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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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4화
심판의 검 (6)
“모두 정신 차려요!”
무혁의 외침에 몽롱한 표정으로 니니스를 바라보던 킬 라시온 멤버들이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뭐, 뭐야?”
“방금 뭐였어?”
“설마… 홀렸던 거야?”
제정신을 차린 멤버들이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다 니니스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니니스가 제법이라는 듯 입가에 짓궂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니니스는 여러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매혹’이라는 능력은 아주 짧은 순간 내에 상대방의 정신을 쏙- 빼놓아 아무런 생각도, 행동도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매혹에 빠져들면 그때부터는 완벽하게 니니스의 뜻대로 상황이 변한다.
매혹의 강도를 높여서 자신을 추종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그대로 치명상을 입혀서 죽음에 이르게까지 만들거나 하는 등의 수법을 자주 사용해왔던 니니스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매혹에 빠지려던 찰나에 무혁이 그것을 간파해낸 것이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내 마기를 밀어낼 정도라고?’
니니스가 무혁을 바라보며 보일 듯, 말 듯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마기를 밀어낼 정도라는 건 한 마디로 자신보다 절대 아래가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너 정체가 뭐야?”
니니스는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무혁의 모습이 답답하다는 듯 그렇게 물어왔다.
시원하게 얼굴부터 내밀라는 뜻이었기에 무혁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벗어버렸다.
“……?”
무혁의 얼굴이 드러나자 첫 반응은 ‘뭐지?’였다.
마계에서 난장을 치고 다녔기에 당연히 같은 마족이라고 여겼는데, 예상외로 무혁의 얼굴에서 당연히 보여야 할 ‘뿔’이 보이질 않았기 때문에 한 순간 사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마족이 아니었어?”
“마족도 아닌 존재가 마계를 제 멋대로 헤집고 다녔다고?”
“…설마, 천사였던 거야?”
마족이 아니라면 당연히 그 반대의 인물인 ‘천사’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천사는 아니야.”
하지만, 놀랍게도 무혁의 등 뒤로 마족의 ‘뿔’만큼이나 숨길 수 없는 천사의 징표인 ‘날개’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옷으로 가린다 하더라도 그 모양새를 숨길 순 없었기에 너무나도 밋밋한 무혁의 등을 보고 있으니 도저히 날개를 가리고 있다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기에, 그를 바라보는 니니스와 그의 주변 마왕들 모두 혼란에 빠졌다.
“너… 누구야?”
니니스의 물음에 무혁이 빈정거리듯 대꾸했다.
“너희가 가장 하찮게 여기던 존재?”
그러나 무혁의 빈정거림에 니니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피식- 웃었다.
“우리에겐 모든 존재가 하찮지. 그러니 말을 하려면 똑바로 해라.”
쉽게 흥분하지 않고, 도발에도 걸려들지 않는 니니스의 모습에 무혁은 더 이상 시시껄렁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 여겼기에 확실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헬-라시온에서 넘어온 존재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헬-라시온?”
니니스가 눈을 꿈틀거렸고, 다른 마왕들 또한 얼굴을 찌푸렸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계산이 끝났는데, 그게 가능한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한참 만에 니니스의 왼쪽 편에 서 있던 마왕 하나가 입을 열었다.
“지금 스스로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거냐?”
무혁은 자신에게 물음을 건넨 마왕을 똑바로 바라봤다.
“제대로 이해했네. 그런데 너도 마왕이냐?”
무혁의 도발적인 물음에 그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포레이드가 내 이름이다! 들어는 봤겠지?”
“아아… 포레이드.”
안다. 현재 살아있는 마왕들 중 가장 서열이 낮은 마왕. 즉, 포레이드는 서열 47위의 마왕이었다.
포레이드의 정체를 확인하고 난 무혁은 그제야 니니스의 주변으로 서 있는 마왕들을 스윽- 훑어봤다.
풍기는 기운도 그러했고, 서 있는 위치 또한 니니스보다 서열이 낮은 마왕들이 확실해 보였다.
‘니니스가 불러 모은 건가? 아니면, 저희들끼리 모여서 니니스를 찾아간 건가?’
어느 쪽이든 무혁으로서는 나쁠 것 없었다.
처음에야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서 피한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그들이 두려워서 피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나중에는 이미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며 일일이 찾아다니기 귀찮았기에 내버려 뒀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앞에 알아서 나타나 주었으니 무혁으로서는 당연히 고마울 정도였다.
“인간 주제에 우리를 앞에 두고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한 마왕이 기가 막히다는 듯 그렇게 말을 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너무 황당해서 화조차 나지가 않았던 것이다.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무혁은 태연스럽게 대꾸하면서도 이 싸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왕 하나는 로드에게 맡긴다. 멤버들 또한 두 명까지는 어떻게든 붙잡고 늘어질 수 있을 테니까… 결국은 내가 니니스를 포함해서 셋을 잡아야 한다는 거군.’
딱히 어려울 건 없다.
다만, 중요한 포인트는 이들의 대장이나 다름없는 니니스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잡느냐가 관건이었다.
모든 싸움에서 그 무리를 이끄는 대가리를 언제, 어떻게 잡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기도 하기에 무혁은 가장 효과적으로 니니스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심판의 검을 사용해서 니니스를 포함해서 최대한 많은 마왕들을 잡아버리고 싶었지만…….
‘저게 신경이 쓰인단 말이지.’
니니스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막.
아까부터 은근하게 신경을 긁어대고 있는 중이다.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니니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 투명한 막을 뚫어야만 할 것 같았다.
심판의 검은 지금까지 마왕들의 신체에 직접 위해를 가해왔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지금처럼 니니스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막과 같은 외부적인 힘에는 사용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만에 하나라도 심판의 검을 사용했는데 저 투명한 막을 뚫지 못하고 3초의 시간만 허비해버린다면?
싸움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기에 무혁으로서는 섣부르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우선은 저것부터 파악하는 게 순서라면…….’
무혁은 슬그머니 블랙 본 단검을 만들어 내고는 니니스의 얼굴을 노리고 내던졌다.
텅-!
부지불식간에 날아간 블랙 본 단검은 니니스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막에 가볍게 막혀서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저 미친 인간 놈이!”
“야비하게 기습을 하다니!”
“역시 인간이라는 종족은 저열하기 짝이 없군!”
공격을 받은 당사자인 니니스보다 곁에 서 있던 마왕들이 기가 막히다는 듯한 얼굴로 무혁을 향해 온갖 욕설을 내뱉었다.
반면, 니니스는 무혁이 어떠한 의도로 블랙 본 단검을 던졌는지 다 안다는 듯 히죽- 웃었다.
“이 보호막은 내 몸의 일부와 같지. 어지간해서는 뚫을 수가 없을 거야.”
자신감 가득한 니니스의 말에 무혁은 그렇지 않아도 그런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여주고 말았다.
“저 건방진 인간을 내 손으로 직접 죽여 버리고 싶은데… 괜찮겠지?”
니니스 또한 무혁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심 궁금했는데, 포레이드가 스스로 나서겠다니 기꺼웠다.
“인간! 앞으로 나서라! 네놈의 심장을 내가 직접 뽑아내주마!”
투지 가득한 포레이드의 외침에 무혁은 한발 뒤로 물러나며 로드를 불렀다.
“로드야, 네가 상대해봐.”
무혁의 말에 로드는 가타부타 말 한 마디 없이 앞으로 나섰다.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로드라면 어느 정도 버텨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에 무혁의 결정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네가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봐. 넌 충분한 자격이 갖춰졌으니까.”
로드가 자신의 곁을 지나갈 때, 무혁이 그렇게 말해주었다.
“예, 아버지.”
로드 역시도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인해볼 좋은 기회라고 여겼기에 포레이드를 상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따윈 조금도 내보이지 않았다.
상대가 마왕인만큼 긴장은 할 수밖에 없었지만,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상대해볼만하다고 여기는 로드였다.
“…넌 인간이 아니군.”
포레이드는 무혁이 아닌 로드가 앞으로 나서자 화가 치솟았지만, 상대의 정체가 독특하다는 사실을 알아보고는 흥미롭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인간, 마족, 천사 아니면 그 외의 존재라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지.”
말과 함께 로드의 발밑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툭! 툭! 툭! 툭! 떨어져 나왔다. 모두 5개, 그리고 놀랍게도 그림자가 지면에서 스윽- 일어났다.
한 마디로 그림자가 땅 위에 서 있는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수백 개의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던 로드는 어느 순간부터 그림자를 이렇게 분신마냥 다룰 수가 있게 되었고, 그 그림자들의 힘과 속도는 로드가 전력으로 낼 수 있는 힘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뛰어났기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장난스럽게 로드가 자가 복제에 성공을 했다고 표현을 할 정도였다.
“멍청하군. 힘을 하나로 합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비효율적으로 분배를 하다니 말이야.”
포레이드는 로드가 만들어 낸 그림자들을 바라보며 쯧- 하고 혀를 찼다.
포레이드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상관없다는 듯, 로드는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촤자자자작!
다섯 개의 그림자가 노을을 받아 지면에서 길게 늘어지듯이 순식간에 포레이드의 주변을 감싸며 이동했다.
이동 방식도 놀라웠지만, 속도도 빨랐기에 포레이드로서는 자신을 감싸버린 그림자들의 모습을 꼼짝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레이드의 표정엔 여유가 가득했다.
“고작 날 감싸겠다는 것이 네 방식이냐?”
포레이드는 비웃음을 지으며 양손에서 만들어 낸 파지지직- 거리는 검은 색의 전류를 채찍마냥 휘둘렀다.
검은 색의 전류가 포레이드의 몸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돌아갔고, 로드의 그림자 다섯 개의 허리를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버렸다.
이렇다 할 방어를 할 틈도 없었으며, 막으려고 했어도 막을 수가 없을 정도로 포레이드의 공격은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이번에는 네 몸뚱어리를 반으로 갈라주마!”
포레이드가 팔을 가볍게 휘둘러 로드를 향해 전류의 채찍을 휘둘렀다.
거대한 뱀이 아가리를 벌리고 지그재그로 달려드는 것만 같은 포레이드의 전류 채찍 공격에 로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휘리리릭!
파지지지지지지직!
“…끅!”
놀랍게도 로드는 오른팔을 이용해서 포레이드의 전류 채찍을 휘감아버렸다.
덕분에 엄청난 양의 전류가 몸으로 흐르며 로드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고, 동시에 전류 채찍이 휘감긴 오른팔은 빠른 속도로 살갗이 타들어가면서 살과 근육, 심지어 뼈마저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로드의 과감한 행동에 포레이드는 물론,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모두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멍청한 놈이로군!”
막거나 피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쪽 팔을 희생한 것으로 밖에 보이질 않았던 로드였기에 포레이드로서는 당연히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때,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마왕 중 한 명이 소리쳤다.
“포레이드! 조심해!”
뭘 조심하라는 걸까?
포레이드가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그를 감싸고 있다가 허리가 반 토막이 났던 그림자들이 어느새 발아래까지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반 토막이 난 그림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마냥 움직였고, 포레이드가 이상하다는 걸 파악하기가 무섭게 퉁퉁- 튀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그의 몸에 엉겨 붙어버렸다.
온 몸에 덕지덕지 엉겨 붙은 그림자들로 인해서 포레이드가 위기감을 느끼고 재빨리 전류의 채찍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
어느새 로드가 너덜너덜해진 오른팔을 대신해서 왼팔로 전류의 채찍을 칭칭- 감아버린 상태였다.
양쪽 팔을 희생해서라도 포레이드의 전류 채찍과 그의 몸을 속박해버리겠다는 뜻이었다.
“고작 이따위 것들로……!”
자신의 몸에 엉겨 붙어 있는 그림자들 따위 두렵지 않다고 말을 하던 포레이드의 입이 한껏 벌어졌다.
로드의 발아래에서부터 시작된 수백 개의 그림자들이 빠르게 늘어지더니 포레이드의 발밑으로 달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놀랍던지 지켜보던 이들 모두가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콰가가가가가가강!
그렇게 모여든 그림자들은 포레이드가 무슨 수를 쓰기도 전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어마어마한 위력의 폭발이었기에 그걸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한결 같이 생각했다.
서열 47위의 마왕, 포레이드가 이 싸움에서 패배했다고.
실질적인 실력의 차이라기보다는 방심의 대가였으며, 반대로 로드는 두 팔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싸웠기에 얻어낼 수 있었던 승리였다.
양쪽 팔이 걸레짝마냥 너덜너덜해져서 다시는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서 있는 로드의 모습에 남은 마왕과 마족들은 더 이상 그를 무시하는 눈빛으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