무진과 손을 맞댄 삼노승은 놀란 기색이 완연했다. 그들은 소림에서도 가장 연배가 높은 삼불승(三佛僧)이었다. 계원, 계양, 계운이 그들의 법호다.
달마가 9년 면벽 끝에 신공을 완성한 달마동(達磨洞)에서 수십 년간 면벽수련을 하며 고련을 한 이들이었다. 소림 최고의 무승 공지대사에 비견되는 존재들이다. 그들이 합공을 하면 공지대사조차 한 수 접어주어야 했었다.
“네…이놈!”
“어찌 네가 감히 소림을 배신한 것이냐!”
“소림이 준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다니!”
피식!
실소가 터져 나왔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적이 된 이상 말을 섞기 전에 죽어야 할 것 아닌가! 이유가 있던, 없던 소림을 해한 것은 사실이다. 인정할 수 없다고 한들 현실이 사라지는가! 그런 일은 발생하지도 않는다. 더러운 세상 속에 살아가려면 수단은 죄가 되지 않는다.
“소림을 배반한 죄, 그 목숨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잡소리는 그만 하지.”
부들! 부들!
삼불승의 허연 수염이 노기에 파르르 떨렸다.
“네가 정녕 마에 물들었구나!”
“도고일척 마고일장이라더니!”
마(魔)가 눈앞에 있음에도 기재를 아껴 장님이 된 것이다. 그 결과 호사를 누리기가 무섭게 누란의 위기가 다가오고 말았다.
삼불승은 소림의 의기(義氣)를 무너뜨린 존재를 절대 그냥 둘 수 없었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배덕의 죄를 지은 자를 단죄해야 한다.
삼불승은 소림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권이나 봉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의 허리소매 사이로 보이는 녹옥(綠玉)의 검이 뽑혀졌다. 검 자체적으로 녹광(綠光)이 번쩍였다.
“흠!”
검을 뽑자 기세가 달라졌다. 부처의 자비가 검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불광(佛光)의 기운이 깃든 검은 패도적이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