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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 13화

무료소설 나 혼자 스킬융합: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13화

#13화. 젊은 꼰대

 

 

 

 

 

며칠이 흘렀다.

 

신용한은 컴퓨터로 인터넷 뉴스를 읽었다.

 

드르륵.

 

마우스 휠을 굴리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뉴스의 제목이 자극적이었다.

 

 

 

 

 

- 아랑길드, A급 게이트를 얻기 위해 뇌물을 쓰다!

 

- 한국판 [뇌물 게이트] 사건.

 

- 아랑길드, 전원이 검찰조사를 받다.

 

 

 

 

 

신용한은 헛웃음이 나왔다.

 

‘아랑길드가 설마 A급 게이트를 얻겠다고 그런 짓을 벌이다니.’

 

예상도 못 했다.

 

이러니 다른 길드가 A급 게이트 토벌권을 얻지 못했지.

 

“쯧쯧. 소탐대실이로군.”

 

신용한은 혀를 차며 보고 있던 뉴스 페이지를 닫았다.

 

A급 게이트에 눈이 멀어 뇌물을 먹이다 결국 저 지경까지 가버렸다.

 

아마도 길드 해체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었다.

 

신용한은 오늘 올라온 보고서를 바라봤다.

 

새로 나온 A급 게이트를 김말단이 용케 낚아채 왔다.

 

‘이거야, 원.’

 

이런 내막이 있는 줄도 모르고 괜히 김말단에게 화를 냈다.

 

‘나중에 보너스 좀 두둑이 챙겨줘야겠군.’

 

신용한은 그리 생각했다.

 

 

 

 

 

* * *

 

 

 

 

 

김말단은 흥겨운 얼굴로 복도를 거닐었다.

 

‘A급 게이트 토벌권을 드디어 확보했어!’

 

그는 다른 길드 서포트 부서들과 연락을 취해, 아랑길드에 대해 뒷조사를 했다.

 

아랑길드의 서포트 부서가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여도, 다른 대형 길드들이 합심하면 탈탈 털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놈들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단 사실이 밝혀졌다.

 

‘운이 좋았지. 선우영 덕분에 힌트를 얻어서 해결했으니까.’

 

그리 생각하며 복도를 걷던 중.

 

김말단은 선우영과 우연히 마주쳤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선우영이 먼저 김말단에게 말을 걸었다.

 

“아, 예! 요번에 A급 게이트 토벌권을 따왔거든요. 선우영 씨 추측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랬다니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저도 놀랐습니다. 설마 진짜로 아랑길드가 뒤에서 그런 짓을 벌였었다니.”

 

“뭐, 그 대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으니 속이 시원하지 않습니까?”

 

김말단과 선우영은 크게 웃었다.

 

식사 자리를 한번 가진 이후 그들의 관계는 매우 가까워졌다.

 

선우영이 그에게 넌지시 부탁을 하였다.

 

“저기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

 

“아, 말씀만 하세요. 덕분에 문제도 해결됐는데! 가능한 선에서 뭐든 들어드려야죠.”

 

“부산 동구 쪽에 게이트가 하나 나타나면 확보해주실 수 있습니까?”

 

“부산 동구요?!”

 

김말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산이면 특히나 게이트가 잘 나타나지 않는 지역이다.

 

“예. 알겠습니다. 부산 동구 쪽에 게이트가 나타나면 즉시 확보하겠습니다.”

 

일단 김말단은 그리 답해뒀다.

 

업무로만 따지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선우영의 부탁이었다.

 

전력을 다해 들어줄 생각이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선우영은 고개를 까딱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말이다.

 

‘좋아, 계획대로 부산에 나타날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겠군.’

 

선우영은 그와 헤어지며 자신의 팀으로 돌아왔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용대 부장님이 계신 자리가 먼저 눈에 띄었다.

 

‘안 계시네?’

 

하긴, 이상할 건 없었다.

 

A급 게이트 토벌권이 길드에 생겼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A급 헌터들로 구성된 토벌대를 만드느냐 바쁘겠지.’

 

당분간은 자주 못 볼 것 같다.

 

선우영은 오른쪽 맨 끝에 있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데스크 모니터와 키보드만이 놓여있는 깨끗한 책상이었다.

 

여기가 선우영의 자리였다.

 

그는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으음! 오늘따라 의자 쿠션감이 좋은데?’

 

푹신푹신한 게, 꼭 침대 위에 앉은 기분이었다.

 

‘뭐, 오늘은 할 일도 없고. 웹서핑하면서 월급루팡이나 해볼까?’

 

선우영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업무가 없어서 못 하는 상황이 이토록 행복할 수가 없다.

 

역시 공짜로 돈 버는 게 최고다.

 

그리 생각하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사건은 늘 느긋한 순간에 찾아온다.

 

무슨 법칙처럼 말이다.

 

띠링.

 

길드의 사내 메신저로 메시지가 왔다.

 

마우스로 클릭해서 봤더니.

 

‘뭐야, E급 게이트를 닫으라고? 지금 당장??’

 

선우영은 눈을 깜빡였다.

 

자세한 내용이 첨부된 파일을 열어봤다.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내용을 건너뛰고 결론부터 읽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게이트를 닫기로 한 길드가 갑자기 사정이 생겼다며 토벌권을 크루그먼 길드에 양도했다고?’

 

그것도 오늘 아침에 급히 말이다.

 

선우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편하게 돈 좀 버나 싶었는데, 일이 이렇게 돌아가네.’

 

뭐, 어쩔 수 있나.

 

길드에서 자기보고 나가서 일하라는데 나가야지.

 

선우영은 홀로 F급 게이트를 닫아 승급조건을 달성했다. 그는 이미 E급 헌터로 승급한 상태였다.

 

‘어디 보자 누구랑 같이 가나?’

 

본래 게이트는 헌터 5명이 모여 공략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게이트는 급하게 얻어서 동행할 헌터들도 급조되어 짜졌다.

 

다들 E급 헌터들이었다.

 

인원은 선우영까지 합쳐서 5명.

 

문제는······

 

‘잠깐만, 이제 보니 대부분 신입들로 꾸려져 있잖아?’

 

경험 부족한 녀석들이 많다.

 

끽해봐야 자신보다 한 달 정도 일찍 들어온 신입들이다.

 

‘주로 F급 게이트에 들어갔고······ E급 게이트는 이번이 처음인 모양인데?’

 

그나마 한 명은 2년 정도 근무한 헌터였다.

 

이름은 박찬수.

 

직급은 주임.

 

E급 게이트에 몇 번 들어간 경력이 보였다.

 

‘이 사람을 필두로 게이트를 클리어하겠단 건가?’

 

인선 배치 의도가 보였다.

 

박찬수한테 신입들 교육시킬 겸 E급 게이트 클리어란 지시가 내려왔을 거다.

 

‘큰일이야 있겠어?’

 

그래도 2년 차인 박찬수도 있고, 여차하면 자신이 나서도 된다.

 

띠링.

 

사내 메신저로 또 연락이 왔다.

 

발신인은 박찬수.

 

 

 

 

 

= [박찬수] : 10분 뒤 길드 정문으로 집합.

 

= [이한영] : 알겠습니다. 10분 뒤에 뵙겠습니다.

 

= [민영수] : 넵. 금방 가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 [윤동한] : 지금 준비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E급 게이트로 가는 헌터들이 얼른 답장을 쳤다.

 

‘다들 기강이 꽉 잡혔네.’

 

선우영은 손을 깍지 끼고 뒤통수에 가져다 댔다.

 

그도 일단 답장을 보냈다.

 

 

 

 

 

= [선우영] : 넵.

 

 

 

 

 

자리에서 일어나 길드 정문으로 가려는데, 모니터에 또 메시지가 떴다.

 

 

 

 

 

= [박찬수] : 선우영, 대답이 짧다. 다음부턴 성의 있게 써라.

 

 

 

 

 

선우영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이 새끼··· 대체 뭐지?’

 

사회에서 마주칠 확률 1%라는 젊은 꼰대를 오늘 만났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렇게 없네.’

 

왠지 이번 게이트 클리어는 무진장 힘들겠단 예감이 들었다.

 

 

 

 

 

* * *

 

 

 

 

 

선우영은 길드 정문으로 향했다.

 

그의 허리춤엔 길드에서 대여한 롱소드가 걸려있었다.

 

이미 다들 모여 있었다.

 

서포트 부서에서 나온 사람도 함께였다.

 

“어떻게 막내가 제일 늦어!!”

 

그를 보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박찬수가 호통을 쳤다.

 

선우영은 스마트폰으로 시계를 봤다.

 

“연락 온 대로 10분 전에 도착했는데요?”

 

“상급자가 10분 전에 도착하라고 했으면, 말한 시간에서 5분 전에는 나와 있어야지!”

 

박찬수가 기적의 논리를 펼쳤다.

 

선우영은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짜증이 올라왔다.

 

‘에휴, 참자. 참어.’

 

괜히 이런 일로 트러블이 생기면, 평가가 떨어지는 건 자신이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울 순 없지 않은가.

 

선우영은 그냥 박찬수가 뭔 짓을 하든 무시하기로 했다.

 

그 순간 박찬수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놈은 선우영이 맘에 안 들었다.

 

‘고작 신입사원인 주제에!! 직급이 더 높은 날 무시해?’

 

서포트 부서에서 나온 사람이 운전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냈다.

 

박찬수는 그걸 낚아채 선우영에게 던졌다.

 

놈은 삿대질까지 했다.

 

“원래 운전은 막내가 하는 거야. 뭐 하고 있어? 얼른 시동 걸지 않고.”

 

무시하기론 했지만, 이런 식의 시비에는 선우영도 그냥 당해줄 맘이 없었다.

 

“박찬수 주임님.”

 

“왜?”

 

“저 운전면허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초보 운전인데, 사고라도 나면 큰일 아닙니까? 물론 주임님이 시키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몰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선우영이 공손히 말하자 박찬수의 이마에 화딱지가 앉았다.

 

지금부터 타고 갈 차는 길드 소유 차량이었다.

 

초보한테 운전을 맡겨봐라.

 

자칫 사고라도 나면 일만 귀찮아진다.

 

서포트 부서에서 나온 사람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얼른 차량 열쇠를 돌려받았다.

 

“운전은 제가 제일 잘합니다. 하하하. 얼른 타세요.”

 

드르륵, 탁.

 

길드 차량에 사람들이 올라탔다.

 

선우영은 운전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뒷좌석에 앉았다.

 

박찬수의 뒤통수를 노려보면서.

 

 

 

 

 

* * *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도로 한복판.

 

삑삑삑.

 

경찰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차들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느라 바빴다.

 

선우영 일행이 처리하기로 한 게이트가 이곳에 있었다.

 

경찰은 그들이 탄 차량을 멈춰 세웠다.

 

“멈추세요! 누구십니까?”

 

“크루그먼 길드 소속 헌터들입니다.”

 

서포트 부서 사람이 서류를 보여줬다.

 

경찰을 꼼꼼히 훑어보고 그들을 통과시켜줬다.

 

게이트에 도착한 선우영 일행.

 

그들은 차량에서 내려 각자 무기를 점검했다.

 

서포트 부서 사람은 내내 곁에서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설명해줬다.

 

“이번 몬스터는 가고일입니다. 몸이 돌로 이뤄진 몬스터로 방어력이 높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선우영은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고일은 방어력만 높지, 속도나 공격력은 E급 중에서 제일 빈약했다.

 

대비만 잘하면 상대하기 어렵지 않다.

 

“어이, 신입들!! 쫄아서 발목 잡지 마라.”

 

박찬수가 으름장을 놓았다.

 

선우영은 그 꼬락서니가 우스웠다.

 

‘그래, 어디까지 꼰대 짓을 하나 지켜보자. 꼭 저런 놈들이 나중에 사고 친단 말이지.’

 

박찬수는 우연히 선우영의 무기를 보았다.

 

롱소드 손잡이 끝에 길드 마크가 떡하니 붙어있었다.

 

저건 대여한 무기였다.

 

“선우영, 무기를 길드에서 대여해왔나?”

 

“네.”

 

“헌터에게 무기는 생명이다. 그런 무기를 길드에서 대여해오다니! 비싼 값을 주고 좋은 걸 구매해야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박찬수가 또 트집을 잡았다.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목청 하나만큼은 좋다.

 

선우영은 이에 물러서지 않았다.

 

“길드 무기도 굉장히 좋아서요. 보니까 나름 메이커고, 쓸만하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길드 무기가 나쁘단 말씀은 아니시죠?”

 

“뭐?”

 

“길드에서 대여한 무기를 트집 잡는 건······ 길드를 욕하는 게 아닐까요?”

 

박찬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반박할 말이 안 떠올랐다. 이 이상 무어라 따지면 길드에 욕하는 꼬락서니밖에 안 됐으니까.

 

“신입 주제에 한마디도 안 지네.”

 

박찬수는 콧바람을 강하게 불며 게이트로 들어갔다.

 

선우영은 놈의 뒷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생각 없이 트집을 잡으려다 자기 발목 잡은 꼬락서니가 아닌가.

 

‘미련한 새끼.’

 

성질머리가 더러우면 머리라도 좋던가.

 

‘저러다 나중에 했던 짓 그대로 돌려받을 텐데. 사회생활이란 게 그렇거든.’

 

선우영은 피식거렸다.

 

그리 생각하며 속으로 박찬수를 씹고 있었는데.

 

“이야, 선우영 씨!! 말씀 한번 잘하셨습니다. 내 속이 다 시원하네.”

 

“맞아요. 박찬수 주임님, 이 바닥에 실력도 없고 성격도 나쁘단 소문 자자해요.”

 

“그래서 E급 게이트 처음 들어가는 신입들을 가르치는 쪽으로 일하시는데······ 그마저도 못한다며 다른 분들이 뭐라고 해요.”

 

같이 게이트로 들어가야 하는 동료 이한영과 민영수 그리고 윤동한.

 

그들이 선우영의 편을 들어줬다.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다들 박찬수를 싫어하는 모양새였다.

 

하긴, 한 달이나 일찍 들어왔으니 성격 더러운 박찬수에게 더 많이 갈굼을 당했겠지.

 

선우영은 답답했던 속이 조금 시원해졌다.

 

원래 스트레스 해소는 쓰레기 같은 직장 상사 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 아닌가.

 

소화제 한 병 마신 기분이었다.

 

“그럼 우리 들어가죠.”

 

선우영이 활짝 웃으며 그들과 게이트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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