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111화
무료소설 나 혼자 스킬융합: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111화
#111화 커플이세요?
부르릉,
포르쉐가 도로를 달렸다.
선우영이 운전대를 잡고 백영희가 옆자리에 앉았다.
지금 시각 오후 6시 30분.
퇴근하고 스킬석을 구매하러 경매장으로 가는 길이다.
선우영은 운전대를 검지로 툭툭 두들겼다.
‘세상에나.’
백영희에게 스킬을 몇 개 익힐 수 있느냐 물었더니, 손가락 두 개를 보였다.
처음엔 12개 익힐 수 있단 뜻인 줄 알았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거다.
헌터가 익힐 수 있는 스킬은 평균 5개니까.
S급 헌터도 평균 11개다.
그런데.
‘아니, 20개나 익힐 수 있다고?’
정말 놀라웠다.
S급 헌터들의 평균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준이 아닌가.
‘세상에, 오러 기술과 검술이 최상위 재능이니……. 여기에 패시브 스킬 10개만 익혀도 금방 A급이 되겠네.’
그 정도겠는가.
어쩌면 1년 안에 S급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대서특필감이겠지.’
선우영은 그리 생각했다.
백영희는 스마트폰으로 이번 경매장에 나오는 스킬석들을 살폈다.
‘흐음.’
계속 살폈지만 뭘 사야 할지 역시 모르겠다.
그녀는 선우영을 슬그머니 쳐다봤다.
‘선우영 부장님이 좋은 스킬 구성으로 맞춰주시겠지? 어떻게 짜야 할지 여전히 감이 안 잡히네.’
어쩔 수 없었다.
오로지 검과 오러의 기술로 강해진 그녀였다.
스킬에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스킬을 이용해 싸워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스킬들을 이용한 연계공격도 가능할 거다.
익힐 수 있는 스킬이 많지 않다면 결코 생각할 수 없는 방식이다.
백영희였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삐리리, 삐리리.
선우영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조용석이었다.
“여보세요?”
“선우영 부장님!!”
“목소리가 밝은 걸 보니 승급시험 통과하셨나 보네요?”
“네!! 저도 이제 B급입니다.”
선우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용석 씨라면 당연히 합격하실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은 우리 멤버끼리 회식이나 할까요? B급 승급 축하 기념으로요!”
“좋습니다. 제가 내일 쏘겠습니다.”
“오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넵.”
선우영은 통화를 끊었다.
백영희는 선우영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조용석 씨, 합격했나요?”
“네. 오늘부터 B급입니다. 내일 우리 멤버들끼리 회식하잡니다.”
“간만에 멤버들끼리만 모이네요. 저랑 부장님, 조용석 씨랑 김철수 씨…. 아, 운이도 데려가려면 술집은 안 되겠네요.”
“이럴 땐, 호텔 뷔페가 최고 아니겠습니까.”
곧이어 경매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킬석 경매는 7시에 시작한다.
경매장에 도착한 선우영은 발랫파킹을 신청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여전했다.
값비싼 장식품들과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들.
하나같이 유명 인사들이었다.
재계를 움직이는 인물들.
그런 거물들이 선우영의 등장으로 잠깐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쑥덕였다.
“선우영?!”
“PS웨펀의 대표잖아. 한창 돈을 쓸어 담는 인물이 오셨군.”
“듣자 하니 A급이라면서요? 아직 경력 1년도 안 됐는데.”
“S급이 돼서 대형길드를 이끌게 된다면, 또 큰돈을 손에 쥘 텐데.”
“하긴, 요즘 시대엔 초국적기업만큼 돈을 벌어들이는 곳이 대형길드들이니….”
초국적기업.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공장이나 지사 등등을 전 세계에 두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대기업 중에서도 으뜸이라 불리는 곳만이 초국적기업에 해당한다.
미국의 코X콜라 혹은 한국의 삼X전자 등등이 대표적이다.
선우영은 팸플릿을 들고 경매장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의 옆에 백영희도 함께했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단둘이서 왔네요?”
“그 기사가 진짜인가? 그 왜 있잖아요. 선우영이랑 백영희가 연애한다는 기사요.”
“그게 맞나 보네요.”
“여자친구랑 같이 스킬석 사러 왔나 봐요.”
선우영은 잠깐 헛기침했다.
헌터라서 사람들의 소곤거림이 다 들렸다.
그건 백영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태평한 척 정면을 바라보았지만, 주머니에 넣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귓불이 살짝 빨개졌다.
선우영의 헛기침을 들은 사람들이 더 이상 수군거리지 않았다.
저 헛기침은 더 이상 화젯거리로 삼지 말아달란 무언의 부탁이었을 테니까.
선우영은 팸플릿을 바라봤다.
‘제법 괜찮은 스킬석들이 있네.’
그는 백영희에게 팜플렛을 보여줬다.
“이거 보세요. 괜찮은 패시브 스킬이 4개 정도 나오네요.”
“패시브 스킬이요?”
“네. 20개 중 절반인 10개를 패시브 스킬로 채우면 순식간에 강해질 겁니다.”
“그럼, 오러를 소모해서 발동시키는 스킬들은요?”
“그건 신중하게 고민해야죠. 백영희 씨의 전투 스타일에 맞는 걸로 골라야 하니깐요.”
“전투 스타일에 맞는 스킬이라. 잘하면 스킬을 이용한 연속 공격도 가능하겠죠?”
“네. 패시브에 10개를 쓰고도 10개나 남으니 충분합니다.”
선우영은 단언했다.
백영희는 그의 말대로 패시브 스킬석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녀는 플랫폼을 찬찬히 살폈다.
- 오러 총량을 50% 증가
- 속도 50% 증가
- 파괴력 50% 증가
- 정신 방어 계열 패시브
오러를 강화해주는 패시브 스킬이 3개.
정신 공격계 스킬을 방어해주는 스킬이 1개였다. 상태 이상에 걸리지 않고 싸우는 건 딜러에게 매우 중요했다.
탱커보다 방어력이 약하니, 상태이상에 걸려 해롱거리다 한 대 얻어맞으면 타격이 컸다.
선우영은 그녀에게 조언을 해줬다.
“나중에 독이랑 화염, 그리고 빙결 내성이 생기는 패시브 스킬도 구매하세요. 그러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충분히 대처하실 겁니다.”
“나머지 3개는 어떤 패시브 스킬을 익힐까요?”
“속도, 파괴력, 오러 총량 증가 패시브 스킬이요. 딜러니까 가능하면 공격 쪽으로 맞춰주시는 게 좋아요.”
“조언 감사합니다.”
백영희는 그리 답했다.
곧이어 경매가 시작됐다. 선우영은 백영희에게 줄 스킬석들을 모조리 구매했다.
꽤 큰 돈이 깨졌다.
그냥 구매도 아니고 부자들과 경쟁해서 얻었으니까.
뭐, 그래도 상관없다.
‘돈이야 차고 넘치니까.’
조금만 있으면 일본에서 구한 갈라시안 약초로 포션을 제조할 수 있다.
‘포션 사업이 대박이지.’
무기 사업은 고객층이 헌터들 뿐이지만, 포션은 일반 병원이나 시민들한테도 유용하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알아서 굴러들어올 루트가 또 만들어질 거다.
“자, 백영희 씨! 받으세요.”
선우영은 경매장에서 얻은 스킬석을 백영희에게 건넸다.
그녀는 감사함을 표했다.
“이렇게 큰돈을 쓰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받아도 될지 모르겠네요.”
“에이, 그래서 말씀드렸잖아요. PS웨펀 대표의 자금력을 보여드리겠다고!!”
선우영은 엄지로 자길 가리켰다. 아주 자신만만한 자세였다.
그의 농담에 백영희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부담스러워하니까 저렇게 농담으로 기분을 맞춰주다니. 역시 멋있는 남자다.
백영희는 스킬석을 그 자리에서 흡수했다.
처음 익혀보는 스킬.
가슴이 두근거렸다.
청량감이 먼저 느껴지고 묵직한 감각이 느껴지더니 상쾌함이 몰려왔다.
‘이게 스킬을 익히는 감각이구나.’
백영희는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웬만한 헌터들을 진작 경험했을 감각이지만, 그녀는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한번 시험해볼까.’
오러로 육체를 강화했다.
백영희는 순간 어깨를 움찔거렸다.
놀랍다.
육체가 단숨에 강해졌다.
오러로 육체를 강화했을 뿐인데, 그게 단숨에 느껴질 정도였다.
‘이전보다 몇 배는 강해진 기분이야.’
어쩌면 오러의 총량이 A급 수준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무예는 S급이니 패시브 스킬 4개를 익힌 것만으로 등급이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기가 A급이 되면 또 다른 부서가 신설될 거다.
상황이 그리 흘러가면 선우영의 곁에 있기 힘들어진다. 그건 그녀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등급 올리는 건 나중으로 미룰까?’
그리 결심했다.
뭐, 20개의 스킬을 전부 익힐 때까진 말이다.
경매가 끝나고.
백영희와 선우영은 밖으로 나왔다.
스마트폰을 보니 8시였다.
급하게 경매장으로 오느라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했다.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
백영희가 제안했다.
“진짜요? 이야, 비싼 거 먹어야겠네.”
선우영이 껄껄 웃었다.
백영희는 그와 함께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경매장 근처라서 그럴까?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제법 괜찮았다.
딱 봐도 비싸 보였다.
“오, 비싸 보인다.”
선우영이 간판을 보며 중얼거리자 백영희는 괜찮다고 손짓했다.
“괜찮아요. 선우영 부장님이 사주신 스킬석에 비하면 별거 아니죠.”
그들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웨이터가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그들을 본 웨이터는 유명 인사의 방문에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평소처럼 행동했다.
이곳 레스토랑엔 유명 인사들이 자주 방문한다.
그 덕분에 냉정함을 찾을 수 있었다.
“뭘 드시겠습니까?”
“저는 레어 미디움 스테이크요.”
“같은 걸로 주세요.”
백영희와 선우영은 주문을 끝냈다.
웨이터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가져왔다.
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잘 익었다.
그런데,
“이건 뭐죠?”
백영희가 시키지도 않았던 랍스터를 바라봤다.
웨이터는 흐뭇하게 웃었다.
“곧 크리스마스라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커플이 오시면 랍스터를 무료로 제공해드립니다. 커플 맞으시죠?”
“아….”
그녀는 무어라 말도 못 하고 우물쭈물했다.
그러니까, 이 웨이터는 자신과 선우영을 커플로 봤단 의미가 아닌가.
그녀는 내심 신경이 쓰였다.
선우영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커플로 오해받아서 기분이 나쁠까? 아니면 오히려 좋았을까?
백영희는 선우영을 지긋이 바라봤다.
선우영은 멈칫하더니.
“하하하. 저희, 선남선녀 같죠? 랍스터는 잘 먹겠습니다.”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웨이터는 허리 숙여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럼 즐거운 식사 되십시오.”
선우영과 백영희가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멀어지는 웨이터. 그는 당연히 그들이 커플이라 생각했다.
백영희는 랍스터를 조용히 응시했다.
커플이냐, 아니냐.
자신을 좋아하느냐, 아니냐.
저렇게 요리조리 대답을 회피하는 선우영이 조금 얄미웠다.
아마 그도 알고 있지 않을까.
자신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지금까지 자기 혼자서 은밀하게 표현했지만, 이래선 답답하다.
이젠 확실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자길 좋아하는지 아닌지.
식사를 끝낸 그들은 레스토랑을 나와 포르쉐에 탔다.
운전을 하던 선우영.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한마디 툭 던졌다.
“웨이터분이 우리를 커플로 착각한 덕분에 랍스터 공짜로 먹었네요.”
“그래서 좋으셨나요?”
커플로 오해받았지만, 기분이 좋았냐는 질문.
선우영은 또 대답을 회피했다.
“네. 랍스터 맛있더라고요.”
“그게 아니라 저랑 커플로 오해받아서…. 혹여나 불쾌하셨을까 봐….”
“그럴 리가요. 백영희 씨처럼 아름다운 분하고 커플로 오해받으면 제가 과분하죠.”
선우영은 그리 말했다.
그러며 백영희를 곁눈질로 살폈다. 살짝 침울한 그녀의 눈빛이 보였다.
선우영은 고심이 깊어졌다.
이젠 솔직히 인정한다.
‘나, 백영희 씨를 좋아하나 봐.’
그녀와 함께 있으면 어째선지 즐겁다.
‘뭐, 몇 번인가 귀엽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 예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
든든한 아군이기도 했다.
무예를 가르쳐준 훌륭한 스승님도 되어줬다.
또 자신과 만나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이, 웃음이 많아진 모습에 끌렸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호감이 되다니.
‘이래서 정이 무섭구나.’
선우영은 빙그레 웃으며 잠깐 하늘을 바라봤다.
달이 아름답다.
별도 이쁘고.
“백영희 씨, 우리 야경이나 구경하지 않을래요?”
“야경이요?”
“제가 이곳 근처에 야경 보기 좋은 곳을 알거든요.”
선우영은 핸들을 꺾었다.
그리고 차가 드나들 수 있는 산길로 향했다.
그들은 포르쉐에서 내렸다.
달이 노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주변엔 별빛이 반짝였다.
그게 꽃밭을 생각나게 만들어줬다.
“달이 이쁘네요.”
선우영이 말했다.
백영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저 이야기했다.
“일본에서는 좋아하는 사람한테 달이 이쁘다고 하나 봐요. 그렇게 돌려서 고백한대요.”
“네?”
백영희는 눈을 껌뻑였다.
선우영은 하염없이 달을 바라보며, 중요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꺼냈다.
“백영희 씨, 우리 사귈래요?”