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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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32화
#32화. 정운
선우영은 일단 정운을 집으로 데려왔다.
‘미치고 돌겠네.’
깡패한테 쫓기는 불쌍한 아이를 데려왔는데, 그게 하필 미래의 살인마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정운은 분명 이렇게 이야기했다.
경찰과 자신을 납치한 깡패들이 한통속이라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머릿속은 복잡한데.
방안에 앉아 이리저리 눈치 보는 정운을 보자니······.
캐묻기도 뭣했다.
선우영은 정운을 일단 씻기기로 했다.
어디서 무슨 일을 당했길래, 아이한테서 이토록 냄새가 나는지.
“일단 따뜻한 물에 들어가서 씻어라.”
“······.”
정운은 선우영의 눈치를 보며 기죽은 얼굴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 모습이 꼬리를 내린 강아지 같아 안쓰러웠다.
쏴아아.
정운은 뜨뜻한 물로 몸을 씻었다.
‘이제 어떡하지?’
몸에 비누칠하며 생각했다.
깡패 놈들한테 도망쳐야 한단 생각에······ 일단 저 아저씨를 따라왔는데.
‘믿어도 되는 사람일까?’
잘 모르겠다.
도무지 어른들을 못 믿겠다.
‘어른들은 전부 거짓말쟁이야.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정운은 고아였다.
부모님 얼굴도 모른 채, 고아원에서 자라왔다.
‘고아원에 있을 때가 좋았는데.’
정운은 10살이 되던 해에, 어느 집안으로 입양되었다.
양부모들은 겉보기엔 괜찮아 보였다.
‘고아원 선생님도 좋은 사람들이랬는데, 전부 거짓말이었어.’
정운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나도 안 좋은 사람들이었어! 완전 나쁜 사람들이야.’
그때를 생각하면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서웠다.
매일같이 두들겨 맞았다. 주먹으로 가슴을 때리는 건 당연했고.
자길 넘어뜨리고 발로 밟았다.
그걸 즐기는 것 같았다.
항상 우울해 보였던 양부모는 자신을 때릴 땐 생기가 넘쳤다.
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고아원에 있을 때 다녔던 학교도 전학한단 한마디만 남기고 떠났었다.
그리고 양부모들이 세운 이상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름부터 꺼림칙했다.
[육해양 초등학교]
알고 보니, 양부모들은 이상한 종교조직의 수장이었다.
세상이 멸망할 거라는 둥.
뭐가 어쩔 거라는 둥.
학교에서 이상한 걸 외우게 시켰다.
다 못 외우면 회초리로 맞았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는데, 진짜 지옥은 종교의식이 있던 날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토악질이 나올 것 같다.
- 우리의 죄를 씻기 위해 신께 제물을 받쳐야 합니다.
양부모들이 저런 소리를 신도들에게 지껄이며, 자신을 나무 기둥에 강제로 매달았다.
화로에 달궈진 인두로 목을 지지면서!
정말 끔찍했다.
살가죽이 타면서 나오는 소리.
매캐한 냄새.
화끈하고 따갑다 못해 살을 찢어발기는 듯한 통증.
떨어지는 눈물.
아프면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단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목에 난 태양 문신도 그때 생겨났다.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의식 도중에 기절하지 않았나 싶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두 번째 의식이 진행 중이었다.
자기한테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더라.
수십 명의 어른에게 둘러싸여 그딴 짓거리를 당하는데…….
이게 종교의식인지 아니면 저주를 퍼붓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세 번째 의식은 더욱 끔찍했다.
나무 기둥에 묶인 채로 어른들에게 두들겨 맞았다.
롱기누스의 창이라며 끝이 뭉뚝한 가짜 창으로 자신을 마구 찔렀다.
전신에 생긴 멍은 이때 생겨났다.
네 번째 의식은 속죄.
자신을 때린 어른들이 죄를 고백하는 시간이었다.
간음을 했네, 사기를 쳤네.
별별 얘기들이 다 나왔지만,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한 죄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걸 잘못이라고 안 느꼈던 모양이다.
종교시설엔 온통 이런 사람들뿐이었다.
그렇게 고통받던 나날.
정운은 탈출을 결심하고 양부모가 잠자고 있는 틈을 노려 새벽에 도망쳤다.
낯선 곳에 입양된 정운.
양부모가 스마트폰을 사줬을 리도 없고, 도움 청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정신없이 도망치다······.
‘우연히 만난 경찰 아저씨도 나쁜 사람이었어.’
세상에나.
동네 경찰마저도 그 종교 신도였다.
목숨 걸고 도망쳤는데, 사건은 가출 학생을 집에 인도하는 걸로 끝났다.
다시 돌아온 양부모의 집.
학대는 점점 더 심각해져 온몸에 피멍이 들었을 정도였다.
견디다 견디다 못해, 두 번째 탈출을 감행하였는데, 이번엔 양부모의 신도들이 쫓아왔다.
그 깡패들 말이다.
다행히 선우영이 구해줬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저 아저씨도 나쁜 사람일지 누가 알겠나.
정운은 누군가를 믿기엔 너무나 험악한 경험을 겪어버렸다.
‘몰래 도망쳐야지.’
오늘 밤, 몰래 이 집에서 도망칠 생각이다.
저 아저씨가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니까.
끼이익.
정운은 수도꼭지를 잠그고 샤워를 끝냈다.
화장실 문을 열어 살펴보니.
너저분한 자신의 옷은 온데간데없고, 새로운 옷이 있었다.
“그거 입어라.”
선우영이 부엌에서 요리하며 말했다.
정운은 새로운 옷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사이즈가 굉장히 커다랬다.
“네 옷 더러워서 빨래 중이야. 일단 임시로 내 옷이나 입어라.”
“······.”
정운은 대답하지 않고 선우영을 쳐다보며 느릿느릿 옷을 입었다.
경계심이 굉장히 강한 아이였다.
치이익.
선우영은 프라이팬에 소시지를 구웠다.
앉은상을 펴고 그릇을 놓았다.
대충 구운 소시지와 계란 후라이 그리고 김을 상에 올렸다.
마지막으로 김치찌개가 등장했다.
선우영은 정운이 불편했다.
‘나중에 묻지 마 살인마가 될 녀석을 도와줘도 되는 걸까?’
모르겠다.
그래도 11살 된 꼬맹이 밥은 챙겨줬다.
선우영도 회귀 전에, 빚쟁이 백수로 살아봐서 알고 있다. 춥고 배고프면 인생 서럽다는 걸.
“옷 갈아입었으면 와서 밥 먹어라.”
선우영은 정운과 함께 밥상에 앉아 숟가락을 떴다.
근데, 이 녀석이 밥을 안 먹는다.
‘뭐야?’
이상해서 쳐다봤는데.
이런 맙소사.
정운이 눈가에 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혔다.
“흑흑흑.”
정운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제대로 된 밥상이다.
이게 도대체 얼마 만에 보는 밥상인지 모르겠다.
따뜻한 찌개도 오래간만에 본다.
양부모들한테 있었을 땐, 그들이 먹고 남긴 음식물 찌꺼기가 식사의 전부였다.
이렇게 따뜻한 밥상은 간만이다.
이게 너무 그리워서···.
또 이런 경험을 겪는 자신이 애처로워서 참으려던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선우영은 놀라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야, 왜 울어. 밥 먹는데.”
“흐어엉.”
선우영은 일단 정운을 달랬다.
서러움에 복받친 정운은 자기도 모르게 지금까지 있었던 얘기를 꺼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얘기를 잠자코 듣던 선우영은 소름이 돋아났다.
‘이런 일을 겪었다고?!’
정운에 대한 과거는 미래에서도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래의 정운이 묻지 마 살인을 벌이게 된 계기가 설마?!’
충격이다.
미래의 정운은 사이비 교주 부부한테 키워져서 미X 것이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난동을 피웠던 거고.
‘이런 쓰레기들이!!’
선우영은 순간 분노가 끓어올랐다.
어떻게 어린아이한테 그런 몹쓸 짓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금수만도 못한 놈들이 아닌가.
미래의 정운은 가해자였지만, 동시에 피해자였다.
선우영은 울고 있는 정운을 달랜 뒤, 마저 밥을 먹이고 이부자리에 눕혔다.
일단 정운의 안정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잠을 재운 뒤, 잠깐 밖으로 나와 바람을 맞았다.
‘잠깐, 이 녀석을 보호해줘야겠네.’
정식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내일부터 또 바빠지겠어.’
선우영은 그리 생각했다.
동시에.
‘왜 나한테는 만날 이런 일만 일어나냐.’
그런 생각도 들어 한숨을 쉬었다.
* * *
다음날.
선우영은 정운을 데리고 길드로 출근했다.
사이비 교주라는 양부모들이 언제 정운을 데리러 올지 모르는 상황, 혼자 두는 건 위험했다.
경차에 탄 정운은 조용했다.
정확히는 선우영의 눈치를 보며 자기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뭘 말하고 싶은 아이처럼.
“할 말 있어?”
“그게······ 민폐 끼쳐서 죄송해요.”
정운이 고개를 숙이며 면목 없단 표정을 짓자, 선우영은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왜, 왜 이러세요?!”
정운이 화들짝 놀라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선우영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차라리 그 표정이 훨씬 어울리네.”
“예?!”
“인마, 꼬맹이! 이럴 땐 고맙다고 하는 거야. 네가 뭐 잘못했냐? 뭐가 죄송하데?”
“······.”
“다시 말해봐. 뭐라고 해야 된다고?”
“고, 고맙습니다.”
선우영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정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다고 칭찬하듯이.
정운은 누군가 다정하게 대해주는 게 어색했는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여튼 소심한 꼬맹이다!! 이럴 땐 그냥 기뻐하면 되는 건데.
선우영이 정운을 길드로 데려오자 사람들의 이목이 한꺼번에 주목되었다.
“아니, 얘는 누구예요?”
김철수가 가장 먼저 흥미를 보였다.
선우영은 그에게 이래저래 있었던 이야기를 해줬다.
“아니, 세상에!! 그런 몹쓸 녀석이 있다니.”
김철수는 분노했다.
선우영은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제아무리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이라도, 헌터들이 있는 길드에 함부로 드나들지 못할 거다.
선우영은 정운을 데리고 훈련장으로 갔다.
얘를 구석에 앉혔다.
오늘은 게이트 관련 일정이 없어서 혼자 검술 훈련을 하였다.
그러다
“오, 자네 열심히 훈련하는군.”
김용대 부장님 눈에 띄었다.
“혼자 훈련하기도 적적한데, 어떤가? 나랑 대련 한번 해보겠나?”
“제가요?”
“그래. 자네 수준이면 그래도 몸풀기 상대는 될 것 같거든.”
“하하하, 몸풀기 상대 이상이 되어드리죠.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선우영은 김용대와 대련을 펼쳤다. 목검을 열심히 휘둘렀다.
김용대가 맘먹고 휘두르면 선우영을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지만, 대련이 길어지는 걸 보니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닌 듯싶었다.
선우영은 정신없이 목검을 휘둘렀다.
김용대가 자길 봐준단 걸 알고 있었다. 아마도 길드의 유망주를 키우려는 게 목적인 듯싶다.
그렇게 3시간을 훌쩍 넘겼다.
“후우.”
선우영은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의자에 앉았다.
힘들어 죽겠다.
여러 차례 공격했지만, 김용대 부장님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다.
“젊은 사람이 체력이 부족하군.”
김용대가 그리 말하며 목검을 어깨에 기댔다.
“부장님이 팔팔하신 겁니다.”
선우영이 대꾸했다.
김용대가 선우영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느닷없이 선임자 포스를 풍기며 넌지시 한마디 하였다.
“자네 검 끝이 약간 흔들려.”
“네?”
“무슨 고심거리 있나?”
선우영은 슬쩍 정운을 쳐다보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뭔가 이번 생은 사건사고에 많이 휘말리는구나 싶어서요. 그냥 돈만 많이 벌고 싶은데 말이죠.”
김용대는 그 말을 듣고 피식거렸다.
선우영은 입을 삐쭉였다.
“부장님, 왜 비웃으시고 그러십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러면요?”
“옛날에 신용한 회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서 그래.”
“예?”
선우영은 귀를 쫑긋했다.
저건 또 뭔 얘기인가 싶어서 관심이 갔다.
“나랑 신용한 회장님이 죽마고우라는 거, 자네도 알고 있지?”
“네. 소문 들었습니다.”
“그때, 막 각성자가 되었을 시기였지. 신용한 회장님도 자네 같은 말씀을 하셨어. 돈을 벌고 싶은데, 자꾸 사건사고만 생긴다고.”
“······.”
“근데 세상살이 참 재미있더군. 사건사고를 해결하면 돈과 사람이 따라붙는데, 돈을 벌려고 난리를 피우면 오히려 돈이 안 벌렸어.”
“그거 이상하네요. 왜 돈이 더 안 벌리는 거죠?”
“비전이 없었으니까.”
“비전이요?”
선우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용대는 옛날 향수를 추억하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비전!! 돈은 청개구리 같은 녀석이라 꽁무니를 쫓아다니면 도망가고, 관심 없는 척을 하면 오히려 쫓아오더군.”
“무슨 말씀이세요?”
“비전을 가지고 무언가 목표를 잡으면, 자연스레 돈과 명예가 따라온단 뜻이야. 무얼 이루었는지가 성공의 핵심이었어. 돈은 그에 대한 보상 중 하나였고.”
“······.”
선우영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런 인생관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람은 모두 돈을 위해 아등바등 살지 않은가.
그런데 비전이라니?
선우영은 그냥 돈을 많이 벌고 싶단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김용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세계적인 부자, 마이크로 소X트에 빌게X츠는 하버드 대학을 때려치우고 회사를 차렸지. 그 당시 모두가 비난했어. 명문대를 때려치웠으니까. 하지만 컴퓨터에 대한 자신의 비전이 있었기에 과감한 선택을 했고 성공했지.”
그는 이어서 계속 사례들을 나열했다.
“삼국지의 유비는 별 볼 일 없는 촌부였지만, 자신만의 비전을 향해 노력한 결과 황제가 될 수 있었고.”
김용대는 피식 웃었다.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돈이 아니라 비전을 따랐던 사람들이야.”
“······”
“자네의 비전은 뭐지?”
선우영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입이 얼어붙은 마냥 꿈쩍도 안 했다.
김용대가 껄껄 웃으며 그의 등을 힘차게 두들겼다.
“내가 너무 어려운 질문을 했나 보군.”
“······.”
“뭐, 잘 생각해보게. 그저 그런 헌터로 끝날지, 아니면 역사에 남을 헌터가 될지는 자네 하기 나름이니까.”
김용대는 그리 말하며 훈련장을 떠나려 했다.
그의 발이 문턱에 걸친 순간.
김용대가 슬그머니 정운을 바라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연락해주게, 나도 오늘 소문 듣고 온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