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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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1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14화
마계 (11)
“…네가 인간이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낄낄- 거리는 메카르만을 무혁은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잘려나간 두 팔은 회복력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재생이 불가능해 보였고, 두 다리 역시 무릎 아래로는 깔끔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가슴과 복부에 퀭- 하니 뚫려 있는 상처 또한 심각했기에 마왕이 아니라 마신이라 하더라도 그 생명의 불꽃을 다시 피어 올릴 수가 없었다.
웃을 때마다 입에서 울컥울컥- 흘러나오는 핏물 역시도 신체 내부의 상처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알려 주고 있었다.
싸움은 끝났다.
메카르만은 자신의 서열과는 무관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지만, 무혁이 더욱더 강했다.
특히, 블랙 본의 광기 스킬을 사용했을 때의 무혁은 거진 배 이상으로 강해졌을 정도였기에 아무리 메카르만이 제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폭주 상태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하긴, 네놈의 태생은 인간이었으니 어쩌면 네 주장이 맞을지도 모르지. 크크큭…….”
피가래가 끓는 웃음을 지으며 메카르만은 무혁을 올려다봤다.
태생부터 다른 마족들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던 메카르만은 무혁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한 투쟁의 삶을 살아왔다.
때문에 자신의 죽음이 언제고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상대가 자신보다 강한 천계의 인물 혹은, 마계의 인물일 것이라고만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아니, 어처구니없게도 가장 하등한 존재나 다름없는 인간의 손에 자신이 죽임을 당하게 되었으니 메카르만으로서는 그저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이런 죽음은 단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죽음은 언제나 영광스러울 것이라 여겼다.
아니, 그렇게 죽으리라 항상 다짐을 해왔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메카르만이 인간에게 죽게 될 줄 생각조차 못했던 것처럼, 무혁 또한 자신이 마계에서 마왕을 죽이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해봤었던 일이다.
무혁의 대답에 메카르만은 그저 낄낄- 웃기만 했다.
“마계에서 마왕을 잡는 인간이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기다는 듯 메카르만은 연신 피가래를 입 밖으로 흘리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무혁은 더 이상 죽어가는 메카르만을 보고 있을 필요가 없다 여겨 블랙 본 장검을 들어 올렸다.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마왕들, 특히 상위 서열 마왕들은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
상위 서열 마왕들에 대한 단서.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들어 올린 상태로 물었다.
“너와 비교한다면?”
“나? 큭큭큭!”
비교가 되겠냐는 듯 메카르만이 웃어댔다.
“너 역시 서열을 무시할 정도로 강하다고 들었다.”
“그렇기는 하지. 난 서열 따위에 관심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상위 서열 마왕들과 비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는 못하다. 그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마계를 지탱하고 유지시켜나가는 존재들이니까.”
마치 자신은 이름뿐인 마왕이라는 듯한 태도였다.
무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메카르만의 말처럼 상위 서열 마왕들이 그렇게까지 강하다면 무혁으로서는 당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네가 보여준 힘이 전부라면 볼칸과 비슷하다.”
“볼칸?”
무혁은 기억을 더듬거려봤다.
볼칸이라는 이름의 마왕은 서열 21위였다. 즉, 블랙 본의 광기 스킬까지 모조리 사용한 현재의 무혁이 낼 수 있는 최고의 힘이 서열 21위 마왕 볼칸과 동등하다는 뜻이었다.
볼칸의 실력이 서열 그대로라면 무혁보다 강한 힘을 소유한 마왕만 20명 남는다.
그 중에서도 상위 서열이라는 1위부터 10위까지의 마왕은 또 얼마나 더 강한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쉬울 리가 없다 생각하기는 했지만, 무언가 막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마왕들의 영혼을 흡수하면 상대할 수 있을까?’
솔직히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감이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무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자 메카르만이 보기 좋다는 듯 웃어댔다.
가래 끓는 비웃음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메카르만을 내려다보며 무혁이 말했다.
“내가 절망하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었던 거냐?”
의도가 그렇다면 솔직하게 말해서 최소한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절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무혁의 마음속에 불안감을 심어둔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무혁의 물음에 메카르만은 의외의 답을 했다.
“네가 인간이라 하더라도 나를 쓰러트린 상대에게 절망감을 줄 정도로 난 내 죽음을 헛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무혁이 의아함을 드러내자, 메카르만이 말을 이었다.
“나는 네가 더 많은 마왕들을 쓰러트리길 바란다.”
“뭐?”
이번에는 황당함에 무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혹시라도 메카르만이 자신을 상대로 장난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싶은 의심마저 들었다.
“말했다시피 난 내 죽음을 헛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적어도 인간의 손에 죽은 멍청하고 나약한 마왕으로 남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네놈이 더 많은 마왕들을 죽이고, 마계 전체에 이름을 알리길 바란다.”
“고작 그런 이유로 동족들의 죽음을 바란다는 거냐?”
“마계에서 나약한 놈은 죽어 마땅하다. 그러니 그들이 네 손에 죽는다고 날 원망할 일은 아니지. 그리고 너로 인해 이 따분한 마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고.”
낄낄- 웃는 메카르만의 모습을 무혁은 진심으로 미친 놈 바라보듯이 쳐다봤다.
“어차피 네가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이미 다른 마왕들을 다 죽일 생각이다. 그리고 더불어서 마신 라시온까지도.”
“…라시온 님?”
잠시 멍하니 무혁을 바라보던 메카르만이 이윽고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들썩거릴 정도로 웃어댔다.
덕분에 웃을 때마다 핏물이 입과 코에서 꿀렁꿀렁- 흘러나왔지만, 개의치 않고 메카르만은 한참이나 웃어댔다.
“인간 주제에 마신을 상대하겠다니… 하긴, 마왕까지 죽인 놈이니 무슨 생각이든 못할까.”
메카르만이 입을 다물고 무혁을 빤히 바라봤다.
그렇게 수초가 흐른 후에야 메카르만이 입을 열었다.
“좋다. 네놈의 그 거대한 꿈에 내 기꺼이 동조를 해주지.”
“네가 동조를 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앞으로 6일 뒤, 하르마돈이 이곳을 지나갈 것이다.”
“하르마돈?”
무혁은 누구인지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마왕 중에는 그러한 이름을 가진 마왕이 없었다.
“마계의 상인이다.”
“마계의 상인?”
“네놈의 그 거대한 꿈에 충분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다. 물론, 네가 하르마돈과의 거래를 충분히 만족스럽게 마쳤을 때의 일이겠지만.”
상인이라는 소리와 거래라는 단어로 인해 무혁은 하르마돈을 통해 무언가를 사고 팔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 방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으로 거래가 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메카르만에게 주어진 시간은 거기까지였다.
“…지루하고… 따분하던… 마계가… 혼돈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구…….”
마지막 말을 끝맺지 못하고 기어이 숨이 끊어져버린 메카르만이었다.
무혁은 메카르만의 시체를 가만히 바라봤다.
두 번째로 죽인 마왕이었지만, 그 느낌은 자바하와는 명확하게 달랐다.
자신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 이유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마왕들을 죽여야만 마신 라시온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더욱이 상위 서열 마왕들에 대한 경고까지 들었기에 무혁의 마음은 상당히 복잡하고 무거워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야겠지.”
앞길이 가시밭처럼 고단하겠지만, 무혁은 물러설 수도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네 충고는 고맙게 듣겠다.”
무혁은 메카르만의 시체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그의 시체를 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앞으로 6일 뒤라고 했지?”
본래의 계획이라면 메카르만을 죽이고 나면 헤수넴과 일부 마족들을 죽이고 곧바로 46지역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6일 뒤에 마계의 상인인 하르마돈이 46지역을 지나간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여기서 머무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어졌다.
“우선 헤수넴과 마족들부터 처리하고 하르마돈에 대해서 알아보자.”
무혁은 곧바로 마왕성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헤수넴과 마족들을 찾는 일은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46지역 내에서 가장 많은 마기가 들끓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프랄지카에게 걸어 두었던 위치 추적 스킬 덕분에 무혁은 손쉽게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무혁이 도착했을 때, 킬 라시온 멤버들은 치열하게 전투 중이었다.
상대적으로 수적인 열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멤버 개개인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크게 밀리는 경향 없이 아주 팽팽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로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로드의 전투 스타일은 간단하다.
간접적으로는 그림자를 이용해서 상대를 공격하거나, 방어했고, 직접적으로는 한 자루의 그림자 검을 들고 마족들을 상대했는데 그 실력이 상당해서 로드를 맞상대하는 마족들은 어김없이 팔다리가 잘리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외에도 송정민, 레오, 필립 등의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서너 명의 마족들은 어렵지 않게 상대하고 있었다.
의외라면.
“열심히도 싸우네.”
무혁은 제 동족을 향해 악착같이 검을 휘두르는 프랄지카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살기 위해 인간들에게 붙은 마족의 처절한 사투라고나 할까?
덕분에 괘씸죄가 적용이 된 듯 프랄지카는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보다도 더 많은 마족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야만 했고, 그로 인한 신체의 부상도 월등히 많은 편이었다.
“역겨운 배신자 놈!”
“죽어라! 이 더러운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프랄지카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검을 휘둘렀다.
어차피 이제는 물러날 곳도 없었고, 돌아갈 곳도 없다.
이제 와서 태세전환을 해서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검 끝을 겨눈다 하더라도 동족들이 잘했다며 반겨줄 일은 없었으니까.
동족의 살벌한 공격을 막고, 피하고, 반격을 하면서도 프랄지카는 한 가지만 기원했다.
‘그 무서운 인간이 메카르만만 잡으면 된다!’
무혁이 메카르만을 쓰러트리길 바랄 뿐.
그 한 가지의 소망만 이루어진다면 프랄지카는 지금의 상황도 얼마든지 견뎌내고 소중한 한 목숨 오래오래 이어나갈 수 있다고 여겼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프랄지카의 소망이 이루어졌다.
퍼- 억!
프랄지카의 뒤를 노리고 창을 찔러오던 마족 한 명이 돌연 머리가 터져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프랄지카는 물론, 주변의 마족들까지도 움찔- 거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아무리 경계심을 높여도 볼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공격이 이어졌다.
퍽! 퍽! 퍽! 퍽퍽!
거짓말처럼 마족들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검을 휘둘러도 쉽사리 쓰러트리지 못했던 동족들이 멍하니 서서 머리통이 터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프랄지카는 온 몸의 솜털마저 곤두서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턱.
“히이익!”
갑작스럽게 자신의 어깨를 짚는 손길에 프랄지카가 화들짝- 놀라며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지만.
“팀킬이냐? 아니면, 이제라도 동족을 위해 칼을 들겠다는 의지?”
퉁- 무혁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며 프랄지카가 휘두른 검을 손가락을 튕겨 내버렸다.
“큭!”
손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프랄지카가 인상을 찌푸리다 무혁의 멀쩡한 모습에 의심스럽게 물었다.
“서, 설마 그냥 돌아온 건가?”
“돌아오긴 뭘 돌아와? 할 일 다 했으니까 돌아온 거지.”
“그, 그럼?”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주변 정리 좀 하자.”
무혁이 움직이자 팽팽하던 균형이 완벽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치열한 전투의 현장 속에서 무혁은 산보라도 나온 사람처럼 편안하게 행동했지만,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마족들이 픽픽- 쓰러졌다.
아무리 수가 많아도 절대적인 힘을 가진 단 한 명을 상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킬 라시온 멤버들이 상대하고 있던 마족들을 제외하고는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버렸다.
무혁은 다시 프랄지카의 곁으로 돌아와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혁의 등장으로 더 이상 신경이 분산되지 않아도 될, 킬 라시온 멤버들은 자신이 상대하고 있던 마족들에게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특히, 헤수넴을 상대하고 있는 필립이 빠르게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앉아. 보아하니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쉬어야 나을 것 아냐?”
무혁의 말에 프랄지카는 머뭇거리다 이내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무서운 인간! 정말 메카르만을 잡을 줄이야!’
그러길 바랐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멀쩡하게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기에 프랄지카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것으로 자신이 가장 원하던 생명 연장의 꿈은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기에 한결 마음이 놓인 프랄지카는 편안한 마음으로 남은 이들의 싸움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