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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2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0화

심판의 검 (2)

 

‘…여긴 뭐가 이렇게 나태해?’

무혁은 당황스러웠다.

페르소를 잡기 위해 잠입한 마왕성은 날선 경계 임무를 해야 할 마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제 멋대로 여기저기 늘어져 있었던 것이다.

‘완전 개판이네.’

무혁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마왕성의 마족들을 바라보며 혀를 끌- 찼다.

어쨌든 무혁에게는 이보다 더 활동하기 좋을 수 없었기에 은밀하게 마족들을 하나, 둘 사냥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마족들이 태평스럽게 잠을 자고 있었기에 그들의 목숨을 거둬들이고, 그 시체를 공간 주머니에 담는 일은 무혁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간단하고도 쉬웠다.

그렇게 하나, 둘 마족들을 처리하면서 무혁은 점점- 페르소의 방에 가까워져갔다.

그리고 도착한 페르소의 방.

“…이거 완전 개꼴통이네.”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 있는 페르소의 모습에 무혁은 자신이 왜 은밀하게 마족들을 사냥하고 다녔는지 그 의미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메카르만은 무혁의 존재를 일찌감치 느끼고 자신을 기다리기까지 했었다.

그 반면, 서열이 더 높은 페르소는 무혁의 존재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메카르만이 서열을 무시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마왕이었기에 페르소와는 비교를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마왕이라는 놈이 이렇게까지 둔해 빠졌다는 사실이 무혁으로서는 황당하고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냥 자는 놈의 목을 베어버릴까?

최소한 자신을 죽이려는 살기에는 반응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무혁은 그런 식으로 페르소를 잡고 싶지가 않았기에 방을 두리번거리다 골동품마냥 전시가 되어 있는 장식품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휙- 퍽!

“…누구야?”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는 듯, 페르소의 목소리가 여전히 잠에 취해 있었다.

“자다가 뒈지기 싫으면 일어나.”

무혁은 그렇게 말을 하며 또 하나의 장식품을 페르소의 얼굴로 던졌다.

휙휙- 날아가던 장식품이 페르소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으려는 순간.

턱!

손을 들어 페르소가 장식품을 잡아냈다.

느릿하게 상체를 일으키며 페르소가 무혁을 바라봤다.

“누구야?”

잠을 완전히 쫓아낸 페르소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어느덧 페르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와 살기가 방안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지만, 이제 와서 잔뜩 폼을 잡는다 하더라도 이미 한심스럽고 꼴사나운 모습을 다 본 무혁에게는 그저 우습기만 할 뿐이었다.

“내가 누굴까?”

무혁의 되물음에 페르소의 눈동자가 새빨간 빛을 토해내며 스산하게 번들거렸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페르소가 무혁에게 말했다.

“네놈이 누구든 오늘 이 자리에서 뼈까지 모조리 씹어 먹겠다.”

딴엔 겁을 주겠다고 한 말이었겠지만, 역시 첫 인상부터 바닥을 찍었던 페르소였기에 무혁에게는 그저 웃음이 절로 나올 협박에 불과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건가? 그런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거야. 하고자 했다면 이미 네놈의 심장에 칼을 박아 넣었을 수도 있었어.”

침입자가 바로 옆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늘어져라 잠을 자고 있었던 페르소였기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붉어져야 할 상황이었지만, 생각 외로 그는 무척이나 뻔뻔했다.

“그게 네놈이 여기서 죽게 될 가장 치명적인 실수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았어야지.”

큭큭- 웃던 페르소가 기습적으로 무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돌진력이 어찌나 빠르던지 무혁은 메카르만을 다시 상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무혁과 지금의 무혁은 또 달랐다.

메카르만이라는 강력한 마왕의 영혼을 흡수한 무혁이었기에 그 힘은 이전과 확연하게 달랐다.

마치 성난 황소처럼 달려오던 페르소를 향해 무혁은 제 자리에서 손만 뻗었다.

턱!

페르소의 이마 정중앙에 난 유독 굵고 날카로운 뿔이 무혁의 손에 단단히 잡히고 말았다.

“……!”

너무나도 손쉽게 무혁에게 뿔이 잡혀버린 페르소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옛날에 말이야, 최영의라는 분이 계셨어. 그분 스타일이 그래. 황소가 달려오면 그 뿔을 잡아. 그리고…….”

말을 끊고 씨익- 웃은 무혁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페르소를 향해서 말했다.

“X나게 치는 거야. 부러질 때까지!”

퍽! 퍽! 퍽! 퍽!

뿔을 잡지 않고 있는 다른 한 손으로 페르소의 뿔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블랙 본으로 손을 감싸고 있었기에 어지간한 칼보다 날카로웠고, 해머보다 강력했다.

숨을 한 번 들이쉬는 동안에 수차례나 뿔을 내려치자 페르소가 크게 당황한 얼굴로 양팔을 휘저었다.

뿔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충격이 정말로 부러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든 것이다.

마족에게 있어서 뿔은 종족의 상징이자, 힘의 원천과도 같았기에 한 번 부러진 뿔은 쉽사리 회복이 되질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마왕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뿔이 부러진 마왕이라면 모두에게 웃음거리밖에 되질 않는다.

혹시라도 뿔이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페르소가 크게 고함을 내지르며 어떻게든 무혁을 떨어트려놓으려고 했지만.

“가만히 있어!”

콰작!

뿔을 잡은 힘으로 페르소의 머리통을 아래로 끌어내리며 무릎을 찍어 올렸다.

콧대가 박살이 날 정도의 충격에 페르소의 눈동자가 순간 핑-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무혁의 뿔 내려치기!

퍽! 퍽! 퍽퍽퍽! 퍽퍽!

집요하게도 무혁은 같은 자리만 계속해서 내려쳤다.

진심으로 뿔을 부러트리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려치다보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콧대가 박살이 날 정도의 충격을 받았던 페르소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하체와 허리에 힘을 줘서 상체를 들어 올리려고 하자.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이번에도 무혁은 페르소의 머리통을 끌어내리며 니킥을 먹여줬다.

“커… 헉!”

두 번의 니킥으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린 페르소는 지금의 상황이 지독한 악몽처럼 느껴졌다.

어느 누가 자신의 뿔을 잡고 그것을 내려칠 생각이라도 해봤겠는가?

순간적으로 페르소는 자신이 여전히 잠을 자고 있는 것인가 싶어 현실을 부정해봤다.

하지만.

“…크윽!”

통증은 진짜였다.

지독한 악몽이 아니라, 지독하고도 처참한 현실이었던 것이다.

그 사이 무혁은 단단하기만 하던 페르소의 뿔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최후의 한 방을 준비했다.

“차하- 앗!”

우렁찬 기합성을 터트리며 무혁은 있는 힘을 다해서 뿔을 내리쳤다.

꽈- 득!

부러졌다.

수십 차례나 중첩된 데미지를 견뎌내지 못하고 기어이 뿔이 부러지고 말았다.

“마왕의 뿔이라… 이건 좀 의미가 있겠는데?”

무혁은 부러진 페르소의 뿔을 손에 쥐고 씨익- 웃었다.

자신처럼 마왕의 뿔을 손날로 내려쳐서 부러트린 존재가 과연 있을까 싶었기에 무혁은 기념으로라도 남겨둬야겠다면서 부러진 페르소의 뿔을 공간 주머니에 던져 넣었다.

뿔이 부러지면서 바닥에 널브러진 페르소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고는 부러진 제 뿔을 더듬거렸다.

“…크… 으…….”

짐승의 울음? 혹은 가래가 끓는 듯한 소리가 페르소의 꽉- 깨문 이 사이로 흘러나왔다.

“뿔 하나 부러졌다고 우는 거야? 그깟 뿔 하나 부러졌다고 우는 건……!”

“크아아아아아아!”

마왕성이 흔들릴 정도로 소리를 내지르는 페르소. 그리고 그의 온 몸에서 발산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와 살기에 무혁도 더 이상은 빈정거리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콰작! 콰작! 콰작!

페르소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바닥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그 파편이 튀어나갔다.

눈이 뒤집혀버린 페르소는 마왕성 전체가 부서져버린다 하더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자신의 모든 힘을 최대치까지 풀어내고 있었다.

덕분에 방안은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으며, 벽면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균열을 일으켰다.

“네놈의 머리털 하나까지도 남김없이 삼켜주마!”

콰가가강.

페르소가 전력으로 달려들자 뒤쪽과 좌우 벽면이 폭탄이라도 맞은 것 마냥 터져나갔다.

더 이상 잃은 것도 없다는 듯 페르소가 달려들자 무혁으로서도 그제야 조금 긴장이 됐다.

“처음부터 그랬어야지! 수룡!”

페르소의 앞길에 수룡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수룡의 모습을 확인했음에도 페르소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그대로 돌진을 해왔고 수룡을 온 몸으로 파괴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여기저기 상처를 입었지만, 뿔이 부러진 지금 그에게 그 몸의 다른 상처 따윈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듯 무혁 하나만을 노리고 여전히 움직이는 폭탄 마냥 달려들었다.

자고로 당장 터질 것 같은 폭탄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무혁은 페르소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블링크 스킬을 이용해서 그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콰아- 앙!

무혁이 있던 자리에 흡사 폭탄이 터진 것 마냥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치솟았던 뿌연 연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금 페르소가 무혁을 향해 돌진해왔다.

이번에는 무혁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새카만 그물망이 사방으로 촘촘하게 펼쳐졌다.

근접 전투에 특화가 되어 있는 페르소만의 공간 장악 능력으로 블링크나, 텔레포트와 같은 공간 이동 능력이 발현되지 못하는 차단하는 기술이었다.

허공에 펼쳐진 그물망이 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만으로도 무혁은 그 효과가 무엇일지 짐작이 갔다.

“원하는 게 이거야?”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내고 그대로 페르소를 향해 휘둘렀다.

공간마저 베어버릴 정도로 그 위력이 강력해진 블랙 본 장검의 공격이 무작정 돌진을 해오는 페르소의 몸을 할퀴어댔다.

서걱! 쩍! 저쩍! 슈악!

옷과 피부가 갈라지고, 벌어지고, 찢어지고, 뜯겨졌음에도 페르소는 멈추지 않았다.

어느 새 다섯 발자국 앞까지 다가온 페르소의 모습에 무혁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블랙 본 장검을 쥐고 있지 않은 왼손을 앞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다크 문.”

항상 목표물의 머리 위에서 생성되었던 다크 문이 아니었다.

무혁의 손바닥 안에서 작은 구체 형태의 다크 문이 빠른 속도로 페르소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메카르만의 영혼을 흡수하고 새롭게 변화된 다크 문이었다.

이전처럼 거대한 크기로 상대의 머리 위를 뒤덮게 만들 수도 있었고, 지금처럼 소형으로 손바닥 안에서 활용을 할 수도 있었다.

크기가 작아졌다고 위력 또한 작아졌느냐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 크기와 상관없이 위력은 동일했다.

이번만큼은 페르소 또한 위험을 감지했는지, 처음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고 동시에 사방으로 발산되던 마기들이 빠른 속도로 그의 몸을 보호하듯 감쌌다.

콰- 앙!

다크 문과 충돌한 페르소의 몸이 몇 겹이나 되는 벽을 부수며 뒤로 빠르게 튕겨져 나갔다.

“이러다 진짜 붕괴라도 되는 거 아냐?”

무혁은 뻥- 뚫린 벽면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마왕성이 폐허가 되어버리면 당연히 외부에서도 그 사실을 곧장 알게 될 것이고, 그건 곧 페르소에게 어떠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에 무혁으로서는 결코 원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부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외부만큼은 멀쩡해야 했기에 무혁은 더 이상 페르소와의 전투를 과격하게 치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무혁 혼자서 결정한다고 끝날 문제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크아아아아아-!”

또 다시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고함을 내지르는 페르소였다.

다크 문과의 충돌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는지, 입가엔 핏물이 번들거렸다.

고함을 지르며 페르소는 눈에 보이는 대로 부수며 화를 터트렸다.

가만히 뒀다가는 정말 마왕성을 부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혁은 재빨리 그를 향해 움직이려다 오늘 반드시 시험을 해보려고 했던 새로운 스킬을 꺼내들었다.

마계의 유일한 상인, 하르마돈에게 혈청 9만 5천 개를 주고 얻은 스킬!

“심판의 검.”

무혁이 스킬을 시전하자 손에 쥐고 있던 블랙 본 장검이 새하얀 불길에 휩싸였다.

동시에 무혁의 몸 전체에서도 은은한 빛이 뿜어 나왔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무혁의 두 눈이 새하얀 백광을 뿌려댄다는 점이었다.

 

[심판의 검을 사용합니다.]

[심판의 검을 사용하기에 유일한 종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합니다.]

[심판의 검을 사용하기에 마력의 등급이 부족합니다.]

[심판의 검, 위력이 현저히 저하됩니다.]

[심판의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3초입니다.]

 

머릿속에서 연쇄적으로 울리는 알림에 무혁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심판의 검이라는 스킬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 수 없지만, 온통 자격이 부족하다고 하니 무혁으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질 않아. 3초는 또 뭐야?”

제대로 똥을 밟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기에 무혁은 어쨌든 위력이라도 확인해보자는 생각에 페르소를 향해 움직였다.

놀랍게도 무혁이 심판의 검을 사용하자, 난동을 부리던 페르소가 잠잠해졌다는 사실이다.

마치…….

“…쟤 왜 멈춰 있냐?”

언뜻 보기엔 그랬다.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자세히 뜯어보면 미미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의 속도가 너무나도 느렸기에 정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무혁의 머릿속으로 경고와도 같은 울림이 들렸다.

 

[심판의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2초입니다.]

 

“…이거, 설마…….”

무혁은 자신의 손에 쥔 새하얀 불길에 휩싸인 블랙 본 장검과 거의 정지하다시피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페르소를 바라보며 머릿속에서 퍼즐을 맞춰갔다.

 

[심판의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1초입니다.]

 

1초밖에 남지 않았다는 울림에 무혁은 더 이상 생각이고 뭐고 할 겨를도 없이 새하얀 불길에 휩싸인 블랙 본 장검을 페르소의 심장을 향해 찔러 넣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새하얀 불길이 페르소의 온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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