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3화
무료소설 나 혼자 스킬융합: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3화
#3화. 몸값을 올려야 한다.
선우영은 스킬석을 바라보았다.
시험 1등에게 주어진 경품.
헌터협회에서 받은 이 물건을 바로 사용했다.
스킬석이 빛으로 변해 그의 몸속에 스며들었고, 선우영은 오러가 급격히 올라가는 걸 느꼈다.
“후우우.”
선우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러가 증대되며 심장에 다소 무리가 갔다.
아프진 않았지만 좀 놀랐다.
급격한 변화였으니까.
선우영은 그 자리에서 육체강화 와 새로이 얻은 스킬을 융합시켰다.
화아앗!!
햇볕이 피부를 스치듯 편안하고 따사로운 기운이 심장을 통해 퍼져나갔다.
“오오!!”
선우영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급격히 강해졌다.
그걸 단번에 감지할 정도로 성장했단 말이다.
선우영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헌터 시험장 뒤쪽에 자리한 골목길이라 그런지 아무도 안 보였다.
부우웅.
그는 주먹을 내질러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해봤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시원하다.
돌풍과 함께 골목길에 쌓여있던 먼지들이 앞으로 확 피어올랐다.
주먹을 휘둘렀을 뿐인데, 이 정도 풍압이라니!
‘이거 제법인데?’
회귀 전, B급 헌터로 활약해봤기에 자신의 경지를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근력, 민첩, 오러.’
모든 부분이 50% 가까이 상승했다.
무엇보다
‘이 상승 능력치가 전부 패시브라는 점이야.’
이게 대박이었다.
액티브 스킬은 오러를 소모해야 하지만, 패시브 스킬이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무한정 사용 가능하다.
‘초반부터 사기 스킬을 손에 넣었구만.’
한바탕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건만, 느닷없이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사람의 발 소리였다.
‘누구지?’
뒤를 돌아보니 백영희가 시야에 들어왔다.
‘무슨 볼일이지?’
미래의 검제께서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아왔을까.
궁금해서 빤히 쳐다보니
“죄송하지만 혹시 시간이 있으시면······.”
어? 어째 귀찮은 예감이 든다.
“저랑 검술대련 한번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역시나, 귀찮은 일이었다.
선우영은 그녀의 대련 신청에 눈을 껌뻑였다.
정말 느닷없는 제안이 아닌가.
“저기, 왜 대련을??”
“저는 최강의 검사를 목표로 수련 중입니다.”
“예.”
“검사로서 한 단계 위로 성장하려면 좋은 대결 상대가 필요합니다.”
선우영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거참, 귀찮게 됐다.
‘그러니까, 공짜로 수련 상대가 되어달란 소리잖아.’
그건 사양이다.
공짜로 일하는 게 얼마나 기운 빠지는데.
“거절하겠습니다.”
“보수가 필요하시다면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얼마?”
“10만 원 정도면 되겠습니까?”
“푼돈은 됐수다.”
선우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떠나려 했다.
“자, 잠깐!!”
백영희는 황급히 그의 어깨를 잡으며 소리쳤다.
포기를 모르는 아가씨다.
선우영은 그녀를 쳐다보며 한 가지 충고를 해줬다.
“이보쇼. 어차피 몇 시간 뒤에 귀찮은 일이 생길 텐데, 지금 힘 빼지 말고 체력 좀 아끼지 그래요.”
“네?”
백영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선우영은 나오려던 한숨을 억지로 삼켰다.
아무래도 저 아가씨는 전투 실력만 좋았지, 사회생활은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좀 있으면 온갖 길드에서 찾아올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아시죠?”
“그거야, 시험 감독관이 합격자들 명단을 길드에 뿌렸을 테니까요.”
백영희는 눈을 깜빡였다.
당최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알려줘야 할 것 같다.
“길드에서 신입 헌터를 뽑을 때 무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합니까?”
“······성장성?”
“그 성장성을 어떻게 파악하죠?”
“익힐 수 있는 스킬의 개수와 시험내용이요.”
선우영은 바로 그게 핵심이라는 듯 그녀의 입술을 가리켰다.
“그럼, 그중에 시험내용을 누구한테서 들을 수 있을까요?”
“그건······아!!”
백영희의 머릿속에 시험 감독관의 얼굴이 팟 떠올랐다.
이제 좀 감을 잡겠다.
시험 감독관과 몇몇 길드들이 끈끈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시험에 대한 정보가 대놓고 흘러 들어간 것이다.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아시겠죠?”
“하지만 그것과 저희의 대련은······.”
“어차피 길드에 들어가면 나보다 강한 녀석들 널렸을 겁니다. 그분들이랑 대련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선우영은 그리 대꾸하며 제 갈 길 떠났다.
“······.”
백영희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선우영은 느긋이 걸었다.
‘설마, 미래의 검제께서 대련을 요청하는 날이 올 줄이야.’
라이벌로 삼으려고 하셨던 건가?
‘나도 대단하네.’
이런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나.
이 시기엔 게이트에서 얻은 스킬석을 팔며 스킬 개수가 적다고 술이나 마셔댔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뭐, 그건 그거고.’
조금 있으면 길드 소속 스카우터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텐데, 어떻게 할까?
‘몸값을 최대한 부풀려야 하는데···.’
신인들 계약금은 아무리 비싸 봐야 1억 5천만 원.
그 정도 금액으론 성에 안 찬다.
선우영은 팔짱을 꼈다.
‘음······ 그 사람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선우영은 좋은 수가 떠올랐다.
그의 입가에 계책을 꾸미는 책사의 미소가 걸렸다.
* * *
몇 시간 뒤.
아니나 다를까, 길드에서 선우영을 찾아왔다.
‘어? 정보력 대단한데?’
자췻집에 들어가지 않고 점심이나 때울 겸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왔다.
‘예나 지금이나 길드의 정보력은 무시무시하네.’
각 길드의 스카우터들이 앞다퉈 그에게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도지길드에서 나왔습니다.”
“화성길드에서 왔습니다.”
“저희 머스크길드에서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선우영은 라면 면발을 후루룩 흡입하며 식사를 마치고, 찾아온 사람들의 머릿수를 세어봤다.
‘어디 보자! 한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 오징어···.’
아이고. 많기도 많다.
아무래도 헌터 시험 1등이란 타이틀 때문에 이리로 몰린 모양새였다.
“먼저 명함부터 받으시죠.”
“아, 저희 것도 받으세요.”
“제 것부터······.”
스카우터들의 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누가 먼저 명함을 주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고 생각하나?
뭐, 하여튼.
“여기서 말하는 것도 뭣하니 장소를 옮기죠. 저쪽에 좋은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선우영은 그들을 이끌고 카페에 갔다.
그때, 스카우터 하나가 손을 싹싹 비비며 한마디 하였다.
“선우영 씨, 커피값은 제가 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선우영은 딱 잘라 말했다.
괜히 저런 호의를 받아들였다간 나중에 거절하기만 어려워질 뿐이니까.
선우영은 찐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들이켰다.
느끼한 라면 국물 때문에 기름졌던 목구멍이 상쾌해지는 맛이었다.
그는 2명밖에 앉을 수 없는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스카우터들은 앉지도 못하고 그의 눈치를 보았다. 이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려면 저렇게 좁은 식탁으론 부족할 텐데···.
“선우영 각성자님, 자리가 협소해서 저희들이 앉을 자리가 없는데요. 저쪽 넓은 자리로 가시죠.”
그때였다.
“5억.”
선우영이 단도직입적으로 외쳤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스카우터 한 명이 얼빠진 소리를 내며 안경을 고쳐 썼다.
“계약금 5억을 요구합니다.”
“!!”
스카우터들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얼마라고? 5억?
아무리 유망주라 해도 그 정도 금액을 성큼 내줄 길드는 없었다.
스카우터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자식!! 일부러 2인용 식탁에 앉았구나.’
‘5억을 줄 수 있는 대형 길드만 맞은편에 앉으란 뜻이었어.’
스카우터들은 고심에 들어갔다.
5억이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처럼 푼돈도 아니지 않나.
엄청난 거금이다.
역대 신인 계약금은 1억 5천만이 최고치였다.
사실, 헌터 치고 좀 짜긴 했다.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신입들을 당장 실전에 써먹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유는 오직 하나!
몬스터를 잡기엔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1년간 훈련이 필요했다.
길드 입장에선 거금을 투자한 사업이었다.
1년간 실적은 하나도 없는데, 연봉은 꼬박꼬박 지급해야 하니까.
그렇게 열심히 키워도 종종 손해를 봤다.
사냥에 나선 몇몇 신입들이 몬스터한테 사망하거나 죽을지도 모른단 공포심을 맛보고 은퇴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니 큰돈을 쓰고 싶겠나.
중소길드는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선우영을 스카웃하려고 모인 사람들 중 절반가량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남은 몇몇이 길드에 전화를 걸었다.
현 상황을 보고하더니
“알겠습니다.”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통화를 끊었다.
그들이 자신만만하게 외친다.
“5억 드리겠습니다.”
“그거 계약금이에요. 각종 복지랑 수당도 다 챙겨주셔야 합니다.”
“예?!”
선우영이 잊지 말라고 얘기하자, 그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결국 그들도 발걸음을 밖으로 돌렸다.
남은 건 5개 길드뿐.
전부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대형길드 뿐이었다.
이들에게 5억은 우스운 금액이었지만, 역시나 그 돈을 들여 선우영을 영입할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을 표했다.
“선우영 씨, 욕심이 과하시군요. 계약금액을 조금만 깎아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로봇 아홉 대 쓰러뜨리고 합격한 신입은 제가 최초인데요?”
“물론 그 점은 높이 삽니다. 하지만 현장과 시험을 확실히 다르죠.”
“전 계약금 깎을 생각 없습니다.”
“허허허.”
대형길드 스카우터가 어처구니없단 웃음기를 흘리며 자리를 떴다.
미련조차 없어 보였다.
그의 구두 굽이 바닥을 세차게 때렸다.
“하아, 이거야 원.”
“너무 자만하시군요.”
다른 대형길드 스카우터들도 하나씩 자리를 떴다.
단 한 명만이 남았다.
크루그먼 길드에서 나온 노년의 스카우터였다.
“저희는 계약금 5억을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선우영 각성자님.”
선우영은 씨익 웃으며 앉으라고 맞은편 자리에 손짓했다.
끼이익.
노년의 스카우터가 의자를 뒤로 빼며 자리에 앉았다.
선우영은 몸값을 최대한을 올리기 위해 저 사람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의 이름은 임건희.
훗날 전설의 스카우터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선택한 각성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엄청난 인물들로 성장했다.
‘임건희가 발굴한 헌터 중에는······’
그 유명한 검제 백영희도 포함되어 있었다.
선우영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켰다.
‘임건희는 분명히 백영희를 눈여겨보고 있었을 거야, 아마 걔가 1등 하리라 예상했겠지. 하지만, 느닷없이 웬 놈이 나타나 1등을 차지했잖아? 정보망에 없었던 녀석이 말이야.’
궁금해서라도 이 자리에 남을 게 분명했다.
선우영은 이 상황을 전부 예측했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임건희는 새하얀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흐음, 백영희의 실력을 뛰어넘은 루키라······ 그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군.’
그는 백영희를 높게 평가했다.
스킬을 익히지 않고 검술만으로 정상에 서겠단 신념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실력만큼은 진짜배기였다.
그런데 그녀의 실력을 넘어선 사내가 눈앞에 있다.
‘미래가치까지 생각한다면 5억도 부족한 인재일지 몰라.’
임건희는 자신의 눈을 믿었다.
자기가 발굴한 헌터들이 뛰어난 실적을 이뤄냈으니까.
길드에서 그의 입지는 탄탄했다.
그가 부탁한다면 상부도 5억짜리 계약서를 냉큼 줄 게 분명했다.
‘그래도 계약금을 최대한 깎을 수 있을 때까진 깎아야지.’
임건희가 대화를 이어나간다.
“각성자님, 저희 길드에게 5억 정도는 아주 우스운 금액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5억이 적은 돈이란 뜻은 아니죠.”
“······.”
“저희 길드에서 주최하는 테스트를 통과하시면 5억 이상의 계약금을 드리겠습니다.”
꽤나 도발적인 제안이 아닌가.
선우영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 전설의 스카우터다.
‘밀고 당기는 솜씨가 여간내기가 아니네.’
선우영은 그가 제시한 조건에 플러스알파를 붙였다.
“좋습니다. 테스트에 붙었을 때 세부 금액을 정하도록 하죠. 그리고······.”
“그리고?”
“제가 테스트에 붙었을 경우, 크루그먼 길드가 소유한 붉은 스킬석 하나를 저에게 주십시오.”
“!!”
임건희는 그 말에 어깨를 움찔했다.
평범한 스킬석은 어떤 스킬을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쓰여있는 글자를 해석하면 되니까.
하지만 이 세상엔 예외의 경우가 존재한다.
그게 바로 붉은 스킬석!
요주의 물건이었다. 어떤 스킬을 익힐 수 있을지 알려주는 문자가 안 쓰여 있다.
마냥 시뻘겋기만 하다.
근데, 이 요물의 별명이 바로 복권이다.
개떡 같은 능력 아니면 개사기급 능력만 나오니까.
[고양이 목숨]처럼 최대 아홉 번까지 죽어도 부활 가능한 사기 스킬이 있는가 하면, [노쇠화]처럼 24시간 동안 노인이 되어 걷지도 못하게 만드는 쓰레기 스킬도 존재했다.
좋은 스킬이 걸리면 만사 오케이지만, 안 좋은 게 걸리면 헌터 인생 자체가 망가질 수 있었다.
실패의 대가가 너무 막심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대형길드는 자신들이 얻은 붉은 스킬석을 판매하지도, 사용하지도 않고 창고에 보관 중이었다.
만약, 선우영이 좋은 스킬을 얻었을 경우 그의 몸값은 5억이 아니라 50억을 줘도 모자라다.
반대로 나쁜 스킬을 얻었을 경우 헌터 생활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도박이었다.
‘선우영······ 재미있는 녀석이군.’
임건희는 감정을 진정시키고 갈색 중절모를 꾹 눌러썼다.
‘이거 참, 초짜처럼 감정이 드러나게 만들다니.’
그는 웃음으로 감정을 숨기며 탁자 밑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상부에 문자를 보냈다.
선우영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말이다.
임건희는 상부에 지금까지의 상황을 문자로 보고했다. 잠시 뒤, 상부에서 연락이 왔다.
-그래, 자네 생각은 어떤가?
상부는 임건희의 눈썰미를 믿고 판단을 맡겨보기로 했다.
그의 성과를 존중했으니까.
-훌륭한 인재이니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신입이라도 붉은 스킬석을 함부로 줄 수는 없습니다. 붉은 스킬석은 우리에게도 도박입니다. 그러니 선우영이 클리어하지 못하도록 어려운 테스트를 시켜야 합니다.
-좋아. 그럼 적당한 상대를 준비하도록 하지.
보통이라면 있을 수 없는 결정이 임건희가 쌓은 실적 덕분에 통과되었다.
임건희는 속으로 웃었다.
선우영은 합격하지 못할 것이다.
크루그먼 길드엔 우수한 인재들로 가득하니까.
끼이익.
임건희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럼, 차후 시험내용을 공지하도록 하지요. 선우영 각성자님.”
그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선우영도 당당히 굴었다.
“예. 알겠습니다. 일단 5억부터 준비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임건희는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