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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3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

 

“노, 놈들이 3차 방어선까지 격파했습니다. 이제 곧 놈들이 이곳으로 들이닥칠 것입니다!”

“…빠르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놈들입니다! 지금이라도 다른 마왕 분들께 도움을 요청하시러 가시는 것이…….”

호들갑스럽게 말을 꺼내는 마족의 머리통이 그대로 박살이 났다.

“이제 와서 도움은 무슨.”

낮게 깔리는 음성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나름 마왕들에게 협력 따윈 필요 없다고 큰 소리를 쳐놨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낱 인간 따위를 두려워해서 마왕성까지 버려두며 도움을 요청한다?

앞으로 남은 마왕의 삶 동안 결코 치유되지 않을 자존심의 상처가 될 것이며, 다른 마왕들의 비웃음거리로 영원히 남을 일이었다.

“큭큭큭큭! 그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말이 그렇다는 거다.

아직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자신의 예상보다 상대가 강한 건 분명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직접 대봐야 아는 일이었으니까.

지금까지 수많은 마왕들이 죽었기에 솔직히 우려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마왕들과 자신은 확실하게 달랐기에 그는 일말의 가능성까지 비워둔 것은 아니었다.

“어디 인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내 직접 몸으로 느껴주지.”

마왕은 곧바로 이제 곧 맞서 싸워야 할 상대를 대비해서 몸의 상태가 최상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했다.

비록, 상대가 인간이라 점이 아직까지도 믿겨지지 않았으며, 우습기까지 했지만 더 이상은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과거 천계와의 전쟁에서 생사를 걸고 싸웠었던 천사와 다시 싸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길 십여 분이 흘렀을 때에야 소란스러움이 가까워졌다.

“왔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마왕은 오른손에는 한 자루의 검을 들었으며, 왼손에는 꿈틀거리는 검붉은 색의 연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쾅-!

문이 박살나며 마족 한 명이 방안으로 튕겨져 들어왔다.

“크윽… 쿨럭쿨럭!”

코와 입이 흥건할 정도로 피를 흘린 것으로 봐선 더 이상 살아갈 가망성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큭큭큭!”

그 모습을 보며 마왕이 웃음을 흘렸다.

과거 치열했던 천계와의 전쟁 중에도 없었던 일이다.

그런데 인간들로 인해서 자신의 성이 무참하게 박살이 났고, 자신을 따르던 마족들이 눈앞에서 죽어나가는 꼴을 보게 되니 화가 난다기보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부터 나왔다. 물론, 뒤이어 나온 감정은 지독한 분노였지만.

“뭐야? 여기 있었어? 난 또 어디 도망이라도 간 줄 알았잖아.”

부서진 방문을 통과하며 무혁이 그렇게 이죽거렸다.

이미 마왕의 존재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이죽거린다는 것은 눈에 뻔히 보이는 도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왕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시선을 무혁의 뒤로 넘겼다.

여기저기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을 자랑스러운 훈장 마냥 온몸에 달고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이 서 있었다.

처음 느꼈었던 그 숫자 그대로였으니, 완벽한 패배다.

“큭큭큭…….”

자신이 거느리던 마족들이 이렇게까지 나약했던가?

아니다.

자신보다 밑의 서열이라 하지만, 두 명이나 되는 마왕이 협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임을 당했으니 마족 따위로는 애초부터 막을 수가 없는 전력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먼저 죽은 마족들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안쓰러움이 먼저 생기기까지 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다 한 건가?”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은 레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여긴 제법 재밌었어.”

실비아가 손에 쥔 검에 묻은 마족들의 핏물과 이물질들을 대충 털어내며 말했다.

“그건 인정. 이중삼중으로 방어선을 만들어놓고 우릴 기다린 마왕성은 여기가 처음이었으니까. 덕분에 진짜 무슨 전쟁터에서 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진격하는 용사들 같기도 했고.”

르케임이 낄낄- 웃으며 맞장구를 치자, 다른 멤버들 또한 저마다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왕은 할 말을 잃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마왕을 눈앞에 두고도 저렇게 태연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인간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한 적도 없었으니까.

“도대체 너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할 정도군. 어디 한 번 말해봐라. 너희는 헬-라시온에서 무슨 일을 겪었기에 지금 이렇게 내 앞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인지를.”

자신의 물음에도 인간들은 여전했다.

아니, 자신을 아예 없는 존재처럼 여기며 느긋하게 여기저기 삼삼오오 흩어져서 앉기까지 했다.

마치, 이제부터 시작될 새로운 쇼를 구경하려고 기다리는 구경꾼들 마냥.

여러모로 자신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인간들의 행동에 마왕은 더 이상 화도 나지 않았다.

“내 소문이 아직 네 귀에는 들어가지 않은 거야? 아니면… 너도 왕따냐?”

무혁의 물음에 마왕은 무슨 소리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네 아래 서열 마왕은 둘이나 날 잡겠다고 나섰는데도 상황 파악 제대로 못해서 죽었단 말이야. 그런데 넌 왜 혼자야? 설마, 네가 그 두 마왕을 가볍게 쓰러트릴 정도로 강한 건가? 그렇다면 지금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고.”

그제야 마왕은 무혁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여기저기 흩어져서 앉아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을 훑어보더니 이윽고 무혁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설마… 네놈 혼자서 날 상대하겠다는 거냐?”

“보면 몰라?”

무혁의 반문에 마왕의 얼굴은 황당함을 넘어선 그 무언가가 떠올랐다.

상대가 인간인 것도 여전히 당황스러운데, 여럿이 아닌 혼자서 자신을 상대하겠다니!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지 마. 몸으로 이해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말을 마친 무혁은 곧바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멀리서도 피부가 찢어질 것만 같은 예기를 머금은 강력한 공격이 날아들자 마왕은 이것저것 고민할 것 없이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마주 휘둘렀다.

쩌- 엉!

공간 자체가 그대로 압축했다가 터져버리면서 마왕성 전체로 퍼져나가는 강력한 진동에 온 벽면과 바닥, 천장까지도 균열이 가거나, 부서졌다.

덩달아 편안하게 앉아서 구경하려고 했던 킬 라시온 멤버들은 서둘러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더니… 구경도 편하게 앉아서 못하겠네.”

“이래서 괴물들 싸움은 멀리서 봐야 한다니까.”

“항상 생각하는 건데 말이야, 무혁이가 싸우는 거 보고 있으면 내가 정말 강해진 게 맞는 건지 의심부터 든다니까.”

저마다 투덜거리며 킬 라시온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고래, 혹은 괴물이라 빗대었던 무혁과 마왕의 싸움으로부터 안전하게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로드와 아르케니아의 뒤쪽으로 모여들었다.

자연스럽게 로드는 그림자를 이용해서 보호벽을 만들었고, 아르케니아 역시 반투명한 구 형태의 보호막을 생성하며 자신과 주변 멤버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지금까지 너 혼자서 마왕들을 쓰러트렸다는 거냐?”

무혁은 뭘 귀찮게 일일이 대답을 하냐는 듯 몸으로 알려주었다.

손에 쥔 블랙 본 장검을 가볍게 휘두를 때마다 공간이 쩍쩍- 갈라졌다.

방향이나, 궤도 따위를 읽을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급작스럽게 날아드는 무혁의 공격에 마왕은 더 이상 물음을 건네지 못하고 열심히 방어에만 신경을 쏟아 부어야 했다.

‘이게 인간의 공격이라고?’

한낱 인간의 공격이라고 하기엔 너무 강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빨랐으며, 그 변화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변칙적이기까지 했다.

쩌어엉!

“큭!”

손이 저릿저릿- 할 정도의 충격에 마왕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더 이상 방어만 해서는 승산이 없다 여겨 반격을 시도했다.

무혁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안에도 왼손에 쥐고 있었던 검은 연기를 자신의 발밑으로 툭- 떨어트리자 곧바로 연기가 바닥으로 스며들어갔다.

마왕의 행동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던 무혁은 검은 연기가 바닥으로 스며들자 본능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임을 예측하고는 초감각부터 극대화시켰다.

그러자 자신의 발아래에서 아주 미세한 기운이 느껴졌다.

초감각을 극대화시키지 않았다면 결코 느낄 수 없었을 정도로 은밀한 기운이었다.

‘온다!’

무혁은 자신의 발밑에서부터 뚫고 올라오는 기운에 재빨리 몸을 좌측으로 이동했다.

콰가가가강!

간발의 차이처럼 보였으나 무혁은 충분히 여유 있게 몸을 피했고, 그와 동시에 발아래가 폭발하며 새카만 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감이 좋구나.”

마왕은 진심으로 무혁을 칭찬했다.

어지간한 천사들조차 그 낌새조차 느끼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나가 떨어졌었던 공격이었다.

그런데 무혁이 그것을 피했다는 건, 단순한 운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마왕은 정확하게 간파한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마왕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내걸렸다.

“귀찮게 뭘 피해? 수룡!”

무혁은 별 게 다 걱정이라는 듯 곧바로 수룡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이용해서 마왕이 만들어 낸 새카만 기둥을 칭칭- 감싸버렸다.

“시도는 좋았다만…….”

마왕의 입가에서 희미한 미소가 사라지자 새카만 기둥이 그대로 폭발해버리며 수룡까지도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사라지지 않는다?”

무혁은 조각나버린 수룡과는 다르게 허공에서 다시금 몽글몽글- 모여드는 새카만 연기의 모습에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할 것 없다.

저런 류의 공격을 처음 접하는 것도 아니니까.

“저걸 없애기가 힘들다면… 널 잡으면 되겠지.”

무혁은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새카만 연기는 피하고, 그걸 조종하는 마왕을 잡아버리면 그만이라 여겼다.

“본질은 잘 파악을 했다만, 그게 어디 쉬울 것 같으냐?”

“내가 말했잖아. 네 그 편협한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고. 그냥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이해해.”

그리고 시작된 무혁의 무차별적이면서도 폭력적인 공격!

마왕 역시도 자신을 노리는 무혁의 공격을 신중하게 방어하면서 검은 연기를 다시금 바닥으로 스며들게 만들어 부지불식간에 검은 기둥으로 반격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무혁은 귀신같이 그 기운을 느끼고 한 발 먼저 몸을 피해버렸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거나, 직접 몸을 움직이기가 귀찮다 싶으면 블링크를 이용해서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공격을 퍼부었다.

거기에다가 블랙 본 장검 공격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다크 문 공격까지 연계로 이어지자 마왕의 몸에는 어느새 상처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이렇게까지 강한 상대였으니 마왕들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더욱이 상대는 하찮게 여기는 하등 종족인 인간이기까지 했으니 더욱더 방심했을 마왕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모든 일들이 너무나도 당연스러웠다.

‘놈은… 상위 서열 마왕들 수준이다!’

인정하기 힘들지만, 눈앞의 상대는 상위 서열 마왕들과 동급의 실력자였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거기까지가 한계이기도 했다.

“큭!”

왼쪽 가슴에서 시작된 강렬한 통증에 마왕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서 있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 마왕 앞으로 걸어가며 무혁이 물었다.

“이제는 이해가 가나?”

“네놈은 충분히 강하다. 인정하지. 네가 원하는 것이 뭐지?”

“내가 원하는 거?”

“이곳 마계까지 와서 이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당연히 원하는 것이 있을 것 아니냐? 도대체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마왕의 물음에 무혁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

“너희가 따르는 라시온이라는 놈의 목.”

“뭐?”

“멀쩡하게 잘 살아가고 있던 우리를 그 X같은 곳으로 끌고 왔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 아냐?”

무혁의 말을 곱씹어보던 마왕이 되물었다.

“…헬-라시온을 말하는 건가?”

“그래, 왜 그런 곳을 만들어서 멀쩡하게 잘 살고 있던 나를 그 지옥으로 끌고 왔는지, 그 이유나 한 번 들어보고 죽일 거다.”

“죽여? 라시온 님을? 큭큭큭큭!”

마왕은 정말 웃긴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상체까지 들썩거리며 웃었다.

“왜? 못할 것 같아?”

마왕이 처음으로 무혁을 미련스럽게 바라봤다.

“내가 지금까지 본 인간들 중 가장 미련한 놈이로군. 네 힘이 강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라시온 님을 노린다는 건… 지금까지 내가 들은 말 중 가장 우스운 말이다. 그리고 너희 인간들을 헬-라시온으로 데려온 이유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라시온 님을 대신해서 대답을 해줄 수도 있다.”

“말해 봐.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어? 아니, 우리한테 왜 그랬어?”

살짝 흥분한 듯한 무혁의 모습에 마왕이 입가에 진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큭큭큭!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무슨 거창한 이유 따위가 필요하겠느냐? 그래, 네놈이 그렇게 듣고 싶은 이유이라면 그건 그저 유흥일 뿐이다. 단순한 재미 이상의 그 어떠한 의미도 없는 일일 뿐이었다.”

“뭐?”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지는 무혁의 모습을 보며 마왕이 낄낄- 웃었다.

“큭큭큭큭. 너희 인간은 그저 하찮은 장난감일 뿐이다. 그분의 뜻을 너 따위 하찮은… 컥!”

마왕의 목을 강하게 움켜쥔 무혁의 눈동자가 분노로 일그러졌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 왜… 왜 하필 우리야?”

자신의 목을 움켜쥔 무혁의 팔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마왕은 히죽-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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