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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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79화
#79화 조만간 부장님이 될 듯.
식사가 끝나고.
선우영과 김용대는 크루그먼 길드에 도착했다.
한번 대련해보자던 김용대.
그들은 각자 훈련용 무기를 골랐다.
선우영은 롱소드.
김용대 또한 롱소드를 골랐다.
훈련용이라 날이 뭉뚝하고 잘 휘어져 다칠 일은 없었다.
“오호, 무기 선택이 겹쳤군.”
김용대가 선우영의 손에 들린 롱소드를 응시했다.
“이게 제일 다루기 쉬우니까요. 뭐, 대련이니까 스킬은 쓰지 않고 검술로만 대련해보죠. 크게 다칠 수 있으니까요.”
선우영이 그리 말하며 검술 자세를 잡았다.
삼환검의 품세였다.
김용대는 어깨에 롱소드를 올리며 무릎을 굽혔다.
이쪽은 리히테나워 검술.
서양에서 익히 알려진 가장 유명한 검법이었다.
타닷.
먼저 움직인 건 선우영이었다.
오러로 몸을 강화시켰다.
선우영은 삼환검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움직임으로 선보였다.
팔을 크게 휘둘러 원심력을 이용했다.
타앙!
김용대는 롱소드로 공격을 막았다.
‘오호, 이 정도 위력이라니!!’
김용대는 선우영의 공격이 뿜어내는 압박감을 맛보았다.
기세가 묵직하다.
‘이 정도면 오러와 육체는 A급이라고 봐도 무방하겠군.’
스르륵.
심지어 힘에서는 자신보다 선우영이 더 앞섰다.
김용대의 발뒤꿈치가 조금씩 밀렸다. 선우영의 공세는 범처럼 사나웠다.
하지만.
타닷.
김용대는 리히테나워 검술이 있었다.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이뤄지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리히테나워 검술.
고작 한걸음으로 방어 자세가 공격으로 바뀌는 게 특징이었다.
김용대가 옆으로 발을 뻗는 순간.
선우영은 무언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검의 손잡이.
거기서 느껴지는 미묘한 촉감.
김용대 부장님이 롱소드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게 미세하게 느껴졌다.
예전이었다면 느끼지도 못했을 감각이었다.
선우영은 빠르게 뒤로 움직였다.
부우웅.
김용대의 롱소드가 허공을 갈랐다.
“오호?”
김용대는 씨익 웃었다.
선우영이 회피하자, 김용대는 공격을 이어갔다.
아주 능숙하게 압박했다.
머리 위로 검을 휘두르며 연속적인 공세를 이어 나갔다.
선우영은 그걸 방어해냈다.
카앙!
김용대는 선우영과 가까이 붙으며 힘 대결에 들어갔다.
선우영은 또다시 미묘한 촉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엔 무시했다.
‘힘 대결에선 내가 유리해!’
경험은 김용대 부장님이 한 수 우위에 있어도, 힘과 속도는 자신이 앞서 있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이긴다.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휘리릭.
김용대는 리히테나워에서 말하는 ‘레슬링’에 들어갔다.
양손으로 검을 잡은 선우영.
그의 양팔의 틈새로 손을 집어넣어 순식간에 관절을 꺾었다.
선우영은 자연스럽게 무방비한 상태로 변했고.
스르릉.
김용대의 롱소드가 선우영의 목덜미에 닿았다.
선우영의 눈이 큼지막해졌다.
“분명 힘과 오러는 A급이야. 하지만 아직 전투법은 B급이군.”
김용대는 껄껄 웃었다.
선우영은 그 말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자신의 전투법은 B급이다.
오러와 스킬 그리고 육체는 스킬 융합으로 얼마든지 강화할 수 있었지만, 전투법까진 아니었다.
‘검술은 김용대 부장님이 한 수 우위에 있단 건가?’
아직 자신의 검술이 부족하다.
그래도 한 가지 얻어갈 만한 수확은 있었다.
[예민한 손끝]
이 패시브 스킬 덕분일까? 롱소드끼리 맞부딪힐 때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미세한 감각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김용대의 첫 번째 반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그 특유의 감각 덕분이었다.
제압당할 땐 그 감각을 무시한 탓이 컸다.
김용대는 팔을 꺾어 제압한 선우영을 풀어줬다.
“좀 더 검술을 단련해보게. 특히나 퓔른이 부족하더군.”
선우영은 눈을 끔뻑거렸다.
“퓔른이요?”
선우영이 눈을 끔뻑거리자, 김용대가 오히려 놀랐다.
“설마, 퓔른을 몰라?”
“아, 예.”
“흐음… 백영희한테 검술을 배웠을 것 같은데. 아무 말도 없던가?”
“초식만 배웠습니다.”
“그래?”
김용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영희의 쌍검술은 김용대조차 인정했다.
그녀는 오러와 육체가 B급이지만, 검술과 전투법은 이미 A급…… 아니, 어쩌면 S급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둘이 달라도 참 다르군.’
선우영은 오러와 스킬.
백영희는 전투법과 검술.
김용대는 여기서 대충 감을 잡았다.
‘아니, 백영희는 퓔른을 가르쳐줬을 거야. 하지만 선우영이 그걸 받아들일 재능이 없다고 판단해 초식을 위주로 가르쳤겠지.’
김용대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자네, 검술에 도움 되는 패시브 스킬을 익혔나?”
“네. 최근에 하나 익혔습니다.”
“그래?”
김용대는 상황 파악이 끝났다.
선우영이 검술에 도움 되는 스킬을 익혀 이 이상 발전할 가능성이 생겼단 걸 말이다!
퓔른.
서양의 검술 용어다.
동양에선 지칭하는 말이 없지만, 비슷한 원리를 이야기한다.
검과 검이 맞부딪혔을 때, 상대방의 칼이 어디로 움직일지 느끼는 기술이다.
그냥 상대방의 힘이 강력하다, 그걸 느끼는 수준에서 끝나면 안 된다.
미세하게 바뀌는 힘의 방향.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압력의 변화.
그 모든 걸 느껴야 한다.
선우영이 이번 대련에서 느꼈던 미묘한 촉감.
그게 퓔른이었다.
퓔른을 따라 움직여 공격을 피했고, 퓔른을 무시해 제압당했다.
사실 퓔른은 익히기 힘들다.
어마어마한 재능이 없으면 터득할 수조차 없었다.
칼의 손잡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아주 미세한 힘의 이동 방향을 감지해야 하니까.
노력의 영역이 아니라 재능의 영역이다.
선우영에게도 재능은 있었다.
다만, 그 재능이 퓔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단 게 문제였다.
그걸 [예민한 손끝]이란 스킬로 해결했다.
최소한의 재능도 없었다면 [예민한 손끝]을 익혀도 하등 소용없었을 거다.
김용대는 선우영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줬다.
퓔른을 깨달은 선우영.
시선을 바닥으로 옮겼다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까딱였다.
“다시 한번 대련할 수 있습니까?”
“상관없네.”
김용대는 뒤로 이동했다.
“아, 이번엔 스킬까지 사용해보게나.”
“스킬이요?”
“그래.”
“그러다 후회하실 텐데요?”
“크하하하, 입사 6개월 사원한테 그런 말을 다 듣다니. 나도 늙었군.”
김용대는 웃었다.
그러고는 돌연 오러를 강대하게 뿜어냈다.
“이런 늙은이 걱정보단 이길 방법을 생각하게나.”
도발한 각오를 단단히 하란 반응.
선우영은 정신을 통일했다.
퓔른의 감각.
그걸 깨치자 전투에 대한 이해와 응용이 달라졌다.
예전엔 상대방에게만 집중되었던 시야, 그 외의 것들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상대방만 보이는 게 아니라 주변 공간들이 보인다.
나무만 뚫어져라 쳐다봤다가 한 걸음 물러나 숲을 보는 기분이다.
겨우 한 개 깨쳤을 뿐이다.
달라진 건 자신의 인식일 뿐이었는데….
‘아, 이다지도 다르구나.’
이게 검술.
이것이 천재들의 전투법.
‘검술 천재들의 세상은 이랬구나.’
소름이 돋았다.
선우영은 숨을 길게 들이켰다.
그가 화염검기로 롱소드를 강화시켰다.
김용대는 투지와 긴장감이 뱃속에서 끓어 올라왔다.
‘어디 한번 보자. 선우영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타닷.
선우영은 쏜살같이 그에게 쇄도했다.
화염검기의 척력을 이용해 가속도를 붙이고, 발바닥에서 화염을 뿜어내 추진력을 높였다.
그 기세가 남달랐다.
성난 들소처럼 거침없고 야성적이다.
그 모습에 김용대가 눈을 크게 떴다!
‘무시무시하군.’
심장이 덜컹거렸다.
‘저걸 정면에서 받아냈다간…….’
위험하다고 생각한 순간.
그 짧은 찰나에, 선우영의 움직임이 단숨에 돌변했다.
김용대의 공격 범위에 들어가기 직전, 선우영은 허공을 밟고 뛰었다.
김용대는 움찔했다.
선우영은 단순히 위로 뛰어오르지 않았다.
수평으로 김용대를 내려다봤다.
‘뭐, 뭐야?!’
선우영은 씨익 웃으며 롱소드를 아래로 휘둘렀다.
김용대는 그걸 막았다.
그리고 퓔른으로 다음 공격 방향을 읽어냈다.
‘이번엔 내 반격이다!’
김용대가 한 발 옆으로 움직이며, 방어에서 공격 자세로 전환하려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파아앙.
선우영은 허공에서 퉁겨지듯 순식간에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화염검기의 특성 중 하나인 척력 덕분에 자세와 위치가 단숨에 달라졌다.
실로 변칙적이다.
김용대는 롱소드를 휘두를 수 없었다.
자신의 움직임에 맞추어 선우영도 허공에서 자세를 바꾸니, 공격할 틈이 나오질 않았다.
타앙.
또다시 이어진 선우영의 공격.
안 그래도 화염검기로 위력이 상승한 터라 김용대는 더욱이 힘에서 밀렸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렸다.
‘허허허, 퓔른을 가르쳐줬더니…’
맙소사.
놀라운 발전이다.
‘아예, 한 단계 위로 발전해버렸군.’
선우영의 스킬은 강력하다.
그런데 이젠 스킬을 활용하는 방식마저 한 단계 상승했다.
강력한 스킬을 더욱 뛰어난 방식으로 활용한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가?
선우영이 허공을 제비처럼 빠르게 이동하며, 독특하고 예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공격했다.
앞과 양옆.
보통의 검술은 그러한 궤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선우영의 경우엔 허공을 뛰어다니며 공격했기에, 사실상 공격 궤도가 무한했다.
‘그뿐만이 아니야!’
퓔른을 속이는 방식으로 싸우기도 했다.
롱소드끼리 맞부딪혔을 땐, 좌측으로 힘의 이동 방향을 느끼게 하고선, 정작 허공을 뛰어 우측으로 이동해 공격했다.
‘퓔른을 속이는 건 고수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저렇게 해낸다.
아주 기막힌 방식으로 말이다.
김용대는 제대로 된 반격도 못 해보고 뒤로 밀려났다.
도저히 틈이 안 보였다.
‘신용한, 이 사람아! 네 말대로 이 녀석은 금방 부장님 소리 들을 것 같다.’
김용대도 스킬을 사용했다.
푸른 빛이 번쩍였다.
그가 사용한 스킬은 [청검].
오러가 한줄기 번개처럼 보일 정도로 압축시킨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이다.
그 때문에 몸에 과부하가 걸리지만, 동시에 속도와 공격력이 급속히 상승한다.
오래 사용하면 시전자가 내상을 입는단 단점이 있지만….
그걸 감수할 만큼 파괴력이 대단했다.
게다가 김용대는 [청검]을 극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른 스킬들이 보조하는 쪽으로 맞추었다.
파앗!
김용대가 급속히 상승한 속도를 앞세워 선우영의 공세를 피하기 시작했다.
속도는 대등했다.
그래도 여전히 힘에선 밀렸지만 말이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지속됐다.
선우영은 그와 검을 맞댄 상태로 손바닥을 펼쳐 불꽃을 쏘았다.
김용대는 몸을 빠르게 뒤로 빼며, 롱소드로 화염을 베어버렸다.
그 틈을 노려 선우영이 허공을 뛰어 그의 등 뒤로 이동했다.
‘등 뒤를 노릴 줄 알았다!’
김용대는 그리 생각하며 빠르게 몸을 돌렸다.
김용대가 롱소드를 휘두르려는 순간.
스르륵.
선우영의 모습이 세상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투명화?!’
김용대는 눈을 부릅떴다.
자신에겐 탐지 능력도 없다.
그렇다면 소리로 알아볼까?
제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분명 다른 스킬을 융합시켜 투명화의 약점을 없앴겠지.
‘화염검기의 열기도 안 느껴진다.’
온도 차이 때문에 들킬까 봐 꺼놓은 모양새다.
하지만 화염검기를 쓰지 않았단 건, 허공을 더 이상 뛰어다닐 수 없단 의미.
공격 방향은 셋 중 하나.
정면.
아니면 좌우.
생각이 많아지던 그때.
턱밑으로 떨어지는 땀방울이 바닥이 아니라 허공을 튕기며 방울방울 부서졌다.
‘정면 공격!!’
틀림없다.
찌르기 공격이다.
자신의 땀방울이 재수 좋게 선우영의 롱소드 쪽으로 떨어졌다!
덕분에 선우영의 위치를 알아냈다.
김용대는 [청검]의 위력을 더욱 극단적으로 올리며, 부상 입을 각오로 반격에 나섰다.
타앙.
롱소드끼리 부딪쳤다.
묵직한 감각이 손잡이를 타고 손끝으로 느껴진다.
쩌저적.
그 순간, 김용대의 롱소드가 부서졌다.
그리고.
쩌저적.
선우영의 롱소드도 똑같이 부러졌다.
“?!”
선우영은 당황하며 투명화를 풀었다.
둘 다 무기가 부러졌다.
“어…….”
선우영은 부러진 롱소드를 쳐다보며 어이없단 미소를 지었다.
“이거 무승부 같죠?”
“그런 모양이군.”
김용대는 [청검]을 해체하며 뒷짐을 쥐었다.
“아이고, 아쉬워라. 좀만 했으면 이길 수도 있었는데.”
선우영이 장난기 가득한 농담을 던지자 김용대는 피식 웃는 걸로 받아쳤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덕분에 검술 실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자네, 백영희의 쌍검술을 익힐 생각인가?”
“네.”
“지금의 자네라면 좀 어려워도 분명 가능할 거야. 잘 익혀둬. A급인 내 눈에도 백영희의 검술은 한 차원이 다른 경지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부러진 롱소드를 어깨에 걸치고 대련장을 빠져나갔다.
김용대는 대련장에 서서 한참 동안 선우영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윽고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뚝뚝뚝.
김용대의 콧등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청검]을 무리하게 사용해 내상을 입어버렸다.
‘정말이지 난놈이야.’
김용대는 손등으로 코피를 닦았다.
만약에, 그 기막힌 타이밍에 서로의 롱소드가 부러지지 않았다면, 자신이 패배했을 거다.
‘내구력이 약한 훈련용 무기가 아니라 진검이었다면 부러질 일도 없었겠지.’
등줄기가 오싹했다.
‘전성기가 지난 늙은 몸이라, 실력이 서서히 퇴보 중이지만….’
그래도 너무 일방적으로 당했다.
선우영의 스킬이 너무 사기적이다.
‘새삼 스킬 융합의 무서움을 깨달았구만, 그래.’
저 상태에서 백영희의 쌍검술까지 마스터한다면…… 그러면 선우영은 얼마나 강해질까?
‘뭐, 나는 상대도 안 될 거고.’
어쩌면.
‘신용한 녀석이랑 대등하게……’
김용대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나갔다.
그건 비약적인 생각이다.
분명 그랬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왜 조만간 선우영이 신용한과 대등한 실력자가 될 것 같지?’
김용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묘한 기대심을 심어주는 재주가 있어. 선우영이란 녀석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