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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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21화
#21화. 거미여왕
선우영과 김철수는 바닥에 어지러이 널브러진 아라크네의 살점을 사뿐히 지르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피로 이뤄진 시뻘건 웅덩이가 나타났다.
찰방, 찰방.
신발이 고여 있는 핏물을 밟았다.
비릿한 냄새가 확 풍겼다.
선우영의 인상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젠장, 보스방으로 유인하려고 일부러 흔적을 남겼군. 그것도 피로 말이야.”
물론, 피의 주인들은 잡혀간 사람들이겠지.
실로 역겨운 상황이었다.
피 묻은 신발이 시뻘건 족적을 남겼다.
혈흔의 양으로 보건대, 잡혀간 사람들은 아직까진 죽지 않았을 거다.
그 정도 출혈량은 아니었다.
선우영과 김철수의 앞에 아라크네가 계속 나타나 덤벼들었지만, 어떠한 방해도 되지 않았다.
슬슬 보스방이 보였다.
그 어떠한 위기 상황도 겪지 않은 채, 그들은 이곳까지 도착하였다.
“이렇게 금방 도착하다니.”
김철수가 혼잣말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20분 걸렸다.
‘선우영 씨가 웬만한 딜러 3명보다 훨씬 더 대단한데?!’
그걸 깨달았다.
“보스 몬스터 잡을 준비는 되셨습니까?”
선우영이 문에 손을 대며 김철수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예, 가죠.”
김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선우영의 압도적인 실력을 봤으니까.
끼이이익.
녹슨 문고리에서 소리가 들리며, 아라크네들의 보스, 거미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미여왕.
다른 아라크네들에 비해 덩치가 3배 가까이 크다.
특이하게도 상체 구조가 사람을 언뜻 닮았다.
물론 피부는 갑각류처럼 딱딱하게 생겼고, 얼굴은 거미의 형태였다.
녀석의 두 팔에는 창이 들려 있었다.
이빨에서 줄줄 흐르는 독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끼에에엑!!”
녀석은 침입자들을 향해 소리 지르며, 무기인 창을 휘둘렀다.
선우영과 김철수는 녀석이 있는 방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저벅, 저벅.
천장 구석마다 처져 있는 거미줄이 눈에 들어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미여왕의 주변엔 사람 얼굴 크기 정도 되는 알이 무더기로 있었다.
선우영은 그게 뭔지 단박에 알아챘다.
‘아라크네 알이군.’
조만간 껍질을 깨고 새로운 아라크네들이 태어날 거다.
거미여왕은 아라크네들 중 유일하게 산란이 가능한 몬스터로, 밖으로 나가면 굉장히 위험했다.
녀석의 곁으로 헌터들을 납치했던 아라크네들이 모였다.
선우영과 김철수를 발견한 헌터들이 꽁꽁 포박된 상태로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선우영 씨, 김철수 씨!! 여깁니다.”
“우리 여기에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그들에게 가기 위해선 먼저 거미여왕과 아라크네들부터 없애야 했다.
“이거······.”
김철수가 방패를 세웠다.
“쉽지 않겠는데.”
그는 그리 말하며 팔뚝에 힘을 꽉 주었다.
장신인 자기보다 더 커다란 거미여왕. 김철수는 무언가를 올려다보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케아아악!!”
거미여왕이 김철수와 선우영에게 달려들었다.
놈의 창이 바람을 갈랐다.
부우웅.
그 소리가 제법 묵직했다.
김철수의 방패가 창날을 막았지만, 충격을 못 버티고 찌그러졌다.
더 이상 사용 못 할 정도로!
“젠장!!”
김철수는 방패를 놈에게 집어 던졌다.
거미여왕은 고개를 젖혀 가볍게 피한 뒤, 다시 창을 휘둘렀다.
터엉!!
김철수가 강철 팔뚝으로 맞섰다.
이번엔 결과가 달랐다.
김철수가 살짝 뒤로 밀리긴 했지만, 강철 팔뚝엔 상처하나 남지 않았다.
“큿!!”
김철수는 거미여왕의 강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힘 차이가 제법 났다.
비록 강철 팔뚝이 있어 버티고 있지만, 다른 부위를 공격당하면······.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던 때에.
“끼에엑!!”
옆에서 아라크네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이지만, 김철수와 거미여왕이 그곳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곳에 선우영이 있었다.
남아있는 아라크네를 몰살해 더러워진 칼날을 든 채로.
“크르르.”
거미여왕이 그를 향해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김철수보다 선우영이 더 위험하다.
녀석은 그리 판단했다.
타닷.
선우영이 경공을 쓰며 재빠르게 거미여왕과 거리를 좁혔다.
그 속도에 놀란 걸까.
거미여왕은 흠칫 어깨를 떨며 빠르게 뒤로 빠졌다.
스걱-!!
녀석의 팔뚝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좀 얕았나.”
선우영이 중얼거렸다.
거미여왕은 뛰어난 반사 신경 덕분에 팔뚝이 절단되는 신세를 면했다.
“크르륵!!”
녀석이 신음을 흘렸다.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그래도 상처가 심각했다.
“김철수 씨, 인질들을 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김철수는 후다닥 인질을 구출하러 갔다.
그의 강철 손이 거미줄을 쫙쫙 찢으며 포박되어 있던 사람들을 풀어줬다.
선우영은 거미여왕을 노려보았다.
매섭게 부라리는 눈동자에 녀석이 겁을 먹고 움찔거렸다.
기세 싸움에서 선우영이 이기고 있었다.
그는 그 기세를 이어나갔다.
칼날이 시류를 따르듯 곡선을 그리며 사납게 거미여왕을 몰아붙였다.
채앵.
창으로 몇 번 방어에 성공한 거미여왕이었지만.
쩌저적.
창날이 3번을 버티지 못하고 동강 났다.
선우영은 손에 힘을 줬다.
호흡을 짧게 가져가며, 강렬한 일격을 날렸다.
스걱-!
거미여왕의 상체를 통과해 나오는 칼날.
곧이어 녀석은 몸통이 갈라지며 숨을 거두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였다.
김철수는 침을 삼켰다.
선우영처럼 강력한 동료가 고정 멤버라면······?
게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시무시한 몬스터도 금방 잡을 거야’
자신이 시선을 끌며 방어하는 사이 선우영이 나서서 순식간에 몬스터를 해치우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크윽.”
임수림이 신음을 흘렸다.
상처에서 아직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김철수는 아차 싶었다.
선우영의 엄청난 실력에 감탄하여 그들이 부상을 입었단 사실을 깜빡했다.
김철수는 상의를 벗었다.
옷을 벅벅 찢어 붕대처럼 만들고, 부상을 부위를 꽉 묶어 지혈했다.
김철수와 선우영은 부상자들을 데리고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치료가 우선입니다. 엠블런스 부르죠.”
선우영이 그리 말했다.
김철수는 얼른 119에 전화를 걸었다. 부상당한 헌터들은 서둘러 병원으로 옮겨졌다.
엠블런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환자들을 태우고 빠르게 움직였다.
부르르릉.
“휴우, 다행이다.”
김철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다들 부상이 심하긴 했지만, 죽을 정돈 아니었다. 트롤의 혈액으로 만든 포션이 병원에 있으니 금방 회복될 거다.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고 더럽게 비싼 게 흠이지만. 그건 길드가 알아서 부담하겠지.’
선우영은 다시 게이트로 들어갔다.
아직 마석을 회수하지 못했다.
거기다 아라크네 알들이 버젓이 있으니, 그것도 없애야 한다.
푸욱!!
칼날이 두꺼운 껍질을 부수고 들어가 아직 태어나지 못한 아라크네들을 전부 죽였다.
‘이걸로 몬스터는 전부 죽였네.’
선우영은 그리 생각하며 몬스터들의 시체에서 마석을 챙겼다.
김철수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나저나 선우영 씨!”
김철수가 그를 불렀다.
“왜요?”
“혹시 게이트에 들어갈 고정 멤버 있으세요?”
“네. 한 명 있습니다. 뭐, 아직 세 자리가 비어있지만요.”
“혹시 탱커 필요하지 않으세요?”
김철수가 그리 말하자, 선우영은 입꼬리를 올렸다.
대화의 흐름이 좋았다.
“대단한 탱커가 필요하긴 하죠.”
“그럼, 저를 고정 멤버로 데려가시는 건 어때요? 딱 보니까, 우리들 제법 합이 잘 맞던데.”
“글쎄요, 어쩔까나.”
선우영은 괜히 빼는 척 장난 한번 쳐봤다.
김철수는 긴장했다.
과연, 그가 자신을 받아줄까?
조마조마한 그 순간, 선우영은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하하하, 좋은 선택하신 겁니다. 앞으로 탱커 걱정은 하지 마세요.”
김철수가 그의 손을 잡고 크게 웃었다.
어찌나 목청이 좋던지, 게이트 안에서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마석을 전부 채취한 그들은 밖으로 나와 목욕탕으로 향했다.
몬스터 잡느라 땀범벅이 됐고, 비릿한 피 냄새마저 짙게 배었다.
쏴아아아.
그들은 비누로 몸을 깨끗이 씻고 온탕에 들어갔다.
뜨끈한 물이 피로를 풀어준다.
“어, 좋다.”
김철수가 그리 말하며 노래를 불렀다.
옆에 있던 선우영은 작사를 듣고 뭔 노래인가 싶었다.
“무슨 노래예요?”
“아, 이거 2021년에 나온 올드 팝송이에요.”
“오-! 그런 걸 좋아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하하하, 제가 이래 보여도 제법 세심하고 섬세한 남자 아닙니까.”
선우영은 피식거렸다.
눈 씻고 찾아봐도 섬세함과 세심함이 없어 보이는데.
말은 참 잘한다.
그들은 욕탕을 빠져나왔다.
서포트 부서 사람은 그들이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해뒀다.
“오! 역시 서포트 부서.”
“일 처리 하나는 역시 끝내준단 말이야.”
그들은 더러운 옷을 버리고, 깔끔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김철수는 목욕탕 매점으로 향했다.
“여기 맥반석 계란 30개랑 식혜 3잔 주세요.”
그는 간식거리를 들고 돌아왔다.
선우영과 서포트 부서 사람에게 식혜를 건네고 계란을 깠다.
따악.
김철수는 이마에 계란을 내리쳤다.
껍질이 깨지며, 맥반석 계란 특유의 갈색 알맹이가 드러났다.
“냠냠냠.”
김철수는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20개의 계란을 해치웠다.
그 모습에 선우영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그게 다 들어가요?”
“어? 혹시 계란 모자라면 더 사 올까요.”
“아뇨. 먹는 모습만 봐도 벌써 배가 부르네요.”
“하하하, 저희 누나도 그런 소리 자주 합니다. 제가 좀 복스럽게 먹죠.”
칭찬으로 착각한 김철수가 부끄럽단 듯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선우영은 빨대로 식혜를 마셨다.
그때 김철수가 질문을 던졌다.
“근데, 선우영 씨.”
“예.”
“또 다른 고정 멤버는 누구입니까? 강합니까?”
“백영희 씨······. 아, 그땐 아직 입원 중이라서 모르시려나?”
“백영희 씨가 누군데요.”
선우영은 그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교관들과 대련하여 교육생 신분을 졸업했단 이야기부터, 쌍검술의 고수라는 사실까지.
잠잠히 듣고 있던 김철수는 입을 모았다.
“오우, 거참 화려하게 교육생 신분 졸업하셨네. 보통 분은 아니네요.”
김철수는 그리 감상평을 내놓았다.
* * *
크루그먼 길드.
그곳에 소속된 서포트 부서 부장 김말단.
그는 정장을 쫙 빼입었다.
오늘은 게이트를 얻기 위해 정부와 협상하러 왔다.
게이트 관리부. 그곳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각지의 길드를 모아두고 마이크를 잡았다.
“이제부터 게이트 토벌권 선정을 위한 공모를 시작하겠습니다.”
각 길드 서포트 부서 사람들이 자기 길드의 장점을 어필하며 하나라도 더 많은 게이트 토벌권 획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말단은 그중 어떤 게이트 관련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부산 동구······.’
선우영이 부탁했던 그 지역에 게이트가 나타났다.
등급도 무려 E급.
게이트가 뿜어낸 마나를 레이더로 측정해봤는데, 그리 높진 않았단다.
다만, 한 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E급 신종 몬스터?’
웬만한 몬스터는 다 나왔다고 생각했던 E급 게이트.
그런데 아직도 신종 몬스터가 있다니!
흥미로웠다.
신종 몬스터가 가진 의미는 컸다. 마석이 아니라 시체 부산물이 중요했다.
그게 어떤 산업의 신소재로 쓰일지 모르니까.
김말단은 양복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가 부산 동구에 나타난 신종 E급 게이트 토벌권을 얻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선우영과의 약속을 위해서.
“부산 동구에 나타난 신종 E급 게이트는······”
게이트 관리부 공무원이 마이크를 들고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