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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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9화
심판의 검 (11)
“위험해?”
물음은 건네는 목소리는 무척이나 퉁명스럽기만 했다. 반대로 대꾸를 하는 이의 음성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렇습니다. 성장의 한계가 없는 종족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또 한 번 증명하고 있습니다.”
“대신 그 어떤 종족보다도 시간의 제약을 가장 혹독하게 받는 종족이기도 하지.”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더불어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듯, 목소리의 주인은 자신을 찾아온 이를 조금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시간의 제약은 이미 어느 정도 벗어났습니다.”
작정하고 찾아온 만큼 대꾸하는 이 역시도 물러설 마음이 없다는 듯 자신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래봐야 백년을 겨우 넘길 뿐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
“그 한계마저 언젠가는 깨어버릴 수 있는 종족입니다.”
“한계라는 것은 그리 쉽게 깨어지는 것이 아니지.”
“고작 십여 년이 흘렀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만큼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번 깨져버린 한계 따위 언제든 두 번, 세 번 깨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듯 보였다.
“두려운 거냐?”
“두렵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한다.
부끄러울 수도 있는 대답임에도 그는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했다.
“진심인 거냐?”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때는 저 역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전 두려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는 거냐?”
“잠재적 위험요소를 알면서도 방치할 순 없습니다.”
“오랜만이구나. 케케마탄, 네가 나에게 이토록 강력하게 주장을 하는 일은.”
퉁명스럽기만 했던 음성에 따뜻한 훈풍이 불었다.
케케마탄, 마신 라시온을 따르는 마왕들 중 그 어떤 마왕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서열 1위의 존재.
마왕들 중 유일하게 마신의 앞에서 제 생각을 가감 없이 꺼내 보일 수 있는 케케마탄이었기에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허락해주십시오. 제가 직접 헬-라시온의 인간들부터 중간계 모든 인간들의 씨를 말살해버리겠습니다.”
“천계에서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천계에서 전쟁을 하고자 한다면, 그 또한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천계와의 전쟁조차 두렵지 않다는 케케마탄의 자신감에 마신 라시온이 고개를 저었다.
“천계와의 전쟁은 안 될 일이다. 다른 마신들이 원하지 않고 있으니까.”
말을 하는 라시온의 음성에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케케마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다른 마신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케케마탄으로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제 멋대로 행동했다가는 다른 마신들의 분노를 살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건 자신이 모시는 라시온에게도 큰 해가 될 일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기에 케케마탄은 미리 준비를 했었던 다른 방안을 꺼내놓았다.
“앞으로 헬-라시온으로 끌고 오는 인간들의 수를 늘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중간계의 인간들의 수를 줄이겠다는 거냐?”
케케마탄의 계획을 간판한 라시온이 다시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헬-라시온은 라시온 님의 권역이니 천계에서도 간섭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중간계의 인간들 수가 줄어들면 그 또한 천계의 행동을 억제할 수가 없어진다.”
얄팍한 잔꾀로는 어림도 없으니 꿈도 꾸지 말라는 라시온의 뜻이었다.
“인간들의 한계가 깨어진 것은 헬-라시온이다. 즉, 내가 아니었다면 결코 인간들은 스스로 제 한계를 깨트릴 수가 없다. 그들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일이다. 중간계의 인간들은 신경 쓸 것 없다.”
괜한 것에 신경 쓰지 말라는 라시온의 말에 케케마탄은 더 이상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자신의 투정을 받아주는 것도 여기까지였으며, 실제로 라시온의 말처럼 중간계의 인간들은 그 역사에 비해 정말 하찮은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어찌 보면 중간계 자체가 인간들에게는 제약인 셈이었다.
생각을 해보니 중간계의 종들은 대다수가 비슷했다.
‘그렇군. 양쪽에서 서로 완충지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어.’
생각을 마치고 나자 케케마탄은 더 이상 중간계의 인간들까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남은 건 헬-라시온의 인간들이다.
“언제까지 헬-라시온을 유지하실 생각이십니까?”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케케마탄은 어느새 마족들을 위협할 정도로까지 성장해나가는 인간들의 모습에 이쯤에서 끝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확실하게 성장의 한계를 제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케케마탄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번들거렸다.
헬-라시온에서 마족들의 간섭력을 지금보다 월등하게 높인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일이었다.
더불어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더욱더 철저하게 감시하면 될 일이기도 했다.
라시온은 그런 모습을 그저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그렇지 않아도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중이었는데… 요즘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중이다.”
라시온의 흥미를 다시 끄는 존재, 제 울타리를 뛰쳐나와 마계를 흐리고 있는 놈이다.
케케마탄은 라시온의 흥이 깨지길 원했다.
자칫 더 많은 인간들이 성장의 한계를 깨도록 만들어버린다면 그때는 인간들을 상대로 전쟁이라는 행위를 하게 될지도 몰랐기에 케케마탄으로서는 그런 치욕스러운 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선 놈들부터 확실하게 잡아야겠군!’
케케마탄은 자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케케마탄을 바라보는 라시온의 표정은 재밌는 장난감을 손에 쥔 아이처럼 즐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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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크기가 성장했습니다.]
빠르다.
무혁은 또 한 번 영혼의 크기가 성장했다는 알림에 미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서열 19위를 시작으로 18위, 그리고 17, 16, 15위까지 마왕들을 차례차례 쓰러트렸고, 그 때마다 그들의 영혼을 흡수하며 영혼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성장을 했다.
하위 서열 마왕들의 영혼을 흡수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성장 속도였다.
그만큼 상위 서열 마왕들의 영혼이 무혁의 성장에 큰 폭으로 영향을 준다는 의미였다.
영혼의 크기가 성장할수록 무혁의 힘도 크게 상승했다.
덕분에 심판의 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심판의 검을 일부러 자제하지는 않았다.
확실한 마무리용이라고나 할까?
어지간하면 무혁은 마왕을 상대로 직접 전투를 벌였고, 그러한 실전을 통해서 능력을 극대화시켜나갔다.
덕분에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마족들과의 전투 횟수가 늘어남으로써 점점 더 전투 능력이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금방 서열 10위 안으로 들어가겠지?”
르케임의 말에 미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이나 걸리려나? 진짜 금방이네.”
처음에는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우려와 걱정이 앞섰었다.
더욱이 마왕을 만나는 족족 사기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심판의 검만 사용하며 마왕들을 순식간에 쓰러트리는 무혁의 모습이 너무 성급하게 보여서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워낙에 무혁을 믿었기에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언제고 심판의 검이 통하지 않는 마왕을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크게 손해를 보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파아크로와의 싸움 이후 무혁이 달라지면서 그러한 불안감도 깨끗하게 사라져버렸다.
오히려 이제는 점점 더 마신 라시온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킬 라시온 멤버들 전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 정도였다.
물론, 아직까지 남은 마왕들도 많았고, 그들 모두 차원이 다른 강함을 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무혁 또한 하위 서열 마왕들을 상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솔직히 서열 1위의 마왕이라 하더라도 과연 앞길을 막아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이제 라시온만 만나면 이 모든 것도 끝이 나는 거네.”
마크의 말에 멤버 모두가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기쁨이나, 슬픔 따위가 아닌 홀가분함이었다.
마신 라시온을 대면했을 때,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까?
아니, 과연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솔직하게 말해서 멤버들 모두 어느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모두 죽을 것이다.
자신이 타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킬 라시온 멤버들은 마신 라시온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삶에 대한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으며, 돌아간다 하더라도 결코 행복하게 편안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걸.
어차피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이니 가장 화려하고도 멋들어지게 마무리를 할 작정으로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마신 라시온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무혁 또한 그랬다.
그런데…….
불꽃과도 같은 화려한 마무리 따위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마왕들을 모두 죽이고도 마신 라시온을 상대할 수 없다 판단이 든다면 미련 없이 무혁은 다른 길로 방향을 선회할 생각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마신들의 마왕, 그리고 마계 전체의 마족들을 모조리 죽여서라도!
“흠… 이번에는 두 놈이군.”
송정민의 말처럼 굳이 느끼려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지는 강대한 두 개의 마기에 킬 라시온 멤버들과 무혁은 다시금 긴장의 끈을 조였다.
보란 듯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두 마기는 앞서 싸웠던 서열 15위의 마왕과는 또 달랐다.
‘격차가 어마어마하군.’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지금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두 명의 마왕 역시 이제까지 상대를 해왔던 마왕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리고 함께 서 있는 두 마왕간의 실력 차이도 상당했기에 무혁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야 자존심을 버리는 건가?’
19위와 18위를 연달아 격파했음에도 불구하고 17위, 16위, 15위의 마왕을 죽일 때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에 무혁은 내심 마왕들의 그 거만하고도 오만한 모습에 혀를 찼었다.
그런데 두 명의 마왕이 함께 등장했다.
그 말인 즉, 더 이상 무혁과 킬 라시온의 전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무혁은 자신을 향해 노골적으로 마기를 뿌려대고 있는 두 마왕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사태 파악을 하려면 똑바로 해야지. 날 곤란하게 만들고 싶다면 둘이 아니라 셋이 왔었어야지.”
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두 명의 마왕을 향해 똑바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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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간이 확실한 거냐?”
“아마도 그런 듯 싶습니다.”
“네 추측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사실만을 말해라.”
숨통을 조여 오는 압박감에 틸리아나는 황급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합니다. 분명히 그 인간이 맞습니다.”
틸리아나의 대답에 그녀의 앞에 서 있던 장신의 남자가 경고를 하듯 말했다.
“만약 네 대답이 틀렸을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네.”
남자가 말하는 혹독한 대가가 무엇인지를 아는 틸리아나였기에 대답을 하는 그녀의 음성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윽고 남자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이 깨끗하게 지워져버리자 그제야 틸리아나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하필이면 왜 날 찾아와서는…….”
신경질적으로 말을 하면서도 틸리아나는 상대가 자신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단 말이야. 아무리 천사의 힘을 승계 받았다 하더라도 어떻게 인간 따위가 상위 서열 마왕들에게까지 닿을 정도로 힘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생각할수록 이해가 가지 않았으며, 믿겨지지도 않았지만 현재 마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었기에 틸리아나로서도 더 이상의 의심은 할 수가 없었다.
“그 인간도 이제는 끝이겠지? 다른 마왕도 아니고 벨라이온 님이니까.”
다른 마왕들이라면 몰라도 상대가 벨라이온이라면 제 아무리 천사의 힘을 승계 받은 인간이라 하더라도 결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쨌든 이제 마계도 다시 조용해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