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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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1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16화
마계의 상인, 하르마돈 (2)
하르마돈.
마계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마족은 거의 없다.
마신도 아니며, 유명한 마왕도 아닌 일반 마족임에도 불구하고 하르마돈의 이름은 마계 전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했다.
“와- 어마어마하네요.”
방구름은 진심으로 자신의 눈에 보이는 광경에 감탄했다.
호화스럽기 짝이 없는 거대한 가마,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마치 집 한 채가 그대로 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거대한 가마를 몇 겹으로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수백 명의 마족들의 모습은 정말 어지간한 마왕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호화스럽기 짝이 없었다.
“저걸 힘으로 제압하려고 했으면…….”
정말 잘못된 선택이 되었을 거라며 마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호위를 하는 인원만 도대체 몇이야?”
“숫자도 많지만, 중간 중간에 엄청 강력한 마기를 풍기는 마족들이 있는 걸로 봐서는 단순히 숫자만이 위협적이지는 않는데요.”
방적삼의 말을 레오가 받았다.
실제로 레오의 말처럼 무혁이 느끼기에도 일반적인 마족의 힘을 월등하게 뛰어넘는 강한 마기를 가진 마족들이 상당수 마차 주변으로 포진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마왕급에 가까운 힘을 가진 마족들까지도 몇 명이나 느껴질 정도였다.
일반 마족 주제에 마왕급의 힘을 가진 마족을 호위로 거느린다?
‘진짜 만만찮은 놈이네.’
무혁은 하르마돈의 비위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아야 하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상대가 자신을 자극해온다면 구태여 참을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좋은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맙소사! 뒤에는… 도대체가!”
미첼의 놀란 외침에 킬 라시온 멤버들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저 새끼는 뭐하는 새끼야?”
실비아가 눈을 찌푸리며 그렇게 말을 내뱉었다.
“뭐하는 새끼긴, 떠돌이 장사꾼 새끼지.”
르케임이 그렇게 대꾸를 했지만, 그것은 황당함에 의한 대꾸일 뿐이었기에 실비아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 따윈 손톱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놀란 이유는.
수백 명의 마족들 뒤로 그만큼의 마수들이 길게 행렬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걔 중에는 굉장히 포악해서 쉽사리 잡기 힘든 마수들도 상당수 포함이 되어 있었다.
“저것들 저렇게 조련이 가능한 거야?”
아르케니아는 아무런 난동도 부리지 않고 얌전하게 행렬을 따라 움직이는 마수들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대답은 프랄지카가 해주었다.
“마수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굉장히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다. 나도 저렇게까지 많은 마수들을 조련한 모습은 처음으로 본다. 저 정도로 마수를 조련할 수 있는 건 마수 조련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마왕들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 괜한 기대 따위 갖지 말라는 뜻이었다.
“장사꾼만 아니라면 어디 마왕성 하나 박살내러 가는 거라고 해도 믿겠네.”
엘리엇의 말에 멤버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그럼 갔다 오죠.”
무혁이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하르마돈과의 거래는 무혁 혼자서만 하기로 했다.
괜히 킬 라시온 멤버 전원이 우르르- 몰려가봐야 좋은 인상을 남길 것 같지도 않았으며, 혹시라도 자신들이 마족이 아닌 인간이라는 사실이 들통나버리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기에 거래 당사자인 무혁 혼자 하르마돈을 만나기로 결정을 한 일이었다.
“조심해요, 오빠.”
하르마돈 무리를 봤기에 미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말을 했다.
“도망치는 건 일도 아니니까 걱정 마.”
특별한 조건에 의해 텔레포트가 막힌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언제든 제 한 몸은 내뺄 수 있는 무혁이었기에 걱정하지 말라며 하르마돈의 무리 앞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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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날 마중 나오지 않았다고? 메카르만은 그래도 시원시원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안 되겠군.”
굉장히 비대한 체구의 마족, 하르마돈이 넓은 가마 안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메카르만이 직접 마중을 나오지는 않더라도 헤수넴 정도는 벌써 마중을 나왔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뭐가 좀 이상합니다.”
하르마돈과 상반되는 홀쭉하게 마른 체구의 마족이 그렇게 말했다.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마계는 지루할 정도로 평화롭다.
이런 평화 속에서 마왕인 메카르만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가능성은 없다. 즉, 메카르만은 그저 자신을 보통의 평범한 마족으로 여겼기 때문에 마중을 나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여기는 하르마돈이었다.
하르마돈은 마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유명 인사이며, 많은 돈을 가진 마족이었지만 여전히 일반 마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격지심 때문에 조금이라도 마왕들이 자신을 홀대한다 싶으면 무조건 무시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한 마디로 속이 좁아터진 마족이란 뜻이다.
“이딴 식으로 나와 거래를 하겠다 이거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는 듯 하르마돈이 출렁거리는 볼 살을 일그러트렸다.
그렇게 메카르만에 대한 소소한 복수를 다짐하고 있을 때, 잔잔하게 흔들리던 가마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메카르만이 마중을 나왔나 봅니다.”
하르마돈에게는 입안의 혀처럼 구는 홀쭉 마른 마족, 소테오마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흥! 그래봐야 늦었다!”
46지역에 들어선 지가 벌써 한 참이 지났다.
다른 마왕들이었다면 마중을 나왔어도 벌써 서너 번은 나왔을 거리였기에 하르마돈은 메카르만의 뒤늦은 마중이 조금도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어찌되었던 자신을 마중 나왔다는 사실에 내심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메카르만, 내 앞에서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세워보겠다는 것 같은데… 어림없지!’
제 아무리 콧대가 높은 마왕이라 하더라도 마계의 모든 물건을 거래하는 자신 앞에서는 거들먹거릴 수가 없다.
정당한 거래를 통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물건을 결코 얻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하르마돈은 마왕과 거래를 할 때, 항상 자신이 그들보다 높은 위치에 서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즐거워했다.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소테오마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간단한 행동 같지만, 상대는 마왕이다.
메카르만이 직접 마중을 나오진 않았겠지만, 그를 대리하는 마족이 왔음에도 소테오마가 대신 나가겠다는 건 그만큼 하르마돈을 높게 여긴다는 의도였기에 하르마돈으로서는 당연히 흐뭇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즉, 마왕 당사자가 아니라면 하르마돈 역시 절대로 직접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미.
하르마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소테오마가 깊숙하게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마차 밖으로 나갔다.
메카르만과의 거래에서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 오늘 받은 무시를 되갚아 줄 수 있을까- 하르마돈은 오직 그 생각만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잠시 후, 소테오마가 다시 돌아왔다.
“하르마돈 님께서 나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메카르만이 직접 마중이라도 나온 것일까?
의문을 표하는 하르마돈에게 소테오마가 대답했다.
“하르마돈 님과 거래를 하고 싶어 하는 자가 있습니다.”
“마족?”
“예. 지크라는 자인데,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혈청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혹 있는 일이기에 하르마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들 중 혈청을 하나, 둘 모아서 거래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더욱이 자신이 직접 상대를 해야 할 정도라면 거래에 사용될 혈청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였으니 하르마돈은 귀찮더라도 직접 거래에 응하기로 했다.
“내가 직접 보도록 하지.”
하르마돈이 비대한 몸을 일으키더니 뒤뚱거리며 마차 밖으로 나갔다.
‘…무슨 살이 저렇게까지.’
마차 밖으로 나오는 하르마돈의 모습에 무혁은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정말로 하르마돈의 모습은 그 자체가 거대한 살덩어리라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마족인지, 걸어 다니는 살덩어리인지.
무혁은 놀란 표정을 감추며 하르마돈을 기다렸다.
“거래를 하고 싶다고?”
거만하다.
무혁이 느낀 하르마돈의 첫 음성은 그러했다.
‘마왕도 제 아래라 여긴다더니…….’
황당한 일이지만, 그만큼 하르마돈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반증이기에 무혁은 그러려니 하며 대답했다.
“그렇다.”
“그래, 뭘 사고 싶은 거지?”
귀찮으니까 필요한 것이 있거든 빨리 말하라는 의미였다.
“뭐가 있는지 알아야 살 것 아닌가?”
무혁의 대꾸에 하르마돈이 얼굴을 찌푸렸다.
같은 마족이니 건방진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필요한 물건을 정해놓지도 않고 무작정 자신과 거래를 하겠다고 길을 막고 서 있으니 기가 막혔던 것이다.
“기본조차 제대로 되어 있질 못한 놈이군. 네놈과는 거래하지 않겠다. 꺼져라!”
하르마돈이 단칼에 거래를 거부하고 몸을 돌리려고 할 때였다.
“기본부터 새로 익혀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너인 것 같군.”
“…뭐?”
어디서 이런 무시를 당해봤던가?
하르마돈의 표정이 흉물스럽게 일그러졌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수하나 다름 없는 마족들에게 놈의 목을 베어버리라고 소리를 치려고 했지만, 상대가 바닥에 쏟아내는 수백 개가 넘는 혈청의 모습에 입이 꾹- 다물어지고 말았다.
고작 수십 개나 가졌으면 많이 가졌을 것이라고 여겼던 혈청을 수백 개나 가지고 있는 마족은, 만나기 쉽지 않은 고객이기 때문이다.
‘저게 전부가 아니다!’
수많은 마족과 마왕들을 상대로 거래를 해온 하르마돈이었기에 현재 상대가 꺼낸 혈청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흠… 제법 많은 혈청을 모았군.”
하르마돈의 음성이 한껏 누그러졌다.
‘그래도 장사꾼은 장사꾼이군.’
혹시라도 자신이 꺼낸 혈청을 보고도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던 무혁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하르마돈이 완전 비상식적인 마족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팔 수 있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원하는 부류를 말해야 한다. 무엇을 원하지? 무기? 방어구?”
대다수의 마족들은 가장 기본이 되는 무기와 방어구를 원했기에 하르마돈은 눈앞의 상대도 그럴 것이라고 여겼다.
“무기와 방어구에는 관심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능력구다.”
능력구란, 스킬을 말한다.
프랄지카에 말에 따르면 마계에서 마족들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능력이 존재한다.
이를 테면, 불을 잘 다룬다거나, 빠른 속도를 가진다거나, 강력한 힘이나 월등한 체력 등등 모두 제 각각의 기본적인 능력을 태어날 때부터 부여 받는다.
그 수도 마족들마다 모두 달랐다.
어느 누구는 하나 밖에 없기도 했지만, 어느 누구는 십여 가지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태어나면서부터 부여 받은 능력을 선천적 능력이라고 말하고, 성장하면서 새롭게 깨우치거나 얻게 되는 능력을 후천적 능력이라고 부르는데, 그 중 노력을 통해서 스스로의 깨달음이 아닌 강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능력구를 흡수하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인간들이 스킬 링을 통해 스킬을 얻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주 쉽고도 간단한 방법이지만, 능력구는 마계에서도 그리 흔하지 않았기에 상당한 값어치를 지니고 있었다.
무혁은 이 능력구를 하르마돈과의 거래를 통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마계의 마족들이 사용하는 스킬이라면 분명 다르겠지!’
헬-라시온의 스킬들과는 분명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무혁이었다.
“능력구는 비싸다.”
영구적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구는 당연히 그 값이 비싸다.
어지간한 능력 하나만으로도 혈청 이삼백 개는 훌쩍 뛰어 넘는다.
“지불한 능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내가 판단할 일 아닌가?”
무혁의 대꾸에 하르마돈은 틀린 소리가 아니라는 듯 낄낄- 거렸다.
“그렇군.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니지.”
하르마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공으로 손을 뻗어서 무언가를 쑥- 끄집어냈다.
새카맣고 네모반듯한 얇은 판이었다.
하르마돈은 그것을 휙- 던졌고, 무혁은 가볍게 받아들었다.
“네가 원하는 조건을 적으면 가장 근접한 물건을 알려줄 거다.”
딸깍- 소리와 함께 흑판의 모서리 부근이 툭- 튀어나왔다.
묻지 않아도 흑판에 원하는 조건을 쓸 수 있는 펜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모서리 부근을 가볍게 잡아당기자 예상대로 적당한 크기의 펜 형태의 쇳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원하는 조건이라…….’
무혁은 흑판에 뭐라고 써야 하나 고민이 됐고, 그 정도의 고민할 시간은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다는 듯 하르마돈은 일부 마족들에게 지시를 내려 푸짐하게 먹을 것들을 차려내기 시작했다.
“시간은 충분히 줄 테니까 천천히 찾아봐.”
하르마돈이 손에 큼지막한 고깃덩어리를 쥐고 쭉쭉- 찢어 먹으며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