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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2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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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8화

심판의 검 (10)

 

파아크로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봤다.

은은한 검은색의 광을 뿌려대는 한 자루의 검이 가슴팍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큭큭… 쿨럭!”

웃음을 흘리다 핏덩어리가 입안에서 울컥! 솟구쳐 올라오자 파아크로는 억지로 삼키기보다는 보란 듯이 그것을 옆으로 내뱉었다.

퉤- 하고 피가 한꺼번에 바닥을 적셨을 정도로 큼지막한 덩어리였다.

두 손으로 받아도 넘칠 정도의 양이었기에 그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단하구나. 큭큭큭!”

여러 의미가 내포된 말이었다.

무혁 또한 파아크로가 진심으로 자신에게 감탄하고, 칭찬을 한다는 것을 알기에 비아냥거리거나, 그를 우습게 여기지 않았다.

‘확실히 차원이 다르네.’

파아크로는 확실히 지금까지 만났었던 그 어떤 마왕들보다도 강했다. 아니, 그들을 모두 하나로 합쳐놓은 것보다도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움의 승자는 무혁이었다.

무혁은 파아크로를 가만히 바라봤다.

가슴에 꽂혀 있는 블랙 본 장검은 그저 마침표를 찍었을 뿐이었다.

왼쪽 팔이 절반 가까이 날아가 있었고, 오른쪽 옆구리는 흉물스럽게 뜯겨졌으며, 어깨와 종아리 등의 부상도 치명적이었다.

그냥 온 몸이 걸레짝이 될 정도로 많은 부상을 입고 있는 파아크로였다.

모두 무혁의 공격에 당한 상처들이었다.

당연히 무혁 또한 멀쩡하지 않았다.

왼쪽 어깨뼈가 박살났고, 허리는 피부가 쩍- 벌어지다 못해 당장이라도 장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괴물과도 같은 회복력 덕분에 흉물스럽게 내장들이 흘러내리는 꼴을 면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파아크로를 상대하며 무혁 역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야만 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다급했던 부상은 없었고, 설령 그런 경우가 생겼다 하더라도 모든 상처를 멀쩡하게 복구시켜 줄 수 있는 권능, 리커버리가 있는 이상 무혁으로서는 파아크로를 상대로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여벌 목숨을 가지고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지.’

단숨에 무혁을 때려죽일 정도의 실력 차이를 가지지 못한 파아크로로서는 사실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던 셈이다.

그 또한 무혁과 파아크로의 실력 차이였기에 미안해 할 이유도, 파아크로가 억울해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큭큭큭… 완벽한 패배로군. 나나 저놈들이나…….”

파아크로의 시선이 자신을 따르던 마족들에게로 향했다.

위에서 머물러야 할 시선이 죄다 아래로 깔린다.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는 소리다.

월등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마족들은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파아크로가 싸움 중반부터 무혁에게 밀리기 시작했기에 잠깐 동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부터 마족들은 킬 라시온 멤버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파아크로를 따르는 마족들이 하위 서열 마왕들이 거느린 마족들보다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봐야 마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일일 뿐이다.

이미 한 사람, 한 사람이 하위 서열 마왕에 버금가거나, 뛰어 넘어설 정도의 실력을 자랑하는 킬 라시온 멤버들이었기에 애초부터 단순하게 머릿수로 승패를 결정짓는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무혁 역시도 킬 라시온 멤버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마음껏 파아크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묻고 싶은 게 있다.”

무혁의 말에 파아크로가 쓰러져 있는 마족들에게서 시선을 떼어냈다.

“그래, 궁금한 게 뭐지?”

승자에 대한 배려일까? 아니면, 패자라서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뜻인가?

무엇이 되었든 무혁으로서는 자신의 물음에 전혀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파아크로의 모습에 재빨리 질문을 건넸다.

“종의 종말이 무슨 뜻이었지?”

파아크로가 큭큭- 거리며 웃더니 대답을 해주었다.

“말 그대로 받아들여라. 너희 인간 종족의 종말을 말한 것이니까.”

왜? 어째서? 누가?

무혁의 눈빛에 복잡한 질문들이 얽히자, 그것을 읽어낸 파아크로가 피가 끓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군. 큭큭큭!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간단하게 너희가 인간 모두를 대변하듯 행동을 했기에 우리들로서는 결코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마왕들이 인간들을 모두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뜻인 거냐?”

“정확하게는 마계의 의지라고 보면 되겠지.”

“마계의 의지라고?”

“마계는 이미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숙적을 두고 있다.”

마계의 숙적이라면 답은 뻔하다.

“천계?”

파아크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또 다른 적을 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나와 내 동료들이 특별한 뿐인데? 다른 인간들은 지극히 평범해서 마수조차 제대로 상대할 수 없는…….”

“넌 처음부터 그렇게 타고났다는 거냐?”

비웃는 듯한 파아크로의 반문에 무혁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특이 케이스라 하더라도 마계의 입장에서는 어쨌든 제2의 무혁이나 킬 라시온 멤버들이 또 다시 나타날 수 없도록 아예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미인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밟으면 밟는 대로 찍- 소리도 못하고 죽어야만 했던 인간들이었다.

잠재력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그 한계를 보여주었기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그것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것이다.

어떠한 특수 상황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중요한 것 아니었다. 존재의 유무 자체가 중요할 뿐이었으니까.

“과거에도 나와 같은 일이 있었다는 거냐?”

“있었지. 그것도 아주 많았지. 너희 인간들보다 더 뛰어난 종도 많았지만, 모두 종의 종말을 피하지 못했다.”

“…….”

무혁은 입술을 짓씹었다.

자신의 행동이 인간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건가?”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는 파아크로의 물음에 무혁은 겉으로라도 솔직한 심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감상적인 인간이로군. 어차피 네가 아니었어도 누군가 너와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다. 그게 바로 너희 인간들이니까. 아니, 모든 가능성을 가진 종들의 숨길 수 없는 본능이지.”

딱히 틀린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혁의 마음은 좀처럼 편해지지 않았다.

“…왜 하필 우리였지?”

파아크로가 자신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답을 하지 못하자, 무혁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왜! 왜 하필 우리를 그 빌어먹을 곳으로……!”

무혁은 소리를 내지르다 멀지 않은 곳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에 재빨리 시선을 옮겼다.

“루이테만이로군.”

그게 누구냐는 무혁의 눈빛에 파아크로가 히죽- 웃었다.

“내 바로 위 서열의 마왕이지. 혹시라도 내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다고 했었지. 물론, 나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루이테만이 오고 있다는 건, 이제 너와 네 동료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이기도 하겠구나.”

자신의 복수를 해준다는 사실에도 파아크로는 딱히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못마땅하다는 표정이 더욱더 커 보였다.

“도망가고 싶겠지만, 그럴 수 없을 거다. 이미 루이테만이 이 주변을 장악하고 있을 테니까.”

“누가 도망가겠다고 했어?”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리커버리를 펼쳤다.

파아크로에게 당했던 부상들이 모조리 회복되었으며, 체력 또한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정말이지 자신의 권능이지만, 너무나도 사기적이라 생각이 드는 무혁이었다.

권능의 단계가 1단계라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열흘에 한 번씩은 새롭게 사용할 수 있었기에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확실히 파아크로보다 강하다!’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루이테만이라는 마왕의 마기는 파아크로보다 위였다.

그것도 근소한 차이가 아니라 상당한 차이를 두고 있을 정도였기에 어째서 파아크로가 자신과 킬 라시온 멤버들의 죽음을 기정사실화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어디 누가 죽는지 볼까?”

무혁은 루이테만을 상대로는 처음부터 심판의 검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자신보다도 강하게 느껴지는 상대였기에 괜한 호승심 때문에 객기를 부려서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아크로가 경고한 ‘종의 종말’이 무혁의 심장을 묵직하게 짓누르고 있었기에 더 이상 섣부르게 행동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내 목표가 더욱더 명확해졌다.”

“목표?”

그것이 무엇이냐는 파아크로의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무혁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해주었다.

“이 모든 사태를 만든 라시온을 죽이는 것. 그리고 종의 종말인지 뭔지를 계획하려고 한다면 마계 전체를 상대로라도 칼을 들겠다는 것. 그게 내 목표다.”

“…뭐?”

파아크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헛소리를 들었다는 듯, 지금까지 멀쩡하게 상식적으로 대화를 나누던 상대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4차원의 말을 지껄이고 있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무혁을 바라봤다.

“내 말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 없어. 하지만, 알게 될 거다. 너희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무혁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파아크로의 가슴팍에 박아 넣었던 블랙 본 장검을 옆으로 그으며 그의 심장마저도 반으로 갈라버렸다.

“큭큭큭…….”

심장이 반으로 갈라졌음에도 파아크로는 곧바로 죽지 않았다.

하지만, 서서히 눈빛에서 생명의 빛이 꺼져가고 있었기에 무혁은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흠, 놀랍군.”

무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신의 머리 위 높은 곳에서 한 존재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존재.

파아크로가 말했던 루이테만이었다.

“루이테만?”

무혁의 물음에 루이테만이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감히 나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지? 도대체 누가 네게 그것을 알려준 것이지?”

“파아크로가 그러더군. 네놈이 내 뒤통수를 칠거라고.”

“뒤통수?”

루이테만이 기가 막히다는 듯 헛바람을 토해냈다.

“파아크로랑 싸우고 힘이 빠진 날 잡겠다고 대기하고 있었으면 충분히 뒤통수를 치겠다는 거잖아, 안 그래?”

“더 이상 말을 섞을 가치도 없는 놈이로군!”

자신이 불리해지면 전형적으로 뻔뻔하게 되려 큰 소리를 치는 성격이었다.

무혁은 그런 루이테만을 향해 혀를 찼다.

“가진 능력에 비해 여러모로 파아크로보다 한참이나 부족한 놈이군.”

루이테만만큼이나 무혁 역시도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준엄한 심판관처럼 루이테만에게 죽음을 선고했다.

“심판의 검.”

새하얀 불길, 마치 정지가 되어버린 듯 보이는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홀로 움직이는 유일한 존재인 무혁.

루이테만은 믿을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거역할 수 없을 정도의 압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몸을 옥죄어왔기 때문에?

아니다!

‘이, 이 힘은…….’

딱! 한 번 느껴본 적 있다.

다른 듯하지만, 아주 흡사한 성질의 힘이라서 자연스럽게 그 존재가 떠올랐다.

상위 서열 마왕들도 저절로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존재.

마계를 지배하는 실질적인 일곱 명의 지배자들.

‘어, 어떻게 인간에게서…….’

경악한 눈동자로 무혁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루이테만은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가진 바 모든 힘을 동원해봤지만, 고작 손목만 까딱- 거리는 것이 최선일 뿐이었다.

인간이, 아니 인간인지 의심되는 무혁이 새하얀 불길을 머금고 있는 검을 내질러온다.

위험하다.

너무나도 위험해서 본능이 미친 듯이 발악을 하고 있었다.

푸우우욱-!

심장을 뚫고 들어오는 강렬한 통증, 온 몸이 타는 듯한 격렬한 통증에 루이테만은 더 이상 어떠한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있는 힘을 다해서 자신이 얼마나 거대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알릴뿐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새하얀 불길에 휩싸여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루이테만의 모습을 무혁은 무감정한 눈으로 지켜보며 숫자 17을 떠올렸다.

이제 무혁의 앞에 남아 있는 걸림돌의 숫자였다.

열일곱 개의 걸림돌을 모두 부숴버리고 나면 최종 목표였으나, 1차 목표로 바뀌어버린 마신 라시온의 앞에 설 수 있었다.

“종의 종말?”

무혁의 비틀린 입매에서 차디찬 한기가 풀풀- 흘러나왔다.

“역관광이 뭔지 보여줄게.”

그 어느 때보다도 서늘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는 무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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