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1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1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18화
마계의 상인, 하르마돈 (4)
“충분한가?”
“그… 그게…….”
말을 더듬거리는 하르마돈의 모습에 무혁은 후드로 가린 입 꼬리를 한껏 끌어 올렸다.
“부족해? 지금이라도 더 구해다 줄까?”
무혁의 물음에 그제야 하르마돈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는데, 찌푸린 얼굴로 푸짐하다 못해 흘러넘칠 것만 같은 볼살이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우스꽝스러웠다.
“…남는다.”
정확하게 혈청 168개가 남았다.
즉, 무혁이 하르마돈 앞에 쏟아낸 혈청은 총 95,168개였던 것이다.
“남았다고? 뭐, 그건 서비스 품목에 도움이 되라고 팁으로 주지.”
“…팁?”
하르마돈의 볼살이 부르르- 떨린다.
정가 10만 개의 물건을 5천개나 할인해서 판매하는 자신에게 고작 168개의 혈청을 팁이랍시고 선심 쓰듯이 주는 무혁의 행동이 굉장히 얄밉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음만 같아서는 할인해주겠다던 5천 개의 혈청을 없던 일로 해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마계의 유일한 상인으로서의 명예와 자존심 때문에 그건 또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속으로 분을 삭이면서 하르마돈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심판의 검’이라는 말을 허공에 외쳤다.
번- 쩍!
새카만 빛이 한 차례 허공에서 발광하더니 이윽고 공간을 찢으며 무지개 빛깔의 둥그런 알사탕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네가 원한 심판의 검 능력구다.”
‘꼭 눈깔사탕 같네.’
초등학교의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눈깔사탕 같은 크기와 모양의 심판의 검 능력구에 무혁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아챘다.
고민할 것 없이 그대로 입안으로 집어넣고 와그작- 깨물어 버리면 끝이다.
무혁이 손에 쥔 심판의 검 능력구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입안으로 넣으려고 할 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게 어때?”
“다시 생각하라니, 뭘?”
“심판의 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능력 하나를 얻자고 이 많은 혈청을 소모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를 묻는 거다. 혈청 9만 5천 개라면 마왕들도 탐을 내는 물품들을 수십 개나 살 수 있다.”
“음…….”
딱히 틀린 소리는 아니다.
정말로 마왕들도 탐을 내는 능력구나 무구, 혹은 그 외의 마계나 천계의 물품을 여러 개나 살 수 있을 정도로 혈청 9만 5천 개의 가치는 굉장히 큰 편이었다.
하지만, 하르마돈이 과연 진심으로 무혁에게 그런 조언을 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왜 갑자기 이제 와서?
무혁은 가만히 하르마돈을 바라봤다.
‘살집에 파묻혀서 표정을 제대로 간파할 수가 있어야지. 하긴, 진심이라 하더라도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어중간한 능력구 여러 개가 아니라 확실한 능력구 하나니까.’
물론, 심판의 검이 가진 능력이나 효과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현재로서는 반쯤은 도박성 짙은 결정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셈이다.
그래도 무혁은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조언은 고맙지만…….”
무혁은 하르마돈을 향해 그렇게 말을 하고는 심판의 검 능력구를 입안으로 쏙- 집어넣었다.
와그작! 와그작!
생각보다 쉽게 부서졌다.
아무런 냄새도,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동시에 입 안에서 부서진 심판의 검 능력구의 잔해물들이 사르르- 녹아서 없어져버렸다.
[심판의 검, 능력구를 섭취했습니다.]
[심판의 검, 능력이 스킬로 변환됩니다.]
[심판의 검, 스킬의 능력에 비해 사용자의 능력이 너무 낮습니다.]
[심판의 검, 스킬이 능력 일부가 봉인됩니다.]
“…봉인?”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등급이 높든 말든 내가 얻은 능력인데 봉인이라니!
무혁은 너무나도 황당한 알림음에 기가 막혀서 재빨리 스킬 정보를 확인해봤다.
여전히 기존의 스킬들에 대한 정보는 확인을 할 수가 없었는데 ‘심판의 검’은 달랐다.
|심판의 검 - 유일 : 봉인|
· 모든 존재를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검.
· 현재 일부 힘이 봉인되어 있다.
· 마력 등급이 상승할수록 봉인된 힘이 해제된다.
스킬 정보도 무척이나 간단했다.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자질구레하고도 긴 설명 따윈 없었…….
“X발, 이거 똥 밟은 거 아냐?”
심판의 정의가 무엇인가?
우선 이것에 대한 의문부터 풀어야만 할 것 같았다.
보통 심판이라 함은 ‘잘잘못을 가린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불안하네…….”
뒤늦었지만 불안감이 들었다.
차라리 ‘필살의 검’이나 ‘소멸의 검’, ‘파멸의 검’, ‘퇴마의 검’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액의 돈을 써서 명품이랍시고 앞뒤 가리지 않고 샀는데, 알고 보니 쓰레기를 산 기분이라고나 할까?
뒤늦은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무혁은 차후 심판의 검을 사용해보고 결과를 확인하자며 마음을 달랬다.
“서비스는?”
무혁의 물음에 하르마돈이 보란 듯이 눈을 찌푸렸다.
마음에도 없었던 말을 꺼내는 바람에 서비스까지 내어주게 생겼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5천 개나 되는 혈청을 할인해주지도 않았을 텐데- 라며 막심한 후회를 하는 하르마돈이었지만, 이미 한 번 내뱉었던 말을 다시 주워 삼키기에는 그놈의 명예와 자존심이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
“원하는 게 뭐지?”
서비스랍시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줄 순 없었기에 하르마돈은 우선 무혁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 먼저 물었다.
“내가 바라는 것으로 주겠다는 건가?”
“가능하다면.”
이왕지사 서비스를 베풀기로 했으니 하르마돈은 속이 쓰리더라도 최고의 품격으로 보여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물론, 상대가 너무 얼토당토 않는 고가의 물품을 원한다면 단박에 거절을 할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무혁 역시 하르마돈이 말도 안 되는 물품을 서비스로 줄 리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도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구는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건 됐고. 능력구는… 쉽지 않겠지?’
하찮은 능력구라 하더라도 혈청 이삼백 개가 넘어가니 하르마돈이 서비스로 턱하니 줄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준다 하더라도 정말 싸구려 수준의 능력구를 줄 것이니 사실상 그따위 것은 무혁에게 큰 필요가 없었다.
‘뭐가 좋으려나…….’
그렇다고 서비스 품목으로 가능한 물건을 보게 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무혁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가 문득, 자신에게 현재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떠올랐다.
“영혼의 크기를 늘릴 수 있는 물건이 있나?”
“영혼의 크기? 어떤 종류를 말하는 거지?”
영혼의 크기를 확장하는 것은 무혁 뿐만 아니라 마계의 마족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마왕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힘도 강해야 하지만, 일정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영혼의 크기를 확장시켜야만 더욱더 발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혁처럼 마구잡이로 다른 생명체의 영혼을 흡수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무혁으로서는 서비스로 줄 수 있는 종류가 무엇인지를 되물었다.
“영혼 확장구, 영혼 분쇄수, 영혼 융합환…….”
수도 없는 물품들이 하르마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무혁은 하르마돈이 말하는 물품들을 계속해서 듣다가 눈이 번쩍 뜨일만한 물건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영혼 증폭석?”
무혁의 되물음에 하르마돈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몸에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혼의 크기를 서서히 확장시켜주는 보석이다. 출처가 마계인지, 천계인지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 그 효과가 굉장히 미미해서 사실상 큰 쓸모가 없는 물건이지.”
“영혼 증폭석이라…….”
느낌이 왔다.
하르마돈이 나열을 했던 많은 영혼 확장 물품들 중에서 유일하게 무혁의 귀에 팍- 하고 꽂혀버렸다.
그리고 어쨌든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혼의 크기를 확장시켜준다고 하니 그 효과가 아무리 미미하다 하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았기에 무혁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것을 서비스 품목으로 받기로 했다.
“이걸 다 주겠다고?”
당연히 하나일 것이라고 여겼던 무혁은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십여 개의 영혼 증폭석을 건네주는 하르마돈의 모습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차피 별 필요도… 큼! 이 정도의 서비스는 할 수 있기에 해주는 것이다.”
하르마돈의 모습에 무혁은 실소가 흘러나왔다.
딱 보아하니 별 필요도 없는 물건을 가지고 거들먹거리는 것이 뻔했다.
어찌 되었든 무혁으로서는 크게 나쁠 것 없었다.
영혼 증폭석은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와 같이 생겼으며, 은은하게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하르마돈은 속으로 연신 낄낄- 거렸다.
‘멍청한 놈! 영혼 증폭석은 하나에 고작 혈청 두 개의 값어치 밖에 안 되는 물건인데 그것도 모르고 있다니!’
하르마돈이 무혁에게 서비스라며 건넨 영혼 증폭석은 15개.
즉, 혈청으로 환산하면 고작 30개 밖에 되질 않았다.
무혁이 팁이라며 준 168개의 혈청을 생각하면 이번 거래는 완벽하게 무혁의 손해인 셈이었다.
물론, 그러한 사실을 하르마돈은 직접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언제고 무혁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길길이 날뛰길 바라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이걸로 거래는 끝인가?”
하르마돈의 물음에 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뭘 살 수 있는 혈청이 없었으니까.
“즐거운 거래였다.”
하르마돈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냉정하게 몸을 돌렸다.
쿨한 뒷모습을 기대했겠지만… 뒤뚱거리며 가마로 올라서는 하르마돈의 모습은 마지막까지도 우습기 짝이 없었다.
마계의 유일한 상인으로서의 품위 따윈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하르마돈이었다.
하르마돈을 태운 대궐과도 같은 마차가 천천히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무혁은 46지역을 벗어나는 하르마돈의 행렬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윽고 몸을 돌렸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도움이 되지 않을지 알 순 없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혈청을 모았고, ‘심판의 검’을 얻었다.
이제 그 효과를 직접 확인만 해보면 될 일이었다.
그 전에.
“피곤하네. 하루만 좀 푹 쉬자.”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킬 라시온 멤버들이 쉬고 있을 곳으로 향했다.
#
하루를 푹 쉬고 나자 체력도, 컨디션도 정상으로 돌아온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다음 행선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애초에 계획을 했던 것처럼 41지역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41지역의 마왕, 페르소.
마왕 왕따 순위에서 메카르만의 뒤를 이어서 2위인 마왕이었다.
마크의 말에 다른 멤버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하게 마왕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마왕들부터 차례로 격파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니까 조금 멀다 하더라도 페르소를 잡으러 41지역으로 향하는 것이 가장 낫다고 여겼다.
무혁 또한 처음부터 자신이 짠 계획이었기에 이견이 없었다.
“그럼 내일부터 곧바로 41지역으로 가죠.”
무혁이 최종 결정을 내림으로써 다음 목적지와 목표가 확실하게 정해졌다.
“아, 그리고 이거 하나씩 몸에 지니고 있어요.”
무혁은 영혼 증폭석을 멤버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이게 뭔데?”
궁금해하는 멤버들에게 무혁은 영혼 증폭석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이걸 몸에 가지고만 있어도 영혼이 커진다는 거지?”
신기하다는 듯 멤버들은 자신의 손에 들린 푸른빛의 영혼 증폭석을 요리조리 살펴봤다.
“그런데 이거 너무 작아서 어떻게 지니고 다녀야 할지 좀 걱정스럽네.”
엘리엇의 말대로 너무 작은 크기의 영혼 증폭석이었기에 보관하기가 쉽지 않았다.
옷의 주머니에 대충 쑤셔놓고 다니자니 분실의 위험이 있었고, 그렇다고 공간 주머니에 넣을 수도 없었으니까.
“작은 액세서리 형태로 만들면 참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그렇죠? 목걸이나, 반지, 아니면 귀걸이 형태로 만들어서 몸에 착용하고 다니면 딱인데.”
아쉽다는 듯 미첼이 입맛을 다셨다.
그때, 잠자코 있던 프랄지카가 입을 열었다.
“원한다면 내가 제작을 해줄 수는 있다.”
“뭐?”
모두가 놀란 눈으로 프랄지카를 바라보자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원하나? 그럼 제작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