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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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5)
퍼억!
“…칵!”
사정없이 뒤로 튕겨져 나가 바닥을 몇 차례나 처참하게 나뒹굴고 나서야 요하메스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핏덩어리가 섞인 침을 뱉어냈다.
‘…이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악을 생각하고 최선을 선택했다.
상대가 인간이라는 점까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상위 서열 마왕 셋이 자존심까지 내던지고 협공을 펼쳤다.
그런데!
요하메스는 여기저기 옷이 찢어지고,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었지만 여전히 굳건하게 서 있는 무혁의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강한 상대인지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요하메스의 시선이 좌측, 그리고 우측으로 연이어 움직였다.
가슴팍을 부여잡고 숨을 헐떡이고 있는 포카보와 왼쪽 다리를 절뚝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레카딜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 둘 역시 표정이 딱딱하다 못해 경직되어 있었다.
상대의 강함에 무척이나 당황한 상태였고, 현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그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기회를…….’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맞다.
셋이 달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니 이럴 바에야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다음을 노려보는 것이 이성적으로는 옳았다.
하지만, 요하메스는 결코 물러날 수가 없었다.
한낱 인간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자인하고 여기서 등을 돌려 도망간다는 건, 아무리 마왕으로서의 자존심과 명예를 버렸다 하더라도 더 이상 설 자리, 마왕의 권위를 다시는 어디서도 세울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더욱이 이대로 돌아가면 자신들을 따르는 마족들은 어떻게 된단 말인가?
보나마나 뻔했다.
전멸이다.
마왕 셋의 협공도 버텨내는 아니, 오히려 더욱 우세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무혁이 이대로 돌아가면 마족들에게 남을 것은 죽음 밖에 없었으니까.
모든 것을 잃고 목숨만 남겨놓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이다!’
요하메스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레카딜라와 포카보를 바라봤다.
포카보야 성격상 죽어도 도망가지 않겠지만, 레카딜라가 문제였다.
‘틈만 보이면 그대로 도망이라도 가겠다는 생각이군.’
상황이 유리하지 않으니, 어떻게든 몸을 뺄 수 있으면 그러겠다는 의지가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레카딜라의 모습에 요하메스의 입매가 비틀려 올라갔다.
레카딜라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다만, 설마하니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애초에 생각하지 않은 것이 요하메스의 실수였을 뿐.
그렇다고 서열이 높다고 해서 그녀에게 도망갈 생각하지 말고 이 자리에서 죽을 생각으로 싸우라고 강요를 할 수도 없었기에 요하메스는 그녀가 최대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쉴 만큼 쉬지 않았어?”
무혁이 세 마왕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여유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가장 먼저 포카보가 반응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네 놈을 죽여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다.”
“어떻게 죽일 건데?”
무혁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네놈의 그 입부터 찢어놓고 혓바닥부터 조각조각 내버리겠다!”
“할 수는 있고?”
비웃음을 짓는 무혁의 모습에 포카보가 고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우락부락한 몸집만큼이나 근접전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포카보였기에 그와의 근접 격투는 무혁으로서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상대는 포카보뿐만이 아니었기에 무혁은 최대한 그가 거리를 좁히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놔야 맞상대를 하기가 편했다.
포카보의 발아래부터 수룡이 솟구쳐 올랐다.
그렇게 포카보의 발을 묶어 놓은 무혁은 곧장 그의 머리 위로 다크 문을 떨어트렸다.
콰가가강!
정확하게 다크 문이 포카보의 머리 위를 덮쳤지만, 그 역시 서열 6위의 마왕답게 시커먼 방패를 들어 만들어내며 방어를 해냈다.
방어에는 성공을 했으나, 충격까지는 모두 피할 수가 없었기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입가에서 핏물이 컥- 하고 튀어나왔다.
그런 포카보를 향해 무혁이 재빨리 후속 공격을 퍼부었다.
블랙 본 장검 끝에서 뿜어져 나간 강력한 기운들이 그대로 포카보의 몸을 할퀴고 지나갔다.
강인한 마왕의 육체가 종잇장처럼 쩍쩍- 갈라지고, 찢어지며 핏물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여기서 몇 번의 공격만 더 성공시키면 된다.
상처를 입고 숨을 헐떡이고 있는 포카보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화력을 집중시켜버리면 구태여 심판의 검을 사용하지 않고도 끝장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려다 말고 황급히 우측으로 몸을 이동하며 실드로 몸을 방어했다.
퍼퍼퍼퍼퍽!
7개의 실드가 차례로 박살이 났다.
그만큼 실드를 두들겨 댄 공격의 파괴력은 강력했다.
무혁의 시선이 깨져버린 실드 너머에 머물렀다.
“젠장!”
레카딜라는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무혁의 재빠른 모습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포카보가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기회만을 노렸었는데, 그마저도 놈은 허점을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어지간하면 피해를 입더라도 포카보부터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무혁은 레카딜라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냉정하고도 이성적이어서 얄밉게 보였다.
레카딜라를 바라보던 무혁이 이번에는 제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검은 벼락에 재빨리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휙- 휙휙휙휙휙휙-!
한 호흡 만에 수십 차례나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른 무혁의 머리 위로 실선이 모여들며 하나의 막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어진 쿠콰가강- 하는 굉음!
블랙 본 장검을 수십 차례나 휘둘러서 방어벽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벼락은 무혁의 몸을 포기할 수 없다는 듯 강하게 내리 꽂혔다.
“블링크!”
간발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블링크로 몸을 빼낸 무혁은 곧장 자신에게 검은 벼락을 내리꽂았던 요하메스에게 달려들었다.
요하메스의 몸 주변으로 파지지직- 거리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있던 검은 전류들이 무혁을 향해 일제히 몰려들었다.
무혁은 개의치 않고 그대로 블랙 본 장검부터 휘둘렀다.
파직! 파지직! 파지지직!
블랙 본 장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귀찮게 달려드는 파리들이 허공에서 터져 나가듯이 검은 전류들 또한 퍼퍼퍽- 소리와 함께 그대로 소멸되며 사라졌다.
앞을 막았던 전류들을 뿌리치고 난 무혁은 요하메스의 가슴팍에 압축한 다크 문을 들이밀었다.
요하메스도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더욱이 무혁의 다크 문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포카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확인을 했었기에 방어를 함에 있어서 조금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았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무혁과 요하메스의 몸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 나갔다.
요하메스가 충격으로 인해 잠시 진정의 시간을 갖는 동안, 무혁은 어느새 회복을 마친 포카보가 우측에서 달려들자 반사적으로 블랙 본 장검을 들어 올렸다.
레카딜라 역시 이번에는 포카보와 맞춰서 공격을 하려는 듯, 무혁의 뒤를 노렸다.
‘역시 쉽지가 않네.’
무혁이 작게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마왕 셋을 상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를 해보니 어느 정도 할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지금이라도 심판의 검을 쓸까?’
킬 라시온 멤버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니 그 부분이 마음에 쓰일 뿐이었다.
헬-라시온에서 넘어온 인간들에게 킬 라시온 멤버들이 피해를 받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또한 천여 명에 가까운 마족들이 몰렸다 하지만, 이미 개개인이 하위 서열 마왕급의 실력을 갖춘 멤버들인만큼 크게 걱정스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왕 놈들이 또 무슨 짓을 꾸며놨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돌아가야 할 것만 같은 걱정이 들었다.
‘괜한 위험 부담을 갖는 것보다는 낫겠지?’
킬 라시온 멤버들만 아니라면 무혁은 심판의 검을 사용하지 않고 마왕 셋과 끝을 볼 때까지 전력으로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기에 그로 인한 시간 낭비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장담할 수 없어 무혁은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심판의 검.”
모든 균형을 깨트려버리는 절대적 능력이 발휘됐다.
새하얀 불길이 치솟는 검, 그리고 시간이 정지된 듯 어떠한 움직임도 갖지 못하는 세 명의 마왕들.
무혁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포카보의 가슴팍에 검을 꽃아 넣었다.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순백의 불길이 포카보의 전신을 뒤덮었다.
뒤이어 무혁은 눈동자로 경악을 드러내고 있는 레카딜라의 심장을 잘라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하메스의 앞에 섰다.
그게 뭐냐는 듯,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는 듯, 할 말이 무척이나 많아 보이는 요하메스의 눈동자를 마주한 무혁은 어느덧 시간이 다 되어가는 심판의 검을 서둘러 휘둘렀다.
“무슨… 크아아아악!”
아주 찰나의 순간을 두고 무혁의 검이 요하메스의 가슴팍을 갈랐으며, 새하얀 불길이 옮겨 붙었다.
요하메스뿐만 아니라 레카딜라와 포카보의 처절한 비명 소리를 들으며 무혁은 그들의 생명이 끊어지길 기다렸다.
툭!
언제나처럼 새하얀 불길은 탐욕스러울 정도로 잔인하게 상대의 생명만 집어 삼켜버리고 사라져버렸다.
자신의 발아래 쓰러진 요하메스의 시체와 레카딜라와 포카보의 시체 역시도 차후 영혼을 흡수하기 위해 무혁은 공간 주머니에 담았다.
“텔레포트.”
무혁은 곧바로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킬 라시온 멤버들과 헤어졌던 장소로 이동했다.
무혁의 우려는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
텔레포트로 이동을 하고 무혁의 눈에 보인 것은 백여 명도 남지 않은 마족들을 킬 라시온 멤버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포위하고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킬 라시온 멤버들은 비현실적이라는 듯, 넋까지 놓고 바라보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에 무혁은 조금 더 마왕 셋과 싸움을 했어도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
‘이젠 더 이상 내 보호 따윈 필요가 없겠네.’
어느덧 킬 라시온 멤버들은 자신의 울타리를 멋지게 벗어나 있었다.
예전처럼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근심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혼자라면 모를까, 최소한 킬 라시온 멤버들이 모두 뭉쳐 있다면 어지간해서는 크게 다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무혁이 킬 라시온 멤버들을 뿌듯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때, 그의 곁으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당신…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건가요?”
무혁은 귀에 익숙한 목소리였기에 조금도 놀라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있는 로페시 아델리오가 무혁을 너무나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말이죠?”
무혁의 되물음에 로페시 아델리오는 손가락을 들어 킬 라시온 멤버들을 가리켰다.
“지금 저들의 능력… 과거와는 비교조차 될 수가 없어요. 그게 전부 당신 때문이지 않은가요?”
거짓말이나, 어설픈 변명 따윈 하지 말아달라는 듯 로페시 아델리오의 표정은 너무나도 절박하고도 진지했다.
무혁 또한 그녀의 표정 때문에라도 장난 따윈 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생기지 않았다.
“그쪽이 헬-라시온에 처음 왔을 때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 아닐까요?”
상황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는 소리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하지만, 막연하게 사자의 우리 안으로 들어간다고 사자를 사냥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건 아니죠. 분명 당신은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요. 아닌가요?”
“있다면요?”
너무나도 쉽게 수긍해버리는 무혁의 모습에 로페시 아델리오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윽고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듯이 말했다.
“나도 알려줘요.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라도 무엇이든지 다 할게요. 그러니까 나도 저들처럼 만들어줘요. 이렇게 부탁할게요.”
고개까지 숙이며 부탁을 하는 로페시 아델리오의 모습에 무혁은 황급히 그녀의 상체를 일으켰다.
“정말 알고 싶어요?”
무혁의 물음에 로페시 아델리오는 그걸 말이라고 묻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생각을 하던 무혁은 이윽고 그녀와 포옹이라도 하듯 가까워지더니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말도 안 돼!”
“말이 되고 안 되고는 직접 확인을 해보고 판단해요. 어쨌든 난 알려줬어요.”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어느새 싸움을 거의 끝내가는 킬 라시온 멤버들을 향해 걸어갔다.
“무슨 대화를 하셨기에 표정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길드원들은 그녀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서 있자 도대체 무혁이 무슨 말을 했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그건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빠! 도대체 아델리오에게 뭐라고 한 거예요?”
특히, 무혁이 로페시 아델리오에게 속삭였던 모습은 마치 다정한 연인이 포옹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기에 미첼의 눈초리가 무척이나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을 뿐이야.”
“자립?”
그게 무슨 뜻이냐는 듯 미첼이 미간을 찌푸렸고, 다른 멤버들 또한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무혁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