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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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49화
#49화. 정의의 그림자
콰아앙.
승용차와 충돌한 트럭.
얼마나 강하게 부딪혔는지 승용차가 튕겨 날아갔다.
트럭도 옆으로 넘어지며, 바닥을 시원하게 미끄러져 건물을 들이박았다.
트럭 운전수들은 그대로 사망했다.
쿠웅.
트럭에 갇혀 있던 미노타우로스 들도 충격을 받았다.
약물로 몽롱했던 미노타우로스의 눈이 생기를 되찾았다.
녀석들을 꽁꽁 묻어놨던 [결박] 스킬.
안 그래도 외부 충격에 약한데, 충돌사고가 벌어지자 스르륵 눈 녹듯이 사라졌다.
“크흥!!”
미노타우로스는 콧바람을 불었다.
전신을 감쌌던 푸르스름한 오러의 줄이 사라지자 몸이 자유롭게 움직였다.
쿵쿵쿵.
미노타우로스들이 트럭을 맨손으로 부수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무우우우우-!!”
미노타우로스 특유의 울음소리가 도로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교통사고가 나서 벌벌 떨었는데, 갑자기 트럭에서 미노타우로스가 튀어나왔다.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섭겠는가.
“으아아악!!”
“어서 도망쳐!”
“경찰에 신고해.”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도로 위를 점거한 미노타우로스들의 숫자는 다섯 마리.
놈들을 미처 보지 못한 승용차 한 대가 녀석들을 향해 돌진했다.
“무우우!!”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가 승용차의 앞부분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쿠우웅.
우렁찬 소리와 함께 자동차 부품이 하늘로 치솟고. 엔진은 충격을 못 이겨 움푹 파였다.
승용차는 공중으로 붕 떠올라 미노타우로스들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땅바닥에 그대로 추락했다.
승용차에 탑승해 있던 운전자는 큰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었다.
다행히 죽진 않았다.
입에 거품을 물며 기절했을 뿐이지.
“무우우-!”
“무무”
“무우우우!!”
미노타우로스들이 서로를 향해 무어라 외치기 시작했다.
대화라도 나누는 중인 걸까.
그때였다.
띵동댕동.
초등학교에서 울리는 종소리.
하필이면 하교를 알리는 알림 소리가 퍼져 나왔다.
“무우우우!!”
미노타우로스들은 그 소리에 자극되었는지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쿵쿵쿵.
놈들이 초등학교를 향해 뛰어갔다.
* * *
하교 종소리가 울린 왁자지껄한 초등학교.
정운은 책가방을 쌌다.
오늘은 친구들이랑 방과 후에 떡볶이를 먹기로 했다.
“야, 운아! 빨리 와.”
“매실 분식집은 인기 많아서 떡볶이 금방 팔린단 말이야.”
“빨리, 빨리!!”
“늦으면 우리끼리 간다.”
친구들의 재촉에 정운은 교과서를 가방에 대충 쑤셔 넣었다.
“야, 같이 가!”
정운은 서둘러 친구들 뒤를 쫓았다.
후다닥.
교실을 빠져나와 친구들한테 달려들어 어깨동무했다.
“야.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튀김 쏘는 걸로 하자.”
“좋아,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모두가 바위를 낼 때, 정운은 가위를 냈다.
“아! 뭐야!!”
“푸흐흐, 원래 내기 제안한 사람이 꼭 걸리더라.”
“운아, 튀김 잘~먹으마.”
친구들은 정운을 놀리며 큰 목소리로 웃었다.
그때였다.
콰아앙.
우레가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담벼락이 무너졌다.
“무우우-!!”
우렁찬 울음소리.
정운과 친구들은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모…몬스터!?”
친구들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트럭에서 탈출한 미노타우로스들이 이곳 초등학교에 나타났다.
“꺄아악!!”
어린아이들이 비명이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학교 선생들이 창밖을 보고 소리쳤다.
“얼른 돌아와!! 대피소로 이동!!”
몬스터가 나타났을 경우를 대비해 학교에는 대피소가 있었다.
거기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는 몬스터로부터 안전했다.
하교하던 아이들은 서둘러 건물로 다시 돌아갔다.
하지만 미노타우로스들이 그걸 가만히 지켜만 볼 리가 없지 않은가.
“무우우!!”
“무우무우!”
미노타우로스들이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에게 달려들었다.
선생님들은 2층 건물 창문에서 물건을 집어 던졌다. 미노타우로스들이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방해하려 했지만, 아무 효과도 없었다.
학생들이 건물로 도망치는 와중.
한 아이가 발을 헛디뎌 자빠졌다.
“도, 도와줘!!”
넘어진 아이가 친구들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미 반쯤 넋이 나간 초등학생들에겐 그 외침은 들리지 않았다.
오직 정운만이 그 모습을 보았다.
‘어, 어떡하지?’
도와줘야 할까, 아니면 도망쳐야 할까.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 도덕성과 살아야 한단 생존본능이 뒤엉켰다.
숨이 턱 막혔다.
정운은 아랫배가 꽉 눌리는 기분을 맛봤다.
‘역시 도망…….’
발걸음이 뒤로 움직이던 그 순간.
정운의 머릿속에 어떤 남자가 스쳐 지나갔다.
‘아저씨!’
자신을 지옥 같았던 삶에서 구해준 선우영.
아저씨라면 어떻게 했을까?
여기서 도망치면, 아저씨를 목표로 노력하겠단 말을 당당히 할 수 있을까?
도망치는 게 옳은 걸까?
도덕과 생존본능의 줄다리기.
정운은 이를 꽉 깨물었다.
여기서 도망치면, 아저씨 같은 헌터가 될 수 없다.
‘어떻게든 도와줘야 해!’
정운의 눈빛이 결의로 불타올랐다.
그때였다.
정운은 알 수 없는 기운을 느꼈다.
시원한 촉감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쏴아아 내려왔다.
‘뭐지?’
갑자기 몸에 힘이 넘쳤다.
알 수 없는 상쾌함과 함께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건 각성의 징후였다.
곧이어 정운은 독특한 촉감을 느꼈다.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데, 손에 무언가를 쥔 촉감이 느껴졌다.
그게 불쾌하지 않았다.
마치, 원래 그랬던 마냥 자연스러운 감각!
정운은 순간 뒤를 돌아봤다.
자신의 그림자가 입체적으로 변했다.
얼굴은 없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조차 안 보였다.
뭉그러진 듯한 형상.
그러나 실루엣만큼은 사람을 닮았다. 크기도 성인 남성만 했다.
“허억?!”
정운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저게 뭔가?!
도대체 뭐가 어떻게…….
그 순간.
자신의 그림자가, 아니! 그 무언가가 말을 걸었다.
[마스터, 명령을!]
정운은 손가락으로 자길 가리켰다.
그러자 자신의 그림자에서 탄생한 무언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건 확실했다.
‘이 무언가가 날 도와준다!’
정운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이판사판이다!
“가서, 저 빌어먹을 몬스터를 해치워!”
그러자 무언가가 움직였다.
순식간에 사람의 모습에서 거대한 칼로 변했다.
스걱-!!
친구를 덮치려 했던 미노타우로스가 순식간에 썰렸다.
아주 깔끔하게 두 동강 났다.
미노타우로스의 시체가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정운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무언가. 그건 정운이 가진 고유능력이었다.
“큭?!”
정운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고유능력으로 공격하자 오러가 단숨에 빨려 나갔다.
현기증이 올라왔다.
각성하자마자 D급 몬스터를 해치울 정도로 대단한 고유능력!
하지만 그만큼 오러 소모가 심각했다.
“무우우!!”
“무우무우!”
남은 미노타우로스들이 광분했다.
죽은 동료를 보자 피가 끓어올라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정운의 고유능력이 재차 움직였다. 거대한 칼날이 또다시 휘둘러지며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가 쓰러졌다.
동시에 정운의 오러도 바닥이 났다.
방금 막 각성한 탓에 오러가 한 줌밖에 안 되는 상황.
그 상태에서 고유능력을 발휘해 금방 오러가 고갈됐다.
F급 각성자가 D급 몬스터를 해치울 정도로 강력했지만, 오러가 부족해 지속력이 짧았다.
“우웨엑!”
정운은 단물이 나올 만큼 지쳤다.
눈앞이 흐릿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걷기도 힘들었다.
“무우우!!”
남아있는 미노타우로스는 3마리.
놈들이 정운을 향해 뿔을 세우며 달려들었다.
“크윽!!”
정운은 눈을 감고 몸을 움츠렸다.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던 그때.
화르륵.
허공에서 화염이 떨어졌다.
“무우우?!”
미노타우로스들은 하늘에서 날아오는 화염을 확인하자, 뜀박질을 멈췄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걸 맞으면 한방에 골로 간단 사실을!
“무우우”
미노타우로스들이 황급히 뒤돌아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한발 늦은 상태였다.
화르륵.
화염이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를 불태웠다.
곧이어 하늘에서 어떤 사람이 착지했다.
“아저씨?!”
간신히 고개를 올린 정운이 선우영을 바라봤다.
“꼬맹이, 힘드냐!”
“네. 죽을 것 같아요.”
“짜식, 지금까지 잘 버텼다! 이제부터는 이 아저씨한테 맡겨라.”
선우영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화르륵.
그의 칼날에 검기와 함께 화염이 맺혔다.
선우영은 경공을 쓰며 순식간에 미노타우로스들의 뒤쫓았다.
“무우우?!”
“무무.”
남은 미노타우로스는 두 마리.
선우영은 왼쪽 뒤꿈치를 회전축으로 삼아 몸을 빙글 돌렸다.
원심력이 칼날에 실리며 둥그런 궤적이 그려졌다.
미노타우로스들의 머리가 한꺼번에 잘렸다.
놈들은 일격에 죽어버렸다.
아주 시원하게!!
정운은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역시나 아저씨는 강하다.
‘언젠가 나도 아저씨처럼 강한 헌터가 될 거야.’
정운은 자신의 목표를 다시금 되새기며 선우영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사건이 끝나자 주변에 있던 아이들과 선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 우린 살았다!!”
“선우영 아저씨 멋있다.”
“운아, 방금 뭘 어떻게 한 거야?”
“운이도 각성자였나?”
“아무렴 어떠냐!! 선우영 아저씨랑 운이 덕분에 살았잖아.”
* * *
사건이 일단락되고.
경찰이 학교에 도착해 상황을 정리했다.
몬스터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조사하고 119와 연계하여 다친 사람이 있는지 살폈다.
부상자들을 구급차에 태우고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했다.
정운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러를 한꺼번에 사용한 탓에 지친 심신을 회복시켜야 했으니까.
선우영이 옆자리를 지켰다.
정운은 피곤한 얼굴로 재잘재잘했다.
“아저씨, 아까 내 모습 봤어요?”
“그래. 그림자를 이용해서 미노타우로스를 해치우던데!”
“조금이지만 아저씨랑 비슷해졌을까요?”
“하하하, 그럼 당연하지! 오늘, 네 모습은 영웅 그 자체였어.”
선우영은 너털웃음을 보였다.
본래였다면 묻지 마 살인범이 되었을 정운이 아닌가!
자신을 목표로 노력하더니, 글쎄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 되어버렸다.
그게 얼마나 기쁘던지.
선우영의 웃음은 멈출 줄 몰랐다.
“끄응.”
정운은 피곤했는지,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오러가 고갈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니, 꼬박꼬박 밥 챙겨 먹고 푹 자면 금방 회복될 거다.
정운이 마지막으로 선우영에게 질문을 했다.
“아저씨.”
“왜? 어디 불편해?”
“아니요. 그게 아니라 나도 이제 아저씨랑 게이트 들어갈 수 있어요?”
“뭐?”
선우영은 코웃음을 쳤다.
각성하자마자 자신과 함께 몬스터를 퇴치하겠다니!
욕심도 많다.
“요 녀석아! 지금은 몸 회복하는 데만 집중해.”
선우영은 그리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졌다.
정운과 함께 게이트에 들어가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미래가 말이다!
‘흐음, 크루그먼 길드가 어린애도 받아줬던가?’
선우영은 진심으로 고민했다.
만약 정운을 네 번째 멤버로 받아들이면…….
‘나머지는 한 명이군.’
딱 한 명만 채우면 게이트에 들어갈 고정멤버 5명이 모인다.
* * *
“흐음.”
한 남자가 컴퓨터로 뉴스 기사를 읽어봤다.
[서울 한복판에서 몬스터 출현.]
서울에 몬스터가 출현했다. 증인들의 증언으로는 트럭이 부서지자 미노타우로스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이 또한 불법으로 몬스터를 사육하는…….
남자는 의자에 기대며 혀를 찼다.
“쯧!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별 게 다 사고를 치네.”
사내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창문의 블라인드를 슬쩍 들쳐 밖을 쳐다봤다.
‘아직은 경찰한테 뒤를 밟히지 않은 모양이군.’
사내의 이름은 장주원.
몬스터를 사육하는 조직의 이인자였다.
‘여차하면 오래간만에 검을 뽑고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장주원은 벽에 기대놓은 검을 잡았다.
‘몸이 녹슬지 않게 한번 휘둘러볼까.’
장주원은 검술을 펼쳤다.
산들바람처럼 유연하고, 때로는 돌풍처럼 강력하게! 마지막은 방어와 빈틈을 노리는 초식들로 이뤄졌다.
그건 틀림없는 삼환검이었다.
장주원.
그는 백영희와 함께 삼환검을 익혔지만, 끝내 범죄의 길에 빠져든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