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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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1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15화
마계의 상인, 하르마돈 (1)
“하르마돈?”
프랄지카는 그 이름은 또 어디서 들었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왜?”
반응이 영- 좋지 않았기에 무혁은 물론이고,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그 이유가 궁금하다는 듯 프랄지카를 쳐다봤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르마돈을 만날 생각이라면 다시 생각하는 것이 나을 거다. 아니,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왜?”
“하르마돈이 너와 거래를 할 가능성이 없으니까.”
“내가 마족이 아니라서?”
간단하게 무혁은 자신이 인간이기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다.
애초부터 명색이 마계의 상인이니 그 정도의 장애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작 그런 이유만으로 무혁은 하르마돈과의 거래를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방법이야 어떻게든 찾으면 그만이지.’
다른 누구도 아닌 메카르만이 진심으로 해주었던 조언이나 다름없었기에 무혁은 어떻게 해서라도 하르마돈과 거래를 할 생각이었다.
최악의 경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이러한 무혁의 의지와는 다르게 프랄지카는 냉담하게 말했다.
“하르마돈은 우연한 기회에 마계의 상인이 되어 마계 전역을 떠돌며 장사를 하는 놈이지만, 지금은 마계에서 가장 거만한 마족 중 한 명이다. 하르마돈의 고객들은 모두 마왕들이기에 아주 극소수의 마족들을 제외하고는 놈과 거래를 하기가 힘들다.”
즉, 어지간한 마족들조차 상대를 하지 않는 하르마돈이 하물며, 인간인 무혁과 거래를 한다?
프랄지카는 절대 성사될 수가 없는 거래라고 단정을 짓고 있었다.
“고작 떠돌이 장사꾼 주제에 콧대 한 번 높네.”
방적삼의 말에 프랄지카가 피식- 웃었다.
“고작 떠돌이 장사꾼이 아니다. 하르마돈은 마계의 모든 물건은 거래한다. 소문대로라면 천계의 물건까지도 거래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니 단순한 보따리 장사꾼 정도로 생각하기엔 놈의 가치가 굉장히 높다. 그러니 마왕들도 하르마돈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려는 것이고.”
마계의 모든 물건에다가 천계의 물건까지 취급을 한다는 말에 방적삼은 입을 떡- 벌렸고, 무혁은 더욱더 하르마돈과 거래를 해야만 한다고 다짐했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거냐?”
무혁은 최대한 정상적인 방법으로 하르마돈과 거래를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닐 것이라고 여겼기에 아니다 싶으면 강압적인 방법이라도 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프랄지카의 말을 들어보니 어지간한 무력으로도 쉽게 제압이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무력을 쓰는 방법은 우선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없다.”
프랄지카의 단호한 대답에 레오가 눈을 찌푸렸다.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보라고.”
레오의 손바닥 위에서 단검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레오야 손장난 식으로 단검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지만, 그걸 지켜보는 프랄지카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위협적인 협박으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프랄지카가 대답했다.
“나도 방법이 있었다면 벌써 말을 해주었을 거다. 이제 와서 내가 너희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은가? 하지만, 정말로 하르마돈과 거래를 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은 없다. 마왕들조차도 정해진 약속을 어기면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어버리는 게 하르마돈이다. 나 같은 별 볼일 없는 마족은 하르마돈과 거래를 한 적도 없으며, 하고 싶다 하더라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진심으로 프랄지카는 하르마돈과의 거래는 어렵다고 여겼다.
아주 극소수의 마족들만이 하르마돈과 거래가 가능했지만, 그들이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무혁아, 꼭 그놈과 거래를 해야만 하는 거냐?”
송정민의 물음에 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선생님. 메카르만이 하르마돈과 거래가 제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을 했었습니다.”
메카르만의 조언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놀랐다.
특히, 프랄지카의 놀람은 킬 라시온의 그 어떤 멤버들보다도 컸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메카르만이 자신을 죽인 인간에게 조언까지 남긴 거지?’
프랄지카로서는 자신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혁의 행동에 기가 막혔다.
“들어보니 힘으로 잡기에는 무혁이 너라고 하더라도 좀 무리가 되겠지?”
레오의 말에 필립이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괜한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고개까지 가로저었다.
“상인하고 거래하는 게 마왕을 잡는 것보다 힘들 줄이야.”
헛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을 하는 마크의 모습에 다른 멤버들 또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잘난 놈이기에 그렇게 콧대가 높은지 괜히 보고 싶기는 하네.”
미첼의 말에 방구름이 말을 이었다.
“마왕들만 상대로 거래를 하는 상인이라니 엄청난 부자겠죠.”
지구에서 돈은 곧 권력이다.
마계라고 다를까?
방구름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푼돈은 받지 않겠다는 거겠지.”
비아냥 거리는 듯한 실비아의 말에 프랄지카가 고개를 저었다.
“하르마돈과 거래를 하기 위해선 돈이 아닌 다른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건 나와 같은 일반 마족들로서는 쉽게 구할 수가 없는 물건이기도 하다.”
“돈이 아니면 뭘 가지고 거래를 하지?”
엘리엇의 물음에 프랄지카가 간단하게 답했다.
“혈청이다.”
처음 들어봤겠지?
프랄지카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말을 해줘봐야 너희가 혈청이라는 걸 알기나 하겠냐는 듯, 그러니 하르마돈과의 거래를 하겠다는 되먹지도 않을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라는 듯.
“혈청?”
“그래, 혈청. 마수의 시체에서만 아주 희박한 확률로 추출을 할 수 있는 물건이지. 무엇보다도 이 혈청을 추출하는 방법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마족들 중에서도 혈청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이들은 극히 한정적이다. 물론, 혈청을 추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마족들은 대다수 마왕들에게 좋은 대우를 받으며…….”
투두두두두두두두둑!
바닥에 각양각색의 구슬, 즉 혈청이 쏟아졌다.
“이거 말하는 거냐?”
무혁은 자신의 공간 주머니에 쌓이고 쌓여 있는 혈청 중 일부만을 바닥에 쏟아냈다.
그렇게 바닥에 쏟아진 혈청을 바라보는 프랄지카의 눈은 튀어나올 듯 커져 있었다.
“…이, 이게…….”
혈청은 귀하다.
직접 말했던 것처럼 추출하는 방법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혈청을 추출해 낼 수 있는 마족은 꽤나 큰돈을 벌었고, 심지어는 마왕들의 신임을 받으며 편안하게 마계의 생활을 해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때는 마족들 사이에서 혈청 추출 방법을 배우려는 바람이 불기도 했었다.
하지만, 배우기만 한다고 모두 혈청을 추출해낼 수 있었다면 혈청은 벌써 싸구려 물건이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혈청을 추출하는 방법은 어려웠고,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인간 따위가 이렇게 엄청난 수의 혈청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꿀꺽.”
프랄지카의 목울대가 출렁- 거리며 눈에서는 탐욕의 빛이 맴돌았다.
“당장이라도 한 움큼 쥐어서 튈 기센데?”
낄낄- 거리며 레오가 웃자, 프랄지카가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탐욕도 상대를 봐가며 부려야 오래 살 수 있는 법이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구한 거지? 아니, 이 많은 양의 혈청은…….”
프랄지카로서도 본 적이 없다.
“그런 것 까지는 알 것 없고. 이걸로 거래를 한다 이거지? 젠장, 혈청은 있는데 거래를 할 수가 없으니.”
거래를 할 수 있는 혈청은 쌓여 있었지만, 문제는 하르마돈이 거래를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였기에 무혁으로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만 하르마돈과 거래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려던 찰나.
“할 수 있다!”
프랄지카가 대뜸 소리를 내질렀다.
“이 많은 양의 혈청이라면 분명 하르마돈이라도 쉽게 거부하지 못할 거다!”
갑자기 뒤바뀌어버린 상황에 무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프랄지카가 재차 설명을 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극소수의 마족들만이 하르마돈과 거래가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 혈청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다른 마족들은 혈청이 없기에 하르마돈과 거래를 할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혈청이 있다 하더라도 고작 몇 개 가지고 있다고 거래를 해줄 하르마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혁처럼 혈청을 이렇게까지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하르마돈이 거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하르마돈은 장사꾼이다.
그 본질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실비아가 했던 말처럼 고작 ‘푼돈’에는 흔들리지 않을지 몰라도 무혁처럼 막대한 돈을 가진 이가 그 거래자라면?
마족이 아닌 인간이라 하더라도 하르마돈이 거래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단 말이지?”
하르마돈과 거래가 가능하다는 프랄지카의 말에 입꼬리가 한껏 말아 올라가는 무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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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귀여운 놈.”
무혁은 히포의 머리를 정성껏 쓰다듬어 주었다.
꾸득.
왜 갑자기 자신에게 자상함을 보이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는 히포로서는 괜히 불안했다.
이렇게 따뜻한 눈빛과 부드러운 손길은 너무 오랜만이기도 했지만, 갑작스럽게 상황이 돌변해서 자신을 막대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히포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마계의 공기가 어때? 아주 달지?”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고나 할까?
히포는 코를 벌름거리며 마계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그러다 다시 무혁을 노려본다.
이제야 자신을 불러준 무혁이 원망스럽다는 듯.
하지만, 그마저도 금방 마음이 풀어졌다. 어쨌든 이제라도 마계의 공기를 맡게 해준 몰인정한 인간 주인에게 아주 티끌만한 고마움이 생겼으니까.
“고향에 왔으니 마음껏 뛰어봐야겠지?”
오늘따라 왜 이럴까?
원래 이런 인간이 아닌데!
하지만, 무혁의 의도를 간파하기 보다는 원초적인 욕구가 우선이었던 히포는 당장이라도 저 너른 마계의 대지를 마음껏 뛰어보고 싶다는 듯 투레질과 함께 뒷발로 땅을 긁어댔다.
“좋아, 며칠 동안 네 마음껏 뛰어다녀보자! 더불어 네가 좋아하는 마수들도 마음껏 사냥하고!”
맙소사!
꾸득! 꾸득!
히포가 흥분해서 울어댔다.
무혁은 곧바로 히포의 등 위에 올라탔다.
“자! 가자!”
히포가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히포와 무혁의 모습이 사라졌다.
“…무섭다, 무서워!”
사라져버린 무혁과 히포의 모습을 보며 르케임이 혀를 내둘렀다.
“완전 강제 노역이야. 오늘부터 며칠 동안 히포만 죽어나게 생겼네!”
“중요한 건 히포 스스로가 무슨 처지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지!”
“마냥 좋다고 달려가는 걸 보고 있으니까 정말 히포가 불쌍하다.”
킬 라시온 멤버들이 하나 같이 무혁의 시커먼 의도를 가진 호의에 치를 떨었으며, 그런 음험한 속내도 모르고 마냥 좋다고 달려 나간 히포가 불쌍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제부터 히포는 쉬는 시간도 없이 마수를 사냥하고 다닐 것이다.
아니, 마수 사냥도 사냥이지만 턱이 빠져라 마수의 시체를 뜯어 먹으면서 혈청을 추출해내야 할 것이다.
앞으로 6일.
마계의 상인인 하르마돈이 46지역에 들어오는 그 순간까지 히포는 강제 노역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카칸? 어떻게 카칸을 길들이고 다닐 수 있는 것이지?”
카칸은 마수 중에서도 무척이나 희귀했으며, 길들이기가 어려운 마수다.
그렇기에 마족이라면 누구나 카칸을 길들이고 싶어 한다.
빠른 속도, 멋진 외형, 강력한 힘을 가진 카칸은 마왕들조차도 전투 동반 마수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더불어 카칸에게는 또 다른 능력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혈청 추출 능력이었다.
때문에 카칸을 보는 순간 프랄지카는 어떻게 무혁이 그 많은 혈청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이다.”
프랄지카에게 무혁이라는 인간은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놀랍기만 한 존재였다.
그렇게 6일이 흘러서야 무혁이 돌아왔다.
카칸은 더욱더 강력해져 있었다.
그만큼 많은 마수의 마정을 섭취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 히포 더 멋있어졌네!”
미첼이 히포에게 다가와 매끈하면서도 근육으로 다져진 몸통을 쓰다듬으며 감탄을 했다.
검은 윤기마저 자르르- 흐르는 히포의 모습은 과거의 볼품없었던 모습이 조금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완전히 번데기가 나비가 된 것 같네.”
다른 멤버들 또한 히포의 위풍당당하면서도 늠름한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혁이는 좋겠다! 히포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이렇게 멋있게 변하고 있으니까!”
르케임이 진심으로 부럽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무혁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성장을 할수록 멋지게 변해가는 히포를 소유하고 있으니 누구보다 좋아서 입이 찢어져야 했지만, 무혁의 표정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설마… 아니겠지? 저 못난이가 그놈일 리가…….’
무혁은 히포의 모습을 보며 지난 며칠 동안 같은 의심만 하고 있었다.
마수의 대지에서 그토록 잡고 싶었던 유니콘!
놀랍게도 투레질을 하며 발을 구르는 히포의 모습과 유니콘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